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49- 크샤스의 고뇌
"하지만 자정능력이 움직이기 전에 지상계의 생명들 중 살아남는 자가 있겠습니까!!"
마계와 신계는 사라진다면 자연계 마나의 자정능력이 발휘되기 전 지상은 죽은 자들과 영혼
들의 세상이 뒤덮을 것이다. 자연은 수많은 세월을 두고 변해가는 것 크샤스가 이루어낼 수
있는 세상은 몇 천년 아니 몇 만년 후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였기에 라디안으로선 그의
말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모르겠는가? 창조주는 이와 같은 일을 이미 수십 번을 해왔다는 것을 전세계에 흩어져 내
려오는 창조주의 심판, 그것을 인간들은 자신들의 부덕함이 신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생각하
지만 그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신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창조
와 소멸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이 대륙 역시 그런 시행착오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그런..."
라디안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현재에 살고 있는 대륙의 존재들, 그들이 창조주가
실험하는 하나의 실험체에 불과하다는 말을....
"자! 보여주지 창조주와 같은 자!! 마신 크레이져의 모습을!!"
크샤스는 기절해 있는 사이야의 몸을 왼손으로 들어 올린 후 오른손을 뒤로 뺐다. 대리자의
심장 여동생의 가슴에 있는 생명의 원천인 대리자의 심장을 빼내기 위해서....
"...."
"페하."
하지만 쉽게 크샤스는 동생의 심장에 손을 댈 수 가 없었다.
"음....오빠."
"헉!!"
기절해 있던 사이야, 사이야가 눈을 떴고 그녀의 눈은 크샤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하려고 하던 일을 알고 있는 사이야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이야..."
사이야의 슬픈 눈, 크샤스는 잊고 싶었던 과거의 일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의 부친인 렌피드 하르베이드는 고향을 땅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남자였다.
"아바마마!!"
열두 살의 나이에 그는 왕국을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왕국과 백성들은 물론 어머
니와 자식까지 버리면서까지 마령에게 과거의 영토를 찾으려 떠난 아버지.
"크샤스, 너에게는 과거 조국의 아름다운 대지를 물려주고 싶구나."
"아버지..."
인자한 얼굴의 아버지는 어린 크샤스에게 영웅의 모습으로 비추었고, 크샤스는 아버지의 성
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반드시 자신을 위해 조국을 되찾아오리라 믿었던 아버지, 하지만 한달 후 렌피드 하르베이
드는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온전하게 육체를 남기지도 못한 채 산산히 찟겨져 오른손만이 가족의 손으로 돌아왔고 그의
모친 로니아는 조국으로 돌아온 렌피드의 손을 붙들며 오열해야 했다.
당시 임신한 상태였던 그의 어머니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사이야를 낳다
죽었고 사이야는 약해진 로니아의 몸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례를 하며 자라났다.
사이야를 낳고 죽기 전 로니아는 끝없는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부탁했고 그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동생을 지키겠다고 어머니께 약속했다.
하지만 크샤스가 북극령에 남아있는 과거의 유물을 통해 대리자의 신분을 얻은지 얼마 지나
지 않아 사이야는 짧은 인생을 마쳤다.
약한 동생의 몸에 대리자의 심장을 전한다면 자신 역시 얼마 살지 못할 동생과 함께 일찍
죽어야 됨을 알 고 있었지만 그는 대리자의 심장은 사이야에게 건네고 부활시켰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사람, 이제 단 한명만이 남은 자신의 혈육 사이야는 그의 전부
였던 것이다.
모든 기억이 주마등같이 스치고 지나갔고 크샤스는 다시 사이야의 얼굴을 처다 보았다. 그
리고 도저히 크샤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여동생의 심장을 빼낼 수가 없었다.
'고통... 사이야가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크레이져의 힘을 얻는다면 동생의 부활을 가능할 것이다. 그 만큼 크레이져의 힘은 창조의
힘과 엇비슷할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활을 시킬 수 있다고 해도 그녀의 심장을
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느 누가 동생을 되살릴 수 있다고 해서 살아있는 동생의 심장을 쉽게 빼낼 수 있단 말인
가.
"오빠."
슬픔으로 가득찬 사이야의 눈, 하지만 사이야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이!!"
마음을 강하게 먹고 동생의 심장에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그의 손은 격정에 떨리기만 할 뿐
이였다.
"오빠. 제 심장을 가져가세요."
"헉..."
"사이야. 오빠를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한 사이야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이야는 사랑하는 오빠를 위해
엄청난 고통이 따를 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심장을 내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아악!!!"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크샤스는 동생의 몸을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폐하."
그것을 보고 있던 라디안은 아무 말도 그에게 할 수가 없었다.
"옳은 선택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샤스를 향해 터져 나왔다.
"루드웨어."
목소리의 주인공이 루드웨어라는 것을 안 크샤스는 쓰러진 몸을 일으켰다.
"세상이 더럽고 불합리하다 해도 해서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크샤스 너의
그 목표가 아무리 크고 정당하다 해도 동생의 목숨을 빼앗으면서 까지 이루어야 하는가."
루드웨어의 말은 크샤스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혀왔다. 칼리아스 그는 목적을 위해선 어
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해왔고, 그와 사상이 같은 크샤스는 그의 말을 믿어왔
다. 하지만 혈육의 정 앞에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 해도 사이야의 목숨을 빼앗을 순 없었다.
크샤스의 눈은 흐려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하나의 이상을 추구해온 그의 눈은 혈육의 정과
이상을 사이에 두고 헤메이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하! 루드웨어. 네 녀석의 말은 틀리지 않다. 사이야의 심장을 꺼낼 수 있는 자신이
없군. 하지만 필요한 자들이 여기에 다 모였으니 다른 일을 시작해도 상관없겠지."
"다른 일?"
"이 곳은 마신 크레이져님의 봉인지, 나의 힘이 가장 강해지는 이곳에서 네 녀석들은 나를
이길 수 없다. "
우릴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심장의 위치를 모르는 내가 대리자인 너희들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봉인은 가능하지않나."
크샤스의 손짓과 함께 그의 뒤에 서있던 10여명의 흑기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가 시스의 열배이상가는 실력자들이였기 때문에 루드웨어 일
행으로서도 쉽게 상대하지 못했다.
만약 그들과의 싸움에서 필요이상의 힘을 사용한다면 루드웨어 일행들은 크샤스에게 봉인당
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적정수준의 힘 이상을 사용할 수 없었다.
"상황이 별론데..."
"기냥 져주면 안되나.."
로노와르는 쉽게 끝날 수 있었는데 아깝다는 듯이 손가락을 빨았다.
루드웨어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하여 모여들게 했다. 흩어져서 싸우는 것보다 뭉쳐있
는 것이 다 효율적인 싸움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루드웨어의 지시에 따라 일행들은 한 곳에 모였다.
"라디안. 마나는 얼마나 남아 있느냐."
"70%이상은 남아 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준비하라고 헤른드 2회주에게 배운 실력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
하니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라디안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주문을 외우기 위해 매직로드에 마나를 지중하기
시작했다.
"대기의 흐르는 무언의 힘이여. 대 자연의 흐름에 따라 너의 모습을 달리하니 ...."
라디안이 외우는 주문을 한참을 듣고 있던 루드웨어는 손바닥을 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꽤 괜찮은 주문인데.."
"응 무슨 마법을 쓰려고 하는건데?"
루드웨어가 라디안이 주문 외우는 것을 칭찬하자 궁금해진 로노와르가 물었다.
"응? 몰라. 그냥 주문이 멋있어서.."
"..."
괜히 물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주문이야 마나공식을 배열할 때, 정신집중의 효과와 마나배
열 공식의 입력에 쓰이기 때문에 각 마법사마다 같은 마법이라도 주문이 다른 경우가 허다
했다. 마법사들은 어차피 필요한 주문이라면 문학적인 멋을 함껏 부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
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남이 말하는 주문을 가끔씩 차용하기도 한다. 루드웨어는 라디안의
주문이 꽤 멋있다고 생각했는지 자신도 주문을 조금 차용할 목적으로 말한 것이였다.
"쓸데없는데 정신 팔지 말고 집중하라고."
유리마는 흑기사들이 주위를 빠른 속도로 돌면서 조금씩 접근해 오는 것을 느끼고 일행에게
말했다. 유리마의 말은 개중에서 조금 신용하는 로노와르였는지라 마법검을 들고 흑기사들
의 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루드웨어가 놀랄만한 활략을 하겠다고 결심한 로노와르는 모든 정신을 집
중하고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려 했지만 빠른 속도로 사방을 돌고 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
아 어지러움증에 헤롱헤롱해지고 말았다.
"졌다..."
싸우기도 전에 로노와르는 현기증에 쓰러지고 말았다. 어이없는 패배였다.
로노와르의 패배에 잠시 써늘한 기운을 느꼈던 일행들은 허망한 표정을 잠시 짓다가 정신을
차렸다. 어차피 로노와르의 도움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적 충격은 별로 받지
않은 것이다.
"유리마 온다!!"
루덴스는 유리마가 서 있는 방향해서 빠르게 세도하는 2명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소리쳤다.
"디그."
루드웨어는 단숨에 세도하는 쪽의 땅을 디그로 파헤쳤고, 흑기사중 일인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파진 땅으로 떨어졌다.
"하이 그래비티!!"
계속 이어지는 루드웨어의 마법은 함정에 빠진 흑기사를 고중력으로 깔아뭉게면서 구덩이에
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한 후 나머지 두 명을 보며 소리쳤다.
"그리스!! 스톤 웰!! 디그!! 하이 그래비티!!"
[휘청!! 쿵]
그리스마법에 의해 미끄러진 흑기사 한명은 이어진 스톤웰 마법에 의해 돌에 부딪혔고 디그
로 만들어진 구덩이에 빠져 중력마법에 눌려 오징어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강한 마법들은 아니였지만 하나하나가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마법이였기에 흑
기사들은 제대로 된 공격도 하나 해보지 못하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우오..굉장한데.."
루드웨어의 연속마법공격을 보며 로노와르는 입을 벌리며 놀랄 따름이였다.
"하하하. 네 녀석도 나중에 제대로 마법을 사용하면 한번 읽어보라고 나의 저서 마법 이렇
게만 하면 루드웨어만큼 한다에 효율적인 연속마법기술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으니까 말이
야 푸하하하."
루드웨어가 사용하는 이러한 마법공식은 일종의 마법연계기로 고서클의 주문은 시간이 많이
걸리며 마나소모 또한 많은지라 중간정도의 마법사들은 적을 상대할 때 이런 연계기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계기술은 위력이 약하기 때문에 크샤스의 흑기사들을 상대할때는 그리 큰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 하이 그래비티 같은 것은 정신집중이 흐트러지면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로노와르가 말 거는 사이에 구덩이에서 나온 두 명의 흑기사는 급히 뒤로 물러서며 다시 때
를 기다리는 듯 일행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도데체 잡지도 못하는 연계기 같은 건 왜 쓴거야?"
"..."
로노와르의 이런 실망감과는 다르게 헤른드에게서 효율적인 마법의 중요성을 강의 받았던
라디안은 자신이 준비해 놓은 마법의 시동어만을 남긴 채 초롱초롱한 눈으로 루드웨어를 보
고 있었다.
"헉.."
초롱초롱한 눈망울, 앙증맞은 입술과 코.... 루드웨어는 라디안을 안아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
었지만 이내 그것은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젖고 말았다.
'말도 안돼... 내가 쇼타콘 증세를...'
물론 충분히 루드웨어는 쇼타콘이였다. 아직 성체도 되지 않은 로노와르, 그것도 남성드래곤
을 신부감으로 만든다고 끌고 다니는 것이 로노와르가 아니던가.
"루드웨어!!"
"젠장!!"
전투중에 딴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몸소 몸으로 가르쳐주는 루드웨어였
다. 아차 하는 사이에 루드웨어의 면전에 흑기사 다섯명이 세도해 들어온 것이다.
"풍(風)!!"
루드웨어는 시간이 없다고 느끼고는 언령마법을 사용하여 다섯명의 흑기사들을 날려버리고
는 빠른 속도로 앞으로 세도해 나가 한명의 흑기사 앞에 섰다.
"파(破)!!"
루드웨어의 언령마법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흑기사는 이어지는 프레임버스터에 재가 되어버
렸다. 한명의 동료가 쓰러지자 앞으로 세도해 나온 루드웨어를 향해 사방에서 네명의 흑기
사들이 공격해 들어왔다.
실드 따위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드웨어는 동료가 있는 쪽으로 세도해 들어
오는 흑기사에게 뛰어들며 마법을 외쳤다.
"플라이!!"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여 공중으로 날아간 루드웨어는 흑기사들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고 일
행의 곁으로 돌아왔다.
"휴. 한놈 처치했다."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 루드웨어, 하지만 그를 보는 시선은 심상치가 않았다.
루덴스는 남들의 시선에 멍하니 서 있는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너 왜 나갔냐?"
"그야..세도하는 녀석들을 처리하려고."
"한곳에 모여서 싸우자는 놈이 나가서 마나 아낀다고 쓰지 않았던 언령을 두 개나 쓰다니...
정신이 없구나."
"헉.."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생각해 낸 루드웨어였다.
'이럴수가..'
잠시 라디안의 미소에 맛이 가버린 루드웨어는 전에 있던 모든 일을 잊어먹고 혼자 설친것
이였다.
미소년에 빠지는 수많은 젊은 청년들을 생각하며 동감이 가는 루드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