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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78화 (78/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23-

    베르드남작 앞에서 호언장담을 한 루드니아가 게르하인과 레그르토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

    자. 게르하인은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척 했고, 레그르토는 한 숨을 쉬었다.

    "뭐야? 반응이 왜 이래?"

    루드니아는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면서 약간 화가난다는 어투로 이야기를 하는데, 쓰러진 게

    르하인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루드니아의 어깨를 잡고는 슬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

    다.

    "루드니아...성기사 시합에서 죽어라.."

    "엥? 그게 무슨소리야?"

    "사형당하는 것보단 성기사시합에서 죽는게 더 명예롭다는 이야기지요."

    게르하인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며, 레그르토는 루드니아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현재의 루드니아님의 실력으로는 성기사대회의 우승은커녕 본선에도 참여하지

    못할겁니다."

    "뭐야 내 실력을 무시하는거야!!"

    "루드니아님의 실력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성기사대회의 수준을 높게 보는겁니다."

    "음....그렇게 강한 사람이 많이 나와?"

    루드니아의 물음에 게르하인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작년도 우승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누군데?"

    정말 모르고 있는 루드니아의 물음에 레그르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도 우승자는 용병계의 전설로 남아 있는 블로드스톰의 딸, 레비나 아디스, 현 대륙 용

    병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7명의 특급용병 중 수좌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검사입니다. 추측되

    는 실력은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선 자. 명예의 기사좌를 포기하지 않는 한, 결승에서 만

    날 상대는 레비나 아디스일 확률이 높습니다."

    "음.. 같은 여자잖아. 그렇담 내가 이길 확률도 있지 않아?"

    루드니아의 말에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은 게르하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전혀. 루드니아는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선 자의 개념을 몰라."

    "그게 뭔데?"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선 자, 소드마스터오버러라 불리는 자들은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

    닌자들입니다. 몸 안에 넘치는 마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신체가 재배치되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나량을 넘어서는 이들로, 검술과 함께 상상도 못한 마나를 가지고 있지만 더 문

    제되는 것은 그들이 폭주했을 경우입니다."

    "폭주?"

    "예. 그 자들이 가지고 있는 마나량은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것, 신체는 광대한 마나량을 제

    어하기 위해 뇌신경을 흐트러뜨리는데 그것이 바로 폭주모드입니다. 소드마스터오버러가 폭

    주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광전사의 정신으로 평상시의 두배나 되는 마나를 사용할 수 있습니

    다. 레비나 아디스의 경우에는 그의 부친인 블로드스톰의 피의 마나와는 다른 화향의 마나

    를 소유하고 있지만, 기술은 블로드스톰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폭주모두의 들어갈 경우

    플라워에어리어는 확장하게 되어 플라워페스티벌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때가 되면 그녀의

    영역 안에 들어가 있는 어떠한 자도 살아남지 못하게 됩니다. 다행히 화향의 마나를 다루는

    레비나 아디스의 경우는 과거의 블로드스톰과는 달리 폭주모드를 어느 정도 선까지는 조종

    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 하나 없이 빠져 나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

    다."

    게르하인은 불쌍하다는 눈으로 루드니아를 보며 다른 자들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비나 아디스에게 아깝게 패한 자는 소비에르제국의 전사라는 블랙나이트란 잔데, 그 자

    역시 레비나와 같은 오버러로 폭주모드를 지니고 있지, 또 3등 4등도 폭주모드..."

    "잠깐 왠 소드마스터오버러가 그렇게 많은 거야!!"

    "소드마스터 오버러는 레비나와 소비에르의 블랙나이트뿐입니다. 다른 이들은 오버러의 폭

    주모드를 검술의 명가에서 연구하여 만든 가짜폭주모드라고 할 수 있지요."

    "음...그런건 잘모르겠고, 게르하인 네가 시합에 나간다면 몇등정도 할 수 있어?"

    "글쎄요..젊었을 때 나갔을 때는 본선에도 못들어가긴 했지만, 지금이라면 본선 16강까지는

    오를 것 같군요."

    "음.."

    대련을 하며 본 게르하인의 막강한 실력으로도 시합의 16강에 정도에 그친다는 말에 그제서

    야 루드니아는 시합의 선수들과 자신과의 실력차이를 조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있다가는 우승은 커녕 상위등수에도 들지 못할게 뻔했다.

    그런 루드니아의 마음을 아는지 레그르토는 냉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쨋든 시합에 나가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 할테니, 오늘부터 특훈에 들어가기로 하지요. 생

    각해보면 루드니아님에게 폭주모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도 그런게 있어?!"

    레그르토의 말에 루드니아아의 얼굴에선 강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기대에 찬 얼굴, 하지

    만 레그르토의 다음 말은 충격이였다.

    "단지 남들과는 달리 루드니아님의 폭주모드는 단순히 광전사같은 지랄발광뿐이라는게 문제

    지요."

    "엥."

    게르하인은 레그르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렇군. 배고프다고 황제폐하의 목을 조를때나, 특훈 받고 괜히 레드나이트들을

    괴홉힐 때 조금 광전사적인 면모가 보이긴 했지."

    "엥...."

    눈물을 흘리고 싶은 루드니아였지만, 어쨋든 성기사시합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목이 잘릴 위

    험이 있기에 특훈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악덕 마도사 루드웨어의 공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그리드왕자와 준호의 일행은 그들을 도와

    줄 수 있는 능력의 사람, 차원도사를 찾아갔다.

    그리드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거대한 공동묘지, 작은 산 하나에는 수많은 묘패가 꽃혀 있었

    다.

    "여긴?"

    "죽은 자들을 위한 안식처입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전쟁터에 버려진 불쌍한 자들의 시신

    을 그 분은 모아 이곳에 묻어주지요."

    그리드는 가까이 있는 무덤에 다가가서는 조용히 눈을 감고는 그 사람을 위한 기도를 올렸

    다. 그 모습, 그리드가 무덤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경건한지라, 실레이드와

    콜리드까지도 그의 모습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힘있는 자들은 전쟁을 우습게 여기고 있습니다.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그 전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죽음의 땅에 버려진 자들에게 이것은 유희가 아닙

    니다. 힘있는 자들은 수많은 자의 죽음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만, 힘없는 자들은 눈물과

    함께 사라져 잊혀져 가지요. 그 분께선 그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기에 수많은 세월을 죽

    은 자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아!"

    준호는 그 순간 차원도사란 사람에게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자신과 같은 이계의 인간임에

    도 그는 이 곳의 사람들을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왕이란 절대권력의 좌를 포기한 것은 바로 이분을 만난 후였습니다. 처음에는 시체를

    움직이게 하는 네크로멘서인줄 알았지만, 호기심에 도착한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의 시신을

    손수 묻어주며, 기도하시는 그 분에게서 전 절대의 권좌에 무상함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약

    한 자도, 강한 자도, 부귀한 자도, 가난한 자도 죽음 앞에선 아무 것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리드는 뒤로 돌아서는 준호를 보며 말했다.

    "죽음 뒤, 당신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어떠한 절대권좌보다 더 큰

    것을 얻은 것이요."

    "많이 자랐구나."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돌아선 그리드는 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가 찾

    고 있었던 사람, 바로 차원도사 천우였다.

    "천우 도사님!!"

    그리드는 천우 도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뛰어가 두 손을 잡

    았다.

    "저 사람이 차원도사로군."

    실레이드는 기다리고 있던 차원도사를 직접 보고는 감격의 미소를 띄웠다. 물론 새롭게 시

    작될 연극의 재미가 더해졌다는 감격에서 였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 준호는 자신을 고향으로 보내 줄 유일한 사람을 만난지라. 희망에 가득 차 있었

    다. 차원도사는 그리드와 함께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내려와 말했다.

    "차원도사라 불리는 천우라고 합니다."

    천우의 인사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소개를 간단하게 한 후, 천우의 안내로 그가 살고 있

    는 작은 오두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나무로 어설프게 지어진 집안에는 이렇다할 가구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았기에, 그의 검

    소함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준호는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차원도사를 보며 말했다.

    "차원도사께서는 이계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계...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아시아계통의 분이신 것 같은데.."

    "응? 자네...그렇군, 지구에서 왔는가?"

    "지구요? 아! 인류의 발생지를 말씀하시는군요."

    "인류의 발생지라...자네는 먼 후세의 사람인가보군. 하긴 내가 이곳으로 올 때, 지구에서는

    단 한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한사람도요? 그렇다면 대이주의 시기에 사셨던 분이시군요."

    "대이주의 시기?"

    차원도사의 물음에 준호는 잠시 헛기침을 하며 대이주의 시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이주의 시기는 서기력을 사용하던 시기에 있었던 것으로, 서기 2218년을 말합니다. 그 당

    시 지구는 환경파괴로 말미암아 극심한 기후변화와 함께 지각변동의 시기를 맞았습니다. 인

    간의 과학은 자연의 시간을 앞당긴 것이지요. 지구 곳곳에서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10년의

    어둠이 찾아왔고, 그로 인해 빙하기가 찾아왔습니다. 130억의 인구는 그 10년의 시간동안 단

    5억 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식량을 둘러싼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살아

    남은 5억의 사람들은 이제 황폐한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계

    의 성계로 대대적인 이주를 시작했습니다. 2218년부터 약 7년간 이루어진 대이주는 5억의

    인구 중 다시 4억의 인구를 머나먼 우주를 무덤으로 사라지게 했지만,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 나머지 1억의 사람들이 우주에 인공도시를 만들어 살아감로써 인간은

    우주력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갔습니다. 우주력 154년에는 드디어 항성간운항법과 함

    께 웜홀 운항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행성으로의 이주가 가능하게 되었고, 우주력

    3180년의 현재에 와서는 공식 유인행성만 수십만에 총인구 4천억의 인류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흠..."

    차원도사는 준호가 말하는 인류의 역사를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지구의 인간들, 그 사람을 오랜 시간을 이계에서 살아오다 만나게 된 천우는 감개무

    량할 수 밖에 없었다.

    "우주로 이주해 간 인간들 사이에서 전쟁은 없었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전쟁중인 행성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가....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가보군.."

    전쟁의 이야기를 들은 차원도사의 안색은 침울해져갔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본모습을 찾

    은 천우도사는 준호의 일행들에게 차를 따라주면서 말했다.

    "자네들이 나를 찾아온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텐데, 말해보게나."

    그 말에 그리드가 그의 앞에서 무릎 꿇고는 이마가 땅에 달 듯이 머리를 숙이고는 말했다.

    "천우도사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무슨 일인가. 그리드군."

    그리드는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는 차원도사를 보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세세히 이야기 해

    나가기 시작했고,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고는 말했다.

    "음...그러고보니 얼마전에 불쌍한 사람들을 묻어주기 위해 간 전장터에서 수상한 네크로멘

    서를 만난 적이 있네, 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루드웨어란 자란 마법사가 그와 관련이 있을

    지 모르겠군."

    "예?"

    그리드는 그 말에 잠시 놀랐지만, 정작 더욱 놀란 것은 준호를 포함한 일행들이였다. 이러다

    간 엄청난 죄를 꼼짝없이 루드웨어가 뒤집어 쓰게 될 형편이였기 때문이다.

    [콜리드 이게 뭐야. 루드웨어가 시체 가지고 장난 노는 네크로멘서와도 관련이 있는가?]

    [멍청이. 우연찮게 녀석들이 나타나 쓸려 가는 것 뿐이잖아. 그나저나 큰일이군. 네크로멘서

    같은 패거리와 한패라는 소문이 들렸다간, 잘못하면 전 마도사를 적으로 돌리는게 되는거라

    고]

    [이거 녀석이 관련없다고 밝힐 수도 없고, 큰일이군.]

    네크로멘서의 패거리로 쓸려간 루드웨어,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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