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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118화 (118/247)

드래곤의 마법사 2부 -63-

"부탁입니다. 시크라님.."

"음.."

잠시 진군을 정지한 후 총사령관인 유리스백작의 막사에는 하렌트장군과 함께 붉은 머리의

청년 시크라에게 무엇인가를 간곡히 부탁을 하고 있었다.

시크라는 그들의 부탁을 들으며 고민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그들의 말을 들으면

말단 보급병 신세는 면하겠지만, 어쩌면 차리리 보급병이 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용심(龍心) 상 역시 말단 보급병은 할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 시크라는 고

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부탁을 받아주기로 하며 말했다.

"좋다."

"감사합니다."

시크라가 승낙을 하자 두 사람은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사실 이 두사람의 이런 방법은 루드웨어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시크라의 검술 실력이 상

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두 장군에게 말한 그는 시크라를 말단 보급병으로 몇일 끌고

다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일선의 지휘관으로 승격시키라고 말했던 것이다. 분명

시크라는 말단 보급병에 자존심이 상하다가 두 사람이 부탁을 하면 못 이기는 척하며 받아

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두 사람은 신성제국에 비해 뛰어난 무장이 부족한 연합에서 시크라 같은 인재를 썩히는 것

은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번 보급대 습격사건으로 시크라에게 일선 부대의 지휘권을 맡기게

한 것이다.

또 시크라가 맡을 부대는 조금 문제가 있는 부대였다. 워낙 가지각색의 나라에서 온 군대인

지라. 일선 병사의 경우에는 지휘관의 말을 제대로 듣는 편이였지만, 기사들의 경우에는 연

계작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서로들 자신들의 국가에선 내노라하는 기사들이였는지라 쉽게 남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유리스와 하렌트의 경우에는 나이도 있고, 어느정도 중소국가 사이에서 명성이 있고 거기다

가 황제에게 까지 총애를 받고 있었기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그들 이외의 다른 장수들의

명령은 어느 왕국 출신이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지라 시크라 같은 루드웨어와 함께 온

중소국가 출신이 아닌 장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시크라가 단숨에 지휘관으로 오르는 덕에 덩달아 말단 병사에서 조금 지위가 오른 자들도

있었는데 바로 시크라의 벗이 되어버린 그로인왕국의 리데스, 카트러스 왕자였다.

병사들이 입는 허접한 레더아머에서 단숨에 기사들이 입는 플레이트아머를 입고 말까지 보

급받은 두 사람의 입은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있었다.

역시 겉만 번지르했던 두 사람이였기에, 이런 겉 모습은 상당히 중요했던 것이다. 리데스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조금 지나쳐 말단 병사였을 땐 다 죽어가는 눈빛이였는데 반해 지금은

반짝반짝한 눈망울로 누군가 다가오기만 해도 검을 휘두를 정도였기에, 역시 옷은 날개와

함께 분위기 쇄신의 역할도 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두 왕자의 호위를 받으며, 멋드러지게 갑옷을 입고 간 곳은 여러 가지 색깔과 종류, 모양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과연 각 기사단에서 한 칼 하는 인재들이 모여 있는 만큼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예기는

눈으로만 봐도 느껴질 정도였지만, 한 기사단의 소속이 아닌 만큼 무리별로 나누어져 혼잡

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시크라와 두왕자가 말을 몰고 나타나자 잠시 시선을 주는 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그것이 조금 마음에 안 드는지 전투를

코 앞에 두고도 갑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기사들도 보이고 있었기에 시크라로선 괜히

머리 아픈 일을 맡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기분 나뻐진 시크라는 말에서 내려 근처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기사의 옆구리

를 발로 차면서 말했다.

"야! 여기 책임자 어딨냐?"

"이 자식이! 어디다 발길질이야!"

시크라의 발에 옆구리를 채인 기사는 성질을 내며 벌떡 일어나서는 주먹으로 칠 기세를 보

였지만 시크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보며 천천히 다시 물었다.

"책임자가 어디있냐고 물었다."

"헉!!"

다시 시크라의 질문을 들은 기사는 그 순간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주저 앉고 말았는데, 시크라가 다시 되물으면서 음성에 드래곤피어의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저..저기에.."

두려움을 가득한 얼굴로 떨고 있던 기사는 힘들게 몸을 들어서 한쪽의 막사를 가리켰고, 시

크라는 미소를 지으며 두 왕자와 함께 책임자가 있는 막사로 들어갔다.

시크라가 들어간 막사에는 세명의 기사가 사이좋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는데, 신성제국을

대외적으로 망신시킨다는 대국민적인 놀음인 거스탑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젠장! 또 쌌다!"

"크크크 이거 미안하게 됐군. 역시 아론 니가 내 봉이다 봉."

세 사람은 놀음에 빠져 막사 안으로 시크라가 들어오고 있는 것도 모르고 놀음에 열중하고

있었기에 작은 한숨을 쉰 그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거스탑의 패가 놓여져 있는 담

요를 빼어 버려서는 판을 엎어버렸다.

"엥?"

"뭐야 이자식은?"

갑자기 빨간머리의 애송이가 잘나가고 있던 판을 엎어버리자 세명의 기사는 성질을 내며 자

리에서 일어났는데, 시크라는 그들에게 양피지를 하나 던져주고는 말했다.

"난 오늘부로 연합 제 1 기사단의 단장으로 부임한 시크라다."

"젠장 또 머리 아픈 새끼가 들어왔군. 야! 우린 단장같은건 필요없으니 딴데가서 놀라고. 자

하던거나 계속하자고."

단장이란 말에 세 사람은 성질을 내던 것을 멈추고는 못 볼 것을 봤다는 얼굴로 패를 줏으

며 다시 거스탑을 하려고 했지만 어찌 시크라가 이것을 가만히 보고 있겠는가? 다시 자리에

앉으려고 등을 보인 기사를 보며 그는 발을 들어서는 그의 머리를 발꿈치로 정확히 찍어버

렸다.

"꾸엑!!"

시크라이 다리찍기에 당한 기사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고, 나머지 두 기사는 갑작스

러운 사태에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근처에 있던 검을 뽑아 들고는 소리쳤다.

"이 자식이 단장이면 다야!"

"다다!"

검을 뽑은 한 기사는 규율이 엄하기로 유명한 신성 제국에서도 금지하는 군대내의 구타를

단장이란 자가 노골적으로 행하자 그의 허벅지를 향해 검을 휘둘렀는데, 가볍게 한걸음을

뒤로 옮겨 검을 피한 시크라는 강철 건틀릿으로 그의 안면을 강타하며 두 번째 혼절자를 만

들고, 이어 뒷차기로 나머지 한명을 차서 막사 밖으로 날려 버렸다.

"끄악!!"

[쿵!!]

갑자기 부단장들의 막사에서 소란이 일더니 부단장 중 한 명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막사에

서 튕겨나 날아와 땅으로 처박히자 주변에 있던 기사들은 이 상황에 놀라 모두 부단장 막사

를 처다 보았다.

밖으로 날려간 부단장이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막사 안에서 나머지 두

명의 부단장의 뒷덜미를 잡고 한 명의 빨간머리의 기사가 나와서는 그들을 밖으로 내던지자

다른 이들은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닥으로 내동댕이 처지자 간신히 정신을 차린 두 명의 부단장은 아픈 곳을 부여잡고는 천

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시크라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젠장!"

"이 폭력 단장녀석! 죽여 버리겠어!"

"각오해라 이 빨간머리 애송아!"

세 사람은 분노를 차지 못하고 시크라를 보며 욕을 하면서 근처에 있는 기사들에게 손짓을

하여 검을 받아 들고는 그를 향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각 왕국에서 모인 내노라하는 기사들이 모인 만큼 행실에 조금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세명

의 부단장의 몸에서 느껴지는 투기는 과히 일류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의 투기를 느끼며 기분 좋게 미소를 지은 시크라는 두명의 왕자를 보며 말했다.

"리데스, 카트러스 저 건방진 녀석들을 어떻게 해줄까?"

"응? 우리가 말하는데로 할꺼야?"

"응."

"그럼 조금 건방진 녀석들 같으니까. 벗겨서 스트립쇼나 시켜주라고."

"그거 좋은 생각이다. 카트러스."

"굳 아이디어지 뭐 푸하하하."

카트러스는 시크라의 말에 자기만족감을 느끼면서 큰 소리로 웃었지만, 시크라에게 갑작스

럽게 봉변을 당한 세 부단장의 경우에는 스팀이 팍팍 터져 나오는 소리라고 할 수 있었다.

"개 자식들! 세 녀석 다 죽여주지!"

더 이상 참지 못한 금발에 잘생긴 외모를 가진 부단장이 소리를 지르며 시크라를 향해 뛰어

들었고, 그가 움직이자 나머지 두 부단장도 동시에 세도해 들어갔다.

"합!!"

자신의 가슴을 향하여 금발의 부단장의 검이 찔러오자 시크라는 가볍게 몸을 회전시켜서 검

을 피하고는 몸을 낮추어 그의 발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넌 이제부터 내검이다!"

"우악!"

시크라는 미소를 지으며 부단장의 다리를 마나를 주입했는데, 보통 이 시대 기사들의 갑옷

은 다리에서 목까지 한 세트로 되어 있는 플레이트아머인지라 순식간에 금발의 부단장은 몸

이 뻗뻗해 지고 말았다.

검의 명가들은 하늘거리는 버드나무도 마나를 주입하여 검 대신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시크라는 한 수위의 재간을 부린 것이다.

물론 인간의 몸은 버드나무와는 다르게 피가 돌고 있기에 남의 몸에 마나를 주입하여 경화

시크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갑옷과 갑옷 아이의 간격을 마나를 통하

여 강제 흡착 시켰기에 지금 그는 영락없이 나무 막대와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시크라가 한명의 부단장을 사로 잡아서는 검으로 사용하자 두 분단장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잡혀있는 자의 몸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백칠십은 넘는키였고, 거기에 플레이트아머까

지 착용한 상태라면 무게는 백킬로그램을 훨씬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무게에도 시크라의 얼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고, 마치 검을 다루는 듯이 몇

번 허공에 휘둘러본 시크라가 만족한 얼굴을 하는 것을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거 꽤 괜찮은 검인데? 어이 어때 오늘부터 넌 내 전속검이다."

"이 새끼 당장 안 놔!"

"어라 검이 반항을 하네?"

조금 기분이 나뻐진 시크라는 근처에 있던 막사에 인간검을 휘두르며 학대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에고소드 같은데 정신을 못차리는군! 역시 에고소드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니까!!"

"끄억!! 끅!!'

괜히 반항했던 부단장 기사 에고 소드는 막사에 얼굴을 강타당하며 괴로워해야 했다. 한 십

여대 막사에 후려갈기니 금발의 부단장은 조용해 졌고, 시크라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검신

을 쓰다듬듯이 부단장의 플레이트 아머를 쓰다듬으며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야 조용해 졌네. 자 다음에는 방패나 골라볼까?"

"헉!"

그제서야 시크라의 엄청난 능력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섬뜻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녀석이 좋으려나...아! 무기는 벗길 수 없으니 한 명은 역시 스트립쇼를 해야겠군. 시

크라 마음 좋아졌다. 자 선택을 하라고 내 방패를 하겠냐 아님 벗겠냐?"

"큭...."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두 사람으로선 최후의 방법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서

로의 눈을 바라보더니 동시에 무릎을 꿇고는 시크라를 보며 소리쳤다.

"단장님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응? 뭐야 그건 두가지가 다 아니잖아."

"제발 저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음...뭐 그럼 이정도만 할까?"

그렇게 말한 시크라는 대충 이정도로 끝내기로 생각하고는 부단장 에고 소드를 등에 걸치고

는 다른 기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난 이번에 연합 제 1 기사단 단장으로 부임한 시크라다. 뭐 나도 이런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지만, 너희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두 장군인 유리스와 하렌트의 부탁도 있고 해서 잠

시 단장직을 맡게 되었다. 일일이 너희들을 간섭할 마음은 없으니 평소 하던데로 노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일단 전장터에 나가면 그 녀석은 나의 무기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해라. 이 건방진 에고소드처럼 말이야."

그렇게 말한 시크라는 부단장 에고 소드를 들어 엉덩이를 몇번 치고는 사람들을 향해 미소

를 지었고, 그 엽기적인 모습에 다른 기사들을 할 말을 잇지 못했다.

고개를 돌린 시크라는 두명의 부단장을 보며 물었다.

"이름!"

"예. 페로인 왕국의 제 3 기사단장의 직위에 있다 이번에 연합 제 1 기사단의 부단장 직을

맡은 길버트 드 가라드라 합니다."

"멘트라공국의 제 2 기사단장의 직위에 있다 이번에 연합 제 1 기사단의 부단장 직을 맡은

아론 드 보네스라 합니다."

"길버트, 아론이라 음 외우기는 쉽겠군. 그래 너희들의 첫 번째 명령을 내리겠다."

"예. 말씀만 하십시오."

"가서 대장장이에게 내 검에 맞는 검집 좀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라."

"예?"

길버트와 아론은 그가 들고 있는 검이 자신의 동료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시크라의 초롱초롱한 눈에서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잃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

고는 뒤로 돌아 군의 대장장이에게 뛰어 갔다.

불쌍한 동료가 에고소드로 전락한 것을 슬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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