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2부>
-프롤로그 1.-
사라토산맥의 대륙에서 유일한 다원소드래곤 로노와르의 레어, 이 곳의 오크들은 한시도 조
용한 날을 보낼 수 없었다.
자신들의 주인인 로노와르가 하찮은 인간과 정식결혼한지 어언 100년이 지났건만 이 둘은
하루 한시도 싸우지 않은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수 없으면 근처에서 노닐던 오크들은 별에 별 마법과 원소 자체를 소멸시키는 다원소드래
곤의 브레스에 맞고 세상을 하직하고, 숨어 있으면 찾아서 화풀이 한답시고 죽이고, 아무리
종족번식이 빠른 오크들이라고는 하지만 연평균 사망자 인원 4200여명이라면 불안할 만도
할 것이다.
오늘도 에외 없이 둘은 이상한 문제가지고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오크들은 이번에 화풀이로
희생될 오크를 선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꾸룩꾸룩 앙그로 1501표, 꾸룩꾸룩 피로우 1499표, 꾸룩꾸룩 벨론데 10234표로 이번에 희생
될 오크는 벨론데로 결정났다."
"여보!!"
"자기야!! 어떻해!!"
아무리 일부다처제의 오크사회라고는 하지만 아내를 23명이나 가지고 있던 벨론데는 남성
오크들 사이에 미움을 받고 이번에 희생될 오크로 결정되었고 그의 부인들은 하나같이 울부
짖으며 이 사태를 슬퍼하고 있었다.
"치사한 녀석들 꾸룩꾸룩.."
벨론데는 너무 잘생겨 다른 오크들에게 시기를 받은 것을 분하게 여기며 이렇게 잘생기게
낳아준 엄마를 원망했다.
하지만 어떻하랴 로노와르 레어의 오크헌법에 결정된데로 그는 로노와르의 화풀이 희생양으
로 끌려가야만 했다.
"내 아내들아.....남은 아이들을 잘 키우구려...."
벨론데는 눈물을 흘리며 23명의 아내와 340명의 새끼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로노와르의
레어로 힘없이 올라갔다.
[크어어엉!!]
레어 입구의 근처에 다다랐을 때 로노와르의 피어가 천지를 진동하 듯 울렸고 벨론데는 공
포에 질려 자리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흑흑흑 넘 무섭다...'
일단 작별의 인사를 하고 마음을 정하고 온 벨론데였지만 잔혹한 다원소드래곤에게 어떻게
죽을지 무서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 않는다면 아내와 자식들중에 누군가가 희생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의
입장으로 눈물을 흘리며 레어안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 피어따위에 내가 질 것 같으냐!! 휴먼피워다!! 우와악!!"
인간의 목소리, 이제 벨론데는 그 인간의 목소리에도 공포를 흘릴 지경이 들었다. 하체를 가
린 사슴가죽이 공포에 젖어가기 시작했다.
"도데체 왜 안된다는 거야!! 네 녀석이 원하는데로 인간의 자식도 낳아주고 집나갈 때 까지
잘 키워줬으면 내 부탁도 들어줘여 하잖아!!"
"그게 잘 키운거냐!! 쓸데없이 로망스 소설이나 잔뜩 읽혀서 커가지고 한다는 짓이 영웅은
부모가 죽는 시련을 겪어야 하니!! 부모한테 죽어달라는 소리나 하는 자식이 잘키운거냐
고!!"
"흥!! 그러니까 인간이지 어차피 인간녀석들은 이기심의 덩어리잖아!! 내 말대로 하면 분명
히 이번에는 착한 녀석이 나올꺼라니까!!"
"싫다. 싫어!!"
말다툼 소리가 가득한 레어, 벨론데는 떨리는가슴을 진정시키고 레어안으로 들어갔다. 레어
아에서는 폴리모프한 다원소드래곤 로노와르와 인간의 마법사가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왜 싫은거야!! 지금까지 해달라는 거 다해줬잖아."
"흥!! 헤즐링은 1000살 넘을때까지 안돼!!"
"말도 안돼 인간새끼는 꽃다운 나이 600살에 낳게 해놓고 헤즐링은 왜 안된다는거야!!"
"생각해봐라!! 어미랑 700살 밖에 차이 안나는 드래곤이 세상에 어딨어!! 나이 차이가 너무
안나면 나중에 오이디프스 콤플렉스같은 것에 걸리면 니가 책임질꺼야!!"
오이디프스 콤플렉스는 어머니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콤플렉스를 말하는 것이다. 인간마법사
는 일만년 이상을 살 수 있는 드래곤을 낳기에는 로노와르가 너무 젊다고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거짓말!! 드래곤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해서 밤을 지내자는게 이상하다고 그런거잖아!!"
사실이였다. 헤즐링을 낳으려면 드래곤의 모습으로 일을 치러야 하는데 인간마법사는 덩치
큰 드래곤의 모습으로 일을 치르는게 이상했고, 폴리모프한다고 해도 에이션트 드래곤의 몇
배의 덩치를 가진 로노와르에 비해 자신이 폴리모프 한다면 보통 드래곤의 크기인지라 엄마
품에 안긴 애기같은 모습이 되는 것 때문에 결사반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보통 인간은 폴리모프한다고 해도 헤즐링을 못낳잖아!! 그냥 300년만 기다리면 안
돼!!"
"흥!! 보통의 마법사야 그렇지!! 천신레이뮤의 힘에 11서클까지 봐라보는 반신에 가까운 마
법사 루드웨어가 폴리모프하는 것은 완전체라서 상관없다는 것 쯤은 나도 알아!!"
"..."
로노와르의 정면에 있는 마법사, 그는 바로 드래곤의 마법사인 루드웨어였다. 마신 크레이져
의 권능을 몸으로 받고 거의 대부분의 힘을 잃었던 루드웨어는 100년간 수련을 마치고 돌아
와 많은 드래곤들의 축복 속에 다원소드래곤인 로노와르와 결혼하여 어언 100년이 넘는 신
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인간아이도 한 명 낳고 그럭저럭 잘 싸우면서 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상황이 틀
렸다. 잘 키운 인간아이 볼 것 없다는 드래곤 사회의 명언따라 어려서부터 로망스소설을 주
로 읽었던 아이는 커서 로망스에 나오는 영웅들은 하나같이 부모가 죽는 시련을 겪어야 한
다는 허무맹랑한 소릴하더니 얼마 안 있어 음식물에 극독을 타고 도망가버렸다.
현실과 픽션을 구별하지 못한 열두살의 나이에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간 아이를 보며
극독에도 끄떡없는 두 사람은 할말을 잃어버렸는데, 역시 인간아이는 키운 보람이 없다며
헤즐링을 낳자고 로노와르가 극구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루드웨어가 좀처럼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자 로노와르는 울분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헤즐링이였을 때 마누라 삼는다고 끌고 가서는 이상하게 만들어 놓은 주제에 이제는 보통
여성체 드래곤이 갖는 평범한 소원조차 들어주지 않는 루드웨어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로노와르의 눈에는 왕방울만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간형으로 폴리모프한 로노와르
의 모습을 하늘의 여신이 내려 온 것 처럼 아름답기 그지 없었는데 그런 로노와르가 슬픈얼
굴로 눈물을 흘리자 루드웨어의 가슴도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정말 드래곤의 모습으로 일을
치르는 것은 싫었기 때문에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나..바람필거야!!"
"..!!.."
로노와르의 선언에 루드웨어는 당황되었지만 꾹 참기로 했다. 어차피 돌연변이 다원소드래
곤이 되버린 로노와르였고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아는 이상 어떤 드래곤도 감히 로노와르를
건드리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 피워도 안들어줄꺼야...?"
로노와르의 떨리는 목소리에 루드웨어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가슴을 복받쳐 올라오는
울분을 느끼며 엉엉 울면서 로노와르는 레어안 깊숙히 들어가버렸다.
로노와르가 사라지자 루드웨어는 푸하고 한숨을 쉬더니 생각에 잠겼다.
'이번엔 어떻게 풀어주지...'
지금까지 삐진 로노와르는 별에 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 화를 풀어주었던 루드웨어였지만 이
번에 사태는 만만치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에 둘이서 다른 차원계로 신혼여행이나 가볼까?'
만년 이상을 사는 드래곤들 사이에서 500년 까지는 아직 신혼, 루드웨어는 멋진 신혼여행을
꿈꾸며 로노와르가 사라진 레어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로노와르!! 로노와르!! 여보!! 하니!! 자기야!!"
하지만 로노와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섬찟한 루드웨어는 넓직한 레어
를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찾아 보았지만 로노와르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용언을 사
용하여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젠장!!"
루드웨어는 로노와르를 잡지 못했던 자신을 욕하며 주저 앉았다. 레어의 보물창고에는 여기
저기 손댄 흔적이 뚜렷이 나타났다. 로노와르가 가기전에 몇가지를 챙겨간 것이라고 생각했
는데...
"헉.."
한 순간 루드웨어는 일이 꼬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레어의 보물 창고안에는 봉인상자
가 하나 있었는게 그것의 봉인이 뜯겨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로노와르가 그가 생각하고 있는 물건을 들고 갔다면 일은 대책없이
흘러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루드웨어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봉인이 뜯겨진 보물상자의 뚜겅을 조심스럽게 열었
다.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러...러브즈 데거..."
죽고 싶었다. 로노와르는 바람피우고 나간다는 말과 함께 궁극의 아이템인 러브즈 데거를
들고 사라진 것이다.
러브즈데거는 5서클의 기브 미 러브마법이 걸려 있어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자신을 사랑
하게 만들 수 있는 큐피트의 화살 버금가는 아이템이였다. 이것을 다원소드래곤인 로노와르
가 사용한다면 하늘의 신이라 할지라도 로노와르를 사랑하게 되버릴 것이다.
로노와르는 정말로 바람을 피울 철저한 준비를 하고 가출을 해 버린 것이다.
"으악!!"
이럴때가 아니였다. 정말 바람핀다면 그건 큰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헤즐
링 하나 낳게 해주는 것인데, 라는 뒤 늦은 후회를 한 루드웨어는 급히 통신 구슬을 찾기
시작했다.
"아!!아!! 여기는 총회주. 여기는 총회주, 칠인회 정보통신부장을 답하시오."
"칠인회 정보통신부 부장 리오노프입니다. 누구를 연결시켜 드릴까요?"
"2회주 라디안!! 빨리 부탁해!!"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라디안은 헤른드가 죽은 후 칠인회의 2회주 직을 맞고 있었다. 현재 나이가 어언 200살이
넘어가는 고령이였지만 루드웨어를 제외하고 인간이 오를 수 없는 9서클마스터에 처음 오른
후 수명이 늘어난 상태였다.
"2회주 라디안입니다. 루드웨어님 무슨일이십니까?"
30대 초반의 얼굴을 하고 있는 라디안은 통신구슬을 부여잡고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루
드웨어를 보며 어안이 벙벙해지며 물었는데 루드웨어는 울부짖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라디안 어떻게!! 로노와르가 가출했어!!"
"로노와르님이요? 벌써 백번도 넘게 가출하셨는데 뭐가 걱정이세요. 일주일 정도면 거의 돌
아오셨잖아요."
"아니야 아니야 이번엔 나한테 바람피운다고 하고 가출했단 말이야 그것도 레브즈데거를 들
고 말이야!!"
"예?!"
라디안은 루드웨어가 소장하고 있는 러브즈데거의 악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은 루드웨어와 로노와르 사이에서 난 아이가 영웅은 호색이라며 러브즈데거
를 들고 설치는 바람에 칠인회 여자마법사 200여명이 꼬마를 사랑하는 불상사를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신과 루드웨어의 나서 마법을 해제해주었기 때문에 일은 무마됐
지만 안 그랬다면 사상 최초로 열 살도 안된 꼬마에게 200여명의 마누라가 생길 뻔 했다.
"어떻게!! 어떻게!!"
로노와르의 외도를 걱정하는 루드웨어의 모습은 거의 팔불출에 가까웠기 때문에 라디안은
잠시 흐르는 땀을 닦고 말했다.
"7인회 각지부에 연락해서 로노와르님의 수색에 나서겠습니다."
"부탁하네 라디안. 내가 이렇게 부탁할 사람은 이제 자네 밖에 없지 않겠나."
"별 말씀을요. 그럼 차후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부탁하네 라디안.."
통신이 끊기자 루드웨어는 안절부절 못하고 레어를 돌아다니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보물
창고로 들어가 물건을 몇 개 들고는 레어의 밖으로 나섰다.
자신이 직접 로노와르를 찾아 나서려고 하는 것이다.
루드웨어까지 밖으로 나가자 벨론데는 이 엄청난 사태에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되살아 난 것을 물론이요. 이제 몇 년간은 오크들의 죽음이 없을 것이라 생가됬기
때문이다.
"크허헝헝 난 살았다."
사형장에서도 한번 사형이 실패하면 목숨을 살려주는데 오크헌법에도 희생양으로 갔다가 살
아나면 평생 희생양이 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벨론데는 기쁨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
다.
"난 살았다!!"
벨론데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는데..
"시끄러워 이자식아!! 가뜩이나 열받아 죽겠는데!!"
갑자기 날아온 단검 하나. 멀리서 벨론데가 기뻐 소리치는 것을 보고 열 받은 루드웨어가
품에 있던 단검을 던졌고 벨론데는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오크들의 속담에 승리에 자만하지 말라. 자만하는 순간 너에게 패배가 다가올 것이다. 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