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2부 -8-
로아냐드제국 근처의 숲에 도착한 루드웨어는 바바라가 말한 공터로 향했지만 로노와르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야?"
"이상하네? 드워프들에게 시체를 지키라고 했었는데?"
드워프들은 커녕 흔한 동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공터를 보며 바바라는 머리를 갸우뚱 거리
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드워프 마을에 가야 되겠는데?"
굴러다니던 돌맹이 밑까지 찾아보던 루드웨어는 바바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후 드워프마을에 도착한 루드웨어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뭐...화장했다구?"
"예. 갑자기 트롤들이 습격을 해서 시체를 지킬 수 없었던 우리 드워프들은 어쩔 수 없이
그 분의 시체를 화장해서 보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그렇게 말한 드워프들의 왕 철의 할트는 정교하게 조각된 미쓰릴 항아리를 루드에어에게 넘
겨 주었다.
루드웨어는 할트가 넘겨준 항아리를 보며 오열하고 있었다.
물론 드워프들의 왕 할트의 말은 사실 여신의 눈물을 빼앗기지 않으려곤 한 거짓말이였다.
만약 로노와르가 살았다고 말한다면 욕심많은 드래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쨋든 로노와르의 죽음을 확인한 루드웨어는 슬픔을 가눌 수가 없었다. 루드웨어가 슬픔에
잠겨 오열하는 것을 보며 할트는 조금 꺼림직한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미천한 인간
들이라는 생각에 시치미를 떼며 넘어가기로 했다.
제국에 도착하면 가장 허망한 일을 당하게 될거라는 시크라와 허망의 거울의 예언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로노와르의 재가 들어있는 항아리를 들고 루드웨어는 뒤로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크라
역시 로노와르가 죽을 지는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한 일을 조금 후회했다.
"드래곤이 정령의 문으로 간 것은 기쁜일이네."
"헉!! 드래곤!!"
시크라가 루드웨어를 위로하면서 한 말을 들은 철의 할트는 한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
이 들었다. 설마 자신이 황제에게 넘긴 그 여인이 드래곤일 것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내 계산이 틀려지는 것이 아닌가!!'
보통 인간이라면 황제의 힘으로도 충분히 잡아 둘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여인을 넘겨주면서
할트는 절대로 궁밖으로 여인을 내보내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는데 드래곤이라면 이건 사저
이 틀렸다.
드래곤의 힘을 인간이 막아 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지금 말한다면 드래곤들에게 이 곳이 멸망당한다... 어쨋든 이들을 이곳에서 내보내
고..'
그때 바바라가 할트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여신의 눈물은 어떻게 됐지? 화장을 했다면 보석은 남아야 하잖아?"
"허허. 원래 다이아몬드라는 것이 뜨거운 열을 가하면 보통의 석탄밖에 남지 않습니다."
"엥? 그런가?"
'휴..'
다시 한번 그녀를 화장했다고 말한 것에 안심을 한 할트는 빨리 이들이 사라지기를 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모습을 감추자 할트는 곁에 있던 드워프들에게 지시했다.
"대대적인 이주준비를 해라!!"
"이주요?"
"그래 드래곤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이곳이 남아날 것 같은가!! 종족의 삶
을 위해서다!! 오늘안에 반드시 이주해야 한다!!"
이 날 로아냐드제국에 있던 드워프들은 그 후 어느 드래곤에게도 발견되지 않는 미지의 나
라로 이주를 했다고 한다.
한편 드미트리황제를 쓸려간 로노와르는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어느 건물의 침대에 누워있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긴 어디지..?"
머리가 아팠다. 무슨 생각이 날 것도 같았지만 그때마다 머리의 통증이 심해져 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 뇌에 피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뇌세포가 많이 죽었고, 그 덕에 현재 로노와르
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속에 나타나고 있었지만 모습과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루...루드.."
자신의 기억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한사람의 이름이였지만 생각나지 않았기에 로노와르의 머
리의 통증과 함께 가슴이 매여 왔다.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로노와르가 무의식적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그녀가 있는 방으로 한명의 남자가 들어왔
다. 그는 로노와르가 일어난 것을 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드디어 깨셨군요."
로노와르는 자신을 보며 기뻐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처다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일어난 것을 한없이 기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누구세요.."
미지에의 두려움으로 로노와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전 로아냐드제국의 황제 드미트리라고 합니다."
"제국의 황제 드미트리?"
처음 듣는 이름이였다. 황제라는 것이 무슨 직함인지도 잘 생각나지 않은 그녀는 어리둥절
해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드미트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의 이름을 알고 싶군요."
"제 이름이요..?"
로노와르는 자신의 이름을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물론 살고 있던 곳까지 로노와르에게 생각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요."
그 말에 잠시 드미트리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잠시 후 그 생각은 바뀌었다.
'크크 잘됐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처리하나 고심했는데,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것 같군. 이제부터는 내가 어떻게 하는냐에 달렸다 이거지 크크크.'
드미트리는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잘만 하면 대륙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왜 놓치려 하겠는가?
"충격으로 기억을 잠시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지겠죠. 그나저나 아가
씨의 이름을 모르니 어떻게 불러야 될지 모르겠군요."
"에.."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 생각해 본 로노와르는 자신의 마음속을 가득 채 우고 있는 하나의 이
름을 생각해보았다. 모두 생각나는 것은 아니지만 앞에 루드라는 두글자가 생각났기 때문에
그것으로 자신의 이름을 생각했다.
"루드니아라 불러주세요."
"루드니아요?"
갑작스럽게 이름을 말한 그녀를 보며 드미트리는 잠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어져 들
려온 그녀의 말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자세히 생각나지 않지만 루드라는 이름이 머리속에서 어렴풋이 떠올라서요. 이 이름을 대
신하면 기억이 떠오를까 지어봤어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루드니아라."
촌스럽기까지 한 이름이였지만 어떻하랴 앞으로 사랑해야 할 여인이 만든 이름인 것을 드미
트리는 대충 넘어가기로 생각한 후 말했다.
"여러가지 부족한 게 많을 듯하여 몇가지 옷가지와 장식품들을 준비했으니 받아주시지요."
그렇게 말한 드미트리가 손바닥을 한번치자 몇 명의 시녀들이 방안으로 들어와서는 수십벌
의 드레스와 악세사리를 들고 왔다.
루드니아는 시녀들이 가져온 드레스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황제라는 직
업이 수입이 많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럼 전 이만 물러나야 하겠군요. 숙녀분께서는 옷을 갈아입으셔야 되는데 계속 있
을 수는 없으니까요. 3시간 후의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데 허락하시겠습니까?"
"예."
루드니아는 드미트리의 예의바음에 감동해 있었다. 무의식적이지만 맨날 자신을 괴롭히고
막대하는 루드웨어보다 드미트리의 이런 신사적인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루드니아란 여자의 미소짓는 얼굴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의 앞에 한 청년마법사가 나타났다.
"오 궁정마법사 레그로트군 아닙니까."
레그로트, 로아냐드제국의 수석궁정마법사로 있는 현재 나이 이십대 후반의 젊은 마법사였
지만 그의 실력은 제국내에서 따를자가 없을 정도로 현재 8서클마스터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맞지 않게 지략과 정치에 뛰어난 그는 드미트리가 총애하는 신하 중 한사람이
였다.
"폐하께서 사냥을 다녀오신 후 보물을 주워오셨다길레 궁금해서 왔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보물은 보물이지. 오늘 저녁식사시간에 초대했는데 어떤가? 레그로트 자네
도 오지 않겠는가?"
"폐하께서 초대만 해주신다면 어찌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기대하게 기대해 자네도 그녀를 보면 그 고귀한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을
것일세."
"기대하겠습니다."
드미트리는 만족한 웃음을 보이며 사라졌는데 뒤에 남아 있던 레그로트는 무엇인가 안좋은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기운이다... 설마 이 기운의 주인이 황제께서 데려온 여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면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문젠데.."
레그로트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가슴속을 뒤덮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루드니아는 생전 처음 많은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을 하고 있었다. 시녀들은 모두 루
드니아의 아름다움에 반해 있었다.
루드니아의 고귀함은 같은 여자들마저도 반하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루드니아님은 정말 아름다우세요. 와!! 이 피부 부드럽기도 하지."
"몸매도 너무 아름다워요. 어떻게 사람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조각상 같다니까
요."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는 시녀들 때문에 조금 힘든 루드니아였지만 자신을 칭찬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뭐라고 말도 못하고 그냥 인형처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대충 시녀들의 극성스런 만지기 목욕시간이 끝나자 향유와 향수를 온몸에 찐득찐득 바른 루
드니아는 드미트리가 가져온 드레스들을 입어보기 시작했다.
원래 미인이란 것이 뭘 거쳐도 아름다운 것처럼 옷걸이가 워낙 눈에 띄게 아름다운지라 거
기다가 비싼 드레스까지 입히자, 이건 눈에 똥그레지게 변하고 말았다.
시녀들은 그녀의 몸이 빛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고, 그 아름다움에 몇몇 시녀
들은 실신까지 할 정도였다.
마치 여신이 하강하여 내려온 것 같은 미, 시녀들을 순식간에 레즈비언으로 탈바꿈시키는
루드니아는 한마디로 굉장한 여인이였다.
드미트리가 다녀간 세시간 후 루드니아는 몇 명이 시녀들에게 안내를 받으며 황궁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그는 사이에 수십명의 기사들과 신하, 시녀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황제가
사냥에서 잡아온 미모의 여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실제의 모습을 대하자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여차하면 루드니아를 빼앗아 반란이라도 일으킬 것 같은 기세에 그녀는 잠시 놀랐지만 괜히
이성을 가진 존재들이 아닌지라 그들은 꾹 참고 있었다.
'아름답다..'
'황제 봉잡았다.'
'여신강림인가..'
워낙 아름다운지라 그들의 머릿속에 각기 딴생각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 안있어 시녀들의 안내를 받으며 루드니아는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각형의 긴 테이블 끝에는 드미트리가 앉아 있었고 중간쯤에는 흰색의 로브를 입고 있는
레그르토가 앉아 있었는데 드미트리는 그녀가 식당으로 오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그녀가 앉을 의자를 뒤로 밀어 신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이 순간 레그르토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의 머릿속에 생가나는 가장 두려운 인물 중 한사람, 바로 어머니의 얼굴이 자신의 눈앞
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어머니...?"
레그르토, 그는 바로 루드웨어와 로노와르의 사이에서 태어나, 환타지 영웅이 되고 싶다면
극독을 타고 도망간 그들의 아들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