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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74화 (74/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19-

    잠시 포옹의 시간을 가진 두 사람에게 루드웨어는 멋쩍은 모습으로 다가오며 작은 구슬하나

    를 건네 주었다.

    "이건?"

    "여기 서 있던 잣나무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마나메탈이다. 요정이란 이 아이를 완전한 사

    람으로 만들어 줄라면 신이나 되야 하고, 힘없는 마법사인 나로서는 이게 한계로군."

    "감사합니다."

    그리드는 루드웨어에게서 아르키아네스의 몸이라고 할 수 있는 마나메탈을 받아 들고는 연

    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이 인사를 전하고 있었는데, 사람의 몸으로 변한 아르키아네스는

    무엇을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손바닥을 치고는 루드웨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

    며 말했다.

    "당신 생각났어요!!"

    "응?"

    "어디서 많이 봤다고 했더니!! 200년전에 페어리들의 세계에서 요정의 가루를 훔쳐 달아난

    강도 같은 마법사 맞죠?"

    "강도같은 마법사...."

    루드웨어는 아르키아네스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는지, 조금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나신이

    이백년전에 요정의 여왕에게서 마대 한 자루분의 요정의 가루를 조금 강제로 받아 오긴 했

    지만 강도라는 소리까지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다. 평균적으로 요정 한 마리가 일년에 만들 수 있는 요정의 가루

    는 기껏해야 큰 스푼 하나정도의 양인데, 마대 한 자루 분의 요정의 가루를 받아왔다는 것

    은 여왕에게서 왕궁에 소장되어 있는 가루 중 반정도에 해당하는 양을 강탈했다는 것을 말

    한다.

    그러니 어찌 강도 마법사란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 자기가 조금 과하게 갖고 오긴 했구나란

    생각은 이제서야 조금 하는 루드웨어는 일그러진 얼굴은 움직여 험악한 미소를 만들고는 어

    색한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흐흐..네가 말한 마법사가 맞긴 하다만 강도 같다니..."

    "저희 여왕님이 그때 당신을 최악의 강도 마법사라고 했는데요!! 당신 때문에 오년간 다른

    요정들이 뼈빠지게 가루를 더 모아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휴...강도.."

    하지 말라도 하는 아르키아네스를 보며 루드웨어는 조금 인상이 더 찌프려졌고, 이윽고 행

    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용서 할 수 없는것...강도 마법사의 무서움을 보여주지!!"

    그 순간 마법으로 만들어진 급박한 순간에서나 나올 것 같은 배경음악이 잠시 흘러나오더니

    구르뒈어는 아르키아네스의 허리를 붙잡고는 플라이 마법을 써 하늘로 날아올랐다.

    "꺄아악!!"

    "아르키아네스!!"

    그리드는 놀라 루드웨어에게 끌려 날아가는 아르키아네스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손끝을

    스치며 아르키아네스를 놓치고 말았다. 루드웨어는 하늘에서 그리드의 모습을 음침한 모습

    으로 처다보고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하!! 난 악덕 강도 마법사 루드웨어다!! 그로인 왕국을 차지하고 요정 아르키아네

    스를 내 왕비로 삼으리라 푸하하하하!!"

    그렇게 말한 루드웨어는 그로인 왕국의 왕성쪽을 향해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여 날아갔고,

    그리드 왕자는 끌려가는 아르키아네스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는, 삼류 로망스의 나

    오는 이야기처럼, 세상을 무너뜨리는 악덕 마법사에게 공주를 빼앗긴 용사의 모습을 잠시

    흉내낸 그리드는 류트를 집어던지고 성쪽으로 몸을 날려 뛰어가기 시작했다.

    성으로 뛰어들어가는 그리드의 뒤쪽, 아르키아네스의 잣나무가 있던 그 곳에 몇 명의 사람

    이 모습을 더라냈다. 그들은 루드웨어를 제외한 다른 일행, 바로 준호를 비롯한 실레이드,

    콜리드, 리안나였다.

    "휴!! 도데체 이건 또 무슨 놀음이래요."

    준호는 이 한심스러운 자태를 잠시 지켜보면서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레

    이드는 무슨 소리내는 듯이 표정을 짓고는 이번의 놀이에 대해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표정

    을 지었다.

    "시크라와 저녀석이 드래곤슬레이어 놀이를 했다는 말을 듣고 끼지 못한 것이 억울했었는

    데, 잘됐어 차원도사를 찾으면서 악덕마법사에게 구한 공주를 구하는 용사놀이를 겸한다. 역

    시 루드웨어야."

    루드웨어의 유희 감각은 역시 따르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실레이드였다.

    "아버지 이렇게 한다고 차원도사가 찾아올까요?"

    리안나는 워낙 엉뚱한 사람들인지라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는데, 옆에 있던 콜리

    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차원도사가 여기에 없다면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그도 정의로운 사람인 것 같더군,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덕 마법사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아마 모습을 보일게다. 그건 그렇고 이왕이

    면 용사의 일행에 그도 끼였으면 재밌겠구나."

    "그리드란 녀석이 잘 하겠지. 차원도사를 이곳으로 불러온 녀석도 바로 저 녀석이니까. 아마

    루드웨어를 상대하기 위해 차원도사를 부르겠지."

    실레이드는 루드웨어의 계획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는 투로 이야기를 하며 자신감을 표현하

    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준호는 이 두 사람, 아니 루드웨어까지 합쳐 세사람과 여행

    을 하면서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고 싶었지

    만, 이 들이 아니면 누가 자신을 원래 있던 세계로 보내 줄 수 있겠는가? 울며 겨자먹기로

    계획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리안나라도 있으니..다행이지...'

    그래도 정상적인 리안나라도 있다는 것이 그나마 안심이라면 안심일 수 있는 준호였다. 하

    지만 실레이드의 딸인 리안나가 과연 준호의 바램되로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있었

    다. 예로부터 그 아비의 그 자식이란 말도 있지 않았는가?

    성안으로 급히 뛰어간 그리드는 자신의 방 두석에 처 박혀 있던 검을 빼어 들고는 밖으로

    뛰어 나가는데, 그 모습에 놀란 유모 멜드리나는 그리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기 시

    작했다.

    "왕자님!! 참으셔야 합니다!! 참으셔야 합니다!!"

    "유모 뭘 참으라는 거야!! 제발 바지 좀 놓으라고!! 급하단 말이야!!"

    "왕자님 안됩니다!! 아무리 다른 왕자님이 심한 짓을 하셨다곤해도, 혼자 무엇을 하시겠단

    말입니까!!"

    "유모!! 그 녀석들이야!! 이긴 놈이 알아서 왕좌에 오르겠지!! 그 따위 왕좌가 무슨 소용이

    야!! 난 더 급한 일이 있단 말이야!!"

    "저를 속이시려 해도 소용없습니다!! 평소에 조용하시던 왕자님이 이렇게 화를 내며 검을

    가지고 뛰쳐나가시는데, 그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아이!! 젠장!!"

    "어떻게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흑흑흑"

    "미치겠네!!"

    "이젠 미치시기까지.. 돌아가신 왕비마마를 어떻게 뵐런지...!!"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 유모에 손에 잡힌 그리드는 빠져 나갈 엄두도 못내며 사라져가는 아

    르키아네스를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멀리 사라진 마법사를 어떻게 추적할 것인가란 생각이 미치자, 허

    망해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르키아네스의 몸이 커졌을 때는 꿈이 이루어 진 것 같이

    기뻤었는데, 그것이 정말 한 순간의 꿈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하늘은 그

    를 돕는지, 그의 힘이 될 사람들이 용사의 근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리드왕자의 몇 안되는 기사 중 하나인 레몬트가 급한 얼굴로 뛰어 와서는 부복했다. 잠시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혼절해 있는 왕자의 유모 멜드리나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은 레몬트

    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내젖고는 왕자에게 말했다.

    "지금 성문에서 일당의 여행객이 왕자님을 뵙고자 합니다."

    "일단의 여행객?"

    "예. 엘프와 드워프, 신관과 전사로 이루어진 여행객들로 엘프는 큰 부상을 당한 것 같습니

    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악독한 마법사와 겨루다 부상을 당했다고 하는데, 왕자님과 면담

    할 수 있기를 간청하더군요!!"

    "마법사!! 악독한 마법사라 했는가?!"

    "예."

    "빨리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세!!"

    그리드는 그들이 아르키아네스를 납치한 루드웨어라는 악독한 마법사를 쫓아 여기까지 왔다

    는 것을 짐작해보고는 레몬트에게 말해 빨리 그들과 만나고 싶었지만, 실상은 그러지를 못

    하고 있었다.

    "아앙! 유모!! 제발 바지 좀 놓으란 말이요!!"

    "안됩니다...안됩니다..."

    왕자를 지켜야 된다는 사명아래 혼절해 있는 상태에서도 바지를 잡고 놓치지 않는 유모 멜

    드리아,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모성애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모의 끈질긴 사랑을 간신히 떼어 놓은 그리드가 여행객들에게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후로

    세시간 후, 급박하다며 소리 질렀던 그리도도 이젠 거의 반 초죽음이 되어 간신히 몸을 움

    직이고 있었다.

    '유모의 힘이 이렇게 끈덕질 줄은....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란 말이 진실인가보군.'

    레몬트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접대실에는 4명의 여행객들이 있었다.

    "자네들..."

    그리드는 아르키아네스의 생각에 그들을 보며 바로 용건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중간에 끊어

    지고 말았으니, 3시간이나 유모에게 잡혀 있었던 덕에 눈을 부라리며 기다리고 있던 여행자

    들은 모두 지쳐 잠이 들어 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흠!! 흠!!"

    상황의 이상하게 돌아가자 레몬트는 헛기침을 하며 그들을 깨우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 기

    침소리에 여신관이 입가에 흘린 침을 닦으며 고개를 들어 그리드를 처다 보았다.

    "어? 누구세요?"

    "흠흠..여러분께서 만나고자 했던, 이 성의 주인 그리드라고 합니다."

    "아!"

    그제서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 눈치를 챈 여신관은 근처에 있던 엘프를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음...뭐야!!"

    "왕자가 왔데요."

    "그래?"

    여신관은 엘프를 아빠라고 부르며 깨웠고, 엘프는 졸린 눈을 비비며 피가 낭자한 가슴께를

    북북 긁고는 그리드를 보며 말했다.

    "본인은...."

    그리고 한참을 생각한 엘프, 그는 무엇인가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워래

    예정대로라면 엘프는 이렇게 말해야 했다.

    "본인은 서엘프족의 실레이드라고 하오. 우린 서엘프족의 보물을 훔친 루드웨어라는 마법사

    를 쫓아 이곳까지 왔는데, 여자를 붙잡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일전을 겨루었지만 가슴에

    큰 부상을 입고 놓치고 말았소. 한데 그곳에서 피로 적은 쪽지가 있어 살펴보았더니 그리드

    왕자 당신에게 전하는 이야기인지라 급하게 이 성으로 달려왔소이다."

    였는데, 애석하게도 가슴께를 다친 엘프는 잠결에 큰 부상을 입은 가슴을 긁고 말았으니, 이

    야기의 진행은 초반부터 이상하게 꼬이고 말았다.

    "가..가슴은 괜찮으십니까?"

    그리드는 피가 낭자한 그가 잠결에 가슴을 긁는 것을 보며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애석하게

    도 엘프의 가슴에선 아직도 피가 줄줄 넘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에 빠진 엘프는 잠시 경직되어 있다. 눈치 챘는지 가슴께를 붙잡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으윽..."

    "휴.."

    뻔히 드러나 보이는 연기에 신관은 뒤로 돌아 작은 한 숨을 내뱉었다. 모두 예상을 했겠지

    만, 이 일행은 준호의 일행이였다. 실레이드는 엘프의 모습으로, 콜리드는 드워프, 준호는 전

    사로 변장한 이들은 그리드에게 가야할 방향을 가르처 주기 위해 온 것인데, 약간의 시간차

    로 인해 대본 상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실레이드의 뻔히 드러나보이는 연기였지만, 조금 어리숙한 그리드도 에누리없이 다 믿는 듯

    허둥지둥 레몬트를 향해 말했다.

    "엘프분이 큰 부상을 입으신 것 같군. 빨리 의사를 불러오게!"

    "...의사는 다녀갔습니다..."

    "....아직도 피가 많이 나지 않는가..한번 더 불러오게."

    "예."

    어설픈 연극의 시작, 이것이 악의 마법사를 향해 떠나는 그로인 왕국의 용사 그리드가 만든

    전설의 시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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