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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34화 (34/247)

34장 프레드 백작의 야심

이미 모든 것을 버리기로 작심한 프레드 백작에게는 이제 무서운 것이 없었다. 명예, 물욕,

돈 모든 것을 버렸을 때야 젊었을 때 뛰어난 인재로 소문이 났던 그의 이지적인 모습을 찾

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령군에 의해 잃어버렸던 주둔지를 다시 되찾은 프레드 백작은 자리에 앉아 크로드의 보고

를 듣고 있었다.

?남은 병사의 수는 어느 정도 되는가??

프레드 백작의 말에 크로드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대략 1만 8천여 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10만의 병사 중 8만 2천이 전사했음에도 그의 눈에는 당혹감 같은 것은 없었다. 오

히려 이지를 찾은 지금 그 눈은 더욱 담담하게 변해 있었다.

?1만 8천 명이라… 꽤 많이 남았군. 탈주한 병사들도 꽤 되겠지??

?예…….?

당연한 일이라고 프레드 백작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일들, 그 일들 속에 남아

있는 병사들이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마령 측과 비등하겠군. 뭐, 좋아.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

공하도록 해라. 얼마 안 있어 녀석들을 치러 나갈 테니.?

?예.?

크로드는 탈주한 병사들을 물었을 때는 뭐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말하는 프레드 백작의 모습을 보며 그의 주군이 영민함을 되찾았다는 데에 대해서 기뻐하고

있었다.

?썩어버린 고목에 너무 안주하고 있었다, 크로드.?

?예.?

?아마 안트워 공작은 크샤스를 협박하기 위해 본군으로 얼음성을 공격했을 것이다. 우리들

의 사정을 들었을 테니 아마 마령의 군대를 막기 위해 마병으로만 이루어진 군사로 원군을

보내고, 나머지 인간으로 이루어진 병사들은 레허드 분지로 향했겠지? 크로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마병을 지휘하고 있는 기사들을 해치우고 마병들을 차지하라는 명 아니십니

까??

?권력이란 것은 내 힘으로 얻어야지 남의 힘에 안주하다간 모든 것이 붕괴되는 것을 알게

됐다. 안트워 공작이 보내는 마병을 차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나에게 승산이 돌아올 것이다.

크샤스고 안트워고 어차피 대권을 위해서는 방해만 될 뿐이니 말이야.?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아마 마령 측에서도 원군이 얼마 안 있으면 도착할 테니 대충 얼굴이나 비추도록 하자꾸

나. 이곳에서의 전투로 많은 병사들을 잃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손해인 것 같으니까.?

?예.?

프레드 백작, 그는 마령과의 싸움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극령은 세 명의 야심가에 의해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었다.

크렌의 지시로 방책을 쌓고 방어만을 중심으로 한 마령 측은 계속 싸움을 이어갔고, 프레드

백작의 병사 역시 단순히 산발적인 공격만을 해댈 뿐 이렇다 할 공격이랄 것도 없이 이틀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 시간 동안 사이온 항구를 통해 루덴스의 측근 사라덴이 이끄는 나머지 3만의 마령군이

도착했고, 북극령 또한 리브란트 경이 이끄는 마병 8만이 도착했다.

/리브란트 남작은 프레드 백작의 천막으로 십여 명의 기사와 함께 들어왔다. 프레드 백작의

천막에는 백작과 그의 부관인 크로드 외 4명의 기사들이 있었다.

?리브란트(이런건 제발 가장 많은 걸로 그냥 해줘용...ㅠㅠ)/ 공 아니십니까.?

프레드 백작은 리브란트 남작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는데, 그런 그의 미소를 역

겹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리브란트 남작은 인사조차 하지 않고 하나의 임명서를 그에게 던

질 뿐이었다.

?이제부터 이곳 전장의 총지휘는 안트워 공작의 명에 따라 나 리브란트가 맡기로 했소.?

리브란트의 말에 프레드 백작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그가 던져 준 편지 봉

투의 밀랍을 벗기고는 안에 있는 편지를 읽었다.

?음, 맞군요. 공작께서 리브란트 공에게 지휘권을 넘기라고 하셨군요.?

그렇게 말한 프레드 백작은 편지를 내려놓고는 뭔가 심드렁한 얼굴을 하다가 리브란트의 얼

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떡한답니까? 전 이 명령을 이행할 수가 없군요.?

?무슨 소리요!!?

리브란트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따지고 들자 프레드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담

담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 이곳의 책임자는 안트워가 아니라 나 프레드 백작이랍니다.?

백작이란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 서 있던 크로드는 검을 뽑아 들고 리브란트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또 크로드의 행동과 함께 프레드 백작의 천막 안으로 수십 명의 기사와 병

사들이 몰려와 리브란트 남작을 경호하던 기사들을 체포해 갔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리브란트 남작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는데 그런 그에게 프레드는

검을 뽑아 들고 다가와 말했다.

?인간의 병사라면 모를까, 마병들은 세뇌 때문에 북극령의 귀족이라면 어느 누구의 명령도

잘 들어주더군요.?

?설마 반역!!?

리브란트는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한 채 프레드 백작의 검에 복부를 뚫리고 쓰러져야 했다.

?반역이라니요. 그렇게 따지자면 안트워 공작의 반역이 먼저가 아닐까요??

?이… 배신…….?

리브란트는 채 말을 끝맺지 못하고 숨을 멈췄고 그런 그를 보며 코웃음을 친 프레드 백작은

크로드를 보며 말했다.

?알아서 처리하고 일급 기사들에게 원병으로 온 마병들의 편제를 서두르라고 지시해라.?

?예.?

크로드를 위시한 모든 이가 천막 밖으로 나가자 프레드 백작은 자리에 앉아 책상 앞에 있던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후후.?

10만에 가까운 병사들을 다시 얻게 된 지금, 프레드 백작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

회를 얻은 것이다. 도박. 프레드 백작은 자신의 인생에 단 한 번뿐인 큰 도박을 시도하고 있

는 것이다.

사라덴이 이끄는 3만의 원병은 크렌 장군의 주둔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고생하셨군요.?

사라덴은 주둔지의 상황을 보고서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사라덴으로선 크렌 장군이

적군 10만을 이렇게 효율적으로 잘 막아내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5배에 가까운 적을 상대하며 반 이상의 피해를 입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막아낸 크렌 장군의

능력에 사라덴은 탐복할 뿐이었다.

?프레드 백작이란 자의 능력을 너무 우습게 보았던 저의 실수로 짧은 시간에 많은 병사들

이 희생됐습니다. 루덴스 폐하를 무슨 낯으로 봬야 할지…….?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더라도 크렌 장군의 능력은 입증된 것입니다. 적은 수의 병사로 10

만의 적군을 막아내시다니… 군사(軍師)라는 저의 이름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군사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라덴은 전략 지도를 펼쳐 놓고 말했다.

?비병 척후대의 보고에 따르면 적이 원군을 보내왔다고 하더군요. 대략 마병 8만 정도라고

보고되었는데 다시 한 번 크렌 장군의 솜씨를 보여주십시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프레드 백작의 공격이 예전 같지 않습니

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씀은??

?군사께서 오시기 전까진 프레드 백작의 공격은 뭐랄까… 조금 소극적이었습니다. 마치 병

사들을 아낀다는 듯이 말입니다.?

?아낀다라… 흠, 어쩌면 상황이 저희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겠군요.?

?군사께서 무엇인가 아는 것이 있으신지요.?

?느낌일 뿐입니다. 북극령 내에서 내란이 있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프레드 백작이 안

트워 공작과 갈라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현재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안트워 공작이 왕인 크샤스에게 마수를 드러냈다고 하더군요.

그 와중에 프레드 백작은 아마 다른 노선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사라덴의 말에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크렌 장군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프레드 백작과의 일전을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적은 아마 서로 간의 싸움에 바쁠 테니까요. 어떻습니까? 1만 정도의 군사를

드릴 테니 레허드 분지로 가시지 않겠습니까??

?레허드 분지라면 주군께서 가신 곳이 아닙니까??

?예. 아마 안트워 공작은 군대를 레허드 분지로 돌려 크샤스와의 일전을 벌일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폐하께 난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저희 쪽에서도 약간의 준비는 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우나 역시 사라덴의 말에 동조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

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의 마법 병단 측에서도 일단의 마법사들을 레허드 분지로 보내겠습니

다.?

?감사합니다. 크렌 장군님께 와이번 1만과 수송 요원들인 가고일 1만을 드릴 테니 레허드

분지로 향하십시오.?

?군사, 와이번과 가고일이라면??

?세뇌에 의해 위험은 있을 테지만 로우나 회주께서 같이 가주신다면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저희 측에서 마병을 움직인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와

이번들과 가고일 등은 단순히 운송 수단으로만 쓰일 테니 걱정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병들이 가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전투 인원은 인간으로 이루어진 병사들이란 말씀이시군

요.?

?그렇습니다. 비병이라는 훌륭한 운송 수단을 썩힐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당장 출발하도록 하지요.?

?아마 레허드 분지까지 가려면 이틀 정도는 소요될 테니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십시오.?

?그러지요.?

이제 전쟁의 국면은 새로운 곳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레허드 분지. 그곳에서 크샤스, 안트워,

크렌이 이끄는 3개의 세력이 접전을 벌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루드웨어 일행은 몇 번의 방해 끝에 겨우 분지의 중앙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겨우 다 온 건가??

루드웨어는 감개무량한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고는 말했다.

?예, 봉인의 기운이 이제 코앞에서 느껴지니까요.?

아이샤는 강한 봉인의 기운 때문인지 조금은 안색이 어두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로노와르와

시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나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직 큰 실력이 없는 인물들은 이곳에

서 흐르는 강한 천신 레이뮤의 신력과 흔들리고 있는 자연 마나의 움직임에 자신의 체내에

있는 마나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 있던 루드웨어는 뭔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마나 컨트롤 아더.?

루드웨어는 체내에 있는 마나를 잘 컨트롤할 수 있게 세 사람에게 마나 컨트롤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제야 세 사람의 안색은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고마워요.?

시안의 말에 루드웨어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노와르를 잠시 째려보더니 한

탄했다.

?마누라가 될 녀석이니 내가 참지…….?

?뭐!?

그 말을 끝으로 루드웨어는 다시 한 번 로노와르의 주먹에 맞아 자빠지고 말았고 로노와르

는 자신의 주먹을 약간 쓰다듬더니 말했다.

?도와주면 도와주는 것이지 생색내기는. 아이샤, 가자고!?

?아! 응.?

아이샤는 로노와르의 행동을 잠시 멍한 얼굴로 쳐다보다가 가자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로노

와르의 뒤를 쫓아갔다.

루드웨어의 자빠진 모습을 보고 있던 유리마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공처가 신세 면하기 어려울 상이군.?

?…….?

멍든 눈 주변을 쓰다듬으며 루드웨어는 억울한 얼굴을 하며 자신을 두고 떠나는 일행들을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잉~ 장가만 가봐라, 러브즈 데거로 바람 필 거다.?

이래저래 불쌍한 루드웨어였다.

아무튼 봉인 지역에 다다른 루드웨어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루드웨어는 그 사람 중 한 명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면서 말했

다.

?아! 엘레이나 양 아니십니까.?

?루드웨어 씨, 오랜만이군요.?

루드웨어가 반갑게 자신을 맞이하자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녀는 어색하게 반응을 하며 루드

웨어의 인사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루드웨어 역시 그녀가 너무 어색하게 자신의 인사를 받자 푸후~ 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

했다.

?아, 사랑하는 사람과 이념에 의해 헤어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건만 이렇게 차갑게 변해

버리다니… 얼마나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잠시 모든 사람들은 차갑게 냉동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간신히 절대 영도의 상태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헛기침을 잠시 몇 번 주고받더니 예정된 극본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냉동의 당사자였던 엘레이나는 해동이 다소 늦는지 남들이 움직일 때까지도 멍하

니 서 있다가 옆에서 누군가가 건드리자 잠시 움찔하더니 그제야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아, 어쨌든 여기까지 오셨으니 크샤스님께서 정중하게 모셔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좋아좋아, 크샤스란 녀석, 예의 하나는 바르구만.?

루드웨어가 장하다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엘레이나 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말에

화가 난 듯 안색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중에서 한 청년이 참지 못하고 루드웨어에게 소리쳤다.

?무엄하다! 일개 마법사인 주제에 폐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하지만 그런 그의 반응에 루드웨어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무슨 소리. 난 대제국이라 일컬어질 수 있는 마령의 루덴스의 이름도 막 부른다고. 안 그

런가, 루덴스??

루드웨어의 말에 루덴스는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데 그쳤지만, 엘레이나 주위에 있던 다

른 사람들은 루덴스라는 이름을 듣자 크게 놀란 얼굴을 했다.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

?아냐아냐, 솔직히 호칭은 바꿔야 해. 어떻게 된 게 마령이 들어선 지 백 년이 넘었는데 아

직도 황태자야. 이놈의 마신이 죽기 전에는 이름이 안 바뀌려나? 어쨌든 정정하라고. 이젠

암흑의 황제 루덴스라고 말이야.?

이 소리를 마계 위성 통신으로 보고 있던 라스타는 잠시 이를 갈았다는 소문이 있다.

한편 루드웨어의 헛소리는 이미 루덴스라는 이름에 놀란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

다.

루덴스란 이름. 그 이름의 당사자를 직접 만나게 되자 놀라기도 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강한

증오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북극령의 사람들은 마령에 의해

국토를 빼앗기고 쫓겨온 사람들의 자손이니 말이다.

?거, 대충하고 가자고. 어차피 모든 결판은 그곳에서 내면 되니까. 안 그런가??

루드웨어의 말에 엘레이나와 같이 온 사람들도 어느 정도 수긍을 했는지 증오심을 억누르며

그들을 안내했다.

?그럼 이제부터 암흑의 황제 루덴스로 바꿔야 하는 거야? 어감이 별로 안 좋은데…….?

?…….?

별것 아닌 헛소리에 유난히 반응하는 로노와르에게 루드웨어는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멍청한 것.?

루드웨어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 로노와르는 정말 멍청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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