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2부 -47-
역시나 루드웨어는 간단하게 상대를 비도 하나에 쓰러뜨리고는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경
기장에서 사라졌고, 관중들의 야유는 다시 이어졌는데, 그의 한마디로 두통을 일으키며 쓰러
진 루드니아는 콜리드에게 안겨 머물고 있던 궁전의 침대에 앓아 눕고 있었다.
"사제. 루드니아의 상태는?"
루드니아가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놀란 드미트리는 게르하인과 함께 고위사제를 모셔와서
그녀의 상세를 살펴보고 있었다.
루드니아의 손목을 잡고 한참 동안 진맥을 하던 사제는 드미트리를 보며 이마에 흐르는 땀
을 닦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옷을 벗어.."
"속보인다!! 사제!!"
사제는 아리따운 루드니아의 상세를 보며 일단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드미트리의 발에 밟혀 쓰러지고 말았다.
"으..윽 무슨 말씀을...제가 무슨 흑심이라도..."
사제의 떨리는 말에 게르하인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곁으로 가서는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
했다.
"헤론드사제...일단은 그 침이나 닦고 이야기를 하시지요."
"응? 흐읍.."
길게 늘어져 있는 침을 한숨에 삼킨 헤론드사제는 황제의 무서운 눈초리를 보며 얼빠진 웃
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헤헤헤..."
"계절의 신 프라이도스의 최고위 사제라는 녀석이...."
제대로 된 사제라는 것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 대륙이였다.
아무튼 한참을 루드니아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하던 헤론드사제는 심각한 얼굴을 하며 드미
트리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중추기억상실에 의해 대뇌의 상호파장의 불화가 원인이 된 급성 두부 압박통증
인 것 같습니다."
"쉽게."
"쉽게요? 음...기억 중추의 대뇌의 기억세포가 이유 모를 충격으로 인해 상실된데에 의한 심
한 통증을 유발한 두통이랄까요?"
"죽어라 이자식아!!"
참지 못한 드미트리는 다시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는 사제를 발로 짓밝고는 18
층 높이의 창문에 집어던졌다.
안스러운 얼굴로 루드니아의 이마에 놓여 있는 수건을 갈아주고 한숨을 쉬건 그는 게르하인
에게 말했다.
"저 자식! 정말 프라이도스의 최고위사제가 맞는가?"
"...."
할말이 없는 게르하인이였다.
"아.."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루드니아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드니아 정신이 드는가?"
"아! 여긴..."
"루드니아 당신이 머무르는 궁전이요.."
"드미트리...머리가..."
아직도 두통이 시달리는 루드니아는 침대의 옆에서 안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드미
트리의 품에 힘없이 안기고는 쓰러졌고, 입가에 침을 줄줄 흘리는 드미트리는 그녀의 머리
에 떨어지는 침을 재빨리 튕겨내고는 가슴 깊이 안아 주었다.
"루드니아...나의 품에서 편히 쉬구려..."
한편 B조의 경기를 치루는 레그르토는 두 번째 경기를 치르기 위해 대기장으로 나와 있었
다.
상대는 소드오버러급의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는 다크나이크, 천하의 레그르토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손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고 경기를 마친 사람은 그 수가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수였기에, 거의 대부분이 다크나이트와의 대전에서는 기권하는 것이 보통
이였지만, 사랑하는 레비나가 보는 앞에서 레그르토는 기권을 할 수가 없었다.
"아! 이것이 사랑하는 자의 고뇌란 말인가?"
진의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고뇌에 잠겨 있는 레그르토, 그의 옆에는 다음 시합을 치룰
콜리드가 서 있었다.
"역시나 부전자전이로군."
"저의 정체를 파악하신 것 같군요. 에이션트 오크 콜리드님."
콜리드의 말에 레그르토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건방짐을 발휘하며 조용히 말했다.
"팔연환비도술과 섬광비도술,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루드웨어 일가밖에는
없으니 자네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지."
"그렇습니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레그르토는 콜리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어머니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역시나 루드니아의 정체는 로노와르였었군."
"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루드웨어와 로노와르 사이의 불화가 생긴 것 같더군. 어떻할텐
가?"
"아시지 않습니까? 원래 부부사이의 일은 제 삼자가 끼어서는 안되지요."
"그런가? 이미 충분히 끼어든 것 같은데 말이야."
"후후후."
의미 모를, 사실은 의미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시합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대기실을 벗어
나는 입구에는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레비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비나..."
"힘내세요. 레그르토님 반드시 이 시합에서 승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레비나는 그에게 다가가서는 목을 껴안고는 진한 프렌치키스를 했고, 레그르
토는 황홀함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바..반드시 이 시합에서 승리하겠소."
"레그르토님.."
레비나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그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아쉬운 표정의
그녀를 뒤로하고 올라선 시합장에는 검은 갑옷의 기사가 서 있었다.
얼굴마저 검은색의 투구로 가린 전번대회 우승자 다크나이트, 그를 이겨야만 진정한 레비나
의 사랑을 차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레그르토는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우며 다크나이트를
노려 보았다.
[뎅!!]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드디어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리자 레그르토는 예선이나 첫
번째 시합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롱소드을 뽑아 들었다.
중천에 떠오는 태양의 빛에 반사되어 은빛의 찬란한 섬광을 반사시키는 그의 검은 한눈에도
미쓰릴로 제작한 견고한 검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차앗!!"
서로간의 기회를 찾고 있던 두 사람은 약 오분간의 대치상태를 지나 드디어 진정한 일전이
시작되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레그르토, 그는 움직이지 않고는 다크나이트의 헛점을 찾아낼 방법이 없
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풀플레이트아머를 입어 움직임이 둔할 것이라 생각한 다크나이트에게
빠른 속도로 세도해 들어가 일검을 찔렀다.
[챙!!]
하지만 그 정도의 속도는 문제 없다는 듯이 다크나이트는 그의 검을 받아치고는 몸을 회전
시켜 그의 허벅지로 검을 휘둘렀고, 레그르토는 간신히 검을 피하고는 뒤로 몸을 날렸다.
백덤블링을 통해 몸을 뒤로 날린 그는 몸이 다시 정면을 향하게 되자 품에서 두 개의 단검
을 뽑아서는 다크나이트의 목과 가슴을 향해 던졌다.
"하앗!!"
숙련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다크나이트는 왼발을 뒤로 돌려
날아오는 단검을 피했지만, 레그르토가 노리는 것이 그것이였다.
다크나이크가 어느쪽으로 피하든 빠르게 다시 공격해 들어오는 그의 검을 대처하기에는 자
세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 공격이였는데, 순간 다크나이트가 검을 왼손으로 던
지고는 손바닥으로 세도해 들어오는 레그르트를 향해 뻗었다.
"다크 바인딩!!"
그 순간 엄청난 어둠의 기운이 그의 손에서 뻗어나와서는 레그르토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
다.
"큭!! 마법?"
바인딩이란 속박 마법이 있기는 했지만, 레그르토를 속박하고 있는 기운은 마법이 아니였다.
강력한 검사의 마나가 공간을 꽉 채움으로써 움직임을 속박하는 그런 기술이였기 때문이다.
"하앗!!"
상대의 몸을 완전히 봉쇄했다고 생각한 다크나이트는 검에 마나를 넣어서는 고함을 지르며
일검을 내질렀고, 레그르토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악!!"
다크나이트의 검은 레그르토의 오른쪽 어깨 밑부분에 관통된 것이다.
"크윽!!"
다크바인딩의 속박 때문에 레그르토의 관통된 어깨부분에는 그리 많은 피가 새어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부상으로 완전히 오른쪽 어깨가 봉쇄당한 것은 확실했다.
"크크크.."
다크나이트의 입에서 음흉한 웃음이 흘러나오며 그의 손목은 조금씩 왼쪽으로 비틀어져갔
고, 레그르토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점점 커져갔다.
"끄아악!!!"
"레그르토!!"
그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으며 더 이상 참지 못한 레비나가 그의 이름을 소리치며 시합장
으로 뛰처나가려고 했지만, 그녀의 앞은 콜리드에 의해 막혔다.
"날 막지마요!!"
"자넨 레그르토를 믿지 못하는가?"
콜리드의 말에 레비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인이 동료에게 믿음을 받지 못하는
것만큼 치욕은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욱 큰 치욕으로 다가온
다.
"하지만..."
"레그르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저정도의 난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믿어라.."
레비나는 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릴 때 마다 가슴이 찟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를 믿기로
했다.
'레그로토..제발..'
하지만 다크나이트의 검의 비틀어질때마다 찟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레그르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젠장!! 빌어먹은 오크자식!! 왜 말리는거야!!'
고통 때문에 졌다는 말조차 내 뱉지 못하고 있는 그로서는 레비나가 막아주려 뛰어오자 한
순간 희망을 느꼈는데, 그것이 콜리드에게 막히자 엄청난 정신적 데미지를 받았던 것이다.
콜리드가 생각한 만큼 레그르토에게는 무인의 자존심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