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81화 (81/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26-

    험한 일을 겪은 후 루드니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때까지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여기에 누워있지? 한참 검술 연습하고 있었는데?"

    게르하인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한 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레그르토가 충격요법을 사

    용한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사라진 듯 했다.

    "훈련이 조금 힘들었나보지? 기절까지 하는걸 보면 말이야."

    "엥? 내가?"

    게르하인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안 좋은 기억이라면 차라리 말하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앙. 그런데 너무 머리가 아프다."

    "잔말 말고 훈련 나갈 준비나 하라고."

    "일어난지 얼마나 됬다고 훈련이야!! 게르하인 하루만 쉬자."

    "안돼."

    자신을 강제로 일으키는 게르하인의 행동을 보며 루드니아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 준비를 하며 자신의 검을 들고는 힘없이 걸어나왔다.

    "그런데 레그르토는 어딨어?"

    "...잠시..음...잠시 마법재료를 구할게 있어서 여행을 간다고 하더군."

    "그래? 에이 책임감도 없는 마법사."

    게르하인은 차마 레그르토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단순히 마법재료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는 말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루

    드니아는 죽은 레그르트를 욕하며 검을 들고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연병장엣너 몇 명의 레드나이트가 검술대련을 하고 있었기에 게르하인 연습하고 있던 기사

    한명을 불렀다.

    "그로웬."

    "왜요. 대장?"

    그로웬이라 불리는 20대 후반의 기사는 게르하인이 부르자 귀찮다는 표시를 역력히 내며 걸

    어왔다.

    "별거 아니고 루드니아와 대련이나 한 번 해봐라."

    "질게 뻔하잖아요."

    "닥치고 하라면 좀 해보라고."

    "쳇."

    그로웬은 게르하인의 명령에 할 수 없다는 듯 연병장 한가운데로 향했고, 루드니아는 즐거

    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앞에 섰다.

    게르하인인 갑자기 루드니아에게 대련을 시키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레그르토의 일련의 행

    동은 루드니아의 잃어버린 힘을 되찾아주기 위한 것이였기에, 과연 루드니아의 실력이 얼마

    나 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로웬은 게르하인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보고는 레드나이트 특유의 예의로 검을 한바퀴 회

    전시키고는 왼손을 이마에 댄채 오른손을 뻗어 수직으로 검을 세웠고, 루드니아는 거대한

    검을 오른쪽 머리 위로 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자! 갑니다. 아가씨."

    "응."

    그로웬은 간다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뛰어나갔고, 루드니아는 그로웬의 공격이 닿기도 전에

    거대한 검을 수직으로 내리 꽂았다.

    "헉!!"

    그 순간 그로웬은 헛바람 소리와 함께 달려가던 것을 멈추고는 옆으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는데, 수직으로 검을 내리 꽂은 루드니아의 거검에서 갑자기 엄청난 기세의 검풍이 몰

    려왔기 때문이다.

    검풍은 순식간에 연병장을 바닥을 부수어 나가면서 앞에 있던 바위를 산산조각으로 박살을

    내버렸다.

    "젠장!! 아무리 내가 조금 잘생겼다고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야!! 도데체 소드마스터의 경지

    까지 오른 아가씨를 내가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야!! 날 죽이려고 작정했수?!"

    그로웬은 루드니아의 실력에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게르하인에게 분통을 떠뜨렸는데, 놀

    라는 것은 게르하인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멀리서 보았을 때는 단순히 검을 강하게 밑으로

    내려꽂는 것에 불과했는데, 강한 마나와 함께 검풍이 밀려 나가 버린 것이다.

    물론 게르하인과 마찬가지로 검풍을 사용한 당사자인 루드니아도 멍한 것은 사실이였다. 잠

    시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실력이 부쩍 늘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와!! 게르하인 나봐 엄청 세졌나봐."

    루드니아의 말에 게르하인은 고개만을 끄덕일 뿐이였다. 이정도로 쉽게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이제 충분히 그리쳐를 결정기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였기에, 조금 안심이 되는 순

    간이였다.

    '레그르토..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구나..'

    레그르토가 조금 험하게 루드니아에게 충격요법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였지만, 어쨋든 결과

    로 루드니아의 실력이 엄청난게 향상되었기에 그의 살신성인을 칭찬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자 이제부턴 그리쳐 백회!!"

    "알았어!!"

    자신의 실력이 늘어난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루드니아는 평소에는 투덜거리며 하던 연습

    을 기쁜 목소리로 하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성기사대회. 과연 루드니아는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게르하인은

    그 생각을 하며 조금은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풍을 쉽게 만들어낼 정도의 실력이라면 적어도 4강안에는 들 수 있는 실력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그르토가 없는 훈련이 조금 싱거워지긴 했지만, 루드니아는 게르하인이 정해준 훈련양을

    소화해나가며 실력을 쌓아갔고, 고대하던 성기사대회는 이제 삼일 앞으로 다가왔다. 드미트

    리는 성기사대회가 다가오자 안절부절 못하며 루드니아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가 게르하인

    을 보며 물었다.

    "게르하인 루드니아가 우승할 수 있겠는가?"

    드미트리는 간절함이 가득한 얼굴을 하며 제발 거짓말이라도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해줘란 표

    시를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게르하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하면 결승전까지야. 오를수 있겠지. 하지만 결승전의 상대가 레비나 아디스라고 한다면

    절대 우승을 불가능. 뭐 준우승정도라면 네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지 않나?"

    "흠..."

    베르드남작은 우승을 하는 것을 말하기는 했지만, 대륙에서 강한 자들이 모이기로 유명한

    성기사대회에서 준우승 역시 상당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그정도

    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차하면 황제의 권력으로 밀어붙이면 되지 않겠는가.

    "그정도면야..어쨋든 준우승 이하는 안된다는 것은 알지?"

    "어떻게든 해보지. 열심히 응원이나 하라구."

    "응."

    드미트리는 게르하인의 응원하라는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서 검을 휘두르는 루드

    니아의 모습을 보며 멍한 얼굴로 열심히 침을 흘렸다.

    하지만 이것을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년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드미트르의 아들이자 현재 제

    국의 황태자인 스베안이였다.

    한 여자에게 빠져 멍청한 얼굴로 변하는 아버지를 보며 분통을 삼키며 고뇌하던 스베안은

    사라진 레그르토의 빈자리를 생각했다. 비밀로 감추려고는 했지만, 스승같던 레그르토가 루

    드니아란 여자에 의해 살해됬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는 이때에 어찌 루드니아를

    좋게 볼 수 있겠는가?

    '스승님...꼭 저 사악한 마녀를 죽여 스승님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황태자님 훌륭하십니다.'

    가슴속에서 자신의 이 복수의 맹세를 칭찬하고 있는 레그르토의 모습을 어설프게 만들어내

    며 스베안은 결의의 주먹을 쥐었다.

    그녀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단 하나 성기사대회뿐이라는 생각을 한 스베안은 암암리에 한

    사람과 비밀 거래를 트고 있었다.

    잠시 드미트리황제의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스베안 황태자는 곁에 있던 시종과 함

    께 황궁의 외부인 대기실로 향했다.

    외부인 대기실은 외부인이 황궁으로 들어가기 위해 신분조회를 하는 곳이였는데, 이곳에서

    외부의 사람들과 황궁의 사람들이 만나기도 하는 장소였다. 보통 황궁시녀와 외부의 젊은

    청년의 데이트장소를 애용되고 있는 이곳은 황제가 지정한 시녀 전용 데이트장소였지만, 가

    끔 공주나 왕자도 이곳에서 기사들이나 귀족 아가씨들과 밀애를 즐기곤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예상을 뒤엎는 한 커플이 비밀스러운 만남을 하고 있었으니, 그들은 모두

    80세가 넘는 남녀라는 것이 상당히 이색적이였다.

    "이스트..."

    "헤레나..."

    80이 넘는 나이임에도 사람의 사랑이라는 것은 늙지 않는 것인지, 두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

    으며 상대방을 그윽한 눈으로 봐라보고 있었다.

    "아...사랑하는 헤레나 당신을 성기사대회가 있는 해에만 볼 수 있다니.."

    "어쩔 수 없잖아요. 이스트..전 이곳을 떠나선 살 수 없어요."

    "왜 당신은 그런 사정을 모르겠소..부디 죽는 날은 함께 였으면 하오."

    "이스트.."

    헤레나라 불리는 노파는 백발의 노인의 품에 안겼고, 근처에 있던 커플들은 이 검은머리 파

    뿌리까지 사랑 커플에 잔잔한 감동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들의 사랑에 방해자가 나

    타났다.

    "헤레나 할멈. 적당히 하라고 닭살 돋잖아."

    "에구머니나. 황태자 마마."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스베안황태자의 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떼어지고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 스베안은 둘의 모습을 보며, 잠시 한 숨을 내쉬고는 이스트를 보며 물었다.

    "할멈이 말하던 사람이 저 잔가?"

    "예."

    "음..."

    헤레나할멈은 드미트리황제의 친구로 스베안의 친할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베

    안은 그녀가 자신이 만나고자 하는 자와 안면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을이곳으로 불러

    오게 한 것이다. 헤레나할멈의 말에 스베안 황태자는 잠시 이스트라 불리는 노인을 흘겨보

    다가는 말했다.

    "당신이 작년도 우승자인 레비나 아디스의 메니저인가?"

    "메니저라면야..메니저일 수도 있군요..정확하게는 레비나 아디스의 숙부지만 말입니다."

    "음...좋아.."

    스베안이 옆에 있던 시종에게 손짓을 하자 한 개의 주머니와 함께 사파이어반지를 하나 이

    스트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이스트는 주머니를 흔들어보고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허허 이 정도 돈이면 충분한데, 일회의 면죄부라 할 수 있는 왕가의 반지까지 주시다니 그

    래 의뢰는 무엇입니까?"

    "성기사대회에서 한 여자를 죽여주면 좋겠어."

    "음...암살이군요. 휴.."

    암살이란 말에 이스트는 돈과 반지를 거넨주면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받지 못하겠군요. 조카딸인 레비나는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답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때 이스트는 주머니를 채갈려고 하는 시종의 손을 덥썩 붙잡고는 조용히 말했다.

    "반만 죽이면 안될까요?"

    "반만?"

    "예. 엄청 패달라고만 부탁하면 그렇게는 할겁니다."

    "음..."

    스베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루드니아라는 여자가 준우승에 올라간다고 해도, 레비나

    에게 잡혀 엉망으로 망가진다면, 그런 자를 어찌 등용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좋다."

    "에구 감사합니다."

    이스트는 행여 뺏기기라도 할까봐 돈과 반지를 재빨리 챙겨놓고는 미소를 지었다. 스베안은

    잠시 그런 이스트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뒤로 돌면서 헤레나 할멈에게 말했다.

    "할멈은 인생은 육십부터라고는 하지만, 돈만 밝히는 사람은 안돼. 내가 멋진 귀족 늙은이

    소개해 줄테니 이 늙은이는 잊으라고."

    "헉!!"

    이스트는 황태자의 말에 큰 충격을 받고는 가슴을 부여쥐고는 쓰러졌다.

    "이스트!!"

    깜짝 놀란 헤레나할멈은 쓰러진 이스트노인을 안고는 흔들기 시작했고, 이스트는 간신히 눈

    을 뜨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헤..헤레나 할멈...우..우리..저승에선..꼭..함께..있읍시다.."

    "이스트할아범. 날 버리고 가면 어떻게 해.."

    헤레나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숨을 멈추는 이스트할아범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

    는데, 스베안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스파크!!"

    "끄악!!"

    스파크 마법에 감전된 이스트는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섰고, 헤레나는 이스트가 일어나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멎은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 스파크 마법으로 전기쇼크를 잠시 준 것이였다.

    "괜히 돈 받고 튈 생각하지 말고, 잘 처리하는게 좋을거야 이스트할아범."

    "예.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흥."

    스베안이 사라지자 이스트는 작은 한 숨을 쉬고는 자신을 안고 있는 헤레나의 손을 쥐고는

    말했다.

    "당신 같은 아름다운 할멈이 저런 악한 황태자에게 잡혀 있다니 눈물이 나는구려."

    "이스트...."

    "스파크.."

    "끄억!!"

    괜히 한마디했다가 마지막으로 전기쇼크에 맞아 침을 질질 흘리는 이스트할아범이였다.

    드래곤의 마법사 2부 -27

    성기사대회, 그 대회는 제국 초대 황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라시아성교회의 이름으로 제

    국을 건설한 제국의 초대 황제는 실력은 없고, 타락했던 성기사들의 예를 접한 적이 있었던

    지라. 성기사들의 권위와 위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양의 황금과 함께 큰 명예를 안겨 줄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 내었다.

    대회에 걸린 총상금액은 2000만골드, 그 중 우승자가 가지게 되는 상금이 천만골드라는 것

    은 엄청난 상금액이라 할 수 있지만, 대륙 곳곳에 은거하고 있는 실력자들을 불러모으기에

    는 돈이라는 것은 약한 유혹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초대황제는 한가지의 명예를 우승자에게 안겨주었는데, 그것은 성검의 패였다. 당

    시의 교황과의 협의하에서 발행된 이 성검의 패는 제국과 동부 120개 중소국가 전역에 한하

    여, 일년간의 탈법권이 주어진다. 즉 성검의 패를 가진 이에게는 제국에 대한 반란과 살인,

    이단 이외에는 어떠한 범죄도 성검의 패를 가진 이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성검의 패에는 탈법권이외에 세금의 면제, 아라시아성교의 제 일 성기사 자격과 함께 성검

    의 패와 교환한다면 남작까지의 귀족작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노리는 수많은 대륙의

    무사들이 성기사대회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이 성기사대회는 성기사를 뽑는 대회가 아닌 제국의 축제와 비슷한

    것으로 변질되어 버렸고, 이 대회의 우승자 역시 성기사의 자격만이 주어질 뿐, 성기사로서

    의 어떠한 일도 강요받지 않게 되었다.

    즉 하나의 큰 무술대회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초대 황제가 말한 성검의

    패와 황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회는 매회 대륙의 거의 모든 강자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성기사대회가 열리는 곳은 로아냐드제국의 황도에 위치한 검투장이다. 매년 평균 참가인원

    은 약 3000명정도로 대륙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올해의 성기사대회에서도 2930명

    이라는 대 인원이 참가신청을 하면서 성기사대회장이 있는 황도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우와.."

    성기사대회의 예선으로 향하는 루드니아는 드미트리의 황실마차에 실려 예선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황성에 온 후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나서게 된 루드니아는 처음

    하는 시합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지, 황실마차의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는 북새통을 이룬

    황도의 거리를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었고, 그런 루드니아의 옆에서는 황제 드미트리와 레드

    나이트의 기사대장 게르하인은 걱정이 태산 같은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민에 잠겨 있었

    다.

    "어떤가. 게르하인..루드니아는 잘 해낼 것 같나?"

    "...전에도 말한 것 처럼 결승까지는 어렵게는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대전의 경험이 적

    은 루드니아로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있으니, 어쩌면 결승에도 진출할지 모르지."

    "그런.."

    "어차피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상뿐이다. 확실한 것을 알려면 루드니아의 싸움이 끝나

    바야 아는 것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에서 응원하는 일 밖에 없어."

    "음..."

    게르하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였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욱 이상한 일이였

    다.

    두 사람의 고민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황실의 마차를 뒤따르고 있는 또 하나의 마차가 있었

    는데 바로 루드니아를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스베안 황태자의 마차였다. 황태자의 마차

    안에는 스베안과 베르도 남작, 헤레나, 그리고 그의 의뢰를 받아들인 레비나 아디스의 메니

    저라는 이스트가 타 있었다.

    이스트와 헤레나가 노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사랑에 눈초리를 마주치고 있었기에, 스베안

    은 마차의 창문 밖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황태자의 모습을 확인한 수많은 여인들이 스베안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기에, 스베안은 가끔

    씩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스베안 그가 다소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황실의 가족으로서 해야 할 것은 다 하는 드미트리

    황제와는 조금 다른 건실한 소년이였던 것이다.

    "베르도 남작. 당신도 어느 정도 손을 썼겠지요?"

    스베안황태자는 자신의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베르도남작에게 넌지시 물었다. 자신

    을 앞세우고 루드니아라는 여자를 쫓아내려하는 베르드남작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입니다. 대전표에 약간 손을 봐주고, 몇 명의 전사들을 참가시켰습니다."

    "음..조심하게, 레그르토스승님을 함정에 빠뜨려 지하실에 매장시킬 정도로 간악한여자이니

    무슨 방법을 쓸 줄 모르네."

    레그르토와 루드니아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은 게르하인이 황제에게만 말하고, 비밀로 감추

    어두고 있었던 상황이였기 때문에 스베안황태자와 베르도남작은 루드니아가 게르하인들을

    이용하여 레그르토를 암살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예. 이미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녀의 주변에 수십명의 첩자들을 심어두었습니다."

    "잘했네."

    루드니아 때문에 탈선황태자의 길을 걸어가려하는 스베안이였다. 한편 성기사대회가 열리는

    이 황도에 예측할 수 없는 인물들이 당도하고 있었다.

    엘프와 드워프, 기사와 신관 등, 로망스소설의 기본의 파티구성을 하고 있는 이 일단의 모험

    가들은 성기사대회의 출전서를 제출하고는 예선전을 치루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을 헤치며

    검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욱!!"

    날아서라고 가면 좋겠지만, 그것이 안되는 고로, 이리저리 밀리며 일행의 뒤를 쫓아가려하는

    준호, 현재인의 자동차로 인한 기초체력처럼 우주선만을 타고 다니던 준호은 기초체력은 너

    무나 모자랐는지, 리안나도 쉽게 뚫고 나가는 인파들에게 갇혀 점점더 일행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리안나!!"

    "준호씨!!"

    눈물 찔끔 나는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며 안간힘을 쓰는 두 사람

    은 예정된 스토리에 맞추어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떠밀려 서로 멀어지고 있는 두 사람, 준호는 리안나의 손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헹...나 미아됐다."

    준호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점점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루드웨어의 군대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리드가 제국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이였다. 하지만 성기사대회로 인해 제국의 황도는 많

    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황제조차 만나기가 어려웠기에 방향을 선회, 성기사대회에 출전해

    서, 관전하고 있는 황제에게 부탁하기 위해 참가신청과 함께 예선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는

    데, 불행하게도 인파들에게 밀려 바라지도 않은 이별을 하고 만 것이다.

    졸지에 미아의 신세가 되버린 준호는 황도의 지리라고는 눈꼽만치도 모르는데다가, 우주선

    을 불러올 수도 없는 터라.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행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목적지는 성기사대회의 예선경기장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좀처럼 인파를 뚫을 수

    없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였다.

    이 때 한사람이 구원자가 다가오고 있었니....

    "어이! 길을 비켜라 황제폐하 행차시다."

    루드니아를 성기사대회의 예선장으로 공수하기위해 직접 드미트리황제의 황궁마차가 인파들

    을 제치며 가고 있었고, 그 앞에는 영문도 모르는 준호가 겁도 없이 황제의 마차를 막으며

    멀뚱히 서 있었다.

    "네 이놈!! 황제폐하의 마차가 지나가는데 길을 막다니!!"

    "에....?"

    이미 다른 사람들은 멀찍히 물러서 길을 열어주고 있었고, 준호 혼자만이 열려진 넓은 길에

    남아 있었기에, 황제의 마차를 호위하고 있던 기사들이 호통을 치며 준호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멈춰라."

    황성기사대가 준호를 공격하려고 할 때 마차 안에서 준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목소

    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제국의 황제인 드미트리였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다른 나라에서 기사대회로 온 것 같구나. 처음으로 이 곳에 온 것이라

    면, 사정을 모르는 것도 당연할 터, 그냥 보내주도록 하여라."

    "예. 폐하."

    황제의 명이 떨어지자 황궁기사들은 다시 열을 맞추어 제자리로 향했고, 위기를 간신히 넘

    긴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본 적이 없는 옷차림이구나.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드미트리 황제는 준호가 입고 있는 옷이 상당히 특이하다는 것을 보고는 흥미가 생기는지

    준호를 보며 물었다.

    "예. 멀리 동방에서 온 준호라고 합니다."

    "호. 동방이라."

    흔히 동방이라 함은 대륙의 끝을 말하지만, 드미트리황제는 동방에는 앞에 있는 젊은이가

    입고 있는 옷이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말이 이 땅의 동쪽이 아닌, 바다건너 동

    쪽에 있다는 미지의 대륙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준호가 말한 것은 옷을 바꾸어 입지 않으려는 준호에게 대충 둘러대라고 가르처 준 말

    이였다. 드미트리 황제는 준호가 미지의 대륙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궁금증이 동해

    그냥 보내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처음 온 것이겠군, 성기사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온 것인가?"

    "예."

    "하하하 잘됐군. 짐도 성기사대회장에 일이 있어 가는 중인데, 일이 없다면, 짐과 같이 이

    마차를 타고 가세나."

    다른 사람 같으면 거절이라도 했을법하지만, 일행과 헤어지고, 인파에 밀려 여기저기 떠돌던

    준호로서는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었기에,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가 더 고맙지요. 헤헤헤"

    비굴한 웃음을 띄우며 마차에 재빠르게 올라타는 준호를 보며 조금은 두려운 맘이 드는 드

    미트리였지만, 동방의 미지의 대륙이란 호기심이 그런 두려움을 꾹 참게 만들었다.

    마차안으로 들어선 준호는 넓직한 공간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두리번 거렸는데, 그 순간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 세계에 들어선 후, 많은 여인들을 보아왔지만, 자신의 푹 빠진 리안나보다 아름다운 여인

    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지금 이순간 리안나조차 땅에 붙은 껌딱지 취급을 받을 정

    도의 미녀가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우!"

    차마 말을 못하고, 늑대 울음소리로 대사를 대신한 준호는 뒤에 앉아 있는 황제가 무엇인가

    를 말하기도 전에 잽싸게 그녀의 곁에 앉았다.

    은색의 미쓸릴 갑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전쟁이 여신과도 같았기 때문에, 준호

    는 멍한 두눈을 이동할 생각도 못하고, 그녀의 얼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록생의 이계적인 머리칼이 마차 창문으로 불어치는 바람에 날려 자신의 얼굴에 닿자, 준

    호는 온몸에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음..."

    미지의 대륙의 궁금함으로 그를 불러들이기는 했지만, 루드니아를 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

    자. 조금 후회가 되는 드미트리였다.

    "흠흠.."

    드미트리는 그런 그의 정신을 돌리고자 헛기침을 몇 번 했고, 대여섯번의 헛기침에서야 준

    호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드미트리의 성질이 날 것 같은 눈을 볼 수 있었던 준호는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비싼 비

    단으로 만들어진 마차 의자등받이에 대충 닦으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하하하. 제가 조금 실례를 한 것 같군요."

    "...뭐 흔히 있는 일이니 괜찮네."

    "죄송할 따름입니다."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이계에서, 황제라는 직위의 인물에게 무례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준호

    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그 탓에 황제의 노기도 조금

    가라앉을 수 있었다.

    자신을 뚫어지게 처다보는 이 예의 없는 젊은이를 외면하고 있던 루드니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드미트리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웃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호호. 준호라고 했나요? 참 재미있는 분이네요. 미지의 대륙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미지

    의 대륙은 어떤 곳인가요?"

    황제에게 사과하고 있던 준호는 갑작스런 아름다운 여인의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 실레이

    드가 대충 얼버무리라고 동방의 미지의 대륙이 출신지라 말하긴 했지만, 미지의 대륙을 그

    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한참을 대답에 대해 골머리를 앓은 준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를 이야기

    해 주기 시작했다.

    "하하하 미지의 대륙이라고 해서 그렇게 다른 곳은 아니랍니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

    면 그곳은 제국처럼 황제폐하가 다스리는 곳이 아니라. 상인들이 지배하는 곳이랍니다."

    "상인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