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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113화 (113/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58-

    성기사대회의 결승전, 이제 그 길었던 전사들의 접전은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루드니아와 레비나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레비나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있었기 때문에 루드니아

    로서는 조금 기분이 안 좋았다.

    물론 자신이 한 일이기는 하지만 천하의 다원소드래곤을 상대하는 자가 이렇게 딴 곳에 정

    신을 팔고 있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이다.

    시합 시작전 서로간의 정정당당한 경기를 비는 악수를 하기 위해 경기장의 가운데로 모일

    때 루드니아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깝군요. 당신이 레그르토를 죽이길 바랬는데 말이에요."

    "예?"

    레비나는 갑작스런 루드니아의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슬라우터 마인드 마법을 알고 계시나요?"

    "예?"

    "슬라우터 마인드 마법은 일종의 정신마법으로 싸우고 있는 상대에게 자신도 모르게 죽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죠."

    "설마..."

    "호호호. 생각보다 당신에게 마법이 잘 통하는 것 같더군요."

    그제서야 레비나는 자신이 왜 레그르토에게 살기를 띄웠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신

    의 눈 앞에 있는 루드니아란 여인이 자신에게 슬라우터 마인드란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였

    다.

    "도..도대체 왜.."

    "호호호호."

    레비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보며 물었지만, 루드니아는 간드러진 웃음을 남기며 자신

    의 자리로 돌아갔고, 레비나는 그녀에게 대한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녀 때문에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게 된 레비나로선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을 것이다.

    자신의 자리로 들어선 루드니아는 레비나의 몸에서 강한 살기가 뿜어 나오는 것을 느끼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조금 싸울만 하겠네.'

    그녀는 레비나에게서 전의가 느껴지질 않자 자신이 한 일을 말함으로써 그녀를 도발시킨 것

    이다.

    레비나의 분노 어린 모습과는 달리 루드니아는 태연하기 그지 없었다.

    [징!!]

    "하압!!"

    드디어 시합의 시작을 울리는 징이 울리자 레비나는 고함 소리를 내며 루드니아를 향해 세

    도해 들어갔다.

    [챙!! 챙!!]

    그전에 보아왔던 레비나의 시합과는 완전히 다른 공격일변도의 공격이였다. 수비는 전혀 고

    려하지 않는 빠른 공격에 루드니아는 자신의 거검을 천천히 마주쳐가며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로 저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번대회 우승자의 명함이 아깝군요!!"

    그 말과 함께 강하게 거검을 밀어 붙이자 레비나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밀리며 바닥으로

    나뒹그러졌다.

    루드니아의 이어지는 공격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급하게 자세를 일으키고 뒤로 물러

    섰지만, 멀리서 루드니아는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아함! 소드오버러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하품 밖에 나오지를 않군요."

    "이...!!"

    그녀의 말에 레비나는 분노를 억제 할 수가 없었고, 그 분노는 그녀의 마나에 영향을 끼치

    기 시작했다.

    짙은 향기의 마나가 사방으로 자욱하게 깔리며 일대를 뒤덮기 시작했다.

    "폭주모드다!!"

    관중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콜리드는 놀라는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옆에 있

    던 실레이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콜리드의 말에 동감을 표시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군. 레비나란 여자 제어가 불가능한 폭주모드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제어가 불가능한 폭주모드라니요?"

    실레이드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준호가 이해하지 못하고 묻자 그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

    기 시작했다.

    "보통 마나를 다스릴 수 있는 소드마스터급 이상의 인물들은 분노가 치솟아 오르면 투기와

    마나가 모두 상승하게 되지만, 마나 제어력은 역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있지. 그것을 바로 정

    신적 마나 증폭현상이라고 한다. 이 상태의 전사는 보통 때는 사용하지 못하는 상급의 기술

    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마나 제어력이 부족해 짧은 시간에 모든 마나를 사용해서 전투가

    가능한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소드오버러급의 경우에는 체내의 마나가 가

    득 찬 상태, 이들이 분노로 정신적 마나 증폭현상을 겪으면, 신체는 더 이상 체내에서 끌어

    들일 마나력이 없을 경우 마나력 증폭을 위해 외부의 마나를 끌어쓰게 된다. 물론 이와 함

    께 마나제어력과 이성은 최하로 떨어지게 되지 폭주모드는 바로 이 상태를 말한다. 소드오

    버러는 증폭현상을 겪은 그 순간만은 그랜드소드마스터 처럼 외부마나를 끌어 쓰게 되며 싸

    움을 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

    "문제라면?"

    "각 전사의 급수에는 그 한계라는 것이 있는데, 그랜드소드마스터가 아니라면 외부의 마나

    를 끌어쓰는 경우 마나의 정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나의 정제요?"

    "그래 모든 사물은 그 나름대로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 각 개체마다 다른 마나를 가지고 있

    는 것이지, 검사들이 몸에 마나를 모은 다는 것은 공기중의 마나를 체내로 끌어들여 그것을

    자신의 몸에 적합한 마나로 변환시켜 모으는 것인데, 오버러의 폭주의 경우에는 몸에 맞지

    않은 마나를 빌어 쓰기 때문에 몸이 견디질 못하는 것이지.."

    "그럼.."

    "제어가 불가능한 폭주모드는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인간의 신체를 망가뜨린다.

    최초로 소드오버러의 폭주모드를 적립시킨 블로드스톰이란 용병은 그 방법을 알았음에도 이

    전에 폭주로 망가진 신체 때문에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레이드와 준호가 소드오버러의 폭주모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경기장의 상황

    은 더욱 급박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루드니아의 도발로 인해 제어가 불가능한 폭주모드 상태로 변한 레비나의 주위에는 이제 짙

    은 꽃향기가 가득 차 있었기에, 루드니아는 조금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폭주모드인가?"

    쉽게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루드니아는 자신의 다원소마나를 외부로 보내어 레비나의 마

    나를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질적 마나 때문에 정신력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그녀에겐 이러한

    마나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루드니아의 눈에 보이는 레비나는 온 몸이 식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역시 실력이 있는 만

    큼 자신의 상태를 알고 제어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보는 눈에서 가장 적개심이 흐르는 것을 보며 루드니아는 그 제어력도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진정시켜야 될 것 같은데...어떻게 하지.'

    어른들은 어린아이에게 칼을 쥐어주진 않는다. 그것은 아이에겐 아직 칼을 다룰만한 제어력

    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제어력을 가진 나이가 되서야 칼을 쥘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존

    재가 아니다. 제어력을 가진 나이가 되었더라도 심리의 변화에 따라 그 위험도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검의 명가에서 입문하는 제자에게 기초 훈련과 함께 가장 먼저 정신수양을 시키는 것도 이

    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금의 레비나의 상태는 날카로운 칼을 가진 어린아이의 상대와 같기

    에 그녀로서는 그 칼을 떨구어 내려 하는 것이다.

    "하압!!"

    레비나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으로 자신에게 세도해 들어가

    는 그녀를 보며 루드니아는 거검을 휘둘러 레비나의 옆구리를 베어 갔다.

    [챙!!]

    거검의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녀는 시합장의 한편으로 튕겨져 날아갔지만, 이내 몸의 중심

    을 되찾고는 다시 루드니아를 향해 세도해 들어갔다.

    현재 레비나의 반응속도는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였기에, 루드니아의 검을 휘두르는 스프

    드로선 밀어내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

    루드니아는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이게 검을 들이대며 마나를 증폭시켰다.

    "크리터!!"

    루드니아의 외침과 함께 무지개빛의 검기가 빠르게 뻗어나가며 레비나를 향해 뻗어 나갔다.

    [스스슥..!]

    다른 이들의 크리터라면 서로 다른 마나의 충돌로 인하여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겠지만, 루

    드니아의 크리터는 다원소의 마나, 그녀의 검의 빛에 닿는 거의 모든 것들은 먼지가 되어

    소멸되어 갔기 때문에 경기장의 바닥은 스스슥 소리와 함께 먼지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져

    갔다.

    "끝인가.."

    자신의 크리터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대륙에서도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드니아는 레비나가 완전히 소멸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승리를 생각하며 뒤로 돌아선 레비나는 심판관의 승리의 선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 섬찟함을 느낄 수 있었다.

    "헉!!"

    [카강!!]

    섬찟함에 급히 검을 등뒤로 돌려 막은 루드니아의 검에서 푸른색의 불쏯이 사방으로 튀기며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크리터를 견뎠는가?"

    십분의 일 수준으로 크리터의 힘을 조절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도 인간이 견디기에는 힘들

    것이 분명했을텐데, 레비나는 아무런 상처 없이 나타나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검이 마주치는 레비나의 눈을 보며 루드니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폭주까지

    들어서 있던 레비나의 눈이 안정을 되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케 제어력을 되찾았구나!"

    "물론이지요! 오버러의 폭주모드를 체계적으로 적립한 분이 저의 양아버지란 것을 모르셨나

    요?"

    "음.."

    그녀의 눈이 이제 완전히 안정감을 되찾고 있었기에, 루드니아는 지금부터가 진짜 대결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압!!"

    거검을 앞으로 밀어 레비나를 튕겨낸 루드니아는 앞으로 세도해 들어가며 그녀를 향해 검을

    내리쳤는데, 레비나는 살짝 발을 바꾸는 정도로 가볍게 검을 피해서는 몸을 날려 뒤로 물러

    섰다.

    자신의 브로드소드를 가볍게 회전시키며 여유를 찾은 레비나는 루드니아를 향해 미소를 지

    으며 말했다.

    "이제부턴 제대로 겨루어보지요. 루드니아씨."

    "바라는 바로군요."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며 자세를 잡은 두 사람은 상대를 공격할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하압!!"

    선공을 가한 것은 레비나였다. 루드니아가 다원소 드래곤의 기억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그

    녀의 검술은 허술한 점이 많았기에 검을 체계적으로 익힌 레비나에 비해 헛점이 많이 드러

    나고 있는 것이다.

    "플라워 애로우!!"

    공중으로 몸을 날린 레비나는 그녀를 향해 일곱발의 검기를 쏘았고, 루드니아는 거검으로

    쉽게 검기를 막아나갔다.

    "이 정도는 어림!! 헉!!"

    루드니아는 그녀의 공격을 보며 비웃음을 날리려고 했는데, 당사자인 레비나의 모습이 보이

    지 않아 놀란 것이다.

    "끄악!!"

    그 순간 오른 쪽 허벅지에서 큰 통증을 느낀 루드니아는 놀라 뒤로 돌아보았지만, 역시 레

    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라진 것과 같았기에, 루드니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로 갔지?"

    조용히 눈을 감고 레비나의 마나를 추적한 루드니아는 그녀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을 눈

    치 채고는 검을 휘둘렀다.

    [캉!!]

    검과 검이 부닥칠 때의 강한 쇳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고, 그제서야 루드니아는 눈을 뜨

    고는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재밌군요. 설마 검의 뒷쪽으로 숨을 줄은 몰랐네요?"

    "쓸데없이 크기만 한 검이니까요."

    "그런가요? 하지만 저에게는 꽤 쓸모가 있답니다!!"

    루드니아는 한 순간 검에 자신의 힘의 반 이상의 마나를 주입했고, 그 순간 그녀의 거검에

    서 무지개빛의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앗!!"

    강렬한 불빛에 레비나는 한 순간 시력을 잃고 말았고, 그 때를 노리며 루드니아는 그녀에게

    검을 휘둘렀다.

    [카강!!]

    레비나는 시력을 잃자마자 마나를 돋구어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했고, 그 탓에 빠른 속도로

    공격해 들어오는 거검을 막을 수 있었지만, 시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근접전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는 빠른 속도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루드니아로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기에 도망가는 레비나를 쫓으며 검을

    휘둘렀다.

    [캉!! 캉!! 캉!!]

    루드니아의 검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땅을 뒹굴면서 간신히 검을 막으며 뒤로 기어가는 레

    비나의 상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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