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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116화 (116/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61-

    루드니아의 궁에서는 준호의 일행이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큰일이군요. 연극으로 시작된 일이 이렇게 큰 전쟁으로 번졌으니 말이에요."

    그 말에 콜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준호의 말에 수긍을 했는데, 이에 반해 실레이드는 아무

    렇지도 않다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

    "어차피 대륙에서 전쟁으로 인간들 수만이 죽는 거야 언제나 있어 왔던 일이 아닌가? 뭐가

    그리 고민이야?"

    "무슨 말이에요?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으로 변했지 않

    습니까?"

    준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는 실레이드의 말을 좀처럼 이해 할 수가 없어서 반박

    하고 있었는데, 이에 반해 실레이드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너에게 묻지. 넌 이 전쟁이 우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이지요. 애초에 차원도사님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루드웨어님이 그로인왕국으로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요?"

    하지만 실레이드는 준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습군. 도대체 한나라를 이방인이 점령했다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지? 그것도 정

    작 그로인 왕국의 국민들은 가만히 있는데, 제국이 일어나고 왕국의 근처에 있던 소국들은

    모두 이방인을 지지하며 제국과 싸우는 전쟁이 말이야?"

    "그건.."

    "준호군. 자네가 보기에는 이 일이 우리의 연극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아닐세 어

    차피 제국과 120개 중소국가와의 전쟁은 예견된 일이네, 우린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

    이지."

    "그런..."

    "만약 제국이 120개 중소국가에게 선정을 펼쳤다면, 또 중소국가에서 신성제국에 대한 불만

    이 없었다면, 애당초 우리가 그로인왕국을 빼앗았다고 해도 이런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120개 중소국가는 몇백년이 지속되어온 신성제국이 중소국가에 대한 압박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루드웨어가 그로인 왕국을 빼앗음으로서 터져 나온 것에 지나지

    않아. 만약 루드웨어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중소국가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태어났다면 이번과 같은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실레이드의 말에 준호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라 하나를 빼

    앗았다고 일어난 전쟁치고는 양상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였다.

    이방인에게 자신들의 우방국이 점령당했음에도 그들은 이방인을 지지하며 오히려 그들을 도

    와준다고 중제의 군대를 파병하는 제국의 군대에 대항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어차피 일어날 전쟁이야. 그런 것이 일어났다고 머리를 싸잡고 고민하고 있다니 한심해서

    참."

    실레이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 일어나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

    다. 콜리드는 계속 고민에 잠겨 있는 준호를 보며 말했다.

    "준호군."

    "예."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닌가?"

    "예?"

    갑작스럽게 이 전쟁이 잘된 일이라고 말하는 콜리드의 말을 준호는 이해할 수가 없어 되물

    었다.

    "만약 120개 중소국가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자가 국가들을 병합하여 제국에 대항했다

    면, 사람들의 피해는 이번에 일어날 전쟁보다 더 컸을 것이 분명하네, 하지만 루드웨어는

    120개 중소국가에선 이방인에 속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그에게 동조하기는 했지만, 그에

    게 동조하지 않는 많은 국가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오히려 우린 거대한 전쟁을

    축소시켰다고 할 수 있지."

    "그런..."

    콜리드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지자 준호는 고민에 잠겼고, 리안나는 조용히 그의 손을 잡으

    며 말했다.

    "준호씨."

    "리안나. 난 좀처럼 이해 할 수가 없어. 왜 두 분은 이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거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하는 전쟁인데 말이야."

    준호는 이계의 세상에서 이곳으로 오면서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의 혼란은 좀처럼 빠

    져 나갈 수 없었다.

    과거 인류의 조상이였던 지구도 수많은 전쟁에 휩싸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

    기에, 그는 학교에서 전쟁의 패악에 대해서 많은 교육을 받아 왔고, 그것이 얼마나 잘 못된

    것인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은 전쟁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 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인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했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잡하지가 않는 준호였

    는데, 리안나는 조용히 그의 손을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맹수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싸움을 한답니다."

    "하지만 그건 맹수잖아. 인간은 이지를 가진 존재라고 힘보다는 펜을 앞세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말에 리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은 먼 훗날의 일이지요. 만약 인간이 이지로써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하러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모는 전쟁을 하겠어요."

    "하지만 노력하면 돼잖아!"

    "모든 사람이 준호씨와 같은 생각을 알게 된다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검의 힘이

    우선시되고 있는 시대랍니다. 준호씨가 살고 있는 곳의 모든 분란이 인간의 이지로써 해결

    된다면 이곳은 검으로써 해결되는 곳이랍니다. 하지만 수많은 전쟁 뒤에 그들도 깨닫게 되

    겠지요. 전쟁이 얼마나 슬픔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일인가를 말이에요."

    준호는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를 어쩌면 이곳에서 부합시키려 하는 것부터 잘못 된 것이 아

    닐까 생각되었다.

    과거 스페인의 군대는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적이 있었다. 총을 가진 스페인의 군대들은 잉

    카 제국의 사람들은 그들을 미개인으로 보았기에 일어난 사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문화의

    차이일 분이였다.

    수많은 전쟁으로 얼룩지며 살상무기가 발전한 유럽의 문화와는 달리 잉카제국은 무기문화의

    발전이 아닌 다른 문화가 발달해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문화에 익숙한 준호는 지구의 중세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이 곳의 문화를

    열등하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어떤 문화라고 하더라도 열등

    한 것은 아니다. 그 문화는 그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화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이 발전한 지식으로 이루어진 준호의 미래의 문화가 오히려 이곳에서는 열등한 문

    화 일 것이다.

    문화는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화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였는지라. 잠시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하고는 준호의 궁전의 정원으로 나와 사색에 잠기고 있었는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을 때

    루드니아가 정원으로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은빛의 미쓰릴 갑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전쟁의 여신과도 같았지만 왜 그녀가 매일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입고 다니는지 이상한 준호였다.

    "루드니아님!"

    "아! 준호씨 여기서 뭐하세요?"

    "그냥 바람이나 쌔고 있었지요."

    "호호 저도 바람이나 쌔러 나왔답니다."

    루드니아는 그 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웃음을 지었고, 그 모습에 준호

    는 환상같은 모습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루드니아님은 긴장되지 않으세요?"

    "긴장이라니요?"

    "얼마 안 있으면, 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을 하러 가시잖아요."

    "아! 뭐 조금 머리가 아프기는 하네요."

    루드니아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준호는 황당함을 느낄 정도였다. 어떤 사람이라도 큰일을

    하기 전에는 어느정도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루드니아에게선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였다.

    "루드니아님은 대단하시군요."

    "대단하다니요?"

    "제가 만약 루드니아님과 같은 상황이였다면, 긴장되서 어쩔 줄을 몰랐을거에요."

    "호호호."

    준호의 말에 루드니아는 또 다시 웃음소리를 내며 조용히 말했다.

    "그나저나 준호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랭귀지 마법을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이

    곳 분이 아니신가봐요?"

    "예. 조금 먼 나라에서 어쩌다가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요."

    "음. 그랬군요."

    그제서야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는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는 그녀가 생각하고 있

    는 전쟁에 대해서 알고 싶었기에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답해 주실 수 있나요?"

    "뭐 할 수 있는 것이라면요. 물어보세요."

    "루드니아님은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전쟁이요? 음...어려운 질문이네요."

    한참을 준호의 질문에 대해서 고민에 잠긴 루드니아는 생각났다는 듯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욕심꾸러기가 싸우는 것이라고 할까요?"

    "예?"

    그녀의 얼토당토 하지 않은 대답에 준호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이란 나라와 나라간의 싸움이잖아요, 뭐를 얻으려고 하던 얻는게 있으니 한쪽이나 양

    쪽에서 그것을 얻기 위해 싸우는 것, 그게 전쟁이 아닐까요?"

    그녀의 말은 조금은 전쟁에 원론적인 것이라서 준호의 의도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사실

    그 정도의 대답도 천하의 루드니아에게는 잘 나온 대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다시 질문할께요. 전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그 말에 루드니아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아니지요. 전쟁자체는 아무 것도 쓸모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왜 전쟁을 하는거죠?"

    "음...전쟁말고 다른 방법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대화나 협약으로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있잖아요."

    준호의 말에 루드니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말이나 협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똑같지 않듯이 나라와

    나라도 똑같을 순 없으니까요. 대화란 서로간의 어느정도 의견이 비슷해야 성립되지만, 그렇

    지 않을 경우는 성립되지 않는 방법이니까요."

    루드니아는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루드웨어의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제대로 된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에 대해서 미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눈 후라면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게 됬을까 하는 생각이

    기특하게도 루드니아에게 생각이 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조금은 루드웨어를 미워하던 마음이 사라진 루드니아였지만, 이내 자신

    의 몸을 감싸고 있는 귀찮은 미쓰릴 갑옷에 생각이 미치자 금새 루드웨어가 미워지기 시작

    했다.

    "아무튼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이만.."

    "예. 저의 질문을 답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준호의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루드니아는 궁의 정원을 빠져나와 원래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갔다. 루드니아가 가려고 했던 곳은 궁안의 연병장이였는데, 이미 밤이 다 되어가는지라 연

    병장에는 단 한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루드니아는 한쪽에 세워진 목검을 들어서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목검에선 무지개빛이 새어 나왔다.

    "하압!!"

    그녀가 마나를 주입한 검을 휘두르자 하늘 높이 무지개빛의 검기가 빛을 내며 치솟아 올라

    갔는데, 한 밤중에 빛나는 그녀의 검기는 폭죽과 같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차앗!!"

    또 다시 마나를 주입하여 그녀가 하늘로 쏘아올린 기술은 그리터, 무지개빛의 섬광이 하늘

    로 일직선으로 치솟아 올라 빛의 기둥을 만들었고, 사방은 무지개빛의 세상으로 변했다.

    "휴. 이제야 마나를 모두 되찾았네."

    기억을 찾은 후에도 루드니아는 자신의 원래의 마나를 모두 되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이제 다원소드래곤의 모든 마나를 되찾게 된 것이다.

    검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세워 놓은 루드니아는 이제부터 있을 루드웨어의 싸움에 대해

    서 생각했다.

    '루드웨어를 이길 수 있을까?'

    물론 그녀의 마음에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루드웨

    어는 정말 드래곤들도 부러울 정도로 많은 능력을 가진 최고의 마법사였기 때문에 그를 상

    대로 싸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였다.

    하지만 이렇게 진다는 것은 너무 억울했다.

    '헤츨링 낳게 해준다면 용서해 줄 수도 있는데...'

    아직도 헤츨링의 꿈을 잊지 못한 루드니아였다. 나쁜 루드웨어는 아내의 이런 간절한 희망

    을 무시하는 나쁜 남편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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