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2부 -49-
기절한 척 쓰러져 있는 레그르토는 레비나에게 안겨 편하게 대기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갑
자기 두 사람의 앞길을 막는 이가 있었다.
"다크 나이트?"
두 사람의 앞을 막은 이는 다름 아닌 다크나이트, 장외패를 당했을 뿐 별다른 상처가 없던
그녀는 치료하겠다고 달려온 사제들을 물리치고는 대기실로 돌아가고 있는 두사람 앞에 나
타난 것이다.
"무슨 짓이냐!!"
그녀가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자 레비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함을 질렀다.
"당신에겐 볼일이 없군요. 레비나씨"
"시합은 이미 끝났다."
"아니 난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한 다크나이크는 안겨 있는 레그르토에게 다가가서는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았
다.
'젠장...뭐하려는 거지...무서워 레비나...날 지켜줘...'
간신히 장외패로 그녀를 이기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싸우라고 하면 절대 못할 레그르토였
기에, 그녀의 손끝이 머리에 닿자 온몸에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였다.
레비나의 품에 안겨 덜덜 떨고 있는 레그르토를 본 그녀는 입가에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조
금씩 조금씩 그의 얼굴에 다가가서는.....진한 키스를 남겼다.
"흡!!"
갑작스러운 입의 봉쇄로 인한 산소부족으로 레그르토는 잠시 헛바람을 내뱉고는 크게 눈을
뜨고 말았는데, 눈앞에는 다크나이트의 무시무시한 검은 눈동자가 정면에 도사리고 있었기
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 사랑..."
"엥?"
내 사랑, 이 것은 대륙의 연인들이 주로 쓰는 단어로 서로간의 사랑을 확인할 때 쌍방이 노
골적으로 사용하는 대사인 것이다.
다크나이트 그녀는 왜 레그르토에게 키스를 하며 이 대사를 내뱉은 것인가...
[쿵!!]
이 어이없는 대사에 놀란 레비나는 안고 있던 레그르토를 떨어뜨렸고, 그는 약 1G의 중력에
반응하여 일 미터의 높은 고도에서 자유낙하,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끄억.."
허리가 뽀사지는 충격과 함께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 뱉은 레그르토는 황급히 뒤로 물러서서
는 레비나의 뒤로 몸을 숨키고는 소리쳤다.
"왜 그러세요!!"
연약한 남자의 반항어린 목소리,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크나이트는 음흉한 여깡패의 웃음
소리로 다가와서는 그의 목을 오른팔로 휘감으며 말했다.
"홍홍홍. 당신은 이제 나의 남편이랍니다.."
"말도 안돼!!"
그녀의 말에 레그르토는 절규를 내뱉었지만, 다크나이트에겐 소용이 없었다.
"저의 가문인 소비에르의 오르샤크공작가는 전형적인 모계혈통을 따르고 있답니다. 성년이
된 오르샤크가의 여인은 반드시 자신보다 강한 남자를 남편으로 모셔와 혈통을 잇게하는 전
통이 있지요."
"그런..."
"당신은 장외패라고는 하지만 절 이기셨으니 이제 오르샤크 공작가의 사위랍니다."
"말도 안돼!!"
"홍홍홍 도망가려 하셔도 소용없답니다."
레그르토의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을 보며 그녀는 살짝 손바닥을 마주쳤는데, 그 순간 수십
명의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연기처럼 모습을 드러내고는 세사람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건.."
"저의 친위기사단이랍니다. 오르샤크 공작가의 혈통을 이을 단 한사람의 남자를 놓칠 순 없
기 때문에, 미리 준비시켜 둔 것이지요."
"헉!!"
꼼짝없이 데릴사위로 소비에르제국으로 끌려가게되는 레그르토였다. 하지만 그런 그를 도와
주는 백마탄 여기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레비나 아디스.
"흥!! 웃기지마! 레그르토의 부인이 될 사람은 나라구!!"
"엥?"
레비나의 외침에 그는 잠시 혼란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말이지?"
"우린 서로간의 사랑을 이미 확인한 상태야...레비나의 몸은 이제 레그르토님의 것이 되어버
렸는걸!!"
"....."
정말..정말 레그르토는 죄가 없다. 그가 한 것이라곤 몇번 안긴 것과 키스 두 번 정도 밖에
없었다. 레비나를 책임질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음...그랬군요..어쩐지 두 사람의 사이가 너무 가깝다고 생각했더니만.."
어쨋든 이런 식으로 다크나이트가 물러설 것 같았기에, 레그르토는 용기를 내며 앞에 있는
레비나의 허리를 안으며 말했다.
"자 들었지. 난 이미 부인이 될 사람이 있으니 이만 물러가주라고."
"무슨 소리에요. 레비나님이 첫째부인, 제가 둘째부인이 되는 거잖아요."
"...."
그제서야 레그르토는 소비에르제국의 현재 상황이 생각났다. 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대제국
소비에르는 국토의 대부분이 작물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대지로 이루어져 있기에, 거의 대부
분의 주민은 사냥과 어획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대지위에 사람보다 더 번성을 누리는 것은 추위에 강한 마물들이였기에, 소비에르제
국의 남성의 비율은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소비에르 제국은 오성신을 믿고 있
는 대륙의 모든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일부다처제가 허용되고 있는 나라였다.
만약 일부다처제가 아니라면 수많은 여인들은 달밤에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 살아갈 수 없
는 신세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다크 나이트...여긴 로아냐드 제국이라고..제국은 일부일처제의 신성법률에 명시되어 있
다는 것을 모르는거야?"
"괜찮아요. 어차피 당신은 저와 함께 소비에르제국으로 갈꺼니까요. 그리고 저의 이름은 다
크 나이트가 아니라 밀리아나 도른 폰 오르샤크랍니다."
"미..밀리아나...그건.."
"뭐하는게냐. 레그르토님을 빨리 편하게 모시지 않고!!"
"예."
밀리아나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갑옷의 기사들은 이미 준비라도 해 두었다는 듯이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나무 가마를 가져와서는 레비나의 허리에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
둥치는 레그르토를 강제로 끌고와 가마에 앉히고는 대기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앙~! 레비나 살려줘!!"
레그르토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흘리며 레비나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레비나는 밀리아
나의 포섭에 들어간 후 였다.
준비라도 해 둔 것 처럼 참나무로 만든 보석함을 꺼내어 살짝 뚜껑을 열어보이던 밀리아나
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뚜껑을 닫고는 그것을 레비나의 품에 넣어주고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호호호. 오늘부터 저의 언니가 되시네여. 레비나님."
여자란 무엇인가? 남자의 짧은 잣대로는 그들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레비나 역시
한때는 첨렴결백한 무인으로서 부친 블로드스톰의 진전을 이어받은 한 사람이였지만, 밀리
아나가 살짝 내비치며 건네준 보석들 앞에선 허무하게 그 의지를 무너뜨리게 되니 황금 보
기를 돌같이 하라는 유명한 명장의 말은 이미 그 뜻이 사라진지가 오래였다.
"호호호 뭐 이런 것을 다 자 우리 함께 레그르토님을 모셔요 밀리아나님."
"님이시라뇨. 밀리아나라고만 불러주세요 언니."
"호호호 그럼 저도 레비나언니라고만 해 주세요 동생."
"예."
서로 잘 맞는 두 부인을 바라보며 레그르토는 눈물을 흘리며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부친인 루드웨어가 여자를 밝히기는 하지만, 성공한 적이 드물어 눈물을 흘린반면, 그는 너
무나 높은 성공률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난에 의해 잡혀가는 레그르토의 모습을 보며 시합을 치루기 위해 시합장에 오르는 콜리드
는 두 미녀를 독차지한 그를 보며 아쉬움의 침을 흘리고 있었다.
'부전자전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그 부전은 지금 큰 난항을 겪고 있었다.
대기실의 화장실에서 마도 로노와르제국의 황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시크라와 마법통신을
하고 있는 루드웨어는 그에게서 급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뭐야!! 5만의 병사가 출진했다고?"
"응. 이번에 연합에 가입한 가이스국이 제국의 루브라샤백작의 과도한 요구에 반발한 모양
이더라구, 마도제국의 로아냐드제국과의 전쟁안이 있고하니 이번기회에 선봉으로 나서 공을
세울 작정인가봐."
"음.."
로아냐드제국의 백작직위를 지녔다고 하면 지금까지는 120개 중소국가의 왕보다 더 높은 직
위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였기에, 변경에 위치한 귀족들은 노골적으로 중소국가의 왕
에게 돈을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일개 백작이 한 국가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것의 국가의 입장에서는 조금 분이 날 장면이기
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제국의 권세에 눌려 잘 버티고 있었지만, 마도제국이 탄생한 후 그
입지는 달라진 것이다.
만약 이대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분명 가이스국은 마도제국의 깃발을 앞으로 내세울 것이
뻔한 일, 전면전은 시간문제였다.
"젠장! 아직은 아니야! 가이스국의 진군을 늦출 수는 없어?"
"어떻게든 해보면 일주일 정도는 늦출 수는 있겠지만, 주변에 다른 중소국가들도 가이스국
의 이번 일에 호응하는 입장이라서 그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아."
"음...일주일이라...알았어. 그때까지 이곳의 일을 어떻게든 처리해보도록 하지."
"부탁한다. 제국황제 노릇이 이렇게 힘들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알았어!! 좀만 참으라고!!"
"빨리와 루드웨어!"
시크라의 힘빠진 한마디를 뒤로하고 통신을 끊은 루드웨어는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제국과
의 전쟁은 불가피했던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시간은 적어도 한 달정도의 후로 생각하고 있
었다.
"일주일..그 시간안에....바람난 마누라에게 본때를 보야줘야겠군."
어떻게든 루드니아를 일주일안에 처리하기 위해 고심하는 루드웨어였다. 그의 옆에서 보좌
하고 있는 라디안의 수제자 멘드로는 일일이 루드웨어의 행동을 라디안에게 보고하고 있었
다.
"음..그런가..무슨 다른 사연이 있을 것도 한데..그것을 한번 조사해보거라.."
"예."
보고를 끝낸 멘드로는 생각에 잠겼다. 루드웨어가 시합에서 보여주던 살행, 그것은 괴짜라고
소문난 그라고는 하지만 이유없는 살행을 보인 적이 없는 총회주에게서 이례적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가게 된다면 마도제국과 신성제국의 결전에서 수십만..아니 수백만에 인명이 희
생될 것은 뻔한 일이다. 어떻게든 총회주님의 이런 미친 것 같은 질주를 막아야 하는데...'
그런 멘드로에게 생각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총회주의 부인인 로노와르의 마음을
되돌려 다시 총회주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뿐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회주가 부인에게 보여준 행동은 모두 난폭하기 그지 없는 행동이였기에,
그런 것으로는 멀어진 로노와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 멘드로는 지금까지의 루
드웨어의 이미지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가?"
어느샌가 루드웨어가 자신의 뒤로 와서는 묻자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은 멘드로
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그런 칙칙한 색깔의 로브를 계속 입을실겁니까?"
"응? 이색이 어때서?"
"요즘 유행하는 마도사의 로브색과는 너무 틀리다고요. 뭐랄까 촌스럽다고나 할까?"
"뭣이!"
루드웨어는 멘드로의 말에 반발하려고 했지만, 사실 색깔이 칙칙한 것은 사실이였기에, 화를
누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조금 유행에 맞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유행?"
"예. 멋진 남자의 기본이라것은 바로 옷차림입니다. 기본이 출중하신 총회주님이라면 옷차림
하나만으로 수많은 여자들을 반하게 하시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거죠. 어떻습니
까? 옷차림을 바꿔서 여인들의 우상이 되시는 것은..?"
"음...괜찮겠군."
"하하하 잘됐습니다. 그럼 전문 코디인 이 멘드로에게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
멘드로의 머릿속에는 루드웨어를 교육시켜 다시 로노와르의 마음을 되돌리게 만들 작전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루드웨어는 그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로노와르 네가 나의 멋진 모습을 보고 반해서 다시 합치자고 부탁해도 거절해주지. 푸하하
하!'
괜한 헛된 상상에 빠진 루드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