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2부 -66-
한편 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각 영지에서 출발한 중제의 군대들이 괴이한 사태에 엄청난
피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제국 황실에 전해지자 제국대신들과 고위귀족들의 긴급회의가 열렸
다.
"각 영지에서 출발한 중제의 군대는 모두 한결같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공격을 설명하면
먼저 검은 안개와 같은 세뇌병기가 병사들을 세뇌시켜 아군의 병사를 공격한 후, 그 와중에
상잔하며 죽은 병사들이 언데드가 되어 다시 아군을 공격하게 하는 방법으로 참으로 비열한
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회의장에 모인 대신들은 이 것이 마도제국의 술수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지
만, 도대체 이 마법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다.
"문제는 검은 안개의 세뇌마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법을 파괴하지 못하는 한 어떠
한 전장에서도 승리를 점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
군무 부 대신의 말에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만약 이 세
뇌마법이 재군이 모인 안트라드평원에 펼처진다면, 제국군은 적과 싸워보기도 전에 서로간
의 상잔으로 무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궁정 마법사 마테우스는 사라진 레그르토의 후임으로 임명된 7서클 익스퍼트의 마법
사였다. 그는 전장에서 보내온 자료를 보며 고심해 보고 있었지만, 어떠한 마법의 서적에도
이러한 세뇌병기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에, 새롭게 나타난 신 마법이라고 밖에 설명을 할 수
가 없었다.
"마테우스님 이 세뇌마법에 대해서 알아보셨습니까?"
군무 부대신은 기대를 하며 마테우스에게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황궁을 비롯하여 대륙 마법 길드에 사람을 보내어 세뇌마법을 조사해보게 하였지만, 지금
까지 확실한 대답이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신종마법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신종마법이요?"
"예. 대륙에서 금지되어 있는 네크로멘서들의 흑마법의 일종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이미 네크로멘서에 대한 학술서적은 거의 폐기되어 있는 상태인지라. 조사가 쉽지 않아 네
크로멘서들의 흑마법이 확실하다해도, 그 마법을 디스펠 할 수 있는 기본공식조차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
마테우스의 말에 제국의 대신들은 답답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마테우스는 그들을 향해 한가
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륙마법길드외에 해결할 수 있는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흑마법을 해결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예. 확실하게 해결할 수있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저희들보다 대륙마법길드보다 한 수 위
의 단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칠인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의 말에 한 대신이 칠인회를 언급했고 마테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칠인회는 비밀마법조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성신의 교리에서 벗어난 마법연구가
가능한 집단이지요. 그들이라면 네크로멘서의 흑마법에 대한 자료가 대륙마법길드보다 많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칠인회를 확실히 신용하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다 문제는 칠인회에 대한 제국의 신용도였다.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만큼 그
들과 연결되어 있는 줄이 없는 제국으로선 그들을 찾는 것에 앞서 과연 그들을 신용할 수있
는가가 문제였고, 이러한 세뇌마법이 칠인회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단정짓는 것도 무리가 있
었다.
신종마법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단순히 뛰어난 마법사 한 명이 연구를 해서 만들어 낼 수 있
는 것이 아닌 수많은 마법사들이 고심을 통해 마법공식을 연구하고, 상당한 시간동안의 실
험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였기에, 그러한 힘을 지닌 칠인회가 의심이 가지 않는 것
은 아니였다.
하지만 대륙마법길드의 소속원치곤 칠인회가 흑심을 품고 있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현재의 대륙을 주름잡고 있는 마법길드가 대륙마법길드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칠인회가 마
음만 먹는다면 대륙 최고의 마법길드로 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법사들이 대다
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분들께서는 불사의 염원이란 단체를 아십니까?"
"불사의 염원이라면 대륙 전체에서 비인륜적인 마법실험을 자행하던 단체가 아닙니까? 전설
의 용병 블로드스톰에 의해 그 조직이 붕괴되었다는 단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마테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예. 분명 불사의 연원이란 단체는 블로드스톰에 의해 붕괴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단체의 협조가 있었습니다."
"설마...칠인회가?"
"예. 일부의 고위마법사들 밖에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입니다만, 그들의 붕괴에 칠인회가 어
느정도 힘을 보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 할
지라도 단체의 협조가 없이 혼자서 어떻게 수백년을 이어온 단체는 붕괴할 수 있었겠습니
까?"
마테우스의 말에 대신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블로드스톰이란 용병이 인간으로선 상상
도 못할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혼자로서 대륙 곳곳에 산재해
있던 불사의 염원이란 단체를 붕괴시켰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타나는 그들의 일을 보면 제국에 호의를 가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도제국의 이 비열한 술수가 사악한 흑마법에 속
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칠인회에 협조를 받아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됩니
다."
마테우스의 말에 모든 대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마테우스님께 모든 권한을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국의 황실회의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었을 때 칠인회에서도 세뇌마법 때문에 큰 소란
이 일고 있었다.
"라디안님! 큰일 났습니다!!"
칠인회 정보부 소속 리차드는 이번에 받은 정보를 보며 놀라서 라디안의 집무실을 박차고
들어왔다.
"뭐야?"
리차드가 갑자기 겁도 없이 자신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물었
는데, 잽싸게 양피지를 건네주며 자신의 죄를 무마한 그는 화급하게 소리쳤다.
"도..도난당한 헤른드님의 연구가 나타났습니다!"
"뭐야?"
자료실에서 도난 당한 스승의 연구가 나타났다는 말에 라디안은 급히 그가 건네준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양피지에는 제국에서 파견된 중제의 군대에 대한 사항이 적혀 있었는데, 거기
에 제국에 상당한 피해를 입힌 마법중에 검은 안개의 세뇌마법에 대한 것이 적혀 있었다.
"이런..."
헤른드 라비에타가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를 다시 인간으로 돌리기 위해 실험을 하는 도중
에 나타난 현상, 그것은 바로 어둠의 기운에 의한 세뇌였다.
정신마법계열의 공식과 함께 어둠의 기운을 형상화 시켰을 때 나오는 현상으로 이 형상화된
어둠의 기운에 씌인 인간은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로 변하지는 않지만, 일족의 정신 세뇌가
일어나게 된다.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와 같이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 기
운이 대규모의 군대를 상대로 행하여진다면 살심이 증가하게 되고, 시술자의 명령이 떨어지
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상대에게 살수를 행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인간의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하나
만으로도 상당한 병기가 된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이 마법이 행하게 되면 어둠의 기운은 그들을 보호하는 어둠의 장막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는 신성에 대한 저항력을 높아져서 보통의 신성력으론 이들의 상태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치료 또한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칠인회의 대다수의 인원을 투입해도 찾지 못했던 것이 총회주가 전쟁을 일으킴과 동시에
그의 편에서 나타나자 라디안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신성제국의 군대에게 나타났다면 루드웨어 측에 그 자료를 훔친 조직이 존재한다는 뜻
이기 때문이다.
"리차드."
"예."
"급히 루드웨어님에게 통신을 연결해라!"
라디안의 명령을 받은 리차드는 급히 대답을 하고 집무실을 나갔고, 라디안은 자리에 앉아
곰곰히 이 일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만약 루드웨어님마저 모르는 일이라면, 무엇인가 엄청난 조직이 이 전쟁을 이용하여 일을
꾸미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정보의 중요성을 대륙에서 가장 먼저 깨달아 가장 방대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칠인회의
눈에도 띄지 않는 단체라면, 결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였다.
"2회주님 3번 마법구슬로 총회주님을 연결했습니다."
"알았다."
비서실에서 루드웨어와 통신구슬이 연결됬다는 말이 들리자 라디안은 3번 구슬에 가볍게 손
을 갖다댔고, 그 순간 푸른빛이 어른거리면서 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그는 바로 루드
웨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요즘에 조금 바쁘니 왼만하면 연락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루드웨어는 통신구슬로 라디안의 얼굴을 보자 마자 귀찮다는 듯이 투덜거렸는데, 이미 익숙
해질데로 익수해진 라디안인지라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했다.
"총회주님. 근래에 총회주님 근처에 비밀 단체가 하나 접근해 오지 않았습니까?"
"얼래 그건 어떻게 알았냐?"
루드웨어는 갑작스런 라디안의 질문에 크게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총회주님이라면 어떤 녀석들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죠?"
"응. 아무래도 네크로멘서 계통의 녀석들 같던데?"
"네크로멘서라면 오성신의 규율에 어긋나는 자들이라 대륙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무슨 소리. 녀석들도 마법의 한 계통이라고 어쩌면 그 중독성은 보통의 마법보다 더하면
더할 것이 네크로멘서인데 그들이 쉽게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나?"
루드웨어의 말에 라디안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원소계의 마법을 배우는 것도 어
느정도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둠의 계통의 흑마법은 그 연구가 제대로 이
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인지라. 칠인회 내에서도 네크로멘서 계열의 마법을 연구하는 자가
적지 않았고, 사장된 마법을 발견한 다는 것은 마법사로서는 상당한 즐거움이였기에, 요즘은
네크로멘서 계열의 흑마법을 연구하는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네 녀석이 나에게 연락을 할리는 없고 도대체 무슨
일인데?"
"총회주님 아무래도 그 네크로멘서들이 헤른드님의 연구자료를 훔쳐갔던 것 같습니다."
"뭐? 헤른드의 연구자료라면 어둠의 기운을 이용한 세뇌안개?"
"예. 제국의 각 영지에서 평원으로 향하는 중제의 군대의 반 이상이 그 세뇌안개와 언데드
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음.."
그 말에 루드웨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라디안을 보며 말했다.
"근래에 연출력이 뛰어난 멘피드란 자가 중제의 군대가 평원에 도착하기 전에 반으로 줄어
든다고 해서 허락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세뇌의 안개를 쓸 줄은 몰랐군."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라디안은 루드웨어가 하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루드웨어가 멘피드란 자가 네크로
멘서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힘을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회주는 생각이 있으십니까? 네크로멘서들은 오성신 전체가 금지하고 있는 자들인데
그들의 힘을 받아 들이다니요!!"
"별 수 없잖아. 그냥 싸우다간 중제의 군대를 당할 힘이 없는 걸 어떻게 하라고!"
"그래도 이 전쟁에 승리한다고 해도 오성신의 신성군대를 상대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뭐 그거야 대충 처리하면 되겠지 했지.."
"윽.."
라디안은 루드웨어의 대책 없는 말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에잇! 전 이제 모릅니다! 어차피 녀석들이 헤른드님의 연구자료를 악용한 이상 가만히 내
버려 둘 수 없으니 신성제국에 칠인회 마법병단을 지원하겠습니다!"
"어이 라디안! 그건 또 무슨말이야!"
"처음부터 이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은 드렸습니다만, 네크로멘서 녀석들은 신성제
국이 아닌 우리 칠인회를 도발했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군요. 총회주님 부디
몸 조심 하시기를 바랍니다."
"야! 네 녀석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거야!"
"어떻게라니요? 이제 총회주님 뒷바라지 해드리는 것도 질렸습니다."
"젠장! 넌 해고다. 이 자식아!"
라디안의 막나가자 루드웨어는 통신구슬을 부여잡고 뻔뻔하게 얼굴을 돌리고 있는 라디안을
보며 소리쳤는데, 해고라는 말을 듣던 라디안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해고요? 좋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루드웨어님도 총회주의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뭔 개소리냐 그건!"
"7인회의 탄핵소추권을 발동하여 일곱 회주 중 다섯명이 찬성하면 총회주님을 쫓아 낼 수
있다는 거죠. 뭐 일만 저지르는 총회주보다야. 제가 다른 회주들에게 지지율은 높으니까 충
분히 가능한 일이겠지요."
"젠장!"
라디안은 의미심장은 미소를 지었고, 그에 반해 루드웨어의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지고 말았
는데, 천천히 통신구슬로 고개를 돌린 라디안은 그를 보며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이며 말했
다.
"뭐 7인회에서 마법병단을 신성제국에 보내지 않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엉? 어이 라디안 우리 화 풀고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그게 뭔데?"
라디안의 말에 루드웨어는 비굴한 표정으로 손을 비비며 말했다. 만약 7인회에서 신성제국
에게 마법병단을 보내면 네크로멘서의 활약으로 그나마 우위를 보이던 전쟁상황이 또 다시
뒤집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크로멘서 조직의 수뇌부를 잡아 칠인회로 보내 주십시오."
"응?"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요. 네크로멘서 조직의 수뇌부를 잡아 칠인회로 보내 주십시오!"
"무슨 소리야! 칠인회 정보망에도 걸리지 않는 그들을 내가 어떻게 잡아 네 녀석에게 보낸
다는 거야?"
루드웨어는 라디안의 말에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라디안은 단호했
다.
"무슨 소리입니까? 그들이 총회주님에게 접근 한 것만으로도 그들의 수뇌부를 알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녀석들은 나에게도 정확한 정체를 알려주지 않고 있단 말이야."
"바로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총회주님의 일인겁니다. 그럼 한달 후에 다시 뵙기로 하겠습니
다. 만약 그때까지 제대로 된 정보나 그들을 잡아 오지 못한다면, 바로 신성제국으로 마법병
단을 보내겠습니다. 그럼.."
"야.."
라디안의 말에 루드웨어는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는 들어보지도 않고 통신 구슬을
끊어버리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루드웨어님이라면 어느 정도 일은 처리해 주겠지만, 음....역시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군."
강제로 맡겼다고는 해도 분명 루드웨어는 투덜거리면서 이 일을 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역
시 불안감을 느낀 라디안은 또 다른 한사람을 루드웨어의 곁으로 보낼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