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43- 신뢰.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에 어둠의 기운에 의해 장기를 손상당한 크레이드는 시안의 정령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원기를 되찾을 수 있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예상대로라면 크레이드 역시 그들과 함께 가야했지만 정신도 차리지 못하는 그가 일행과 같
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그런 그를 혼자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루드웨
어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남겠어요."
시안은 고심하는 루드웨어 앞에 나가 자신이 남겠다고 말했지만 루드웨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안 혼자서는 크레이드를 보호할 수가 없다. 아마 크샤스가 우리에게 컴플레이티니스 언
데드를 보낸 이유는 일행을 흩어지게 하여 처리할 생각으로 보낸 것 같다."
시안이 남는 것이야 문제가 없긴 하지만 다시 한번 언데드가 나타난다면 시안의 힘으로는
그들을 막아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외벽에서는 언제 안트워공작의 군대가 몰려 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시안 혼자서 크레이드
를 보호하고 있다간 개죽음 당하 것은 뻔한 일이였다.
"저도 이곳에 남도록 하지요"
시스였다. 시스는 마지막 봉인지에서 크샤스와 대결하기에는 자신의 힘이 모자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요인이 될까봐 남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아이샤 역시 같
았다. 아이샤는 시스가 남겠다는 말에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저도 남겠어요. 크레이드씨 몸에 있던 어둠의 기운은 빠져나간 것은 사실 이지만 아직 모
든 몸이 회복된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이곳에 남는다면 크레이드씨가 빨리 회복하 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시스와 아이샤가 남는다는 말에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언데드가 나타난다고 해도 아이샤의 신성방어벽이면 어느정도 방어가 가능할테고 안
트워공작의 군대도 셋이면 어느정도 목숨은 부지 할 수 있겠지. 시스."
"예."
"부탁하네. 자네가 이곳에 남는다고는 하지만 크샤스와의 싸움 외에 다른 변수들이 많이 존
재하리라 생각되네 우리들을 암암리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후방에 빠져 있는 자네
들뿐일테니 천천히 상황을 잘 파악하도록하게."
"예."
유리마와 루덴스는 루드웨어의 이야기가 끝나자 천천히 일어나 자신의 장비를 줏어 들었다.
로노와르 역시 봉인지로 가야하는 녀석 이였기에 피곤한 얼굴로 하품을 길게 하더니 루드웨
어를 보며 말했다.
"좀 자고 가면 안될까?"
"자라! 자! 여기서 자고 있으면 안트워공작이란 놈이 재밌는 걸 해줄게다. 대륙 첫 번째로
몸도 마음도 빼앗긴 불운의 헤즐링이 되겠지."
"...."
루드웨어의 말에 잠시 할말을 잃었던 로노와르는 잠시 어지러워진 뇌를 정리하고는 졸린 눈
을 비비며 자신의 마법검을 주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어쨋든 대충 봉인지로 향할 일행과 남은 일행이 나누어지자 루드웨어는 조금 홀가분한 기분
이 들었다. 원래 용사라는 것은 수가 너무 많으면 볼 품 없기 때문이다.
'용사의 일행에 신관과 엘프가 빠져서 조금 밋밋해졌긴 하지만...뭐 대충 용사 일행의 윤곽은
잡힌 것 같군..후후 기다려라 대마왕 내가 간다.'
오버하는 루드웨어였다. 이런 순간 어둠의 대마왕이라 일컬어지는 루덴스는 잠시 오한에 떨
어야 했고 마신 라스타를 모시는 암흑신관 유리마는 귀가 간지러워져 참을 수가 없었다.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어떤 놈이 희한한 생각을 하나보군."
"..."
두사람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킨 루드웨어는 잠시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대 결전의 서막이 오르는구나 용사들이여 정의를 위해 앞으로 나가자!"
"등신"
"쪼다."
"멍청이"
세사람은 루드웨어의 말에 간단한 평을 하며 밖으로 나갔고 루드웨어는 실망한 표정이 되어
그들의 뒤를 쫓아 걸어갔다.
"엘레이나님!!"
엘레이나는 안트워공작의 군대에 의해서 방어벽이 뚫리자 절망에 빠졌다. 제대로 된 기사
한명없이 안트워공작의 대군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이것이 한계였던 것이다.
"전군에..전군에 퇴각명령을 내려라."
분지성의 성벽은 하나뿐이다. 이것이 뚫리면 분지는 대군에 의해 점령되는 것이나 다름없었
는데 이미 성벽을 막을 여력이 없다고 생각한 엘레이나는 성벽을 포기하고 남아 있는 군을
후퇴시킨 것이다. 봉인지 방어를 중심으로 원을 좁힌다면 성벽에서 보다 병사들의 밀도가
커질 수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단순히 시간 끌기 뿐 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엘레이나의 퇴각 신호와 함께 성벽에서 분전하고 있던 병사들은 성벽을 버리고 후퇴하기 시
작했고 얼마 안 있어 안트워공작의 병사들은 물밀 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천천히 후퇴하며 적을 막아내며 봉인지로 원을 좁히고 있었다. 안트워공작에게 기
마병이라도 있었다면 이 작전은 무너졌겠지만 현재 안트워가 거느린 병사들의 대부분은 분
지 외각에 있던 마병들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다.
이러한 방어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집중적으로 공격받았던 몇몇 곳은 원진방어가 뚫렸고 그곳을 통해 많은 수의 마병들이 중앙
의 봉인지로 밀려 들어갔다.
엘레이나는 그것을 보며 절망했는데 그런 엘레이나를 비웃는 듯 예상밖의 일이 벌어졌다.
[쿠구구궁!!]
지진이라도 일어나는 듯이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갈라져 그곳으로 수많은 마병들이
빠져 죽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지진은 10분동안 계속되며 크샤스의 분지 방어병은 물론 마병까지 전투를 멈추게 하
는 결과를 초래했다.
엘레이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스퀘이크?"
어스퀘이크 대지계 마법중 하나로 지진을 일으켜 적을 공격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였다. 현재 오호사의 일원중에서 대지계의 어스퀘이크마법을 이정도의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한 한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칼리아스님!!"
그녀가 알고 있는 칼리아스는 성벽에서의 마법의 후유증으로 몇일간 일어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어야 했었다.
"허허허."
"칼리아스님!!"
칼리아스의 웃음소리, 그녀는 어스퀘이크를 사용한 사람이 칼리아스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중앙쪽의 방향에서 너털웃음을 지으며 노마법사가 걸어나왔다. 그의 곁에는 3명의 기사가
호위를 서고 있었는데 모두 검은색의 갑옷으로 투구까지 눌러 쓰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허허허 내가 나타나 꽤 놀랐나보구나."
"칼리아스님.."
엘레이나는 칼리아스의 등장에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 왜
칼리아스님은 지금까지 연극을 한 것인가? 그녀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미안하구나. 폐하의 명이 있었기 때문에 너에게도 가르쳐 줄 수 가 없었단다."
칼리아스는 폐하의 명으로 엘레이나에게 비밀을 가르쳐 줄 수 없었던 것이 상당히 미안했었
는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계속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준비하신 일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폐하께서는 그것을 준비하는 동안 아무도 알
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엄명을 내리셨지."
"그 일이..?"
엘레이나는 칼리아스가 자신마저 속이고 해야 했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에 물었는
게 칼리아스는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는 세명의 기사를 가르키며 말했다.
"바로 저들이지."
순간. 그제서야 엘레이나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알아챌 수 있었다. 전까지는 어스퀘
이크의 기운과 갑자기 나타난 칼리아스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둠의 기운..'
어둠의 기운, 세명의 기사에게선 강한 어둠의 기운이 강하게 뿜어나오고 있었다. 엘레이나는
그 어둠의 기운을 느끼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보통 인간조차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어둠의 기운이였기에 그녀의 근처에 있던 다른 병사들
도 얼굴이 시퍼래지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했고 그것들은 적들도 예외가 아니였다.
세명의 기사가 칼리아스의 지시를 받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자 어스퀘이크마법이 있기 전
살기를 뿜으며 달려들던 마병들은 공포에 이기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마병들은 통솔의 오브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
고 도망가는 하급마병들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고 있었다.
"크아앗!!"
드디어 세명의 기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보통의 검을 쓰고 있는 듯 했지만 그들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때문에
흡사 마검을 보는 듯 했다.
검은색의 영기가 넘쳐 대지를 흘러 넘치기 시작했고 영기에 휩쓸린 마병들은 눈이 시뻘개지
면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그들의 검에 베인 마병들은 순식간에 두동강이 난채 바닥이 나
뒹그러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엘레이나는 자신의 눈으로 보았음에도 믿지 못할 일
을 보게 되었다.
"말도 안돼!!"
검은 영기에 휩쓸려 죽거나 검에 죽은 마병들이 일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죽은자의 몸
이 다시 살아나는 것, 그것은 부활의 마법에 의해 소생되거나 나머지 한 경우 밖에 없었다.
바로 언데드..좀비가 그들인 것이다.
"꾸아악!!"
세명의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에게 당한 수십의 마병들은 이제는 좀비가 되어 아군을 공격
하기 시작했다.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죽어가고 있는 자들은 안트워공작의 마병뿐이였다.
엘레이나를 위시한 병사들은 자신들의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멍하니 서있을 뿐 아무
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칼리아스님 저들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엘레이나는 칼리아스를 보며 물었고 그녀
의 물음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들이 바로 폐하께서 준비하신 것들이지. 저들은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라고 한다."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요?"
컴플레이티니스 언데드는 마계에서만이 출몰하는 최강의 언데드였기 때문에 엘레이나로선
그것에 대해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마계에서만 나타난다는 최강의 언데드가 크샤스폐하의 힘으로 나타난거지. 어떤가 엘레이
나 저들의 힘을 본 소감이?"
강했다. 하지만 그것은 강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였다. 저들이 만약 전쟁에 나선다면 북극
령군의 군대는 무적으로 군림할 수 있겠지만 타국으로부터 아니 모든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저들은 죽은 자의 안식마저 방해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크렌장군은 안트워공작이 마병들이 성을 넘어 안으로 진격해 들어가자 이제 자신들이 움직
여야 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군.."
안티아노는 크렌장군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그들이 데리고 온 일만의 병사들은
전투태세를 마치고 공격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디안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안트워공작은 마병들이 성안으로 진격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사병을 움직일 것이라 생각합
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그들의 후방이 비어있을 것이 뻔할 터. 공격해야 할 시간이라 생각
합니다."
라디안의 조리 있는 말에 크렌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안티아노!"
"예."
"전군에게 공격지시를 내려라. 안트워공작의 공작의 뒤를 치는 것이다."
"예."
얼마 안 있어 마령의 군대에게 공격나팔신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렌장군은 라디안과
함께 와이번의 등에 올라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최후의 결전, 그는 군대의 선두에 서려고 하는 것이다.
"앗!!"
크렌장군의 뒤에서 라디안은 알 수 없는 강한 어둠의 기운이 분지내에서 흐르고 있다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라디안군. 무슨 일인가?"
"아닙니다."
확실하지 않은 느낌인지라 자신이 느낀 것을 크렌장군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분지성 내부
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인가..이 강한 어둠의 기운은....'
자신도 모르게 라디안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공포와 분노 그리고 절망의 기운들
이 라디안의 가슴을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샤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꾸미고 있단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