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69화 (69/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14-

    로아냐드 제국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리샤 황비에 이어 다음 황비의 자리

    에 오를 것이라 예상되었던 엘레나 후비는 10년이란 긴 세월을 후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궁의 서궁으로 반 유폐되듯이 밀려갔고, 그 자리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여자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황제의 비는 물론 후궁의 자리에 앉은 여인도 아니였기에 신하들의 반발은 거셌지만

    황제는 단호하게 신하들의 상소를 거부하며 자신의 옆자리에 그녀를 앉혔다.

    물론 이 일에는 한 사람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그는 바로 제국의 재상의 직위에 앉아

    있는 레이아드 공작이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레이아드 공작은 자신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제국의 귀족들과 힘을 합

    쳐 아무런 자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여인, 바로 루드니아를 지지하기 시작했고 귀족 회의의

    결정은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이 일로 루드니아는 제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 중 한명인 레이아드공작의

    지지를 받는 모양이 되어 버렸기에, 그것을 지켜 보고 있던 베르드남작의 일파는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황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베르드남작의 황도의 저택에선 삽십여명의 귀족

    들이 이 일로 분통을 떠뜨리고 있었다.

    "남작!!"

    베르드남작파에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귀족 중의 한 명인 알페서스 공작은 아무런 반대

    도 하지 않은 채 이 일을 지켜보고 있는 베르드남작을 다그치고 있었지만 남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공작각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너무 서두르다간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베르드남작의 파에 속하게 된 제국의 수석 궁정마법사 레그르토는 분통을 참지

    못하고 남작에게 소리치고 있는 알페서스공작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어디서 연고도 모르는 계집이 나타나 황제폐하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는데 어찌 가만히 있

    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걸 그냥!!'

    레그르토는 아무리 막나가는 어머니라고는 하지만 계집이라는 막된 표현을 쓰는 알페서스공

    작을 한 대 패버리고 싶었지만 대의를 위해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켜며 공작을 진정시켜 나

    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런 방법도 없지 않습니까? 황제 폐하의 총애가 깊은 이때에 섣불

    리 그녀를 물고 늘어진다면 폐하의 눈에서 멀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레

    이아드 공작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희들을 몰아 붙일 수도 있습니다."

    레그르토의 설명을 들은 알페서스 공작은 그의 말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였기에 반박

    도 하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분통을 참아내며 씩씩 거리고 있었다.

    알페서스 공작이 조금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베르드남작은 좌중에 있는 귀족들을 향해 조용

    히 말했다.

    "리샤 황비마마가 돌아가신지 10년, 그 동안 황비의 자리로 오를 것이라 예상되었던 엘레나

    후비마마가 폐하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것, 이는 엘레나 후비 쪽의 외척의 득세를 걱정하여

    황비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 것을 막은 우리측의 실수였소."

    "하지만 엘레나 후비 마마의 외척인 파렌드후작의 세력을 거의 일소시키는데는 성공하지 않

    았습니까?"

    베르드 남작의 말에 한 귀족이 변명같은 말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변

    명이였다.

    "파렌드후작쪽을 너무 견재한 나머지 레이아드공작쪽을 너무 우습게 본것이지요."

    "음.."

    레이아드 공작측이 많은 귀족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베르드남작보다는 한참 뒤에

    있었기에, 권력의 독점을 거부한 남작은 그를 정치권에서 몰아내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차라리 그를 몰아내어 황궁의 권력을 독점했어야 되었다는 생각이 든 베르드남작이

    지만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후회보다는 현재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중요한

    시점이였다.

    "지금에 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천천히 사태를 관망하며 때를 기다리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오."

    드미트리 황제의 결정이 단호한 만큼 지금 건드리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베르드남작의 결정

    이였고, 다른 방법이 없는 이상 다른 귀족들 역시 그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레그르토는 침체한 귀족들을 보며 말했다.

    "지켜보다 보면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레이아드공작에게 루드니아란 여자가 있다면 우리에

    겐 황태자 폐하가 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황태자 폐하가 저희 측에 힘이 되시는

    한 레이아드 공작이라도 자중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요."

    레그르토의 말에 귀족들의 표정은 조금 밝아지는 듯 했지만 과연 열두살의 어린 황태자가

    얼마나 황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한편 황제의 옆자리, 황비를 상징하는 권위의 자리에 앉은 루드니아였지만, 실상 이런 권력

    은 루드니아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차피 놀고먹자 식으로 일생을 살아온 루드니아가 뭐하러 귀찮은 권력을 차지하려 하겠는

    가? 한참을 황제 옆에서 재롱 피우며 시간을 보내던 루드니아는 황제에게서 직접 황궁기사

    단의 기사들중 자신을 보호해 줄 호위기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황궁기사단의 연병장에 드미트리황제와 함께 도착한 루드니아는 일렬횡대로 서 있는 기사들

    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는데, 루드니아의 미소에 한사람씩 한사람씩 기사들이 힘을 잃

    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황홀한 미소..."

    "오!! 아름다워라!!"

    매일 들었는지 이제 아름답다는 말에 지쳐버린 루드니아는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 기

    사들에게 다가가 발을 내밀었고 기사들은 자존심도 버린 채 루드니아의 발등에 키스를 했

    다. 누가 그랬는가.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말을.....

    기사들의 모습을 보며 드미트리는 다그치기는 커녕 오히려 웃음을 띄고 있었다.

    "하하하! 루드니아 당신의 아름다움에 나의 충성스러운 기사들마저 무너지는구려."

    루드니아는 일렬로 서 있는 기사들을 흝어보고 있었는데, 그 중 뻗뻗하게 서 있는 몇 명의

    붉은 색 갑옷의 기사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보통의 황궁 기사단이 백색의 갑옷을 입는 것을 알고 있는 루드니아는 이상하게 생각되었

    다.

    "어머?"

    그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는지 루드니아는 기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루드니아님 그 녀석들에게 떨어지십시오!!"

    루드니아가 녀석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본 몇 명의 기사들이 허리에 차 있는 검을 빼들고는

    루드니아의 곁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녀를 둘러싼 기사들의 모습을 본 적색갑옷의 기사들은 큭큭 거리며 소리 죽여 웃는가 싶

    더니 잠시 후에는 더 이상 차지 못하겠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귀족 나부랭이들이라고는 걱정 마라 저 아가씨에게는 손끝하나 대지 않을 테니

    까."

    황제의 앞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듯 그들은 기사들의 대열에서 벗어나서는 근처에 있는 바

    위 위에 앉았다. 그런데 이런 불경스러운 모습에도 드미트리는 별로 이상하지 않다는 표정

    을 짓고 있었다. 마치 이들은 이런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미소를 짓더니 가

    장 앞에 앉아 있는 금발의 붉은갑옷 기사를 보며 말했다.

    "게르하인. 좀 더 버틸 수 없었나?"

    "드미트리 너무하다고, 이십분동안이나 세워 놓고는 버틸수 없었냐니.."

    "하하하. 하긴 네 녀석들이 이십분이나 버티고 서 있던게 희한하다고 생각되는 참이였다. 어

    떤가? 나의 루드니아가."

    "음..아름답긴 하군. 괴상한 마나도 약간 풍기는 것 같고."

    "굉상한 마나?"

    "그래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녀석의 몸에서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마나가 느껴진

    다."

    게르하인이란 기사의 말에 드미트리는 고민이라도 되는 양. 얼굴을 찌프리며 생각을 잠겨

    있었는데, 황제에게 평어를 쓰는 모습을 본 황궁총기사단장이 노기를 떠뜨리며 소리쳤다.

    "게르하인!! 폐하께 경어를 쓰라 말하지 않았는가!!"

    "단장. 드미트리 녀석에게 경어를 쓴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한번 높여줄 때 기고만장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죽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네 녀석!!"

    루드니아는 드미트리가 황제라는 직위에 꽤 높은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붉은 갑옷의

    기사들은 황제를 친구 대하듯이 하는 것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미트리 저들은 황궁기사들이 아닌가요?"

    루드니아의 질문은 받은 드미트리는 미소를 지으며 적색갑옷의 기사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

    기 시작했다.

    "저들은 내가 황자였을 때 소비에르국에서 만난 녀석들이요. 원래는 소비에르국에서 나를

    감시하라고 보낸 명문 귀족가의 자재들인데 몇가지 일로 의기투합해서 현재는 황궁기사단에

    이름만 올려놓은 상태지. 나라가 다르니 경어를 쓸 필요도 없어서 평어를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고 말해 두었지."

    "음.."

    루드니아는 드미트리의 설명을 들으며 그들이 조금 마음에 들어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자유

    롭게 살아왔던 루드니아는 황제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는 그들의 모습이

    자신과 동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저들을 내 호위기사로 해주면 안될까?"

    "응?"

    드미트리 황제는 루드니아의 부탁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초롱초롱 빛나는 루드니아

    의 눈을 보며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황궁기사단이라고 해도 저들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한 기사들

    이였기에 확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음...게르하인 어떤가?"

    "저 여자의 호위기사? 음..예쁘기도 하니 능청스러운 황제를 호위하는 것 보단 낫긴 하겠는

    데...두렵지 않냐?"

    "무슨 소리?"

    "내가 니 여자 가로채면 어떻하려고 이렇게 이쁜 것을 넘겨주는데."

    게르하인의 말을 들은 드미트리는 한 숨을 내쉬는 동작을 하더니 기사단장을 보며 말했다.

    "총기사단장."

    "예. 폐하."

    "저 녀석들의 목을 당장 베라!!"

    "하하하하하하!! 알았다구 알았어! 짜식 대 신성제국의 황제란 자식이 쪼잔하기는, 어이 아

    가씨."

    "응."

    "잘. 부탁하우."

    드미트의 목을 베라는 명령에 게르하인은 웃음으로 무마하더니 드디어 루드니아의 호위기사

    가 되는 것을 수락했다. 이로써 루드니아는 황궁기사단의 최고의 망나니 기사들을 자신의

    호위기사들로 받아 들여 명실상부한 제국의 우환덩어리로 발돋음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제국 황궁기사단 소속 레드나이트, 단장 게르하인 데리아토스를 중심으로 소비에르제국의

    귀족 자재 9명으로 이루어진 이 기사단은 황제 직속의 특별 기사대로서 임무를 맡고 있었

    다. 물론 황제 직속의 기사단은 새도우나이트가 있어 황제의 호위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

    에 이들의 임무는 단 하나 놀고 먹는 것이 주 임무였다.

    한때 황제 드미트리는 소비에르 제국에 겉으로는 유학이란 명목 아래 볼모로 잡혀 있었던

    적이 있었다.

    볼모라고는 하지만 활동이 자유로웠던 관계로 그 당시 최고의 실력으로 기사학교의 수석을

    차지하고 있던 드미트리는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학교내에 하나의 집단을 만들었다. 후

    소비에르제국을 탈툴할 때 이 집단은 그의 탈출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총 30여명에 달

    했던 친구들은 드미트리의 탈출을 돕다 많은 수가 죽음을 당했고, 현재에는 레드나이트라는

    이름으로 황궁에 머물고 있는 열 명만이 그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였다.

    약 3달간의 걸친 소비에르 탈출에서 자신의 죽음으로 드미트리를 보호하며 탈출을 감행했기

    에, 십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드미트리는 과거 소비에르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을 잊지 않고

    레드나이트란 이름으로 데리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이름뿐인 기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나이트였지만, 드미트리는 이들의 실력을 의

    심하지 않았다. 소비에르 탈출의 세 달간 드미트리를 중심으로 한 집단이 벤 병사들이 수는

    1000명을 넘을 정도였기에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온 그들의 본 모습을 잘 알고 있었

    기 때문이다.

    "음..."

    드미트리가 직접 마련해 준 파티에서 기사들의 얼굴을 보며 루드니아는 한참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게르하인이 멀뚱멀뚱 자신들을 보고 있는 루드니아를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걸어

    왔다.

    "아가씨 우리 얼굴에 뭐라도 묻었는가?"

    "음... 그건 아니고. 기사단이라고 해서 다 검을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호오..어떻게 알아봤지? 녀석들의 허리에는 다 검이 차여 있잖아?"

    "저기 빨간 머리의 기사는 허리에 차고 있는 건 롱소드인데 그에 비해 몸집이 너무 크잖아.

    또 나보다 작은 것 같은 갈색머리 기사는 롱소드도 무거울 것 같은데?"

    "하하하하 거 이쁘기만 한 건 아니군. 사실 우린 기사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것은

    사실이지 음 엄밀히 말하면 모험가집단의 파티정도쯤 될까? 레드나이트는 총 열명으로 이루

    어져 있고 또 나눠보면, 기사 3명 마법사 2명, 정령사 1명, 연금술사 1명, 학자 2명, 도둑 1

    명이 있지. 한번 잘 찾아보라고."

    기사단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이상한 직종으로 이루어져 있는 레드나이트를 보며 루드니아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드미트리가 하는 말로는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들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싸우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