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47- 안트워의 거래
"장군님!!"
마령과 안트워공작의 비병들과의 대전은 다른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갑자기 전장터로
침입한 흑기사들은 겨우 세 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에 의해 양쪽군은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들의 검에 죽은 병사들이 모두 언데드가 되어 아군을 공격하고 있었기
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의 수는 늘어나기만 했다. 흑기사들에 의해 언데드가 된 자
들에게 죽은 자들은 언데드가 되지는 않았지만 흑기사들이 지나가고 나면 강한 어둠의 기운
이 되어 일어서 아군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였다.
"전군은 후퇴해라!!"
이런식으로 계속 가다간 아군의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 크렌장군은 전면 후퇴를
지시했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그 동안 이 분지성의 외벽에서 죽은 마병들의 숫자가
엄청났기 때문에 마령의 병사들은 모두 언데드들에게 포위되고 만 것이다.
일단은 흑기사들은 사라지기는 했지만 많은 수의 언데드들에 의해 마령의 군대는 전멸을 면
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안티아노. 가장 두께가 얇은 곳을 찾아 전군을 방추형으로 하여 포위망을 뚫어라!!"
전형적인 포위망의 탈출방법을 지시하긴 했지만 언데드들의 수가 워낙 많은 지라 안티아노
는 전세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젠장!!"
갑자기 나타난 흑기사들에 의해 유리했던 상황은 오히려 반대가 되어버렸는지라 크렌은 분
노가 치솟아 올랐다. 마령의 군대들이 포위되어 있는 곳에 도착한 크렌은 와이번에서 내려
안티아노의 옆에 섰다.
"장군님!!"
안티아노는 크렌장군이 위험한 장소에서 내리자 놀라며 소리쳤지만 크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하들이 위험한 곳에서 싸우고 있는데 나만 어찌 안전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
크렌은 검을 들고는 포위망에 갇혀 있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마령의 병사들이여!! 나 황태자 루덴스님의 기사 크렌이 너희와 함께 싸우겠다. 자! 나를
따라 죽은자의 군대를 공격하라!!"
소리친 크렌은 하늘에서 봤을 때 가장 포위망의 두께가 얇았던 서북쪽을 향해 검을 휘두르
며 공격해 들어갔고 그의 뒤를 이어 수많은 마령의 병사들이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크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상자는 늘어만 가고 이젠 남은 수는 크렌장군과
안티아노를 비롯하여 이천여명도 안되게 변했지만 아직 남은 언데드들의 숫자는 2만에 달했
다.
"장군.."
"분하군..."
포위망에서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크렌은 마지막으로 적을 베며 마령의 기사
로서의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생각하며 언데드들을 향해 뛰어가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들을
돕는 무리들이 있었다.
[쿠궁!!]
엄청난 폭음과 함께 언데드들의 포위망이 폭발의 소용돌이와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놀란
크렌은 폭발의 원인이 날아온 언덕쪽을 처다 보았는데 그곳에는 일단은 마법사들이 쇠로 만
든 원통을 들고 서 있었다.
검은색의 원통을 들고 있는 마법사들의 맨 앞에선 노마법사가 지휘를 하고 있엇다.
"제 2 탄 발사!!"
노마법사의 외침과 함께 마법사들이 들고 있던 원통에서 다시 불을 뿜었고 파이어볼 형태의
불덩어리들은 언데드들 위에 작렬하며 단숨에 수많은 적들을 날려버렸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원통형의 무기는 바로 헤른드가 발명하여 칠인회의 염금술부에서 대량
제작에 성공한 신무기 마공포였다.
마법의 주입이 가능한 마나메탈을 사용하여 마법을 쏘아댈 수 있는 이 무기는 마법사들의
사전에 마나메탈에 마법만 주입한다면 적은 양의 마나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현재
언데드들에게 쏘아대는 마법은 파이어볼이였다.
헤른드가 지휘하는 마공포의 힘으로 마령의 병사들을 포위하고 있던 포위망의 한곳은 극격
하게 얇아졌고 크렌장군은 상황을 파악 전군에게 얇아진 포위망쪽을 방추형의 진세를 짜서
필살의 탈출을 감행했다.
"파이어웰!!"
헤른드는 마령의 군대의 탈출을 좁기 위해 그들의 후방쪽에 파이워웰 마법을 사용하여 적의
추격을 봉쇄했고 그 틈에 마령의 병사들은 비교적 안전하게 후방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마령의 군대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것을 확인한 웨더리우스는 준비해 두었던 마법을 사용
했다.
웨더이라우스는 컨트롤웨더로 집중적으로 언데들이 모여 있는 곳에 주먹만한 우박을 떨어뜨
렸고 우박에 강한 타격을 받은 언데드들의 공격속도를 다소 늦추게 할 수 있었다.
그 틈을 타서 마법사들의 마공포는 다시 불을 뿜기 시작했고 크렌은 마병들로 하여금 역공
을 지시해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흑기사들이 만들어 놓은 언데드들을 전멸
시킬 수 있었다.
"7인회측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크렌장군은 자신들을 도운 마법병단이 라디안이 말한 7인회의 2차 지원군이라는 것을 알고
노마법사에게 정중하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허허허 도움이라니, 나야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인데, 아무튼 반갑네 난 칠인회의 2회주직을
맡고 있는 헤른드라비에타라고 하네."
"7인회의 5회주 웨더리우스라고 합니다."
"마령의 크렌이라고 합니다."
서로 통성명을 나눈 후 헤른드는 크렌에게서 방금 전의 일을 물어보았다. 크샤스의 마법사
중에 네크로멘서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언데드들이 나타난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였다.
크렌은 마병과의 싸움 도중에 나타난 흑기사들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그것을 들은 헤른드와
웨더리우스는 한참을 생각하다 그들에 대해서 말했다.
"웨더리우스, 아무래도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 같은데 말이야. 어떻게 지상세계에서 그 녀석
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지?"
"과거 칠인회에서 탈퇴한 칼리아스가 만들어냈을 것 같습니다만, 그것보다 살아있는 자를
언데드로 만들어버리는 크샤스의 행동은 이해가 안갑니다."
"그정도로 녀석이 이념에 타락했을 줄은...아무튼 쉽게 보아 넘길 수는 없는 일이구만. 아일
라스."
"예."
"언데드가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으니 신성석이 별로 없을 것은 알지만 최대한 모아보도
록 하게."
"예."
신성석은 일종의 성수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강한 신성력이 어려 있는 돌이다. 여행자
들이 이 신성석을 지니고 있으면 마물이 쉽게 접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륙의 신전에서 쉽
게 구할 수 있는 돌 이였다.
"대마봉인 생각하십니까?"
웨더리우스가 묻자 헤른드는 당연한 소리를 왜하느냐는 듯이 잠시 웨더리우스를 응시하더니
말했다.
"당연한 소리 아닌가. 힘들게 소멸시키느니 대마봉인으로 봉인시키는 것이 효율적이고 나중
에 청소야. 총회주께서 알아서 하실테니 맘 편하고 좋지 않은가."
"그거야 그렇지만 전 대마봉인 후에 그들을 원래대로 바꾸실 생각인 줄 알았지요."
"응? 잠깐..."
웨더리우스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헤른드는 결정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것도 괜찮겠군. 총회주 고생 좀 시키려고 했는데 아직 마계에서도 연구되지 않은 컴플레
이티니스 언데드의 회생이라...좋은 연구과제야 고맙군."
"..."
웨더리우스는 자신의 실수는 통감하고 있었다. 헤른드가 한번 연구에 빠진다면 회에서 빠져
나가는 연구비는 천문학적인 액수이기 때문이다.
'칼라디안스님이 고생하시겠군.'
웨더리우스는 잠시 회의 운영자금을 위하여 어디에선가 제비족일을 하며 부자집 미망인을
꼬시고 있을 1회주 칼라디안스를 생각하며 잠시 묵념 자세를 취했다.
"익스플로젼!!"
마지막 한명의 흑기사를 처리한 루드웨어는 힘들었는지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고 그의 곁에
선 루덴스가 천을 꺼내어 마검을 닦고 있었다. 유리마는 마나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리에 앉
아 명상에 잠겨 있었고 로노와르는.... 놀고 있었다.
유리마가 전해준 암흑마나를 뿜었다 흡수했다하며 놀고 있는 로노와르를 보며 루드웨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하냐."
"응? 유리마가 준 암흑마나 운용연습 하고 있는데?"
"...."
로노와르의 황당한 마나 운용연습을 보며 루드웨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나 운용연
습이란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몸 안에서 마나를 돌리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로노와
르가 하는 방법은 한참을 잘못됐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연습해 보았자. 몸 안에서의 마나의 운용은 늘지 않고 다만 빠르게 암흑마나를
뿜는 효과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로노와르.. 마나 운용의 중점은 첫째로 정교성 즉 최내의 마나를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 둘째 효율성 마법사용에 있어서 적정양의 마나를 사용하느냐, 셋째 집중성 심장
을 통해 계속 체내에서 돌아다니는 마나를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네
가 하는 방법은 단순히 마나를 내뱉고 들이쉬는 방법일 뿐 내가 말한 세가지에 아무것도 해
당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니?"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알게 된 로노와르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으로 가 쭈그려 앉더니 또 애꿎은 땅바닥에 원을 그리며 중얼거렸다.
"누가 가르쳐준 적이 있나..다들 나만 미워해.."
"...."
삐져버린 로노와르 위로 시꺼먼 먹구름이 끼는 것을 보며 루드웨어는 잠시 할말을 잊고 말
았다.
놀랍게도 로노와르의 기분에 따라 암흑마나가 알아서 배경을 만들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샤스와의 마지막 결전, 이제 일행은 크샤스와의 결전을 앞에 두고 있었다.
봉인지의 중앙에 서 있는 크샤의 주위로 10여명의 흑기사가 시립해 있었고 그의 앞에는 십
여명의 기사들과 안트워공작 그리고 그의 손에 잡혀있는 사이야가 서 있었다.
봉인은 이제 거의 다 풀려가는지 강한 어둠의 기운이 반원의 모양으로 짙게 깔려 있었기에
안트워공작은 조금 긴장하는 얼굴을 보였지만 어느샌가 평상시의 모습을 찾으며 크샤스를
향해 말했다.
"크샤스폐하. 원하시던 힘을 얻는 순간이시군요."
크샤스는 안트워공작의 손에 잡혀 있는 사이야를 잠시 응시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안트워공작의 비꼬는 말에도 크샤스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선택의 순
간 때문에 안색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안트워공작은 그가 잡혀있는 사이야가 걱정되어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조금씩 크샤스가 주는 두려움에서 해방되기 시작했다.
품에서 단검을 꺼내든 안트워공작은 사이야의 볼에 단검을 살짝 그었다.
"이..."
자신이 비명을 지른다면 안트워공작이 원하는 방향이 되기 때문에 아픔을 꾹참고 있었지만
볼에서 흐르는 피와 함께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눈물이 흘러내려왔다.
아직 어린 사이야가 견디기에는 힘든 순간이였다.
그런 사이야의 모습을 보고 있는 크샤스는 분노가 치솟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트워....죽고 싶은가!!"
분노에 찬 크샤스는 안트워공작을 향해 소리쳤지만 그는 비웃음으로 대꾸할 뿐이였다. 사이
야를 손에 넣고 있는 안트워공작은 극히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하하하 아직까지 허세를 유지하시다니, 대단하시군요."
"허세? 여동생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이 나에게 통한다고 생각하나?"
크샤스의 말에는 강한 분노의 기운이 서려 있었지만 안트워공작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물론 단순히 동생의 목숨이라면야 통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대리자의 심장을 가진 이라면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요?"
안트워공작이 말에 크샤스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트워공작이 사이야가 대리자의 심
장을 얻어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리자의 심장을 얻은 이를 죽인다면 대리자 역시 죽게되죠. 크샤스폐하 전 당신의 여동생
을 담보로 잡은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