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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59화 (59/247)
  • 드래곤의 마법사 2부 -4-

    "뭐야?!"

    라디안은 갑작스럽게 날라온 보고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승인 헤른드 라비에타가 북극의 땅에서 봉인해서 잡아온 언플레이티니

    스 언데드의 연구자료가 모두 사라졌다는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돼는 소리!! 그 자료는 칠인회 극비자료실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극비자료

    실의 소재는 7인의 회주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잊었는가!!"

    "그..그것이 3회주 칼루안디스님이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급히 라디안님께 보고를 하시라며

    저를 보냈습니다."

    "칼루안디스가..?"

    칼루안디스 7인회의 3회주의 신분을 가진 현재 45세의 중년마법사로 7서클 익스퍼트정도의

    마법실력으로 회주직을 수행하기에는 다소 낮은 마법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타학문 즉 고

    고학이나 연금술학, 수학등에는 탁월한 재주를 지니고 있는 인물인지라 루드웨어에 의해 3

    회주직에 발탁된 마법사였다.

    칼루안디스가 확인한 사실이라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칼루안디스의 월등한 기억력은 몇백

    년의 세월을 가진 7인회에서 모아진 수많은 극비자료를 모두 외우고 있을 인물이기 때문이

    다.

    "칼루안디스회주는 어디 있는가?"

    "극비자료실을 잠시 조사하신 후 10여명의 마법사들과 함께 범인을 잡겠다고 나가셨습니

    다."

    "음... 7인회 전지부에 당분간 대외활동을 금지하게 하고 칼루안디스회주의 수사에 적극 협

    조하라 지시해라."

    "예."

    라디안의 명령을 받은 마법사는 인사를 하고 급히 2회주실을 빠져 나왔다.

    "컬플레이티니스 언데드라.."

    사실 이 언데드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다. 헤른드 라비에타의 연구로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는 대채 마법을 완성하고 그것을 마법서에 써 두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녀석들이 나타난

    다고 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였다. 헤른드 라비

    에타의 연구는 10년이랑 긴 시간을 허비했고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중에 만인에게 공개되어야 할 연구자료가 극비로 돌려질 수 밖에 없었던 하나의 시

    행착오가 있었다.

    헤른드 라비에타, 라디안의 스승인 천재마법사는 그 시행착오로 인해 반신불수가 되었다. 반

    신불수가 된 후에도 연구를 계속한 헤른드는 컨플레이티니스 언데드를 상대할 수 있는 대채

    마법을 완성했지만 우연히 나온 시행착오를 버리지 못하고 연구서에 남겨 놓았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에 대처할 수 있을 마법을 만들다가 죽음을 당한 것이다.

    '만약...그것이 네크로멘서의 손에 들어간다면...'

    네크로맨서, 시체를 조종하는 마법사 아닌 마법사들을 말한다. 그들은 죽은 자를 소환하여

    자신의 종으로 만드는 등 온갖 사악한 짓을 하는 관계로 대륙의 마법사들에게 배척을 받고

    있는 자들이였다.

    헤른드 라비에타가 연구도중 겪은 시행착오, 그것을 네크로맨서가 알게 된다면 대륙을 혼란

    에 빠뜨릴 엄청난 사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으어엉엉.."

    너무 서러웠다. 헤즐링시절부터 따랐던 루드웨어는 자신의 마음을 너무나 몰라주었기 때문

    이다. 마신 라스타가 죽고 그가 힘을 되찾을 때까지 100년의 시간을 루드웨어만을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그는 그런 자신의 마음에 보답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받으려고 한 기다림은 아니였지만 루드웨어의 행동이 너무 야속했기 때문에 로노와르

    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으아아앙 할머니!!"

    이제는 고인이 되버린 자신의 할머니 프로란스가 생각났다. 루드웨어와 결혼 한 50년 후에

    정령의 문으로 들어선 프로란스는 마지막 유언으로 루드웨어와 잘 살고 헤즐링 열마리만 낳

    으라는 유언을 하고 죽었었다.

    할머니의 유언을 지키고 싶었고 헤즐링 열마리도 낳고 싶었다. 사랑하는 할머니의 유언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 로노와르의 손녀된 마음이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낳아도 열마리 채우기도 힘든데!! 으앙앙.."

    종족번성의 최고봉이 될 나름대로의 야심을 가지고 있던 로노와르의 절망감 누가 이해해 주

    겠는가..(드래곤이 헤즐링을 열마리나 낳으려고 하다니...ㅠㅠ; 환타지 세계의 절대무이한 야

    심이로군...)

    하지만 계속 울고 있을 수만은 없는 로노와르는 소매로 흠뻑 젖어버린 눈주위를 닦았다. 주

    위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질퍽한 땅이였다. (로노와르의 눈물로...질퍽한 땅이..)

    로노와르는 시간을 대충 집어보니 적어도 한달 이상은 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실

    제로는 일주일 정도밖에 울지 않았다.

    "딴 드래곤한테 바람펴서라도 헤즐링을 낳고 말겠어!!"

    역시 드래곤 사상 처음으로 바람난 드래곤부인이 되려는 로노와르는 간간히 생각나는 루드

    웨어를 가슴속 깊은 화장실에 처박고 전의를 다듬으려 했다.

    열마리의 헤즐링을 위해 못할 것이 없다라는 굳은 결의는 로노와르의 눈을 무지개빛으로 환

    하게 빛나게 만들었다. 물론 다원소드래곤은 어두운 곳에 있으면 무지개빛으로 눈이 자동으

    로 빛난다.

    로노와르는 품에서 한 장의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로노와르가 이날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자료, 그것은 바로 대륙에 흩어져 있는 총각 드래곤들의 명단이였다. (헉!! 로노와르는 바람

    필 준비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루드웨어...반드시 복수하고 말겠다!!"

    순진한 드래곤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림 루드웨어가 벌을 받는 순간이였다. 왼손에는 양피지

    드래곤 명단, 오른손에는 러브즈데거를 들고 있는 풍운의 마담 로노아르, 그녀의 일대기가

    시작되려고 하는 판이였다.

    "후우!! 로노와르 뭐하는짓이냐?"

    "바바라 언니?"

    바바라는 블랙드래곤의 일족 중 한명으로 로노와르보다는 3000살이나 더 많은 중년 여성드

    래곤이였다. 불행히도 불임 드래곤이라는 천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드래곤이였기 때문에 어

    렸을 때부터 로노와르를 이뻐했다.

    현재 로노와르가 있는 이곳은 바바라의 레어였다.

    "네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휴 드래곤이 바람을 핀다고 하다니...정말 많이 타락했구

    나.."

    "..."

    바바라의 말에 로노와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헤즐링 열마리 낳는다는 거야 그냥 넘어 갈 수 있지만, 총각드래곤을 꼬시는 꽃뱀 드래곤

    만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단다."

    "그런.."

    로노와르는 바바라의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 프로란스가 죽은

    후 루드웨어와의 잦은 부부싸움에 속이 상할 때면 매번 그것을 풀어주던 드래곤이 바로 바

    바라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바바라는 로노와르가 루드웨어말고 마음을 기댈 유일한 인물이였다.

    "차라리 유희를 즐기는게 어떻니?"

    "유희요?"

    "그래 드래곤이 유희 즐기다가 바람 피우는 거야 늘상 있는 일이니 상관없잖아. 물론 인간

    인 루드웨어의 입장이라면 조금 열이야 받겠지."

    인간인 루드웨어의 정조관념은 드래곤일족과 틀리기 때문에 유희 중에 눈맞는 것도 큰 충격

    일 것이다.

    "하지만..겨우 명단도 구했는데.."

    힘들게 구한 명단이 조금 아까운지 망설이고 있는 로노와르를 보며 바바라가 가까이 다가가

    안아주며 말했다.

    "만약 드래곤을 유혹한다면 넌 공식적으로 루드웨어와 파혼을 한게 된단다. 로노와르 루드

    웨어가 밉긴 하지만 싫은 건 아니잖니?"

    "응."

    "다른 드래곤의 헤즐링을 낳은 것에 분노한 루드웨어가 파혼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꺼야?"

    "그건.."

    루드웨어와의 파혼, 생각지도 않은 문제였다.

    "대충 루드웨어를 골탕먹이렴, 그럼 루드웨어도 너의 소원을 들어 헤즐링을 낳게 해줄테니

    까."

    "휴...예 바바라 언니."

    로노와르가 자신의 말을 듣자, 미소를 지으며 바바라는 로노와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럼 이 언니랑 여행을 가자꾸나. 언니가 루드웨어를 골탕먹이는걸 도와줄테니까."

    "정말이요?"

    "그럼. 폴리모프해서 인간들을 유혹하는 꽃뱀듀어가 되는거야!"

    "꽃뱀듀어!!"

    로노와르에겐 이제 새로운 앞날이 환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드래곤 사상 처음으로 등

    장하는 장편 판타지 꽃뱀 드래곤 소설. 로노와르의 꽃뱀일기 그 찬란한 서장이 시작되고 있

    었다.

    한편 이 시간 루드웨어는 여기저기 대륙의 레어들을 살피며 로노와르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

    짖고 있었다.

    "로노와르!! 로노와르!!"

    "거참 시끄러워 죽겠네!! 왜 하필 남의 레어에서 소리지르고 야단이야!!"

    레드드래곤 시크라, 프로란스가 죽은 이후 드래곤로드와 함께 에이션트드래곤의 반열에 오

    른 괴짜 드래곤이였다.

    한참 동면에 빠져 있던 시크라는 친구인 루드웨어가 자신의 레어에서 마누라를 찾는다고 소

    리지를 것 때문에 잠이 깨버린 것이다.

    "시크라!! 혹시 로노와르 못봤냐?"

    "거참 니 마누라를 어떻게 알아!! 그리고 하필 왜 남의 레어에 들어와서 마누라를 찾는거

    야!! 이 쪽으로 올 턱이 없잖아."

    "아니야 아니야!!"

    루드웨어가 시크라의 레어로 온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시크라는 괴짜였기 때문

    에 드래곤들의 맞선에서 줄곧 딱지 맞기가 일수였기에 아직까지도 총각의 신세를 면치 못하

    는 드래곤이였기 때문에 바람핀다며 나간 로노와르가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

    다.

    "시크라..나 어떻하냐..."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갑자기 루드웨어가 울먹이면서 하소연하자 당황한 시크라는 자초지정을 물어 들을 수가 있

    었는데 모든 것을 다 들은 시크라는 레어안에서 뒹굴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드..드래곤이 바람 핀다고 나갔다고? 하하하하"

    오랜 시간을 살아온 시크라로서는 생전 드래곤이 바람 피운다고 나갔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

    기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장난이 아니라고!! 이성을 현혹시키는 아이템인 러브즈 대거를 들고 있단 말이야!! 러브즈

    대거!! 현재 로노와르의 마나 정도라면 일급신이라도 유혹할 수 있단 말이야!!"

    "응?"

    그제서야 시크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드래곤이라면 유부녀드래곤이 유혹

    한다고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아이템을 가진 로노와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 때

    문이다.

    "그렇다면 큰일아닌가!!"

    만약 수많은 총각드래곤들이 로노와르에게 유혹당한다면 조상 드래곤들을 볼 낯이 없었고,

    로노와르덕에 노처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는 많은 여성체드래곤들은 분노로 발광할 것이

    분명했다. 가뜩이나 총각드래곤들도 적은 대륙에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여성체 드래곤들

    은 로노와르의 행동을 답습해 모두 꽃뱀드래곤으로 변할 것이 확실했다.

    "일났어...어떻게 하냐!!"

    "어떻게 하긴 빨리 찾아 막아야지!!"

    시크라는 레어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나설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갑자기 무슨 생

    각이 들었는지 멈추고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만약 로노와르가 총각드래곤들을 모두 유혹한다면....흐흐흐 남은 여성체 드래곤은 유일하게

    남은 나의 차지가 될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의 드래곤 할렘이야!! 할렘!!'

    노총각 드래곤 시크라는 로노와르가 할 행동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을 생각하며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로노와르의 남편 루드웨어 만

    약 그가 로노와르를 찾아 그것을 막는다면 드래곤 할렘의 꿈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크크크..루드웨어 미안하지만 너에게 로노와르를 찾게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랜 우정을 자신의 할렘을 위해 짓밟은 시크라. 과연 루드웨어는 로노와르를 찾아 그녀의

    행동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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