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4)
만사곡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는 루드웨어의 일행은 맨 처음 떨어진 계곡에서부
터 계속 앞으로 나아갔지만, 좀처럼 빠져나갈 길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계곡에는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일행들은
간간히 튀어나오는 독사들을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계곡으로 더 깊숙히 나아가는 느낌이 드는군요."
진천명은 여사랑을 업은 채 앞을 보더니 루드웨어에게 말했고, 그 역시 진천명
에 의견에 동감을 표시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거기다가 안개까지 짙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길은 더 위험할 듯 싶습니다."
루드웨어는 조용히 이글아이의 시동어를 외우고는 계곡의 앞쪽을 처다 보았지
만, 좀처럼 계곡에서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였으니 루드웨어는 길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고 일행들가 함께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있었으니 그를 신용하고 있
는 진천명이 불쌍할 따름이였다.
그런 식으로 한참을 가자 일행들 앞에 커다란 못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줄기의 원천이 되는 듯한 못에 손을 집어넣은 루드웨어는
생각보다 물이 차갑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당히 물이 차갑군요."
"음..아무래도 이곳이 만사곡에 있다는 전설의 승룡담 인 것 같군요."
"승룡담이요?"
루드웨어의 물음에 진천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룡담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 시
작했다.
"예. 만사곡은 수많은 종류의 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니 만큼, 용에 대한
전설도 없지는 않지요. 이 만사곡에서 일만년을 수행한 뱀들은 도력을 얻은 후
이 승룡담에 들어가 용으로 탈태를 한 후 하늘로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지요. 근
래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약 200년 전쯤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느정도 신빙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이계에서의 용이 자신이 살던 곳의 드래곤과 거의 비슷한 계념이라는 것을 알
고 있는 루드웨어는 상당히 흥미가 돌지 않을 수 없었기에 마나를 돋구어 승룡
담의 밑바닥을 흝어보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승룡담의 깊은 곳에서 상당
한 양의 마나가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오! 용이 되기 위해서 준비중인 이무기란 녀석인가?'
루드웨어는 이무기란 녀석을 불러내어 한번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진천
명과 여사랑의 이목이 있는지라 삼가 할 수밖에 없었다.
이계의 인간들은 용은 영물이라 하며 거의 전설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계곡의 윗쪽으로 올라기기 위해선 승룡담을 지나쳐 가야 되기 때문에 일행은
승룡담의 옆쪽의 작은 틈으로 향했는데, 그 순간 강한 마나의 기운이 못에서 솟
구쳐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쿠웅!!]
갑자기 못에서 큰 물기둥이 치솟아 오르자 일행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는데, 놀랍게도 그 물기둥이 사라졌을 때, 그 곳에선 엄청난 녀석이 모습을 드
러냈다.
"독각대망(獨角大 )!!"
"독각대망?"
"예. 전설로는 용이 되기 위한 이무기가 변한 구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 별 이상한 녀석들이 다 있군!"
못에서 드러낸 독각대망의 크기는 엄청났다. 그 머리의 직경만 해도 5척 정도가
되는되다가 물위로 모습을 드러난 길이만도 족히 2장은 넘은 듯한 길이였기에
얼마나 큰 녀석인가는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꺄아악!!"
여사랑은 독각대망을 보자 무서워서 진천명의 등뒤에 얼굴을 묻어버리고 있는
지라 싸울수 있는 사람은 진천명과 루드웨어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진천명은 여사랑을 업고 있는 지라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제
대로 싸울 수 있는 인물은 루드웨어뿐이였다.
"진대협은 일단 여여협을 업고 못의 윗 쪽으로 피하도록 하시오. 내 이 독각대
망이란 녀석을 상대해보도록 하리다!"
루드웨어는 진천명에게 소리치고는 허리에 매여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이 검
은 창조주가 이 세계로 내려오기 전에 준 보검으로 오리하르콘으로 십만번을
정련하여 만들어진 절세의 보검이였다.
그 형태는 이 세계의 형태를 따르고 있는지라, 루드웨어가 살던 대륙의 검과 비
교해서는 얇고 그 넓이도 좁았지만, 검에서 풍겨나오는 예기와 그 강도는 대륙
의 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검이였다.
"차앗!!"
루드웨어는 공중으로 몸을 날려 독각대망을 향해 검을 날렸는데, 엄청난 크기와
는 달리 독각대망의 움직임은 상당히 민첩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루드웨어의 눈
에서 그 모습을 감추며 물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헉!!"
녀석이 사라지자 루드웨어는 크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순간 자신의
바로 밑에서 물기둥이 치솟아 오르며 독각대망의 큰 입이 그를 집어삼킬 듯 치
솟아 올랐다.
"찻!"
도저히 공중에서 몸을 피할 수가 없는 모습이였지만, 루드웨어는 오른발을 들어
가볍게 허공을 찼는데 그 순간 마치 땅을 박찬 것 처럼 루드웨어의 몸은 앞쪽
으로 빠르게 튕겨져 날아갔다.
"헉! 허공답보(虛空踏步)!!"
진천명은 여사랑을 업고 못의 윗쪽으로 몸을 피하면서 루드웨어가 독각대망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독각대망이 물 속에서 입
을 벌리며 루드웨어의 바로 밑에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지 않
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루드웨어가 허공답보의 경공술을 이용하여 몸을 피하자 그 경
악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는데, 허공답보는 경공술의 극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경공도중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밟고 다시 몸을 날릴 수 있는 경
지이다.
무림에서 허공답보를 구사할 수 있는 최절정의 고수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
았기 때문에 진천명으로선 루드웨어가 허공답보를 시전하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놀라움은 진천명의 등에 엎어져 있던 여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자신 역시 경공술은 다른 것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껏해야 초
상비의 윗쯤에서 답설무흔의 아래쪽의 경지 정도밖에 이르지 못했는데, 서장에
서 온 주술사가 허공답보를 시전했기 때문이다.
독각대망은 루드웨어를 한 입에 삼켰을 것이라 생각하며 입을 닫아버리다가 애
꿎은 송곳니와 금이 가자 큰 괴성을 지르며 날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물 속에 감추어진 그 나머지 형채가 드러나니 그 길이는 6장은 넘을 듯
한 엄청난 크기였다.
"용이 다 되어가던 녀석이였나보군! 어디 창조주에게 배운 검술이나 한번 시전
해 볼까?"
루드웨어는 허공답보를 시전하여 몸을 앞으로 날린 후 간신히 착지하여 독각대
망의 주둥이 공격에서 벗어나곤 발광하는 녀석을 보며 새로운 검술을 시전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쿠오!!]
발광하던 녀석이 자신을 향해 큰 아가리를 벌리며 빠른 속도로 세도해 들어오
자 루드웨어는 한가지 검법을 생각해내고는 녀석의 아가리가 자신의 정면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루드웨어님 위험합니다!!"
진천명은 그 모습을 보고는 크게 놀라 소리쳤는데, 루드웨어는 안심하라는 듯이
왼손을 들어 흔들어 주고는 가볍게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독각대망은 한 순간에 그를 입에 삼켜버릴 듯한 기세로 덮쳐왔는데, 검을 앞으
로 내밀고 있던 루드웨어는 녀석의 송곳이네 검을 가볍게 갖다대는 듯 하더니
가볍게 검을 잡고 있던 손을 회전했는다.
그 순간 진천명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루드웨어의 검은 녀석의 송곳
에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몸집의 독각대망은 마치
검에 붙어있기라도 한 듯이 그 루드웨어의 몸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곤두박
질 쳐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은 서너번 계속 되었지만 루드웨어는 가볍게 검을 사용하여 녀석의
진행방향을 바꾸면서 곤두박질치게 하니 진천명으로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
었던 것이다.
"차력변동(借力變動)."
차력변동은 상대의 힘을 빌어 상대의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검법으로 루드웨어
가 익히고 있는 몇가지 검의 원리 중의 하나이다.
루드웨어는 검으로 독각대망의 달려오는 기세를 교모하게 변하게 함으로써 그
힘이 자신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가게 했고, 이런 연유로 독각대망은 애꿎은 땅을
박살내며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검술의 원리는 많이 알려진 기술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인간이 아닌 거
대한 존재인 독각대망을 상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주의가 요하는 일이였
다.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 된다면 대망의 아가리에 처박히기 때문에 자신의 검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기술인 것이다.
"격검(隔劍)!!"
어느정도 차력변동의 수법을 손에 익힌 루드웨어는 다른 기술인 격검을 사용하
기 위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는데, 그 순간 강한 검기가 일어나면서 독가대망의
머리를 향해 밀렸다.
[꾸에엑!!]
루드웨어의 격검에 날아오는 검기를 맞은 독각대망은 머리 윗부분에 긴 검상이
생기더니 시뻘건 피를 뿜어대며 괴로운 듯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음. 아무래도 격검의 마나가 조금 가한 것 같군."
루드웨어는 큰 상처를 입힐 생각은 아니였는데, 긴 상처가 생기자 자신이 격검
을 휘둘를 때 쓰인 마나가 조금 가했다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진천명은 이 모습을 보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독각대망을 가지고 노는
듯한 검술에 이어 루드웨어가 보인 것은 검의 강기를 날리는 기술로 내공이 3
갑자를 넘지 않으면 절대로 쓰지 못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자신도 미력하게나마 약간의 검기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검기를 사용하기 위해
선 자신의 모든 힘을 소비해야되는데, 루드웨어는 가볍게 검기를 날리는 것을
물론 그 만한 검기를 날렸음에도 아무런 피로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저 분의 내공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어느샌가 진천명은 루드웨어에게 자신도 모르게 경어를 쓰고 있었다. 그로서는
상상도 못한 기술과 검기를 사용하는 그가 은거한 전대고인이 아닐까 하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림에선 육십이 넘는 인물이라해도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러 모든 혈맥을 통과
시켜 환골탈태를 이루게 되면 그 모습은 젊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얼굴의
생김새로는 고수들의 나이를 추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각대망으로선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고는 검상으로 찢어진 머
리를 물속에 박아 넣고는 도망가려고 했는데, 역시 루드웨어는 저렇게 재밌는
상대를 그냥 보내줄 위인이 아니였다.
"어허 도망가려하다니 드래곤으로서 자존심도 없구나. 텔레키네시스!!"
녀석이 도망가려고 하자 루드웨어는 바로 텔레키네시스를 사용하여 녀석의 몸
을 마법으로 끌어들였고, 독각대망은 몸부림을 치며 빠져 나오려고 했지만, 녀
석의 마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끌려 오고 있었다.
"으앙! 지가 잘못 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으앙!"
독각대망에게 다시 한번 배운 검술을 시험해보려고 하던 루드웨어는 가볍게 검
을 들었는데, 그 순간 녀석의 입이 열리면서 애띈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 말도 할 수 있는냐?"
"끄헝헝헝..예. 5천년정도 수행을 쌓다보니 자연히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목이
트였다고요. 흐흑...살려주세요.."
독각대망은 텔레키네시스에 물 속으로 도망가려다가 강제로 끌려 나온 후 루드
웨어의 앞에서 몸을 낮추고는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말하고
있었기에 루드웨어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한다지...그냥 살려줄까?'
하지만 모처럼 재밌는 녀석을 만났기 때문에 그냥 보내주기에는 좀 그랬기 때
문에 조용히 물어 보았다.
"5천년동안 수행했으면 둔갑술도 어느 정도 할 줄 알겠구나?"
"예."
"그럼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을 하도록 하여라."
"예."
루드웨어에게 완전히 굴복한 독각대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기를 독각
에 집중 시켰는데, 그 순간 초록색의 연기가 생겨나며 녀석의 몸을 감싸더니 어
느 순간 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