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2부 -13-
"엥?"
루드웨어는 콜리드의 말을 들으며 허망한 감을 느꼈다.
"다시 한번 말해주지만, 이 거울은 진리의 거울이 아니라 허망의 거울이라네, 시크라가 무슨
이유로 자네를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거울이 가르쳐 주는 것은 가장 허망한 일일 뿐이
지."
"이런.."
루드웨어는 분노에 젖어 있었다. 괴짜 드래곤 시크라가 자신을 속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친구라고 믿었었는데, 녀석이 나를 속일 줄이야. 라는 보통 배신자에게 당한
사람들이 한번씩 하는 단어를 뱉고 싶은 루드웨어였다.
아무리 허망의 거울이라고는 하지만 올때마다 허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 거울을 보며 깨뜨려
보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 루드웨어였지만 창조신이 만든 몇 개 안되는 물품이였기에
강도는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는 오리하르콘제, 도데체 창조신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물품을 만들었단 말인가.
'창조신도 시크라와 같은 자였던가...'
드래곤 중에서도 팔불출 시크라와 위대하신 창조주를 동일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루드웨어
는 천벌을 받을 놈이였다.
"젠장!!"
루드웨어는 들고 있던 로드를 땅에 내팽겨치며 화를 내고 있었다. 로노와르를 찾을 유일한
단서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된 분통이 터졌던 것이다.
도데체 로노와르는 어디로 사라졌기에 소식조차 없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예정되로 갈 수 밖에 없겠군."
"예정?"
자신의 말에 실레이드가 되묻자. 콜리드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드웨어 자네 차원도사를 아는가?"
"차원도사라....아! 이계에서 내려온 괴이한 종자아닙니까?"
"그래. 듣자하니 차원도사가 점을 친다고 한다던데 그것이 꽤 잘 맞는다하더군."
"예?"
루드웨어는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점이라는 것은 거의 미신적인 요소가 강했
고, 잘 본다고 하는 집시조차 대충 있을만한 일을 집어서 속이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
이다.
"점을 어떻게 믿어."
실레이드의 말에 콜리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점은 틀리네. 예전에 들은바에 의하면 감추어진 마구조차 찾아 낼 정도라고 하더군."
"음.."
그 말에 루드웨어는 조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구를 찾아 낼 정도의 점을 볼 실력이
면 충분히 자신의 아내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로노와르 특유의 마나조차 발견되지 않는 지금 점이라도 믿고 싶은 마음도 한부분 차지
했기에 루드웨어는 결정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차원도사를 찾아보죠."
"산자는 물러가고 죽은 자는 따르라. 어이!!"
황색의 장삼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괴이한 사내, 그는 왼손에 황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종
을 치며 오른속에는 목검을 들고 전장을 소리치며 헤메고 있었다.
그가 있는 장소는 변경의 작은 나라인 그로인왕국이였는데, 현재 왕족간의 분쟁으로 내전이
한창이 나라였다.
괴이한 사내는 전투가 끝난 전장터를 종을 치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괴이하게 그의 뒤를
따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마에 종이를 붙이고 두손을 앞으로 뻗은채 토끼가 뛰는 마
냥 껑충껑충 뛰며 그를 따라가고 있었으니, 보는 이가 없어서 다행이지 사람이 있었다면 크
게 놀라 심장이 이탈할 호러적인 모습이였다.
황색의 장삼을 입은 그는 배꼽아래까지 길게 수염을 늘이고 있는 노인의 모습으로 젊은 처
녀들이 본다면 멋진 노인상이라도 주고 싶을 정도의 미노인이였다. 전장터의 시체를 끌고
다니는 그의 얼굴에는 그리 밝지 못했다.
"아..어찌하여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야 한단 말인가.."
권력의 쟁투에서 아무런 죄도 없이 죽은 이들을 보며 씁쓸하게 혀를 차는 그는 바로 대륙에
서 유명한 차원도사 천우였다.
천우는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도술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며 전장에서 버려진 시체들을 끌
고 강시술로 몰고 와 묻어주는 등, 선행을 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
었지만, 그의 강시술이 너무 괴이한 지라 함부로 그에게 접근하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남들이 꺼린다해서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할 천우가 아니였기에 묵묵하게 전쟁터를 돌
아다니면서 시체들을 묻어주고 있었다.
오늘도 천우는 내전으로 죽어간 사람들을 묻어주기 위해서 전쟁터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때 천우는 안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음.."
전쟁터라고 하는 곳이 많은 사람들이 울분과 원통함을 느끼며 죽는 곳이라 음기가 강한 것
은 당연한 일인지라 처음에는 별 다른 느낌을 가지지 못했지만 시체를 몰고 전장의 가운데
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음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무엇인가 다른 것이 이
곳에 머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족인가?"
이 대륙에 처음 왔을 때 음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는 마족을 보며 사악한 자들이라 칭한 적
도 있었지만 그들과 몇몇 대면해 본 결과 사는 곳이 음이 강한 관계로 음기가 강해진 것 뿐
인지라 신성국의 다른 사제들과는 달리 그들을 나쁘게 보지 않은 천우였기에 마족이라면 다
행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만약 마족이 아니라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전쟁터에서 음기를 강하게 풍긴다는 것은 원한에 이끌려온 고스트나 스펙터들이 있다
는 뜻이였기 때문이다.
천우의 힘으로 그들을 처리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삼칠일이 지나기전에 그들
에게 먹힌 영혼이 있다면 극락왕생은 멀리 가고, 영혼은 영원한 소멸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
기 때문이다.
천우는 축지법을 사용하여 강시들을 몰고 음기가 원천으로 급히 향했다. 한명이라도 죄없는
원혼을 구해야 하는 것이 그의 도이기 때문이다.
강한 음의 원천, 그 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참혹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죽은 자들의 몸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죽은 자들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몇 가지를
본적이 있는데, 천우의 눈에 보이는 시체들을 본다면 언데드라는 사악한 네크로멘서술을 사
용한 것이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앞에 검은 색의 로브를 입고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는 마법사로 보이
는 자가 눈에 띄였다. 그는 강시들을 이끌고 온 천우를 보며 다소 놀라는 듯한 모습을 취했
다.
"언데드술을 사용하다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느냐!!"
천우는 영혼을 가두어 놓는 언데드술을 사용하는 그를 보며 호통을 질렀지만 검은로브의 마
법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차피 죽은 자들, 다시 한번 세상에 관여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무엇이 나쁘다는 것
이냐?"
"네 이놈!! 죽은자라 해도 인간의 존엄성이란 것이 있거늘 어찌 그것을 무시 할 수 있단 말
인가!! 당장 그 사악한 술을 멈추지 않는다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천우는 그의 삐뚤어진 사상에 분노를 떠뜨리며 목검을 들이댔는데, 그것을 본 마법사는 크
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이계에서 온 네크로맨서 같은 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 궁금했었는데,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군. 하지만 나의 일을 방해한다면 가만히 둘 수 없지!! 어두움 암흑의 지배자
여 그대를 향한 자의 영혼을 묶어두시어 당신의 힘으로 돌아주소서...."
마법사는 천우가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자, 시체의 조종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의 주위
에 있던 언데드들을 썩어가는 몸을 질질 끌며 천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천우는 그의 행동을 보며 앞으로 뛰어가 목검으로 언데드들의 몸을 치기 시작했는데, 강한
기와 도술이 더해진 그의 목검을 맞은 언데드들은 상처부위에 강한 빛이 나며 조금씩 허물
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로브의 마법사는 그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처음 봤을 때 언데드와 같은
것들을 끌고 다니는 것을 보아 네크로맨서의 계통으로 보았는데, 놀랍게도 그의 목검에는
신성력과 같은 힘이 발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과 마의 힘을 한사람이 모두 가지고 있다니!!"
신과 마의 힘은 서로 다른 두가지 성질이기 때문에 결코 한사람이 지니고 있을 수 없었음에
도 불구하고 그는 두가지 힘을 소유하고 있는 듯 보였다. 물론 그것은 이계의 도술을 마법
사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에 불과했다.
마법사는 널려져 있는 전장의 시체로 충분히 많은 수의 언데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그가 신성력을 발휘한다면 자신의 힘만 소진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취할 수 밖
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자신의 비장의 술을 써야 한다는 것에 조금 아까운 감이 들었지만 그에게 시간을 뺏길 수
없는지라 결심한 마법사는 주머니에서 뼈 몇 개를 꺼내고는 사방에 던지며 주문을 외웠다.
"한없이 깊은 어둠의 힘으로 되살아나 적을 무찌르라!! 블로드고렘!!"
그의 주문이 끝나자 마법사가 던진 뼈를 중심으로 사방의 시체가 끌려오며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천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죄없는 자들의 영혼이 울부짖고 있는
소리가 그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이놈!!"
영혼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은 천우는 그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검지손가락에 피를 내고
는 왼손에 태극의 문양을 그리고 마법사를 향해 도술을 사용했다.
천우의 손에 그려진 태극의 문양과 기가 합쳐지자 붉은 색의 빛이 뻗어 나오며 마법사를 행
해 날아갔는데, 마법사는 이미 주문을 모두 완성한지라 가볍게 매직 바리어로 그의 공격을
막아내며 플라이마법을 사용하여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하하하하 나의 블로드고렘과 시간이나 보내고 있어라 차원도사여!!"
엄청 얄미운 그의 조소를 들으며 천우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현재 자신의 앞에 있는 블
로드고렘이 공격하고 있는지라 더 이상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마법사는 여기저기 시체를 돌아다니며 무엇인가를 채취하고 있는 듯 했기에 천우는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었다.
'시령술을 사용하여 고렘을 막아야겠군.'
시령술을 시체를 조종하는 방법으로 그가 만든 부적을 이마에 붙인 강시들로 하여금 적과
싸우게 하는 방법으로, 천우는 이것이 사악한 주술이라는 생각해서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 마법사의 행동을 막지 못한다면 많은 영혼들이 소멸될 것이기에 천천히 시령술을
행할 수 밖에 없었다.
경공술로 고렘을 피해 강시들의 뒤쪽으로 몸을 날린 천우는 왼손에 들린 종을 흔들며 정신
을 집중하고 시령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우악!!]
[우억!!]
블로드고렘을 강시들의 뒤쪽으로 몸을 날린 천우를 향해 5미터는 넘을 듯한 몸을 끌며 끔찍
한 괴성을 지르며 걸어오고 있었다.
"가랏!!"
드디어 천우의 시령술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체들과 보이지 않는 끈을 이은 천우는 목검
을 사용하여 그들의 몸을 움직여나갔다. 블로드고렘은 껑충껑충 몸을 날리며 자신들을 공격
하는 시체들을 썩어가는 시체가 뭉쳐진 몸을 움직여 공격해 나갔지만 강시들의 몸은 단단하
기 그지 없는지라. 그들의 공격을 막고 튕겨져 날아가다가도 다시 일어나 공격하기 시작했
다. 천우는 몇 개의 강시들을 돌려 멀리서 시체에서 무엇인가를 채취하고 있는 마법사들을
공격하게 했다.
"뭐냐!!"
갑자기 언데드인듯한 시체들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파이어볼을 사용하여 공격을 한 마법
사였지만 놀랍게도 그가 사용한 파이어볼을 폭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체들이 공격을 해
오자 당황한 마법사는 패스를 사용하여 다른 곳으로 몸을 피했다.
"언데드? 아니야..보통의 언데드와는 다르지 않는가?"
보통의 언데드라면 그의 파이어볼에 맞으면 시체에 있는 지방 때문에 불에 타야 정상인데
그들의 몸은 불의 기운을 막아주는 프로텍션 프롬 파이어마법을 사용한 듯 견고하기 그지
없었다.
이는 모두 천우의 도술때문으로 보통의 강시들이라면 불에 약하겠지만 시체를 훼손하지 않
으려는 천우가 그들의 몸에 방어술을 사용하여 마법사의 파이어볼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
다.
패스로 몸을 피한 마법사는 멀리서 시체들을 조종하며 블러드고렘을 상대하고 있는 천우를
보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천우의 마법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연구가 더 진전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천우의 강시들과 상대하고 있는 블로드고렘은 조금씩 몸이 흩어지고 있었는데 그건 마법사
의 마나가 거의 다 소모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흐흐흐 재밌는 소재를 찾아냈군.'
마법사는 더 이상 상대하는 것은 무가치하다고 판단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아지트로
텔레포트했고, 그가 사라지자 블로드고렘은 조금씩 무너지던 것이 가속화 되면서 차한잔 마
실 시간이 되자 완전히 부스러져 땅으로 흩어져 버렸다.
고렘이 모두 사라지자 천우는 시령술을 풀고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마법사와 같은
마나의 손실이 없는 반면에 정신력의 소모는 마법에 두배정도나 되는 것이 도술이였기 때문
이다.
"녀석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천우는 사라진 마법사에 대해 전의를 붙태우며 목검을 강하게 움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