제 5 장 장강에서의 혈투 (1)
장강을 타고 뱃길로 가기로 결정한 로노와르 일행은 여인곡을 빠져나와 근처의
장강의 포구로 향했다.
삼일 정도의 육로로 여행 끝에 간신히 가까운 포구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곳
에는 자신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들은 남경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관리들의
일행이였다.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커다란 마차에는 무슨 귀중한 물건이라도 있는지 천으로
덮어두고는 이십여명의 관병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기에 로노와르로선 궁금하
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것이 무엇이더냐?"
"아무래도 남경으로 후송되는 물건인 듯 합니다."
"남경이라..."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있는 관병들만 사십여명
이 넘었고, 중간중간에 무공이 높은 듯한 군관까지 지키고 있었다.
로노와르의 눈으로 보이는 군관들은 강호 일류고수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
기에 아무래도 장강수로십팔채를 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포구에 군선이 있더냐?"
"예."
그렇다면 자신들과 같이 움직이는 자들은 아니라는 생각에 로노와르는 귀찮은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장강수로십팔채가 관의 물건을 놀리고 있다면, 자신들이 타고 갈 배를 습격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포구에 도착한 로노와르 일행은 뱃시간이 올 때까지 근처의 객점에 머물 생각
을 하고는 객점으로 향했다.
"우와..."
"여인곡이다!"
사람들은 로노와르 일행이 지나자 여인곡의 가마임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인곡의 경우에는 중요한 인물을 제외하고는 가마를 타고 가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였고,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게 움직인다는 것은 여인곡에서도 상당한 인
물이 타고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장강수로십팔채와 여인곡과의 관계는 강호가 다 알고 있는 일인데, 그런 여인곡
의 사람이 뱃길을 택하여 간다는 것은 상당한 배짱과 무공을 가지고 있는 여인
이라는 것을 사람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청의를 입은 네명의 가마꾼 여인들은 키가 6척에 가까운 몸집들인지라 근처에
지나는 남자들로 하여금 주늑을 들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가마가 객점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고, 붉은 색의 망사에 홍의를 입은 로노와르
가 천천히 가마에서 내렸는데, 그녀의 한 동작, 한 동작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떠나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서 보이는 부드러운 동작, 한걸음, 한걸음 마다 엿보이는
고귀한 모습은 뭇 남자들의 가슴을 흔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여섯명의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객점 안으로 들어선 로노와르는 잠시 주변을
살펴봤는데, 상당한 숫자의 무인들이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들의 정체를 알 수 있겠느냐?]
로노와르가 말한 곳은 객점 구석에 모여있는 네명의 흑의의 무인이였는데, 그
기도가 심상치 않은 것이 상당한 무공을 지닌 사람들로 보였다.
도연랑은 그들의 모습을 한참을 살펴보다가는 생각이 났는지 전음을 통해 알려
왔다.
[아무래도 대사련(大邪聯)의 흑살당(黑殺堂)에 속해 있는 고수들로 보입니다.]
[대사련 흑살당?]
[예. 사파들의 연합체인 대사련에는 모두 일곱 개의 당이 속해 있는데, 그중 흑
살당은 당주 흑영마수(黑影魔手) 구백(九白)을 중심으로 모두 100명의 고수들이
모여 이루어진 당으로 외부의 일을 맡고 있습니다.]
[음....]
흑살당의 고수외에도 상당수의 무사들이 보이고 있는 객점, 아무래도 별로 좋지
않은 일에 말려 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로노와르였다.
천천에 근처에 비여 있는 탁자로 향하자 열세살 정도의 점소이가 멍한 얼굴로
일행들에게 다가왔는데, 아무래도 로노와르를 비롯한 여섯명의 부하들이 워낙
미인인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간단하게 음식을 시킨 도연랑은 네명의 가마꾼 여인들에게 식사를 허락했다. 일
단은 가마꾼과 이들과의 차이는 조금 컸기 때문에 명령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
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붓하게 로노와르의 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한 겁도 없는 주정뱅
이가 로노와를 향해 비틀거리고 오고 있었다.
"우히히히 이게 뭐여..웬 이쁘장한 아가씨들이 산더미처럼 모여 있다냐?"
로노와르 일행은 보며 히죽거리는 주정뱅이, 지저번한 몰골에 거지꼴을 하고 있
는 그는 60정도의 노인이였는데,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말하는 폼
이 우습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행들은 그를 크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의 등뒤에 일곱 개의
푸대자루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노인네다 너희들도 조심하도록 해라.]
[예.]
일곱 개의 푸대자루라면 개방이 장로급 신분을 지닌 인물이란 뜻이였다. 장로급
이나 되는 인물이 이렇게 여인곡의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을 한다는 것은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는데, 그가 갑자기 쓰러지듯이 다
가와서는 로노와르의 품에 안기고말았다.
"아이고..."
[채재재챙]
그 순간 여섯명의 로노와르의 부하들은 한 순간에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들고는 그를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를 취했다.
개방의 그도 그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여섯명의 시비가 한꺼번에
뿜은 그 공력이 장난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뭐여? 어린 것들이 왜 이렇게 내공이 높은거지?'
개방의 젊은 후지기수들보다도 어린 듯한 계집들의 내공이 자신을 압도하고 있
는지라 그로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사실 이 여섯명의 시비는 로노와
르에게 개정대법을 받은 후인지라 그 내공의 늘어나는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
허할 정도였다.
도연랑을 비롯한 나머지 다섯명의 현재의 내공은 약 3갑자 정도, 이 정도면 고
수라는 소리를 들어도 손색이 없을 높은 내공이였던 것이다.
개방의 장로의 내공은 4갑자라고는 하지만, 여섯명의 고수들, 거기다가 움직이
고 있지 않은 홍의의 여인까지 합하면 일곱명의 고수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조
금 무리가 있는 일이였다.
하지만 다향히 유혈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니 가만히 앉아 있던 로노와르가
가볍게 손을 들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도연랑들은 모두 검을 검집에 넣고는 자리에 앉았는데, 로노와르는
가볍게 거지노인의 손을 잡고서는 말했다.
"개방의 어르신께서 저에게 무슨 용건이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우와!!"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처럼 아름다운 로노와르의 목소리가 객점을 울리
지 뭇남자들의 환성소리가 다음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개방의 장로 역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어, 공력을 올렸는데 너무나 아름다웠
던지라 미공의 하나로 착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을 포함해서 자신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제서야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을 알고는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르신 이곳으로 앉으시지요."
"응? 그러지 허허.."
로노와르의 말에 따라 여인곡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앉은 그는 크게 호강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미인 로노와르가 손수 따라 주는 술잔을 벗삼아 풍류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지생활 평생, 언제 이렇게 미인의 술시중을 받으며 호강을 한 적이 있었겠는
가? 이런 이유로 로노와르와 그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개방의 장로의 정체는 취개(醉 ) 문도양(門島楊), 취팔선공(醉八仙功), 취팔선보
(醉八仙步), 취팔선권(醉八仙拳) 등 취팔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무공은 다 섭렵했
고, 그 외로 백결신장(百結神掌)도 익힌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문도양이 여인곡의 여인들의 시중을 받자 객점 안으로는 한사람씩 거지들이 모
여들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눈에 흐르는 정광으로 보아선 상당한 무공을 소유자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로노와르가 어떤 인물인가.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데 번거롭군요. 다른 거지들은 물러가 있으세요."
그 말과 함께 가볍게 왼손자락을 흔드니 엄청난 내력으로 인해 객점으로 들어
서려하던 거지들은 순식간에 문밖으로 튕겨져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장로! 너무하십니다! 어찌 장로께서만 미인들의 시중을 받으실 수 있단 말입니
까!"
"우리에게도 한잔의 술을 달라!"
밖으로 튕겨져 날아간 거지들은 너무나 억울한지 데모를 하고 있었으니 사실
그들이 장로를 걱정해서 온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에게 받는 술 한잔이 너
무 먹고 싶어 모여 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부님!! 저도 불러주세요!"
거지들 중 열다섯살 정도의 소년이 객점의 난관을 부여잡고는 애타게 취개를
부르고 있었으니 그 역시 남자인지라 미인들의 술을 받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대가리의 피도 안마른 것이!!"
취개는 자신의 제자를 보며 들고 있던 젖가락을 던졌고, 젖가락은 일직선으로
날아가서는 난관을 잡고 있는 소년의 손을 강타했다.
"끄아악!"
그제서야 난관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소년은 이어진 취개의 장풍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날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귀여운 아이로군요."
로노와르는 그 아이를 보고는 재밌다는 듯이 가볍게 손으로 끌어당겼는데, 순간
엄청난 경력이 생기며 취개의 제자는 객점 안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헉.."
격공섭물(隔空攝物)의 수법이야 어느정도 내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면 다 사
용할 수 있는 수법이나 자신의 어린제자와 로노와르와의 거리가 오장정도 거리
였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취개의 제자는 로노와르에 의해 날아오자 얼굴에 한가득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헤헤 사부님 왔어요."
"음..."
웃는 낯짝 침이나 한번 뱉어주고 싶은 취개였지만, 일단은 로노와르가 불러 들
인 것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는데, 그녀는 소년에게 잔을 건네주고는 술을 따라
주었다.
"자! 소협도 한잔 드시지요."
"음..극낙에 온 기분이당...우히히히."
로노와르가 따라주는 술을 받은 소년은 입이 찢어져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이 일련의 사태를 보고있었던 객점 안의 뭇고수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객방의 칠결이라는 장로급 인물이 온 것도 모자라 여인곡에서 온 이들
이 상상도 못할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이 곳에는 각개 정파와 사파, 정사지간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한가지 물건을 노
리기 위해 모여든 인물들이였기에, 이번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