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38화 (38/247)
  • 38장 계곡 전투

    로빈 산맥의 계곡을 지키는 차레스 남작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세운 작전

    은 마령의 선봉이 걸려들기만 한다면 충분히 전멸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작전임에도 불구하

    고 왠지 안 좋은 기분이 들고 있는 것이다.

    ?로랑 남작에게서 연락은 왔나??

    ?매복 중인 로랑 남작님은 마령 측에 마법사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 작전

    이 실행되기 전까지는 연락을 자제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음…….?

    맞는 말이었다. 통신 구슬을 이용한 통신은 상당히 빠른 지시를 가능하게 하지만 현재와 같

    이 봉인지로 실력있는 마법사들이 가 있어 3, 4서클의 마법사들만이 있는 상태에선 적의 마

    법사들에게 그 통신이 도청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암호를 통해 통신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우리 측 마법사가 입수한 적의 통신 암호는 상

    당히 고난도의 암호였던 것으로 보아 암호 체계는 마령이 북극령에 비해 몇 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차이를 알면서도 암호 통신을 한다는 것은 아군 측의 암호가 쉽게 적에

    게 유출돼 정보를 그냥 제공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차라리 계획을 미리 숙지하고 연락을 하

    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음… 일단은 작전 시행 전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단 말이군. 전군에 휴식 명령을 내려라.

    작전이 실행된 후 이곳으로 후퇴해 올 마령군이 도착하려면 적어도 20분 이상의 시간이 필

    요할 듯하니까.?

    ?예.?

    그의 부관은 절도있게 대답한 후 지휘 천막 밖으로 나갔다. 차레스 남작은 연락이 오기 전

    까지 행군으로 지친 몸을 쉴 겸 간이 침대에 눈을 붙이려고 누웠다.

    ?괜한 걱정이겠지.?

    그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괜한 걱정으로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그의 잠은 그

    리 오래가지 않았다.

    쿠구궁!

    ?응? 뭐야?!?

    갑작스런 폭발음에 놀란 차레스 남작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가 일어나자 폭발음은 끊이지

    않고 들리며 차레스 남작이 밟고 있는 땅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젠장!?

    급히 책상 위에 올려둔 검을 들고 나온 차레스 남작은 폭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

    다.

    부대 위치를 계곡의 입구로 놓고 본다면 3시 방향에서 수많은 폭발음이 들리며 불기둥이 치

    솟고 있는 것이다.

    3시 방향 쪽에 나타난 군대는 /마물에게 중장갑을 입힌 중장갑 마병대을 공격하고 있었다.

    북극령의 마물들은 일일이 통솔의 오브를 사용해서 지시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군대의

    경우에는 개별적 지시는 그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 그리 빠르지 않은 마병에게

    중장갑까지 착용시킨데다. 느린 지시 때문에/ 빠르게 들어오는 적의 공격에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뭐 하는 게냐! 통솔의 오브로 중장갑 기병을 뒤로 후퇴시키고 궁병대로 적의 습격에 대응

    하라. 기병대는 적의 공격 방향에서 우회해 적을 공격하게 해라!?

    ?예!?

    급히 뛰어온 부관은 차레스 남작이 악쓰듯이 하는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급히 뛰어갔지만

    혼란스러워진 상태에서 지휘관의 지시를 전달하는 부대는 애석하게도 중장갑 기병과 함께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후였다.

    남작의 지시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자 금세 군대의 진형은 엉망이 되어버렸고, 적

    의 폭발성 기운을 지닌 화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로랑 남작에게 연락해라! 로랑 남작에게!!?

    차레스 남작은 마법사에게 소리치며 로랑 남작에게로의 연락을 지시했다.

    ?뭐야?!?

    산맥의 계곡에서 매복하며 마병의 선봉대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로랑 남작은 급하게 온 차레

    스 남작의 통신에 당황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마령군이 벌써 산맥을 넘었단 말이오!?

    ?지금 그것을 따질 때인가! 지금 이곳은 아비규환이란 말일세, 아비규환!?

    ?알겠네! 병력을 그쪽으로 보내도록 하지!?

    ?부탁하네!?

    통신이 끊어지자 로랑 남작은 부관에게 지시하며 말했다.

    ?마령 측의 군대가 무슨 경로를 이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산맥을 넘어 차레스 남작의 군대를

    공격하고 있다. 전군을 돌려 계곡을 벗어난다. 한시가 급한 모양이니 계곡으로 나가 군대를

    될 수 있는 한 빠르게 돌리도록 하게!?

    ?예.?

    로랑 남작의 지시대로 계곡에 매복하고 있는 군사들은 지시 나팔 소리에 따라 계곡 밖으로

    내려가 차레스 남작의 군대를 원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궁병

    이나 보병이었기 때문에 진군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이틀 간을 산속에서 숨어 지낸

    병사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 어디로 넘어갔단 말인가??

    마령 측의 진군 경로에 대해서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한 로랑 남작은 말에 올라타면서도 생

    각에 잠겨 있었다.

    ?적이다!?

    ?마령의 기병대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로랑 남작은 뒤쪽을 돌아보았고,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계곡

    의 먼지로 뒤덮이면서 오고 있는 수많은 적의 군대였다.

    몰려오는 속도로 보아 적의 병력은 기병대일 확률이 높았다. 기병대라고 하는 것은 원래 보

    병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계곡의 대로로 이동하는 중이기에 긴 대열을 가지고 있어 궁

    병이 이 꽉 막힌 근거리에서 활을 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한 로랑 남작은 눈앞이 캄캄해지

    는 것을 느꼈다.

    ?속았다!?

    적의 선봉 부대는 산맥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로랑 남작은 소리쳤지

    만, 이미 대세는 마령과 프레드의 동맹군으로 기울어져 버린 후였다.

    ?후미의 보병대는 방어하고 전군은 후퇴하라!?

    일단은 기병대의 공격을 어느 정도 저지해야 했다. 계곡 안에선 기병대인 그들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미의 보병대들은 지시 나팔 소리에 몰려오는 기병대들을 막아내기 위해 방어진을 짜고,

    나머지는 계곡을 벗어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후퇴했지만 너무나 교묘한 시간에 밀어닥친 마

    령의 기병대는 계곡을 막고 있는 보병대의 방어진을 부수며 밀려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패했다…….?

    로랑 남작은 무너져 가고 있는 보병대의 방어진을 보며 자신들이 완전히 패배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적의 빠르고 신속한 연계 작전에 차레스와 로랑의 매복 작전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만 것

    이다.

    안트워 공작의 첫 번째 공격이 끝나고 엘레이나는 탈진한 칼리어스를 부축하며 힘겹게 숙소

    로 향했다.

    한꺼번에 많은 마나를 소모한 칼리어스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엘레이나

    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칼리어스님이 예상하고 계신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엘레이나는 칼리어스가 예상한 일련의 사태를 생각해 보았지만 좀처럼 칼리어스의 생각을

    짚어볼 수 없었다.

    한때는 칼리어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많은 식견을 얻었다고 생각

    한 엘레이나였지만 칼리어스의 예지를 짚어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워지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칼리어스가 예상했던 일련의 사태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칼리어스님!?

    한 명의 마법사가 급하게 문을 박차며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칼리어스님은 지금 몸이 안 좋으시니 나한테 말하라!?

    엘레이나가 버릇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마법사에게 호통 치자 마법사는 급한 소식에 뛰어

    왔는지 숨을 헐떡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루, 루드웨어 일당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루드웨어!?

    그제야 엘레이나는 칼리어스가 모든 마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안트워 공작의 공격을 막으려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칼리어스는 루드웨어 일당을 잡아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움직일 시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트워 공작의 군대가 성을 치러 왔다는 소식을 듣고 움직일 시간을 예측한 것이

    다.

    밖에서는 안트워 공작의 군대에, 안에서는 루드웨어가 일을 시작한다면 아무리 크샤스 왕이

    라 해도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 칼리어스는 그 때문에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하

    여 안트워 공작의 공격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루드웨어 일당의 동태는??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만, 아직 지휘 청사 안에서 나오지 않은 듯합니다.?

    잠시 생각에 빠진 엘레이나는 무엇을 결정했는지 단호한 목소리로 마법사를 보며 말했다.

    ?봉인 해제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상위급 마법사들을 움직인다면 봉인 해제 의식

    은 불가능할 터, 움직일 수 있는 중하위급 마법사들로 하여금 크샤스 폐하의 친위 기사대를

    원조하도록 지시해라.?

    ?예.?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루드웨어 일당은 어찌 보면 밖에 있는 안트워 공작보다 위험한 상대

    일 수 있었지만, 상위급 마법사들을 움직인다는 것은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

    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함부로 상위 마법사들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칼리어스님, 제발……!?

    칼리어스는 분명 자신을 믿고 일을 진행했을 터, 하지만 좀처럼 엘레이나는 현재에 벌어지

    고 있는 사태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마법사들에게 지시를 해두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주인 칼리어스가 빨리 깨어나야 했다. 만약 그가 깨어나기 전에 안트워 공작의 군이 2차

    공격을 다시 시작한다면 상황은 더 어렵게 돌아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한편 루드웨어와 유리마는 가지고 있는 마나를 거의 다 퍼부어서야 겨우 로노와르의 맥을

    여섯 개 정도 막을 수 있게 되었고 로노와르는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어후~ 잘잤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로노와르는 일어나자마자 루드웨어와 유리마의 탈진한 모습을 보

    게 되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하다.

    갑자기 엄청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응, 우네? 오호라, 이 몸의 뼈 빠지는 작업을 이해한 모양이군.?

    루드웨어는 생각보다 로노와르가 상황 파악을 잘한다고 생각하고는 만족한 웃음을 지었는데

    로노와르의 모양새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탈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루드웨어 앞으로 천천히 걸어온 로노와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을 들어 루드웨어를 짓밟기 시작했다.

    ?꾸에엑! 무슨 짓이야!! 꾸에엑!!?

    루드웨어를 밟는 로노와르를 보며 유리마는 황당해하면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로노와르 군, 그게 무슨 짓인가?!?

    하지만 유리마라 해서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인가. 로노와르는 고개를 돌려 유리마의 얼굴을

    잠시 째려보더니 달려가 공중 찍기로 유리마의 등을 가격했다.

    ?크악!?

    악당이 내는 전형적인 비명 소리를 내며 유리마는 로노와르의 가격에 당한 채 기절해 버렸

    고, 아직 제정신이 남아 있는 루드웨어는 유리마를 기절시키고 다가오는 로노와르를 피해

    탈진한 몸을 끌고 벽 쪽으로 기어갔다.

    처절한 루드웨어의 몸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노와르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더니 다시

    한 번 죽도록 패기 시작했다.

    마나라도 있었으면 방어라도 하겠지만 어쩌랴, 로노와르의 맥을 막기 위해 모든 마나를 써

    버린 루드웨어에겐 그 쉬운 매직 배리어마저 쓸 수 없는 형편에 이르고 있었으니 이건 정말

    말 그대로 복날 개 맞듯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냥 맞고 있을 수 있을 쏘냐. 루드웨어는 로노와르의 수많은 발길질을 막아가며 간

    신히 소리쳤다.

    ?도대체 왜 때리는 거야!!?

    그 말에 로노와르는 더 열이 뻗친 듯 발길질의 강도를 높이며 말했다.

    ?쓰발 것들! 아무리 내가 예쁜 녀석이라고 해도 자는 중에 덮쳐?! 그것도 둘이서!! 얼마나

    고짓을 많이 했으면 이렇게 지쳐 버린 거냐!! 이 해츨링을 농락하는 변태야!!?

    로노와르의 말을 들으며 오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미 한도를 넘어서는 로노와르의 발

    길질에 이젠 정신까지 오락가락해져 말을 할 정신은 사라지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자기가

    진짜 로노와르에게 변태 짓을 한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꾸엑… 내가 왜 그랬을까… 꾸액!?

    누가 그랬던가, 매에는 장사가 없다고.

    아! 우리의 루드웨어여, 그대의 고통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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