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2부 -48-
"젠장!!! 끄아악!!"
다크 바인당의 속박은 이겨내며 간신히 왼손을 움직이는 레그르토는 어깨죽지에 박혀 있는
다크나이트의 검을 맨손으로 잡아서는 비트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
레그르토는 다크나이트의 검을 잡은 손을 천천히 들어내기 시작했다. 고통속에서 내고 있는
그의 힘은 엄청났기에, 상대는 조금씩 조금씩 검이 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헉!!"
약 30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어깨죽지를 관통하고 있는 검은 완전히 뽑혔고, 레그르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크나이트를 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끄아앗!!"
오른쪽 어깨의 고통을 참아내며 레그르토가 마나를 집중하여 두 손을 들어올리자 다크나이
트가 만들어낸 어둠의 속박은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산산히 부서져 나갔다.
"다크바인딩이?"
자신의 속박기술이 파괴당하자 다크나이트는 조금 당황한 듯 소리쳤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
찾고는 다시 검을 들어 다크바인딩을 푸느라 온 힘을 사용한 레그르토의 왼쪽 어깨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두 어깨를 모두 상처 입혀 적의 공격을 봉쇄할 생각인 것이다.
"섬광비도술!!"
다크나이트의 검이 그의 왼쪽 어깨를 부숴뜨릴 기세로 내리꽃히는 순간 레그르토의 입에서
비기의 이름이 터져나오며 강한 섬광이 다크나이트의 헬멧을 향해 뻗어나갔다.
"당했다!!"
설마 레그르토가 온전한 어깨를 내주며 회심의 공격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다크나
이트는 오른쪽 발로 레그르토의 몸을 박차고는 그 반동으로 급히 고개를 뒤로 숙였지만, 섬
광은 다크나이트의 헬멧을 관통한 뒤 공기를 째는 듯한 소리와 함께 멀리 사라졌다.
[채..챙그렁...]
바닥에 떨어진 것은 섬광비도술에 의해 두동강이 난 다크나이트의 헬멧, 다행히 레그트로를
박차는 시간이 늦지는 않았는지, 비도는 상대의 헬멧만을 둘로 나누어버리고는 사라졌기에
다크나이트는 그리 큰 상처는 입지 않은 듯 했다.
"헉!!"
성기사대회 최초로 들어난 다크나이트의 진면목,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레그르토는 큰 충
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나게 흉찍한 얼굴? 물론 그 정도로 레그르토는 충격을 받지 않는다. 알고 있는 인물?
그냥 놀라고 말지 헛바람 까지 내뱉지는 않는다. 루드웨어와 레그르토가 헛바람까지 내 뱉
은 인물은 단 한부류뿐 바로 혀를 내두를 정도의 미녀에 한해서만이다.
검은 헬멧이 두동강 나면서 드러난 다크나이트의 얼굴에선 검은 색의 긴 장발이 무대 연출
용 바람의 휘날리고 있었고, 가늘게 뻗은 아름다운 눈썹 밑에선 큼지막한 눈망울이 초롱초
롱 빛나고 있었다.
잘 뻗은 콧날의 선 밑으로 보이는 도톰한 붉은 입술, 그 모든 것이 미인의 충족 요건에 90
점 이상을 줄 정도로 잘 조합되어 있었다.
"아!!"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자 다크나이트는 오른 손을 들어 급히 얼굴을 가리고는 고개를 돌렸
다.
"나..나의 얼굴을 보았는가..?"
그 말에 레그르토는 아무 생각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순간 그녀의 온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죽어라!!"
"앗!!"
그녀의 살기어린 외침과 함께 온몸에서 뻗어나오는 검은 안개와 같은 기류. 레비나는 그것
을 보며 놀라 소리쳤다.
"레그르토 다크나이트의 폭주기술이에요!! 조심해요!!"
"폭주기술!"
소드오버러의 경지에 이르면, 자기 자신만의 마나를 바탕으로 하는 폭주상태가 존재한다. 과
거에는 이것을 시전자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소드오버러의 대표주자중
의 한사람이였던 블로드스톰에 의해 이 폭주기술의 제어는 가능하게 되었다.
시전자의 분노나 고통으로 인해 급속하게 확장되는 강한 살기가 포함되어 있는 마나의 기운
은 시전자의 신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확장되면서 주변에 뭉치게 된다.
블로드스톰은 이 확장된 마나를 무기에 집중시킴으로써 강력한 공격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는
데, 그러한 이론이 많은 검술가들에게 전해져 폭주기술이 탄생하게 되었다.
블로드스톰의 블러디안페스티벌의 경우에는 그의 검으로 모여든 강력한 마나의 검기가 시전
자의 100미터 이내의 모든 사물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기술이였는데, 과연 다크나이트의
폭주기술은 어떤 위력을 나타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몸에서 넘치도록 흘러나오던 살기가 섞인 검은 마나는 천천히 그녀의 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레그르토에게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삼십초도 되지 않
는 짧은 순간이였다.
검은 색의 기운이 모인 검은 그 모양이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검은 색의 거대한 용의 형상
이 다크나이트가 들려 있는 검에 서려있는 것이다.
"저것이..다크나이트의 폭주기술인 다크 드래곤 스워드..."
레비나는 전번대회에서 다크나이트와 일전을 겨룬 적이 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자신과 상
대하게 된 그에게선 전의가 엿보이지 않았고, 몇번 검을 마주치지도 않고는 그가 일전을 포
기했기 때문에 그의 진정한 폭주기술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어느 시합에서도 선보이지 않았던 다크나이트의 폭주기술이 드디어 레그르토를 상대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죽어라!!! 다크 드래곤의 비상!!"
[꾸에엑!!]
그녀가 레그르토를 향해 소리지르며 검에 서려있는 다크드래곤의 형상을 내뻗자 갑자기 엄
청난 드래곤의 포효소리가 시합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우악!!"
"엄청난 소리다!!"
시합을 관전하고 있던 많은 관중들은 고막을 찟을 것 같은 포효에 두 귀를 막고는 괴로워하
고 있었는데, 그 순간 포효의 소리와 함께 검은 모양의 형체가 빠른 속도로 경기장의 사방
으로 움직이면서 시합장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끄아앗!! 이게 뭐야!!"
검은 물체, 그것은 다른 아닌 다크나이트가 검에 만들어 낸 다크드래곤의 형상이였다. 길이
가 2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드래곤이였지만, 그 위력은 장난이 아니였다. 다크드래곤이 스
치고 지나가는 시합장의 바닥은 순식간에 모래가 되어 버릴 정도였고, 레그르토가 입고 있
던 갑옷은 어디 하나 성한데가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하압!!"
빠른 속도로 자신의 주위를 비행하며 공격하는 다크드래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레그르토는
수십개의 단검을 던져 다크드래곤을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드래곤의 몸에 맞은 단검들은 순
식간에 가루가 되어 버리며 사라지는 지라 공격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막을 방법이 없단 말인가!!"
다크드래곤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며 대처방법을 생각하던 레그르토는 우연히 자신의 앞에
있는 다크나이트를 볼 수 있었는데 두 눈을 감으며 무엇인가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듯한 것
을 보며 레그르토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젠장 모르겠다!! 그리터!!"
손에 들고 있던 롱소드에 마나를 집중한 레그르토는 사방에서 빠른 속도로 세도해 들어오는
다크드래곤의 공격을 무시하곤 눈을 감고 있는 다크나이트를 향해 그리터를 사용했다.
그의 검에서 뻗어나가는 푸른색의 섬광은 엄청난 폭풍우를 사방에서 일으키며 다크나이트를
향해 뻗어갔다.
"합!!"
그리터의 공격을 뒤늦게 알아챈 다크나이터는 마나로 만들어낸 다크 드래곤을 되돌려 그리
터의 정면을 향해 돌진하게 만들었고, 시합장은 지축을 흔드는 듯한 굉음과 함께 진도 4.5의
강진을 일으켰다.
[쿠구구궁!!]
"경기장이 무너진다!!"
"우와악!!"
엄청난 강진으로 인해 시공자가 떼어먹은 부실 공사부분의 경기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일
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좀만 떼어 먹었는지 십여분정도가 지나자 더 이상 무너지는 부분은 없었지만, 그 여
파로 인해 황도의 경기장의 삼분의 일의 벽이 허물어져 흉찍한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장의 한가운데의 시합장은 사방이 부서지면서 흩날리는 먼지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약 십여분의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세명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크나이트와 레그르토.....그리고 끝까지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불굴의 직업정신을 가지고
있는 심판이였다.
"레...레그르토 선수 승리!!"
엄청난 폭발음,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은 경기장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였는데, 간
신히 시합장의 한켠에 서있는 레그르토의 전신은 피로 물들어져 있어, 누가봐도 그가 승리
했다고 보아 줄 수 없었다.
"내..내가 장외패..."
두 기운의 폭발로 인해 시합장은 크게 허물어졌는데, 다행히 레그르토가 사용한 그리터의
기술이 더 빨랐기 때문에 폭발의 여파를 더 많이 받은 쪽은 다크나이트였다.
물론 강력한 마나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다크나이트에게 부상은 없었지만, 아쉽게 그녀
가 서 있던 시합장은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져있어 그녀의 몸은 시합장을 벗어
난 바닥에 위치하게 된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승리가 확정되자 레그르토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고, 그것을
보며 레비나는 눈물을 흘리며 뛰어나와 쓰러지려는 그의 몸을 안았다.
"레그르토님!!"
"레..레비나..."
온몸의 부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그는 바람둥이의 기본자세를 잊지 않고는
피투성이간 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레비나의 이름을 간신히 불렀다.
"레그르토님..."
"제..제가 이겼습니까.."
"예.."
"다..다행이군요..당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그 말과 함께 레그르토는 기절했고, 레비나는 큰소리로 울음을 떠뜨리며 레그르토의 몸을
가슴에 안았다.
'크크크...그나저나...정말 무시무시했군...'
암암리에 리커버리를 사용하여 몸의 상처를 치료한 레그르토였기에, 기절한 것은 특출난 그
의 연출에 지나지 않았다.
레비나의 따뜻한 가슴을 만끽하며 다크나이트란 여자의 무시무시한 기술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레그르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