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만화신녀 로노와르 (4)
여인곡에서 만화전은 8개전 중에서 가장 끝발이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화전의 일은 여인곡의 외부의 지부를 맡고 있으며, 곡의 운영자금과 함께 각
종 정보를 입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만화전인 만큼, 외부의 물을 먹은 지부의 지부장들은 가끔 무림의 남성들
에게 넘어가 지부의 예상을 갉아먹는 일이 많았는데, 이것을 감찰하는 것이 바
로 만화신녀의 일이였다.
만화신녀의 권한을 살펴보면, 첫째 곡주이외에 어느 누구도 만화신녀를 벌할 권
리가 없다. 이것은 만화신녀가 올바른 감찰권을 발휘하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둘째 여인곡의 만무서고에 들 권리가 주어진다. 여인곡은 약 300년의 역사를 가
진 곳인만큼, 이곳으로 들어온 명문가의 여식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만
무서고에는 강호에서 내노라 하는 무공서적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
만무서고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는 곡주와 소곡주 외에 각 전주와 양대호법, 십
이원로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화신녀가 가지고 있는 권리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따.
셋째 개인의 세력을 둘 수 있다. 각지부를 감찰하는 인물인 만큰, 역사 속에서
만화신녀가 지부 전체에게 공격당한 일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여인곡에선 만화
신녀에게 개인의 세력을 거느릴 수 있는 특권을 주고 있었는데, 이런 만화신녀
의 개인세력을 통칭 만화신대(萬花神隊)라 부르고 있었다.
이런 세가지 특권 때문에 만화신녀는 마음만 먹는다면 능히 여인곡의 패권을
다툴 수 있기 때문에 여인곡의 십이원로회에서 만화신녀에 대한 탁핵이 결정되
면, 만화신녀는 그 권리를 잃게 된다는 조항또한 생겨있었다.
하지만 십이원로회가 이름뿐인 조직인 것을 감안하다면, 만화신녀는 정말 쓸만
한 직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무전에서 만화신녀의 직위를 상징하는 봉황패를 얻은 로노와르는 감격에 막
눈물이 터져나올라고 하고 있었지만, 보는 사람들이 눈이 많은 만큼 꾹 참으며
의기를 다질 수 밖에 없었다.
만화신녀의 휘하인 만화대는 로노와르와 같이 홍련각을 움켜잡은 여섯명의 여
인들이 선정되었지만, 일단은 이대로 나가기에는 여섯사람의 무공이 너무 모자
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그냥 내보낼 수가 없었다.
'역시 개정벌모세수대법(開頂伐毛洗髓大法)밖에 없겠군.'
개정벌모세수대법을 펼치면 그 상대는 무공을 익히기에 적합한 신체가 되는 것
을 알고 있는 그녀는 여섯여인에게 이 대법을 펼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무공을 익히기 좋은 신체가 된다면야 무공정도는 만무서고에 있는 무공이나 자
신이 알고 있는 무공들을 전수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보통 드래곤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라면, 로노와르의 변화는 극히 적었겠지만
변화가 심한 인간 그것도 루드웨어의 부인인 그녀에게는 이제 인간의 변화만큼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을 때 움직이는 그런 세심함을
갖춘 로노와르였던 것이다. 물론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였다.
한편 만사곡안에서서 진천명과 여사랑과 함께 있던 루드웨어 역시 자신의 휘하
로 둘 고수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원래 무인이란 것이 강한 무공에 대한 욕심이 많은 법인지라 처음에는 한시라
도 빨리 만사곡을 빠져나가려 하던 두 사람은 이제 루드웨어가 독각대망에게
건네 준 두권의 무공비서를 익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태극검무와 자비구생도법, 이 두 개의 절정의 무공비서를 익히는 진천명과 여사
랑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자! 식사하세요."
루드웨어는 세달이 지난 지금은 이제 두 사람의 무공을 지도하며 승룡담에서
용이 되기를 기다리는 독각대망과 함께 두사람 뒷바라지 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일단은 자신의 수하가 될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키우자는 자립자족의 원칙에
부합되는 생각이였던 것이다.
언제나와 같이 루드웨어가 음식을 준비하자 두 사람은 무공수련을 멈추고는 흙
으로 빚어 만든 도기에 담겨진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무엇인가 이상한 진천
명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루드웨어님."
"말해보게."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루드웨어님이 가져오신 국은 흰백색을 띄고 있는데
그것을 마시면 내력이 상당히 증진이 되는 것 같더군요. 도대체 어떤 물을 사용
하시길레 그러습니까?"
"응? 물?"
"예. 보통 물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군요."
진천명의 말에 자신 역시 물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고는 있었던지라 물을 발
견한 사연에 대해 말해 주었다.
"음. 이건 동굴 깊숙히 놀러갔다가 발견한 물이거든. 동굴이 생각보다 깊어서
한참을 들어가다보니 조금 목이 말라지더라고 그래서 근처에 물이 없나 뒤지다
가 작은 연못을 발견했거든, 물은 물인데 백색을 띄는지라 몸에 안 좋으면 어떻
할까 고민을 조금 하다 한모금 조금 마셔보긴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더라고
한 모금 마시니 몸도 좋아지는 느낌이 들고 해서 그때부터 이 물로 음식을 만
들었는데.."
"순백색의 물....혹시..."
루드웨어의 말을 들은 진천명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익히고 있
는 무공비급이 뛰어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공마저 비약적으로 늘여 놓
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이 계곡에 들어오기 전에 모아 둔 내공은 일갑자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현재의 내공은 약 5갑자 처음에는 무공이 내공까지 증진시키는가 보다 생각하
고 있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제 어느정도 태극검무를 익혀 나간 시점에서 뒤돌아 본 무공에는 절대 내공
을 늘여 놓는 것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
분명 자신의 내공이라면 4성에서 막혀야 할 것이라고 쓰여있는 비급서, 그렇다
면 엄청난 내공을 가지게 한 것은 루드웨어가 음식을 하는 그 물 밖에는 생각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자..잠시 그 물을 볼 수가 있을까요.."
"응? 알았어 밥 다먹고 보여줄게."
"예."
루드웨어는 진천명이 무엇인가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일단은 밥을 먹
는 것이 더 중요하니 넘어가기로 했다.
간단하게 식사를 끝낸 후 루드웨어는 진천명과 여사랑을 데리고 설거지할 식기
를 가지고 순백색의 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약 십오분 정도를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드웨
어는 간단하게 라이트마법을 동굴의 천장에 고정시켜 놓고는 근처에 가져다 놓
은 바가지를 들고는 흰색의 물을 떠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진천
명은 큰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뭐야?"
"왜그래요. 진랑!"
이제 여사랑은 진천명을 진랑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기에 괴성을 지
르는 진천명에게 다가가서는 그의 몸을 잡고는 놀라서 불렀는데, 떨리는 손을
가누지 못하는 진천명은 백색의 물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천천히 그 물을 손으
로 떠올렸다.
"설마...이 물이...."
"왜그래요. 진랑..."
진천명을 손에 든 물을 입에 가져가서는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강렬한 기운
이 물을 마심과 함께 늘어나고 있었다.
절세의 영약, 중원 전체를 뒤져도 한 한모금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그 절세의 영
약이 자신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진랑?"
여사랑은 그의 모습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는 천천히 물을 떠서
는 그것을 여사랑에게 가져가서는 말했다.
"마셔보겠소."
"예?"
"한번 마셔보시오."
그 말에 여사랑은 진천명의 손안에 든 백색의 물을 조금 임에 머금고는 마셨는
데, 그 순간 그녀 역시 큰 기운이 몸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헉! 설마..."
"그렇소...이것이 수많은 무림인들이 한방울이라도 얻고 싶어하는 절세의 영약...
공청석유(空淸石乳)요."
공청석유 이것은 절대 흔히 볼 수 없는 영약으로 천지간의 정기가 모여 만들어
진 절기가 서린 액체였다. 우윳빛을 띄는 이 액체는 내공증진에 상당한 효과를
보는 정세의 영약으로 다른 내공증진의 영약의 경우에는 그 한계가 드러나는
반면 공청석유는 마신만큼 내공이 눌어나기 때문에 모든 무인들이 세상의 모든
금을 주고서라도 얻고 싶어하는 액체였던 것이다.
"루드웨어님 이.....헉..."
두 사람이 이렇게 엄청난 공청석유를 보며 놀라고 있을 때, 루드웨어는 한 쪽에
서 휘파람을 불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설거지물이 아니나 다를까 공청
석유인지라 진천명으로선 식은땀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루드웨어가 이 세계에 대해서 조금 무지하다는 것은 세달간 지내보면서 어느정
도 알 수 있었지만, 설마 희대의 영약인 공청석유로 설거지를 할 줄 누가 알았
겠는가? 하긴 내공이 거의 인간으로서 추정할 수 없는 지경인 루드웨어에겐 공
청석유나 그냥 물이나 별로 상관없긴 하지만 말이다.
공청석유 한 방울이 금으로 천냥이상을 주어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과연 그 물로 설거지를 계속 할 것인지는 조금 의문이 서리기는 하지
만, 일단은 아무 것도 모르는 루드웨어에겐 설거지물일 뿐이였다.
천금을 준다해도 그것을 가치를 모르는 이라면 굴러다니는 돌맹이에 지나지 않
으니 바로 루드웨어가 그런 꼴이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석달동안 진천명과 여사랑의 몸에서 늘어난 내공은 거의 4갑자 정도
였다. 원래 공청석유라는 것이 아무런 가공 없이 먹어야 하는 것이지 끓이게 되
면 그 정기는 산산히 흩어지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도 4갑자의 내공이 늘었다면,
그 동안 그들이 먹은 음식에 사용된 공청석유의 양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
다.
근처에 있던 독각대망이 변한 소녀는 루드웨어가 닦은 식기를 가지런히 정돈을
하고 있었으니 그녀도 공청석유에 관해선 무지하긴 마찬가지였다.
"루드웨어님은 설거지 하는 모습도 너무 멋있어요."
"그래? 우히히히 내가 한 얼굴을 하긴 하지."
독각대망은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간 아닌 인간 루드웨어에게 반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하고 있었고, 멋도 모르는 그는 잘생겼다는 말에 큰 소리를 내고 웃고
있을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