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장 휴전
/루드웨어 일행이 분지 안의 성으로 들어가 지하 감옥에 갇히자(지하 감옥에 갇힌 것이 아
닌가요? 수정바랍니다.)/ 외부에서 지키고 있던 기사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 어차피 마령의
군사들이야 프레드 백작이 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령 체계가 엄격한 북극령의 기사인지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마병들을 지시하며
기사들은 하릴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후! 라프, 뭐 재밌는 이야기 없나??
한 기사가 따분한 듯 하품을 하다가 옆에 있는 기사에게 물었고 그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야 이곳에서 거의 세 달을 지내면서 다 내뱉었기 때문이다.
?없어.?
?칫.?
없다는 말에 그는 포기했는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만지작거리며 나뭇둥걸에 등을 기대며
휴식을 취했는데 그들의 휴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누구야!?
기사들은 자신의 옆에 들리는 풀의 뒤석거리는 소리에 검을 뽑아 들고 소리쳤지만 그들의
반응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이 쳐다보고 있는 숲에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튀어나와 그들을 공격했고, 단 두 명밖에
되지 않았기에 순식간에 적의 검에 죽임을 당해야 했다.
기사들을 습격한 사람들은 모두 복면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를 죽이자 그중 리더인 듯한 자
가 말했다.
?크샤스의 기사들은 2인 1조로 마병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두 사람은 남아 통솔의 오브
로 이쪽의 마병들을 지휘하고 나머지들은 다른 기사들을 찾아라. 시간은 50분. 그 안에 분지
에 있는 하급 마병들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 가라!?
?예.?
그의 지시에 따라 수십 명의 복면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복면인 그는 바로 안트워 공작의 부하였다. 안트워 공작은 인간들로만 이루어진 군대를 파
병한 후 마병들을 통솔하는 기사들을 암살하여 분지 안에 있는 마병들을 자신의 손에 넣고
자 하는 것이다.
한편 크샤스는 황성으로 마법사로 하여금 통신 구슬을 통하여 아이샤에게 말을 전하려 했지
만 이상하게도 황성까지의 통신이 마법 장애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고받고 있었다.
?황성으로의 통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예. 여러 번 교신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마법이 닿지 않는다고 합니다.?
?음…….?
크샤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안트워 공작에게 통신을 연결하라.?
?예.?
마법사들은 크샤스 앞으로 통신 구슬을 가지고 와 연락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안트워 공
작에게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일련의 사태들을 되짚어본 크샤스는 무엇인가 생각이 났는지 분노를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론 장군!?
?예.?
?분지 외쪽에 있는 기사들에게 연락해 보라. 만약 분지 외쪽의 기사에게 연락이 없다면 전
군에게 경계 태세를 내리도록!?
?예.?
?감히 나에게 반기를 들려 하다니… 안트워 공작!!?
크샤스의 분노는 엄청났다. 크샤스의 주위에 있는 신하들은 분노한 크샤스가 내뿜는 암흑
투기에 눌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심장이 약한 신하들은 자리에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마법사들은 크샤스가 분노하면서 읊조린 말에 어느 정도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엘레이나는 다른 오호사에 속해 있는 마법사들과 함께 정무실을 빠져나오면서 일련의 사태
를 짐작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엘레이나, 무슨 짐작이라도 가느냐??
오호사의 수좌인 칼리아스는 한숨을 쉬는 엘레이나를 보며 물었고, 엘레이나는 칼리아스의
물음에 대답했다.
?제가 아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만, 그간 령 내와 외부를 돌아다니면서 본 것과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들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안트워 공작이 반란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폐하께서 그 정도에 한숨을 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예. 안트워 공작의 반란쯤이야 크샤스 폐하께서 마신 크레이져님의 힘을 완전하게 얻게
되신다면 별문제될 것은 없습니다만 아이샤님이 걱정될 뿐입니다.?
?아이샤님이라… 음… 안트워 공작이라면 크샤스 폐하의 비밀을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군.?
?예. 자칫 잘못하면 안트워 공작과 크샤스 폐하께서 공멸하실 수도 있습니다.?
?공멸이라고??
?예. 폐하께선 분명 안트워 공작과의 타협은 거부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안트
워 공작의 힘으로는 폐하를 막을 수 없을 텐데 만약 안트워 공작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
이샤님을 죽인다면 마병의 세뇌 마법은 모두 풀리고 저흰 마병들의 공격을 받아야 하겠지
요.?
?그렇군.?
칼리아스는 그제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어느 정도 조망할 수 있었다.
?최악의 사태로 돌아간다면 마령은 아니겠지만 다른 제3자가 이득을 차지할 수 있을 겁니
다.?
?제3자??
?예.?
사라덴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고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뭐야? 프레드 백작이??
?예.?
사라덴이 이끄는 마령의 병사들과 대치하고 있던 프레드 백작이 갑자기 전령을 보내어 사라
덴에게 휴전을 제의한 것이다.
사라덴은 크렌 장군이 분지로 향한 후 배반을 하기는 했지만 프레드 백작의 군대가 몇 번은
산발적인 공격을 해오리라 생각하며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크렌 장군이 떠난 후에도 프레
드 백작은 간간이 게릴라 식 기습, 그것도 많아야 한두 명 다치는 식의 공격으로만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이러한 공격법은 프레드 백작에 비해 극히 소수인 마령의 군사들에겐 쥐약과도 같은 일이었
고, 그 때문에 병사들은 상당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언제 프레드 백작의 대군이 몰려올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프레드 백작이 휴전을 제기해 올 줄은 예
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희 주둔지 3킬로미터 앞의 평원에 중립 지역을 만들고 그곳에서 휴전에 관한 회의를 제
의해 오고 있습니다.?
?음…….?
프레드 백작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이번 휴전 제의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기 때
문에 사라덴으로선 승낙 쪽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일은 끝으로 달리고 있다. 이곳에서의 싸움은 이제 더 이상 앞으로 있을 결과
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지. 휴전이라 괜찮은 일이긴 하다만 프레드 백작 그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군.?
여러 가지를 생각하던 사라덴은 부관을 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 중립 지역에서 만나자고 전해라.?
?예.?
사라덴은 다음날 아침 오십여 명의 부하들과 함께 중립 지역으로 향했다. 중립 지역에는 이
미 프레드 백작이 몇 명의 기사들과 함께 도착해 있었기에 사라덴은 다섯 명 정도의 기사만
을 대동하고 나머지는 대기하도록 지시한 후 중립 지역의 천막으로 말을 몰아갔다.
?어서 오시구려.?
프레드 백작은 중립 지역의 천막 앞에서 말에서 내려 걸어오는 사라덴을 보며 말했다.
사라덴은 자신을 보며 조용히 맞이하는 프레드 백작을 보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프레드 백작은 그가 자리에 앉아 뒤에 서 있던 부관에게 지시하여 이미 만들어놓은 휴전 약
정서를 건네주었다.
?음…….?
사라덴은 프레드 백작이 자신에게 건네는 약정서를 읽어보았는데 한 조항 한 조항 내려 읽
으면서 그 내용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도저히 사라덴으로선 프레드 백작이 약정서에 쓴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
다.
?휴전 약정서라기보다 동맹 약정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것이니 사라덴 공께서도 이해
하기 어려우실 테지요.?
프레드 백작의 말에 사라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도저히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구려. 마병의 폐지와 무제한 양도, 마
령과의 무역 개방, 북극령에 마령 외무관 파견 승인. 어떻게 이러한 것들을 휴전 약정서에
올릴 수 있는지 그것이 이해가 안 될 지경이오.?
?그렇겠지요 사라덴 공.?
?말씀하시오.?
?아마 그대들의 첩보원들이 이미 우리 황성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보고했으리라 믿
소. 물론 우리 첩보원들도 마령 측의 크렌 장군이란 분이 일련의 병사들을 이끌고 분지로
향했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소이다.?
그 말에 사라덴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크렌 장군의 출병은 상당히 은밀하게
이루어진 것인데 이러한 것들을 프레드 백작은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뭐, 다 아시겠지만 난 이번에 반란을 일으킨 안트워 공작의 측근 중 한 명이었소.?
프레드 백작에 대해선 이미 많은 조사가 이루어진 터라 사라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안트워 공작의 측근이라고 하기엔 조금 크신 분 같소이다.?
사라덴의 말에 프레드 백작은 기분이 좋은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렇게 잘 봐주니 고맙소이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난 안트워 공작의 밑에서 평생
을 지내고 싶진 않소. 이미 이곳에서의 결전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사라덴 공께서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모든 결과는 이제 레허드 분지에서의 결전에 달린 것이지요. 본인은 그
여러 가지의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하여 모험을 하기로 결정했소이다.?
?여러 가지 결과 중 하나를 건 모험이시라면??
?공멸. 그것에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모험을 결심한 것이지요.?
공멸. 사라덴으로선 예측치 못한 일이었다. 안트워 공작의 반란 사실을 알고 난 후 그가 분
명 크샤스에게서 중대한 약점을 잡아냈다는 것을 짐작하긴 했지만 일의 사태가 어디로 흘러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프레드 백작은 하나의 결과에 자신
의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감행하려 하는 것이다.
?공멸이라 자신하심은??
?안트워 공작이 크샤스 왕의 중대한 약점을 손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크샤스 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권력의 늪에 빠져 앞을 보는 눈이 흐려진 안트워 공작이야
크샤스 왕에게 먹혀 버릴 것은 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곳에 마령의 군대가 가세한다면 사
태는 달라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마령의 군대와 안트워 공작이 같은 편은 아니겠지만
일단 둘은 크샤스 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 결과는 어느 쪽의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상태지요. 거기서 루드웨어 공의 일행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일을 꾸밀 테지요? 결과
는 안트워 공작도 크샤스 왕도 아니게 되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저의 시나리오가??
프레드 백작이 말한 일련의 시나리오가 그렇게 완벽한 것은 아닐 테지만 거의 확률이 높은
축인지라 사라덴은 잠시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프레드 백작은 북극령의 대권을 노린단 말인가??
프레드 백작은 안트워 공작과 크샤스의 공멸을 생각하며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두 집단이 공멸한다면 프레드 백작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마령의
군대였다.
그렇기에 프레드 백작이 마병의 폐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호조건을 제시하며 휴전의 이름
을 지닌 동맹을 제의하고 있는 것이다.
?마령이 이따위 불모의 땅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는 프레드 백작은 사라덴을 보며 넌지시 말을 건넸고 사라덴은 그제
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어차피 마령은 북극의 땅을 차지하려고 군대를 파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극령에서 마병
이 폐지된다면 상대해야 할 적이 하나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좋소. 휴전 제의를 받아들이지요. 그리고 마지막 조항 역시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마지막 조항. 프레드 백작이 여러 가지 불리한 조항과 함께 마령에게 제시한 마지막 조항은
바로 한정된 기간의 연합 전선 구축이었다.
사라덴은 안트워 공작과 크샤스 왕의 북극령의 소유권 다투는 싸움에서 제3자인 프레드 백
작을 선택한 것이다.
북극령으로선 마령 측의 솔깃한 제의를 한 프레드 백작 측을 돕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다.
안트워 공작은 철저한 주전파였고 크샤스 왕은 주전을 주장하되 물밑 작업을 통하여 암수를
드러내는 타입이다. 둘 모두 마령에겐 상당한 위협이 되는 존재였기에 사라덴으로선 새로이
권력 쟁투에 이름을 올리는 프레드 백작을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날 프레드 백작과 사라덴의 연합군은 곧바로 /북극령의 왕도를/ 향하여 진격해 들어갔
다. 현재 왕도의 왕성을 지키고 있는 부대는 안트워 공작의 휘하 장수 중 한 명인 페레이라
가 거느린 마병 13만이었고, 약 4만의 숫자가 /왕성/을 방어하고 있었다. 적의 총숫자는 17
만 정도이다. 하지만 프레드 백작과 사라덴의 연합군의 숫자가 12만 정도이고 /왕성 방어군
/ 4만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페레이라의 13만과의 싸움은 해볼 만하다.
프레드 백작과 사라덴의 지휘부들은 이 13만의 마병들을 상대하기 위해 진군 중에 계속 마
차에 만든 임시 회의실에서 회의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프레드 백작의 수하 크로드는 각지로 보낸 첩자들과 마령 측의 첩자들이 보내준 정보와 군
대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북극령 각지로 크샤스의 세뇌 마법을 해제하기 위해 떠난 마법사 중 반 이상
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칠인회 측의 로우나 경께선 일단의 마법사들이 얼음
성에서 본진과 합류한다고 하셨습니다. 세뇌 마법을 해제하기 위한 마법사들 중 본진과 합
류할 마법사의 수는 30여 명,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군. 적의 숫자가 13만이라고는 하지만 마법에 대응할 병력은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
니까.?
사라덴은 크로드의 보고를 들으며 이번 전투에서 충분히 승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페레이라 경은 저희 연합군 쪽의 진군 소식을 듣고 차레스 남작과 로랑 남
작에게 약 5만의 군사를 주어 로빈 산맥에서 매복을 지시한 것 같습니다.?
프레드 백작은 로빈 산맥에서 적이 매복해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로빈 산맥은
황성으로 지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로 산과 산 사이의 길이 넓기는 하지만 그
곳에서 매복된 군사에게 습격을 당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매복이란 것은 적이 알지 못할 때 가능한 것. 현재 프레드와 사라덴의 연합군은 상
당한 첩보망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의 움직임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만약 이러한 첩보망이 연합군 쪽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페레이라는 쉽게 매복 작전을 지
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복이라… 선봉을 맡고 있는 우리 편 장수는 누구지??
?예. 루드헨 경과 마령 측의 필센 장군입니다.?
그 말에 사라덴은 별로 안 좋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루드헨 경이라면 마령에 대해 감정이 안 좋은 귀족이라고 들었습니다. 필센 장군은 하프
웨어 울프인데 마찰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사라덴의 말에 프레드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루드헨은 자신과 같이 안트워 공
작을 배반한 귀족 중 한 명이다. 휴전 약정서에선 사라덴에게 제시한 조건 중에서 마병의
폐지는 그가 강경하게 주장했던 일이었다. 그만큼 그는 마물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고 있
었는데 그와 동행한 마령의 장군이 하프웨어 울프라면 자신이 작전 지시를 내린다 해도 둘
의 연계 작전은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상당히 도움을 주고 있는 루드헨을 그런 일로 선봉에서 빼낸다는 것은 그
를 모욕하는 일이기에 할 수가 없었다.
?루드헨 경이 마령에 안 좋은 감정은 있다고 하지만 감정에 얽매이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백작에 대한 충성심은 믿을 수 있는 분입니다. 백작님께서 편지를 하나 써주신다면
어느 정도의 마찰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크로드의 말에 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사라덴을 보며 말했다.
?사라덴 경께서도 필센 장군을 잘 다독여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프레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전략 지도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병 위주로 짜여진 군대이니만큼 적은 숲 속에서는 강한 전투력을 발휘하리라 생각합니
다. 그렇기 때문에 적을 일단 평원 쪽으로 유인하는 것이 좋겠지요. 로우나 회주, 텔레포테
이션 게이트로 움직일 수 있는 병사의 수와 거리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현재 저희 측의 마법사의 수는 30명 정도입니다. 텔레포테이션 게이트를 위해선 출발지와
도착지의 좌표 계산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다섯 명 정도의 마법사를 예측 도착지에 보
내 그곳의 좌표를 이곳으로 알려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좌표 계산만 정확하다면 한 명의
마법사가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병사의 수는 약 이백 명 정도. 그러니 1차로 보낼 수 있는
병사의 수는 약 오천 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차는 마법사들의 마나
가 모여지기까지… 약 열 시간 후에야 가능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단 저희 측의 군대 오천을 적의 뒤쪽, 즉 계곡을 지난 로빈 산맥
의 뒤쪽 프로렌 평원으로 보내겠습니다. 적은 매복 작전에 반 이상의 군사를 보낼 것은 자
명한 일. 마령 측에서 마법 화살을 약간분만 주신다면 계곡을 벗어난 평원에서 대기하고 있
는 적을 당황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계곡에 매복한 적은 분명 아군
이 공격당한다는 것을 깨닫고 평원 쪽으로 급히 매복한 병사를 돌릴 것입니다. 그 순간 마
령 측의 기마병이 적의 뒤를 공격하는 것이지요.?
프레드 백작의 말에 사라덴은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매복한 병사들은 분명 계곡을 통하
여 물러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그렇게 전하도록 하지요.?
?로우나 회주께서는 일단 마법사들에게 작전을 지시해 주십시오. 도착점 좌표 계산을 위한
마법사는 마령 측의 비병들을 이용하시면 비밀리에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지요.?
프레드 백작 그는 이제 자신의 야망을 위한 최초의 전투에 임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