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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66화 (66/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11-

    "헤헤헤."

    "헉.."

    여신관, 뭐 과거에 유행한 종교의 전도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순백의

    하얀 옷을 입고, 성스러운 모습으로 부드러운 말씨를 쓰는 것 이해는 갔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도 종교자의 모습인가?

    준호는 변해버린 리안나의 모습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와인 한잔 먹었을 뿐인데..."

    와인 한 잔, 알콜 도수 15%의 포도를 빚어 만든 와인 한잔을 먹었을 뿐인데, 단지 알콜이

    들어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리안나는 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헤헤! 준호씨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시네요?"

    "헉."

    이마에 열이 있는 것을 알아보는 것 까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가까이 되어 이마를 맞대는 것

    은 어느 역사의 산실인가?

    뭐 본인의 체내열과 비슷한지를 알아보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되면 혈압상승으로

    인하여 체내의 온도가 상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제발 휘청거리는 몸으로 가까이 붙

    지 말아줘요라는 생각을 하는 준호군에게 이미 리안나는 푹 안겨 있었다.

    "허허허 젊은 것들은 정말 진도가 빠르다니까. 잘해보게나."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 준호였다. 실레이드는 둘의 모습을 보며 희망어린 충고를 한

    마디하고 사라졌으니 창창한 젊은 것인 준호가 어찌 사양할 수 있단 말인가?

    "흑흑흑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흑흑. 감사합니다."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리안나를 품에 꼬옥 안은 준호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뒤

    에서 조금 써늘한 기운이 느껴져 왔다.

    준호는 조용히 뒤를 돌아 보았다.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건 이해할 수 있다. 상가집에서 웃는 것 까진 참을 수 있다...하지만...

    마누라 죽은 홀애비 앞에서 사랑 놀음을 하는 것 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헉..."

    그의 앞에선 써늘한 불길을 태우고 있는 한 남자가 주먹을 쥐며 서 있었고, 준호는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마스터 조심하십시오. 마스터 앞에 서 있는 사내의 사이코 에너지는 혹성하나를 소멸시킬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는 자입니다.]

    때를 맞춰 경고해준 슈퍼콤의 얘기를 들으며 준호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모든 일은 때와

    장소가 분명한 법인 것을 그것을 무시한 비문화인의 최후는 처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의 손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긴장에 의해서 흐르는 땀인지 아님 불길의 열기로 흐르는 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입고 있

    던 옷을 흠뻑 젖게 만들 정도의 땀이 흐르고 있었는데, 사내의 공격이 시작될 무렵 한사람

    의 목소리가 준호를 살려 주었다.

    "거기까지. 루드웨어군 자네 앞에 있는 청년은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이네."

    "엥?"

    콜리드였다. 루드웨어는 콜리드의 이야기를 듣고는 준호의 볼을 양쪽으로 잡아 당겨보며 신

    체의 여러군데를 짚어 본 결과 순수 100%의 인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마나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보통인간.

    "으아!!"

    준호는 자신의 몸을 짚어보는 루드웨어에게 놀라 뒤로 도망친 후 들고 있던 레이저건으로

    루드웨어를 쐈는데, 놀랍게도 레이저는 루드웨어의 몸 근처에서 산산히 부서지며 흩어져 나

    갔다.

    "어라?"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하는 마법무기를 본 루드웨어는 흥미가 돌

    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정도의 파괴력 쯤이야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

    었지만 빛을 뿜어내는 무기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굉장한 물건이군."

    "저 청년의 말로는 레이저건이라고 하던군."

    "레이저건이요? 음.. 그러고보니 이계의 문물 중에 저런 것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누구한테더라?"

    이제 루드웨어의 관심이 레이저건에게 쏠리자 준호는 구석에 처박힐 수 있었기에 조금 안심

    하고 있었다.

    "휴.."

    "아! 소개를 안 시켜준 것 같군. 내가 전에 자네를 고향으로 데려다 줄 사람을 두 명 말해준

    적이 있지 않았나?"

    "예? 아! 최고의 마법사라는 루드웨어씨와 차원도사 천우라는 분이 아니였습니까?"

    "그렇지 자 인사하게 자네의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대륙 최고의 마법사인 루드웨어란 사람

    이네."

    "예?"

    잠시 멍해져 버린 준호는 손바닥을 쳤다. 리안나가 얘기해 줄 적에 루드웨어란 이름이 나왔

    었는데 왜 자신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하지만 극약을 음식에 첨부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지배적인지라 도저히 자신

    을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라? 무슨 말이유?"

    루드웨어가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되묻자 콜리드는 앞 뒤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차

    저차 사정이야기를 다 들은 루드웨어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잠시 준호의 얼굴을 요리조리 뜯

    어보고는 말했다.

    "이계의 인간이라 해도 별거 다를 것은 없군요. 뭐 평상시라면 도와드리고 싶지만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없군요."

    "예?"

    준호는 루드웨어의 말을 듣고 조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콜리드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노와르가 죽었기 때문인가?"

    그 말에 루드웨어는 잠시 현기증이라도 난다는 듯이 이마에 손을 얹고는 두바퀴 반을 회전

    한 뒤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픈 사실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들추시다니 흑흑흑."

    정말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볼썽 사나운 모습인 것은 사실인지라 이마에 식은 땀이

    잠시 줄기차게 흘렀지만 콜리드는 흩어져가는 정신을 추스리고 흔들거리는 몸은 안정시킨

    뒤 말했다.

    "자네 안보는 사이에 건망증이라도 생겼나?"

    "예? 무슨 말씀입니까?"

    "로노와르가 자네의 무엇인가?"

    콜리드의 말에 한참을 생각하던 루드웨어는 손가락을 접으며 하나하나 들추어 내기 시작했

    다.

    "내 마누라에, 장난감에, 자금줄에, 주방장에, 청소부에.......음...뭐였지 잘 생각이 안나네? 음..

    아 그렇구나 내 심장을 가지고 있어요."

    "...."

    핵심을 자신 스스로가 알고 있음에도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루드웨어를 보며 콜리드

    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자네 대리자가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긴 아는가?"

    "하하하 절 바보로 아십니까? 그건 대리자의 심장을 파괴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럼 자네 왜 살아있나?"

    "예?"

    "로노와르가 죽었다면 자네의 심장은 파괴되었을 것이 분명할 터 어쨰서 살아있는거지?"

    "....."

    콜리드의 말을 들으며 루드웨어는 잠시 어벙한 표정으로 바뀌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신

    혼생활에 빠져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어먹고 있었다니....새삼 생각해 보는 것이지만 이런 자

    가 어떻게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되었는지 의심스러운 순간이였다. 물론 세기의 과학자 아

    인슈타인도 건망증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루드웨어의 경우는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제야 깨달았는지 손바닥을 치며 유레카를 외칠 듯한 표정을 짓는 루드웨어는 옆에 있던

    칠인회 소속 주방장 마법사를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당장 음식물에 해독제 투입, 드래곤 중독자 만들기 프로젝트 전면 중지다."

    "예? 휴! 알겠습니다. 에잇 중독자 드래곤들로 실험이나 해볼려고 했는데.."

    주방장 마법사는 루드웨어의 명령을 듣고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콜리드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바..방금 그건 무슨 말인가?"

    "아! 예. 별거아니고요. 로노와르가 죽었는데 다른 드래곤들이 눈에 띄면 로노와르 생각에

    새장가도 못들 것 같아서 죽일 수는 없기에, 모든 드래곤을 중독시켜 가두어 둘려고 했지요.

    하지만 로노와르가 살아있는 이상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상실, 전면 중지를 한겁니다."

    가증스러운 음모를 한치의 부끄러움 없이 자랑스럽게 말하는 루드웨어를 보며 콜리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진짜 로노와르가 죽고 루드웨어 혼자 살아남았다면 이 사태를 어떻게 해

    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온몸이 떨릴 지경이였다.

    "지금부턴 어쩔 생각인가?"

    콜리드의 말에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루드웨어는 옆에서 멍하니 주저 앉아있던 준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 좀 끌고 다니면서 대륙을 돌아다닐까 하는데요?"

    "엥?"

    루드웨어의 말에 준호는 놀란 복어 얼굴이 되어 버렸다. (놀란 복어 얼굴은 어떻게 생겼

    나?)

    "로노와르야 살아 있다니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단서를 찾겠구, 그 동안 이녀석 데리고

    이계문물이나 알면서 시간 좀 보내려구요."

    "좋은 생각이군. 나와 살레이드, 리안나도 동행할 텐데 괜찮은가?"

    "시끄럽긴 하지만 상관없겠죠."

    "고맙군."

    이렇게 해서 루드웨어는 준호 일행과 합류, 로노와르를 찾는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

    데 그 동안 시크라는 어디 있었을까?

    미쓰릴 항아리가 놓여 있는 로노와르의 영전에 앉아 혼자 울고 있었다.

    "으헝헝 로노와르 미안하당.. 내가 제대로 가르쳐주기만 했어도 죽지 않았을텐데 엉엉?"

    노총각히스테리가 조금 있었다뿐이지 시크라는 나쁜 레드드래곤이 아니였나보다.

    한편 이시간 로노와르는 드미트리황제와 함께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으니....

    "호호호호호!!"

    "즐거우신가 보군요. 루드리아."

    황제나 탈만한 값비싼 호화유람선을 타며 뱃놀이를 즐기는 가운데 그녀의 아들 레그르토는

    한구석에서 고통에 잠겨 있었다.

    "으아!! 저 가증스러운 웃음소리...흑흑흑.."

    레그르토는 잠시 과거의 생각이 났다.

    한참 깨가 쏟아지는 로노와르와 루드웨어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 것은 바야흐로 38년전

    신생아 몸무게 3.5킬로의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기에 한때 기쁨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깐 혼자서도 먹이만 줄면 잘 크는 헤즐링과는 달리 인간의 아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할

    애해야 했다.

    사는 것도 귀찮아 동면을 자주하는 드래곤들에게서 이렇듯 신경쓰이게 하는 인간을 어찌 키

    우겠는가? 육아노이로제에 걸린 로노와르는 매일 루드웨어를 괴롭히며 사는 것을 낚으로 삼

    고 있었고 루드웨어는 눈물을 흘리며 레그르토를 키울 수 밖에 없었다.

    "에또...기저귀(깨끗한 기저귀 사용, 기저귀 갈아주는게 늦으면 애기 엉덩이 짓무르니 조심하

    세요.)..우유...등 토닥토닥(애기 우유먹이다 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씩 등을 토닥토닥 소

    화 잘되게 해주세요.) 후우....힘들다.."

    대충 이런 시간을 지낸 루드웨어, 하지만 어렸을때의 교육은 성인이 되는 밑거름이 되는 것

    을 어찌 루드웨어가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교육은 마법 하나뿐, 나머

    지는 환타지소설, 즉 로망소설에 의존했으니....어렸을 때 부터 영웅이 되기 위한 레그르토의

    노력은 엄청났다.

    세살때부터 목검을 만들어 휘둘렀고 네 살때부터 룬어 시조 낭독 및 사서삼경같은 마법서

    즐독하여 일곱 살때는 소드익스퍼트 초급과 사상 최초로 꼬마 5서클 마스터에 이르렀으니

    그의 노력은 정말 눈물이 흐를 지경이라 할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세계평화를 이룬 부모님이였다.

    한 명은 새계최고의 마법사 한 명은 드래곤 중 최고의 힘을 가졌다는 다원소드래곤...

    "으헝헝헝! 하늘이여 어찌 레그르토를 보내시는데 만족하시지 않고 부모님을 보내셔 저의

    야망을 꺾으십니까!!"

    물론 레그트로는 두사람보다 뒤에 태어난 인물, 어설픈 로망스 소설에 나올 대사를 읖조린

    레그르토는 나날이 슬픔에 젖어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깨달았다면 그것은 영웅은 양립할 수 없는 법, 영웅은 보모가 죽는 시련을

    겪어야 되는 로망스 삼대법칙에 의거하여 부모님을 암살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중에

    커서 두 사람이 결코 독에 죽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긴 했지만.....

    "그흐흑흑흑...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아들의 영웅된 모습을 지옥에서나마 구경하세요."

    음식물에 독을 타고 사라지는 레그르토의 뒤에는 한줄기 빛이 빛나는 배경화면이 잠시 뜨다

    사라졌다.

    "오호호호호."

    가증스러운 목소리, 자신이 귀찮다는 이유로 신생아를 내평겨친 파렴치한 어머니의 목소리

    를 들으며 레그르토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드래곤들은 다 미워..어어어엉'

    아버지 루드웨어를 닮아가는 레그르토였다. 루드웨어처럼 어설픈 계획을 세워 과연 어머니

    를 황제에게서 떼어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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