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99화 (99/247)

드래곤의 마법사 2부 -44-

"헤헤헤...많이 화나셨어요?"

"뭐 별로...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니였는데...다만.."

"다만...이라면..."

"오늘은 기분이 별로 안좋구나..."

"헉..."

정말 위험한 순간이였다. 기분 좋은 때에 걸렸어도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들터인데, 하필 부부

싸움이 한창일 때 걸린 자신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나 보다.

레그르토를 비추는 하나의 광명이 있었으니...

"다...당신은...!"

"응?"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에 루드웨어와 레그르토는 모두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목소리의 주인

을 처다보았는데, 그녀는 바로 레그르토가 반해버린 여성 레비나 아디스였다.

레비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몸을 떨고 있었는데, 복면을 쓰고 있는 자신을 알아보았다

해도 저렇게 떨리는 없기 때문에 레그르토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보았는데, 그곳에는 후드

를 벗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 루드웨어가 있었다.

"하하하! 아름다운 여성이시군요. 무슨 일로 저를...?"

"다..당신 루..루드그레인이 맞나요?"

"예? 루드게리인이 맞긴은 하지만...무슨 일로?"

그 순간 레비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들고는 루드웨어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오랜시간을 찾아다녔다!! 아버지의 원수 사악한 마도사 루드그레인!!"

"엥? 아버지의 원수요?"

루드웨어는 아버지의 원수라는 그녀의 말에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고 있었는데, 레비나는

그런 루드웨어의 변명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세도해 들어와서는 그에게 검

을 찔렀다.

"핫!!"

[챙!!]

간신히 품에서 단검을 꺼내든 루드웨어는 그녀의 검을 튕겨버리고는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

다. 강력한 마나의 힘이 깃들여져 있던 검이였는지라 루드웨어는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

시키고는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흥!! 루드그레인 그때나 지금이나 뻔뻔하기는 똑같군! 이 사악한 마도사! 블로드스톰이란

이름을 알고 있느냐!"

"블로드스톰? 음....아! 그 무뚝뚝한 중년아저씨! 생각나지.."

"뻔뻔스럽긴!! 아버지를 해친 원수 너의 목을 베고 말겠다!!"

"엥?"

그녀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루드웨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를 처다보았고, 옆에서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지켜보던 레그르토 역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였

다.

'블로드스톰이라면...전설의 특급용병? 레비나양의 양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도데체

아버지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레그르토로선 이 상황을 알 방법이 전혀 없었는데, 그것은 루드웨어 역시 마찬가지 였다. 궁

극의 마신 크레이져를 해치운 후, 큰 부상을 입고 백년간 대륙을 떠돌아 다닌 적이 있었는

데, 그 때 만난 사람이 블로드스톰이라는 무뚝뚝한 특급용병이였다.

한 삼년정도 그의 용병단에 끼여서 몇가지 일을 처리하고는 사라진 적이 있었는데, 이 여자

는 자신이 그를 죽였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잠깐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난 블로드..."

"문답무용!!"

루드웨어의 변명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레비나는 빠른 속도로 세도해 들어오면서 루드

웨어를 향해 무차별로 검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검술을 이어받은 레비나의 검은 대륙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성기사대

회의 우승을 할 정도로 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녀가 날리는 검기의 하나하나는 예

사롭지 않은 기운을 내며 선수대기실을 무차별하게 파괴하고 있었고, 중간에 낀 레그르토는

검기를 요리조리 피하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레비나...레비나...아! 블로드스톰과 함께 다니던 꼬마 아가씨였군!! 어이!! 무슨 일이야 영문

을 모르겠단 말이야!!"

"더러운 자식!! 용서할 수 없다!!"

그 순간 레비나의 몸에서 향긋한 꽃향기가 흘러 대기실을 메우기 시작했다. 레그르토는 마

나가 담긴 그 꽃향기를 맡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예측 할 수 있었다.

"플라워에이리어다!!"

블로드스톰의 기술 중 하나인 에이리어는 마나의 존재범위안에 있는 적을 자신의 공간안에

머무르게 하는 일종의 정신계열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힘은 루드웨어에게는 소용이 없는 기술이였지만, 레그르토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젠장..이렇게 되면 너죽고 나죽자 식의 공격을 레비나가 할 것이 분명한데...아버지가 오해를

했다고 해서 봐줄리는 없고...역시 내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고심을 하던 레그르토는 마음을 가다듬고 품에서 수리검을 꺼내서는 레

비나의 검기를 피하고 있는 루드웨어를 보며 소리쳤다.

"네 녀석이 사악한 마도사 루드그레인이란 녀석이였군!!"

"엥? 네 녀석은 갑자기 무슨 소리냐?"

"악적 루드그레인!! 너의 손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

"풋!!"

레그르토가 내뱉는 말을 듣는 순간 루드그레인은 말도 안되는 상황에 헛기침이 터져나왔다.

아버지가 뻔히 살아 있는 판에 아버지에게 대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원수라며 소리치는 아들

을 보며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레그르토 무슨 생각이냐!!]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루드웨어는 텔레파시로 레그르토에게만 말을 전달했다.

[아버지..레비나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하다니?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해를 풀어야 하지 않겠니?]

[그럼 저에게 맡겨주시지요.]

[응?]

[아버지의 방법이라면 어차피 신용할 수 없으니 제가 나서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

[그럼 맡기는 걸로 알겠습니다.]

막무가내로 자신이 맡는 걸로 결정해 버린 레그르토는 수리검에 마나를 집어넣고는 루드웨

어를 향해 집어 던졌다.

"죽어라!! 원수!!"

십여개의 마나가 담긴 수리검은 레비나의 검기와 함께 루드웨어를 향해 세도해 들어갔다.

한군데도 피할 곳이 남아 있지 않은 루드웨어는 그대로 허용했다가는 심한 상처를 입을 것

이 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법을 사용했다.

"실드!!"

루드웨어의 특기 기술중의 하나인 실드는 순식간에 그의 몸을 감싸며 레비나와 레그르토의

수리검을 튕겨냈다.

"흥!! 그 따위 실드로 나의 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플라워 드릴!!"

실드가 생성되자 레비나는 비웃음을 던지며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빠른 회전시켜며 루드웨어

의 실드를 찔렀는데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실드가 박살나면서 흩어져 버렸다.

"쳇!! 꽤 준비를 많이 했나보군!!"

그녀의 기술에 실드가 순식간에 깨져 버리자 루드웨어는 급하게 텔레포트를 해서 대기실의

문 쪽으로 이동했다.

"루드그레인 도망가느냐!!"

"도망? 그렇군 도망가면 돼는거였군. 나참 그런 것도 생각못했다니...좀 늙었나?"

"네 이놈!!"

"이쁜 아가씨 그럼 나중에 보자고 텔레포트!!"

도망간다는 말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뛰어오는 레비나를 보며 손을 흔들던 루드웨어는 텔레

포트주문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고, 근처에서 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레비나는 그 자리

에서 무릎을 꿇면서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흐흐흑흑흑 아버지 이번에도 저 악당을 놓치고 말았어요!!"

오열을 하고 있는 레비나의 모습을 보며 레그르토는 잠시 자리에 서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

작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레비나는 루드웨어가 블로드스톰을 죽인 것으로 알고 있

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기에는 어렸을 때부터 루드웨어는 우연히 만난 블로드스톰을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던 검사로 말해 왔었기에, 아버지가 블로드스톰을 죽일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일단은..그녀에게 접근해서 알아봐야 겠군..'

그녀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레그르트는 금새 계획을 짜고는

레비나와 같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며 쓰러져서는 그 역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흐흑흑 아버지...아버지의 원수 루드그레인을 없애지 못한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십시요..흐

흑흑.."

레그르토는 옆에서 울고 있는 레비나보다 약간 더 크게 울음을 내며 소리쳤기에, 어느 순간

레비나가 고개를 돌려 복면을 쓰고 닌자의 복장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물었다.

"당신은 ....?"

"흑흑흑 당신도 나와 같은 적을 쫓고 있었군요. 사악한 마도사 루드그레인을 말입니다."

"글머 당신도?"

"예...저희 아버지께서도...저 악한 마도사에게..그만...흑흑흑.."

동병상련, 이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일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없었다.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어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을 슬픈 눈으로 봐라보고 있는 레비나를 보며 레그르토는 얼굴에 쓰고 있던 복면을 벗

었다.

"다..당신은 레그르토란 분 아니신가요?"

"예. 그렇습니다..이 곳에서..루드그레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변장을 해서 그를 없애려

왔던 것인데..이번에도 실패를 하고 말았군요.."

"아..!!"

대기실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시합장에 마련된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은 왜 그 자와 원한을 가지게 된거죠?"

레비나의 말에 레그르토는 슬픈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레비나양도 알겠지만, 시합장에서 저와 그의 기술이 같다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예. 그래서 제가 대기실로 왔던 거에요."

"사...사실 저의 아버지와 루드그레인의 사형제간이였습니다."

"예?"

레비나는 레그르토의 말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의 무술은 동방의 먼대륙에서 우연히 풍랑으로 이곳에 쓸려왔다는 혈비도 무랑님의 독문

기술, 혈비도님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이곳에서 두명의 제

자를 키우며 비도문의 절기를 이곳에 퍼뜨리려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제자로 들어간

것이 저의 아버지와 루드그레인이란 자였죠."

레그르토는 자신의 측은한 눈으로 보고 있는 레비나에게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전했다.

교운산, 대륙이 최동단에 위치한 이 산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하여 능숙한 사냥꾼이나 나

뭇꾼들도 오르기를 꺼려하고 있는 곳이였다.

하지만 이 교운산의 중턱에는 대륙에서 볼 수 없는 양식으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이 서 있었

다.

건물의 대문의 위에는 거대한 현판에 비도문이란 글자가 쓰여 있었으니, 그 건물이 바로 동

방의 먼대륙에서 풍랑으로 이 곳으로 흘러들어온 혈비도 무랑이 이 대륙에 처음으로 세운

자신의 문파였던 것이다.

"허허허...날씨가 참 좋구나.."

백발의 탐스러운 수염을 쓰다듬으며, 하늘을 보며 너털웃음을 짓고 노인, 그는 흰색의 장삼

을 길게 늘어뜨리며 마법사들이 사용할 것 같은 참나무로 만든 로드를 짚으며 천천히 걸음

을 옮기고 있었다.

그가 온몸에서 풍기고 있는 고아한 자태는 마치 신선과도 같았기에,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

다면 자신도 모르게 절을 할 것과 같은 모습이였다.

그 노인의 정체는 바로 혈비도 무랑, 동방에서는 대살성으로 이름이 높았던 그였지만, 이 대

륙으로 흘러들어면서 그 살심은 가라앉고 이제는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

었다.

이름 모를 대륙에서 보낸지 벌써 40년 이제 그는 80이 넘는 나이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지

만, 말년의 그에게는 하나의 행복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키운 두 제자, 먼 이국의 땅에서 만난 제자들이지만 자신의 고향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자질을 가진 아이들이라. 말년에 얻은 제자복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곳으로 와 10년간을 고생해서 세운 비도문. 천천히 그가 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연

무장이였다.

비도문의 넓은 연무장에서는 두사람의 청년이 열심히 도를 던지며 무공을 닦고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무랑에게 말년의 행복을 안겨준 두 제자 루드그레인과 펠리스였다.

"하앗!!"

"찻!!"

연병장 한가운데 세워둔 십여개의 나무 기둥 위에는 작은 돌맹이가 하나씩 놓여져 있었는

데, 놀랍게도 두 청년이 기합과 함께 던지는 비도는 단단한 돌맹이를 꿰뚫며 꽂히고 있었다.

"허허허 내력을 비도에 실을 경지에 달했으니..이제 기초는 다 익힌 듯 하구나."

"사부님!!"

"사부님!!"

비도를 던지는데 온 신경을 쓰고 있던 두 청년은 인자한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리고는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허허허허."

그들을 보며 가볍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걸어가는 무랑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해 있었다.

자신이 제자들과의 나이 때에도 돌맹이를 꿰뚫은 정도의 실력은 지니지 못했기에, 이 두제

자의 비도술을 보며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랑에게도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오늘 무랑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연무장에서 무공을 닦고 있는 두 제자에게 찾아온 것이다.

두 제자를 연무장 한켠에 마련에 둔 작은 의자로 불러온 무랑은 자리에 앉아서는 작은 한숨

을 내쉬었다.

"사부님.."

"사부님 무슨 근심거리라도 있으십니까?"

사부의 난데없는 한숨소리에 루드그레인과 펠리스는 놀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의 모

든 일을 초탈해버린 듯한 사부의 입에서 이렇듯 한숨소리가 새어나온 적은 없었기 때문이

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