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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70화 (70/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15-

    차원도사를 찾기 위해 루드웨어는 칠인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로노와르의 수색작업에도

    별 진전이 없었고, 또 칠인회 내부의 사정으로 인해 두음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

    았다.

    "뭐?"

    루드웨어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라디안의 말을 듣고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칠

    인회에서 없어진 자료는 대륙에 거대한 재앙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자료였기 때문이다.

    "현재 3회주 칼루안디스를 위주로 한 마법사들이 조사작업을 서두루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

    료를 가져간 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음.."

    심각한 문제, 루드웨어로서는 더 이상 7인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참을

    생각에 잠긴 루드웨어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로노와르를 수색하고 있는 자는 누구지?"

    "6회주 라이안느입니다."

    "7인회의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칼루안디스의 조사 작업에 집중시키도록 하게."

    "로노와르님의 수색은...?"

    "별 수 없지 않은가. 로노와르의 생사보다는 대륙의 상황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을.."

    "알겠습니다."

    라디안과의 통신이 끝나자 루드웨어는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망

    을 가진 칠인회에서도 찾지 못한 로노와르를 혼자 찾아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였다.

    "일단은 로안 왕국으로 가야겠군요."

    "가장 최근에 머물렀던 곳이니까."

    루드웨어의 말에 콜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지만 준호의 우주선을 타고 도착한

    로안왕국에는 애석하게도 차원도사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로안왕국의 지도자 이자 차원도사 천우의 처이기도 한 시레이아 여왕조차도 현재 그의 종적

    을 찾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희측에서도 현재 백방으로 수색중이지만 그로인왕국에서부터 천우님의 행적이 묘연해진

    상태입니다."

    "음.."

    루드웨어는 천우의 행적을 들은 적이 있는지라. 그가 그로인왕국의 내전에서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안장해 주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는 있었지만 왜 그가 모습을

    감췄는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내전이 아직 한창인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희 측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천우님의 소재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전장에서 많은

    수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시체가 사라진다고요?"

    "예. 동행한 신관에 의하면 암흑의 기운이 전장 전체에 강하게 흐르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

    무래도 마계측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보고 있습니다."

    "마계라."

    루드웨어는 신성국가에 속하는 로안왕국의 추리를 부정했다. 마신 크레이져의 부활사건 이

    후로 마계에서는 지상계에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체를 이용하는 자들이라면 몇 가지 부류가 있었다. 첫 번째 자칭 의사라는 계층의 학자들

    로 그들은 인간의 몸을 연구하여 만연하는 질병을 연구하고자 하는 집단들이다. 아직까지는

    외상외에 내상을 고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많은 수의

    시체를 해부 실험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터 자체가 위험 천만한 곳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두 번째 전장의 하이에나들이다. 전쟁터를 뒤지며 무기

    와 갑주들을 팔아 넘기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시체 자체를 가지고 가는 일은 없기 때

    문에 이들도 제외, 세 번째는 마법사들이다. 인간 신체에 흐르는 마나등을 조사하기 위하여

    그들도 시체들을 해부하며 연구를 하고 있지만 현재 칠인회를 포함하여 대륙마법길드에서는

    이 시체 해부를 이단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시체를가져가 실험에 사용하지 못하

    고 있기 때문에 이들도 제외된다. 네 번째 로안왕국의 추리와 같은 마족들을 들 수 있다. 이

    들은 시체 자체에 흐르는 절망과 같은 어둠의 기운을 흡수하여 힘으로 이용하는 종족이였기

    에 시체를 소멸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마신 크레이져의 출현 이후 지상계에 함부로

    나서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떄문에 이들도 제외한다면 마지막 남은 것은 시체의 조종자 네

    크로멘서 집단들 뿐이였다. 대륙 마법 길드에서는 이 네크로멘서란 집단은 이단으로 분류하

    고 있었다. 시체를 조종하는 등의 사악한 마법은 마나의 원칙을 거부하는 데서 시작하는 학

    문이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이유에서 이들은 네크로멘서를 이단아로 취급하고 있었지만

    실제 대륙에서 활약하고 있는 네크로멘서의 수는 만명을 넘어서있고, 마법의 연구를 통해

    네크로멘서의 기술을 익히는 고위마법사들도 적지 않다. 과거 북극령의 마법사 역시 네크로

    멘서의 기술을 연구하여 궁극의 언데드인 컨플레이티니스 언데드를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그 순간 루드웨어는 한가지 사실이 이 사건에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라진 칠인회의 비밀 문서!!"

    컬플레이티스 언데드에 대한 모든 해법과 파생되는 기현상을 적어 놓은 헤른드 라비에타의

    연구문서, 그것은 확실히 네크로멘서라면 세상의 모든 것과 바꾸자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그런 연구였다.

    그 문서가 실제 네크로멘서의 손에 들어갔다면 많은 수의 시체가 필요할 터, 어쩌면 차원도

    사가 사라진 것도 이들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로인 왕국으로 갑시다."

    "응? 갑자기 진지한 모습을 보이다니? 무슨 일이라도 났는가?"

    실레이드는 루드웨어가 딱딱한 얼굴로 말하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지만 바보 실레이

    드를 상대할 마음이 현재 루드웨어에게는 없었다.

    차원도사의 기를 사용하는 기술까지 그들에게 넘어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이였다.

    마신 크레이져를 상대할때야 그 혼자서 세상을 없애야 했기에 그가 있는 곳으로 가면 끝이

    였지만 네크로멘서들이 일을 저지른다면 자신은 뒤에 숨고 강력한 언데드로 파괴행위를 할

    것이 뻔한 이치,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종자들이였다.

    한편 이 시간 루드니아는 자신의 호위 기사들인 레드나이트들에게서 몇가지 훈련을 받고 있

    었다.

    "루드니아 괜찮겠소?"

    "문제 없어요."

    곁에서 루드니아가 다칠까봐 안절부절하는 드미트리는 훈련용 검 앞에 서 있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거참 어이 드미트리 적당히 할테니까. 걱정말라고."

    "...게르하인 루드니아가 다치면 넌 사형이다."

    "....."

    황제의 권위를 엉뚱하게 사용하는 드미트리를 보며 게르하인은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

    게르하인의 상대자인 루드니아는 자신보다 무거울 것 같은 투핸디드소드를 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루드니아양. 자네에겐 에스톡 정도의 무기가 적당하다니까. 자네가 들려고 하는 그 검은 숙

    련된 기사들조차 한시간을 제대로 들고 있지 못하는 무게를 가진 투핸디드소드라고."

    "그래도 이왕 할거면 큰거로 해야죠."

    "생긴 것과는 다르게 질보다 양이란 건가?"

    "히얏!!"

    온 몸이 시뻘개진 루드니아는 그 만큼의 보답을 받은 듯 고함과 함께 전장 2미터의 거대한

    투핸디드소드를 들어 올릴 수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들어 올릴 때는

    무의식적으로 마나로 근력을 강화시켜 들어올리긴 했지만 기억상실증으로 과거 드래곤이였

    을때의 모든 기술을 잊어 먹은 루드니아는 그 방법을 금방 잊어먹고 말았기 때문이다.

    [채챙!!]

    둔탇한 소리와 함께 루드니아가 들고 있던 투핸디드소드는 땅으로 떨어졌고, 루드니아는 들

    고 있던 검에 깔려 헤롱헤롱거리고 있었다.

    "루드니아!!"

    사색이 된 드미트리는 검에 깔린 루드니아를 보며 다급하게 뛰어 나갔고, 게르하인은 가볍

    게 성호경을 그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사형이다..."

    다행히 루드니아는 아무런 상처없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지만 드미트리는 그 무리한 대

    련을 막으려고 루드니아를 연신 설득하고 있었다.

    "왜 갑자기 검술을 배우려는 건데, 어차피 저 녀석들이 목숨 걸고 지켜 줄거라고."

    "...저도 알긴 하지만, 이상하게 반드시 검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미래의 어느 순

    간에 숙명의 상대와 싸워야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미트리는 삼류 로망스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는 루드니아를 말리고 싶지

    만 강한 결의가 엿보이는 그녀의 결심을 꺽기에는 마음이 너무 약했다.

    "그럼 에스톡을 사용하라고, 투핸디드소드같은 것은 무식하고 덩치만 큰 기사들이 사용하는

    거라니까."

    "헹..큰게 좋은데.."

    루드니아가 투핸디드소드를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려 하지 않자. 드미트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드미트리가 생각해 낸 방법은 수석 궁정마법사 레그르토에게 투핸디드 소드에 경량화마법을

    거는 것이였다.

    잠이 많은 크레도스는 아침 나절에 깨운 시종을 욕하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연병장으로 걸

    어 오다 황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정중히 아침 인사를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별거 아니네만 저 검에 경량화 마법을 걸어 줄 수 있겠나?"

    레그르토는 침침한 눈을 비비며 봐라본 곳에 아름다운 아가씨 한 사람이 투핸디드소드를 들

    려고 땀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신의 어머니, 자신의 몸에 투핸디드소드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투핸디드소드를 고집하는 어머니를 보며 레그르토는 한 숨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과거 집에서 본 다원소드래곤 로노와르 즉 루드니아는 상당한 검술 실력을 소유하고 있었

    다. 마령의 지배자인 어둠의 황태자 루덴스에게 배운 그리쳐라는 수법은 다원소 특유의 마

    나와 결합하면서 오리하르콘마저 소멸시킬 수 있는 기술이 되었고, 그 외에도 루드웨어에게

    서 동방의 비도술과 검술을 배웠기 때문에 검술 실력으로 따지면 대륙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루드니아가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검은 전장 3미터 30센티미터, 폭 50센티미터, 두깨 20센티

    미터의 초 그레이트소드로 미쓰릴로 만든데다가 검의 날이 서 있는 부분은 오리하르콘으로

    도금을 한 초필살병기였기 때문에 부부싸움을 할 때 아버지를 상대로 꽤 효과가 있는 검이

    였다. 루드니아는 루드웨어에게도 통하는 그 검을 상당히 소중히 여기고 있었는데, 레그르토

    는 아무래도 루드니아가 과거의 기억이 약간 남아 있어 거대한 검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기억상실증인가??'

    아직 확실하게 단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 레그르토는 루드니아에게 다가가 투핸디드소드를

    받았다. 스트랭스마법을 사용하여 무거운 투핸디드소드를 가볍게 들어올린 레그르토는 잠시

    검을 휘둘러 보고는 안색을 찌프렸다.

    인첸터 마법을 사용하기에는 강철의 질이 너무 안 좋았고, 이 검을 사용하여 어머니의 기술

    인 그리쳐를 사용한다면 마나를 조정하지 못하는 루드니아가 크게 다칠 염려가 있었다. 그

    래도 어머니인데 다치게 할 수 없는 레그르토는 가볍게 검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오옷."

    마법사인 레그르토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본 게르하인은 상당히 이채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의 마법사들은 검을 사용하는 것이 미숙하기 마련인데 레그르토는 검이 흘러가

    는 흐름이 부드럽기 그지없기에 상당한 검술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

    다.

    한편 레그르토가 마나를 집중시킨 검은 푸른색의 빛을 뿜고 있었는데 그는 검을 들어 정면

    에 있는 바위를 향해 겨누었다.

    "그리쳐!!"

    순간 레그르토의 검에선 푸른색의 강렬한 빛의 기둥이 뻗어 나가며 앞에 있는 바위를 강타

    했고, 바위는 큰 폭음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분해되었다. 또 부서진 바위와 함께 레그르토의

    검은 한 숨간에 자잘한 금이 가더니 큰 소리와 함께 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다

    행히 그것을 예측하고 있던 레그르토가 실드로 파편이 날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기에 상처를

    입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손잡이만 남은 검을 들고 있던 레그르토는 잠이 오는 듯 하품을 잠시 하고는 드미트리의 앞

    에 걸어가며 정중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쇠의 질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마나를 다루는 검사에게 이런 검을 맡겼다간 도

    리어 부서지는 검에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

    레그르토의 놀라운 검술 실력에 잠시 할말을 잃은 드미트리는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조

    금 정신이 든 듯, 흠찟 놀라고는 대답했다.

    "자네의 말이니 믿어야겠지. 그래 무슨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는가?"

    "뭐! 제가 알고 있는 검을 가지고 오지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레그르토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찌뿌둥한 몸을 힘껏 펴고는 조용히 텔레포트 주문을 외우

    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옆에서 레그르토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루드니아는 함박 웃음을 띄우며 드미트리에

    게 달려와 말했다.

    "드미트리!!"

    "응? 왜?"

    "나 결정했어."

    "결정이라니?"

    "레그르토에게 검술을 배울꺼야. 방금 레그르토가 사용한 기술. 너무 멋있지 않아?"

    "음.."

    자신의 기술인지 기억을 못하는 루드니아는 레그르토가 사용한 기술에 반해 버렸는지, 드미

    트리를 계속 조르고 있었다. 드미트리 역시 레그르토의 검술 실력을 보았던 지라. 루드니아

    를 가르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마워 드미트리!!"

    드미트리의 결정에 만족한 루드니아는 그의 품에 안겨 진한 키스를 해 주었다. 레그르토가

    없어 다행이지 만약 그 장면을 보았다면 어머니의 외도에 무슨 반응을 보였겠는가.

    아무튼 그 아버지의 그 아들대로 루드웨어의 아들 레그르토 역시 검과 마법에 상당한 실력

    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현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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