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30화 (30/247)

30장 소드 마스터들의 대결

북극령의 제1차 토벌군 단장 프레드 백작은 자신의 호화로운 텐트 안에서 부관이자 그의 애

첩이기도 한 헬라이나와 잔을 마주치고 있었다.

프레드 백작은 패배 속에서 안트워 공작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비병들을 보내줄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비병들에 의해 적의 피해가 반 이상이 넘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초반의 패배는 잊고 이제 어느 정도의 승리를 예상하며 쉬고 있었다.

연이은 패배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프레드 백작은 이제 헬라이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크샤스 녀석, 보내주려면 빨리 보내줄 것이지. 아무튼 마령의 잡졸들의 사기도 이제 꽤 꺾

였을 테니 내일쯤엔 싹 밀어버리도록 하자꾸나.?

?예. 그런데 크샤스는 아직 봉인 지역에 있겠군요??

프레드 백작과 헬라이나는 크샤스의 신하이면서도 쉽게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크크크, 바보 같은 녀석이지. 지까짓 놈이 마신 크레이져의 힘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

나 보지? 하하하!?

/?크샤스는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안트워 공작님은 그의 불사의 신체를 깰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신 가봐요??/

?불사신? 하하하, 세상에 완벽한 불사신은 없다고. 저 마령의 루덴스란 놈조차 약점을 가지

고 있으니까.?

그 말에 헬라이나는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크샤스가 완벽한 불사신이 아니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리둥절한 헬라이나가 귀엽다는 듯이 프레드 백작은 그녀를 가슴에 안고는 호탕하게 웃으

며 말했다.

?헬라이나, 마리오네트의 연극을 본 적 있느냐??

?마리오네트요??

?그래, 인형의 온몸에 끈을 매어 조종하는 인형 놀이 말이다.?

?흥! 인형 놀이 광대들은 왕가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전 본 적이 없다고요.?

헬라이나가 토라진 듯이 말하자 그것마저 귀엽다는 듯이 볼을 쓰다듬어 주고는 프레드 백작

은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인형 놀이라는 것은 무대에 있는 인형을 실로 이어 위에서 사람들이 인형을 조종해서 보

여주는 놀이지. 자, 그럼 무대에 있는 인형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그거야 끈을 끊어버리면 되잖아요??

?그렇지. 크샤스란 놈도 인형과 같은 판이란다. 원래 크샤스는 신의 대리자. 대리자라는 것

은 몸에 강한 힘을 내장한 심장을 가지고 있지. 일종의 드래곤 하트 같은 것 말이다. 사람들

은 그것은 마신의 심장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대리자들은 심장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안

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지. 심장이 건재한 이상 크샤스는 불사의 몸을 가지게 되는 것이란다.

대리자의 심장은 바로 이 마리오네트를 움직이게 하는 끈과 같지.?

?아! 그런데 왜 크샤스가 완벽하지 않다는 거죠? 혹시 심장의 위치를 찾아내기라도 했나

요??

그 말에 프레드 백작은 조금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헬라이나를 보며 말했다.

?오호, 헬라이나, 이 귀여운 것. 이렇게 똑똑하다니. 맞다! 안트워 공작은 크샤스의 심장을

찾아내셨단다. 한번 맞추어보아라. 마신의 심장이란 것은 원주인에게 마신과 같은 힘을 전해

줄 뿐만 아니라 한 가지 작용이 더 있단다.?

?한 가지 작용이요??

?그래, 바로 부활의 힘이지.?

부활의 힘이란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던 헬라이나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

을 치며 말했다.

?설마! 사이야가??

?하하하, 똑똑하기도 하지. 그렇다. 현재 크샤스의 심장은 사이야가 가지고 있단다. 너도 생

각이 나지? 4년 전 하루를 넘기기가 어려웠던 사이야가 갑자기 건강해진 것 말이다.?

?예. 전 크샤스가 좋은 약을 구해서 그녀를 살린 줄 알았는데, 설마 자신의 심장을 전해줬

을 줄은…….?

?그렇지. 크샤스가 아무리 발버둥쳐 봤자 사이야가 우리의 수중에 있는 한 이 북극령의 모

든 힘은 우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란다.?

?안트워 공작님은 왕이, 프레드 백작님은 대신이 되는 거군요? 호호호.?

헬라이나는 프레드 백작의 말에 기분이 좋다는 모습으로 간드러지게 웃어넘겼지만, 사실 사

정은 조금 달랐다. 헬라이나, 그녀는 바로 칠인회의 첩자였던 것이다. 애초부터 봉인 지역이

어디인 줄 알고 있던 칠인회는 북극령에 수십 명의 첩자들을 심어놓았는데 헬라이나는 그중

의 한 명이었던 것이다.

북극령의 귀족들 중 권력의 핵심 인물의 한 명인 프레드 백작의 첩으로 들어간 헬라이나는

핵심 정보를 칠인회 측으로 빼오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좋은 정보를 얻게 된 것

이다.

?특급 정보다. 마스터에게 빨리 알려야겠군.?

프레드 백작의 품에 안겨 있는 헬라이나는 행동과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빠져나올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백작의 텐트 밖에서 프레드 백작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프레드 백작님!?

헬라이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던 프레드 백작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에잉! 뭐냐!!?

?마법 안개가 지금 평원을 뒤덮고 있습니다.?

?마법 안개?!?

프레드 백작은 전의 싸움에서 마법 안개로 시야가 가려져 많은 수의 병사들을 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심상치 않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마령의 기습인가? 설마… 녀석들도 그것이 무슨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고 있을 텐데??

프레드 백작은 급히 갑옷을 입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전 병사에게 경계 태세를 지시해 두고, 각 지휘관들에게 성급하게 나서지 말라 전해라!?

?예!?

프레드 백작이 전령에게 명령하며 밖으로 나가자 헬라이나 역시 옷을 추스르고는 밖으로 나

갔다. 무기 창고를 향해 간 헬라이나는 창고 앞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병사에게 다가갔다.

병사 중 한 명이 헬라이나를 발견하고는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난 백작님의 부관 헬라이나다. 쓰던 검이 낡아서 새 걸로 바꾸러 왔다.?

헬라이나가 신분증을 꺼내며 말하자 병사는 창고 문에서 비켜나 주었고 헬라이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헬라이나는 오른손을 들어 중지손가락에 낀 반지를 문지르며 조용

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헬라이나의 반지는 일종의 마법 도구로 통신기 역할을 하고 있

었다.

?무슨 일이냐??

?칠인회 넘버 30767 헤라입니다.?

헬라이나의 말에 무언가 검사를 하는 것처럼 수신하는 측에서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음성이 들렸다.

?칠인회 6회주 로우나다. 중요한 정보가 아니면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고 전 회원에게 일렀

는데 무슨 일이지??

로우나는 전쟁이 일어나자 마법 통신을 금지시켰는데 이는 오호사의 마법 탐지에 걸릴 위험

에서 첩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중요한 정보입니다. 지금부터는 암호를 사용하여 말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10여 분 간 암호를 사용하여 정보를 말하고 있던 헬라이나가 끝을 맺자 로우나는 잠시 침묵

을 지키며 암호를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수고했다. 자네의 정보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안에 &^%$가 있을 테니 &^%$하

도록.?

?예.?

로우나가 말한 암호는 얼마 안 있어 마령 측에서 대대적 공세가 있을 테니 그곳을 벗어나라

는 지시였고, 헬라이나는 대답을 끝으로 반지 통신을 끈 다음 근처에 놓여 있던 검 한 자루

를 대충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고르셨습니까??

병사의 말에 헬라이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은 검이 없어 대충 아무거나 들고 올 수밖에 없었네. 수고하게.?

?예.?

헬라이나는 자신이 이곳을 벗어날 때가 되자 조금 아쉬운 감이 들었다.

?프레드 백작이란 녀석, 귀엽기는 했는데… 뭐, 어쩔 수 없지. 그러고 보니 특급 정보를 알

려줬으니 승진이겠구나. 부상으로 좋은 마법서나 한 권 달래야지. 후후.?

헬레이나는 얼마 안 있어 있을 자신의 포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마령 측에서 공격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생각에만 잠겨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급히 장소를 이동했다.

일단 암흑 투기를 사용하는 유리마가 길을 트자 일행의 진행 속도는 빨라지는 듯했지만, 간

간이 튀어나오는 중상급 마물 덕에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속도가 조금씩 더 늦춰

지고 있었다. 봉인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마물들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간 며칠은 걸리겠군요.?

시스는 시안의 비검이 실패하자 잽싸게 남은 마물 한 마리를 할버드로 두 동강을 낸 후 말

했다.

?그럴 것 같군. 하지만 일단 이 정글을 빠져나가야 무슨 대책이 나오든 말든 하지.?

끝없이 이어지는 정글 덕에 루드웨어의 참을성은 이미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마음 같아서

는 마법으로 모두 태워 버리고 싶었지만 어떡하랴, 남아 있는 마력이 별로 없는 것을.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해 마력을 모으고는 싶었지만 시간이 없는지라 길을 재촉하고 있는 형편이었

다.

일종의 던젼과 같은 밀림에서 앞으로 잘 나가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칭찬해 주고 싶었지만,

모든 던젼의 끝이 그렇듯이 이 밀림 던젼의 끝에는 일행들이 예상하지 못한 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흠… 아무래도 밀림은 끝이 난 것 같은데 말이야.?

무언가를 느낀 루드웨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소드 마스터 급 7명, 5클래스 이상급 마법사 2명,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일류급 기사인 것

같군.?

루드웨어가 느낀 기운을 알고 있었던 루덴스는 일행들을 보며 말하면서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하급 마물들과 싸울 때는 암흑 마법만을 사용하던 루덴스가 검을 뽑아 들자 드디어

상대하기 어려운 적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스 역시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벗어 던지면서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소드 마스터라면 우리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 그런데 웬 놈의 소드 마스터가 이렇게

많은 거야? 기사들의 나라라는 제국도 소드 마스터 급은 열 명밖에 안 되잖아.?

자신들을 맡으려고 중간에 대기하고 있던 소드 마스터가 일곱이라면, 크샤스 주위에는 그

정도의 인물이 더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지라 루드웨어는 투덜거렸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제국의 녀석들보다야 마령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가는 북극령의 녀

석들의 실력이 높은 것은 당연해.?

루드웨어의 투덜거림에 아이샤가 일침을 가했고 로노와르는 오랜만에 루드웨어가 당하자 기

쁜 얼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가만히 냅둘 루드웨어가 아니지 않은가?

?로노와르…….?

?왜??

?디멘전 패스!?

?꾸악!!?

검은 안개와 같이 사라진 로노와르를 보며 루드웨어는 미소를 지었다. 유리마는 기의 움직

임으로 적의 동태를 살피다가 때가 되었는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나타난 기 하나. 음! 녀석들의 움직임이 난잡해졌군. 로노와르를 녀석들의 중간에

떨어뜨린 건가??

?시선을 돌린 거지 뭐. 자, 가자고!?

루드웨어는 가볍게 몸을 날려 적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고 나머지 일행도 무기를 꺼내 들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북극령에서 크샤스의 친위 기사단의 부단장이자 뛰어난 검술로 매의 검이라고 불리는 라므

는 6명의 실력자와 30명의 일급 기사를 대동하고 루드웨어란 자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틀 가량을 한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라므는 멀리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을 느

끼며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다른 기사들에게 만반의

준비를 해두라고 지시했다. 한데 설마 적이 이런 식으로 엉뚱한 방법으로 공격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꾸악!!?

검은 안개 속에서 떨어지는 하나의 인영에 적이 눈길을 돌리려고 마물이나 시체 하나를 날

렸다고 생각하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시체라고 생각했던 녀석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던 것이다.

?에이, 쓰발! 루드웨어!!?

?루드웨어??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적의 이름을 욕하며 소리치는 자에게 눈을 돌리자 그곳엔 초록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미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땅바닥에 떨어질 때 묻은 흙먼지를 손으로 툭툭 털어내고 있었는데 수많은 기사들의

가운데에 떨어졌으면서도 별로 두려운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어라??

다 알고 있듯이 초록색 머리칼의 미청년은 로노와르였다.

로노와르가 옷을 다 털고 주위를 돌아보는데 자신의 둘러싸고 수십 명의 기사가 검을 뽑아

들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헉! 큰일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로노와르는 디멘전 패스를 당하고 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한동안은 패닉

상태에 빠지는데, 이번엔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방에 적이 둘러싸여 있어 이중으로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라므는 그 청년이 한동안은 자신들을 안중에 두지 않고 행동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멍한 표정이 되어 움직이지 않자 갑자기 자격지심이 일어났다.

?설마… 녀석도…….?

뛰어난 검술 실력과는 다르게 외모는 정말 문제가 있는 라므. 그의 외모를 잠시 설명하자면

눈은 오크 눈에 코는 고블린 코, 입은 좌우로 찢어져 언뜻 보면 피에로 같아 보여 우스워

보일 만도 하건만, 그 찢어진 입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송곳니는 그가 못생긴 뱀파이어 같

다는 인상을 주었다. 2미터가 넘는 키에 두 손에는 각각 투 핸디드 소드를 하나씩 들고 있

는 그의 모습은 오우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보통 처음 그를 보는 사람은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만다.

다행히 요즘 들어서는 크샤스의 친위 기사단 부단장에 매의 검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유명해져 그를 보며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없었는데, 어디서 보지도 못한 놈, 그리고

띠껍게도 무지 잘생긴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패닉 상태에 빠지자 그

동안 조용했던 그의 성질이 폭발하고 말았다.

?쓰발, 니가 잘생기면 얼마나 잘생겼다고 이 멋진 라므님을 보고 그 따구 반응을 보이냐

구!!?

공기를 째는 강한 파공음과 함께 라므의 손에 들려 있던 투 핸디드 소드 한 자루가 땅에 박

혔다. 원래는 로노와르를 반으로 갈라 버릴 기세였지만, 위험을 눈치 챈 로노와르가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려 검을 피한 것이다.

?뭔 짓이야, 이 오우거 같은 자식아!!?

화가 난 로노와르가 라므를 보며 소리쳤는데, 방금 말한 오우거란 단어는 라므 앞에서는 절

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 단어 중 하나였기에, 이제 라므는 아무도 말릴 수가 없게 되었다.

?뭣이라?! 오우거?!!?

거의 광전사 수준의 얼굴로 변한 라므는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루드웨어 일행의 기를 느

꼈음에도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의 적은 오직 한 명, 바로 앞에서 알짱거리는 꼬마

로노와르 한 명뿐이었다.

앞에 서 있는 오우거 같은 자식이 펄펄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로노와르

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로노와르가 가지고 있던 검은

드워프의 명장인 아우그스프스가 십 년에 걸쳐 만든 명검으로 미스릴 검신이 아름답게 빛을

내는 검이었다.

하지만 검이 아름답든 덜 아름답든 로노와르에게는 단순한 검에 불과했고, 가장 중요한 것

은 로노와르는 검술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로노와르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용

같은 힘과 용 같은 몸놀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용 같은 힘? 무지 세겠지. 하지만 용 같

은 몸놀림이라… 평상시에 게으른 용이 얼마나 빠르겠는가?).

느려 터져 먹은 로노와르. 하지만 한동안 루드웨어의 악랄한 장난에 시달려 왔던지라 상당

히 단련되어 있었기에 보통 일급 기사보다는 빠른 몸놀림이 가능했다. 라므가 뛰어난 검술

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검술은 힘을 위주로 한 것. 로노와르같이 빠른 기사는 상

대하기는 어려웠고, 또 로노와르가 검을 들어 덤빈다면 모를까, 도망가기로 작정했으니 검의

마주침이 없는 이상 라므가 로노와르를 잡는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녀석!!?

라므가 도망가는 로노와르를 잡으려고 난리 칠 때 나머지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멍한 얼굴이

되어 그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심은 얼마 안 있어 최악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끄악!?

전방에 있던 기사들의 비명 소리에 정신을 차린 기사들은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던 적이 나

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잠깐의 방심 속에서 이미 십여 명의 기사가 죽음을 맞이했다.

?젠장!?

다른 기사의 비명 소리에 정신을 차린 라므는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달을 수 있었

다.

?뒤로 물러서라!?

갑작스러운 기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기사들을 뒤로 가라 소리치며 라므는 검을 들어

자신의 앞에서 적을 베고 있던 검은 갑옷의 전사를 향해 자신의 필살기 비응검을 시전했다.

라므의 비응검은 그의 덩치를 살린 필살기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두 개의 투 핸디드 소드에

마나를 주입해 내뿜는 기술로, 2미터의 거한이 공중에서 내뿜는 듯한 압박감이 있는 공격은

마나를 다스릴 수 있는 소드 마스터가 아니면 막기도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라므가 공격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였다. 하지만 루덴스는 마법

은 물론 검술조차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인물이었기에 암흑 투기를 발현해 그의

비응검을 가볍게 튕겨냈다.

?호오!?

공중에서 내려와 가볍게 땅으로 착지한 라므는 상대가 자신의 기술을 가볍게 튕겨내자 탄성

을 지르며 미소를 지었다.

?굉장한 실력이군. 난 크샤스님의 친위 기사단 부단장인 라므다. 당신은??

라므는 자신이 놀랄 정도로 뛰어난 검술을 사용하는 적을 보며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기에

자신의 이름을 말해 주었고, 상대방 역시 그의 뛰어난 기술을 보며 기사의 예의를 취해주었

다.

?본인은 마령의 영주의 직위를 맡고 있는 루덴스라고 하네.?

?루덴스!!?

라므는 그의 이름을 듣고는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 상대방이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

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설마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

다는 루덴스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110년 전 로아냐드 제국 최고의 기사이셨던 루덴스 공이군요!?

라므는 강한 상대를 만나자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이것은 무서움이 아닌 강한 기

대감에 찬 떨림이었다.

비록 북극령에 강한 상대가 많다고는 하지만 모두 동료였기 때문에 일정 실력 이상의 검술

을 맛볼 수는 없었는데, 지금 대륙 최고의 검술가 중 한 명인 루덴스를 만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게 되어서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라므의 지시로 다른 기사들이 뒤로 물러나자 루덴스 외에 다른 사람들도 뒤로 물러섰다. 물

론 충분히 물러서는 적을 압박하며 공격할 수도 있지만,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검술을 지닌 루덴스의 검술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의 검술을 구경하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로노와르는 라므가 루덴스에게 가버리자 재빨리 루드웨어 쪽으로 다가가 펀치를 한 방 먹인

후 루덴스와 라므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루덴스가 대륙 최고의 검술가 중 한 명이란 소리는 들은 적이 있는데… 어때? 루드웨어는

루덴스의 검술을 본 적이 있어??

아픈 코를 쓰다듬으며 일어선 루드웨어는 맹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륙 최고의 검술가들은 각자 자신의 검술에 맞는 별명을 하나씩 가지고 있지. 로아냐드

황성 기사단장 크리우스벤은 블로드스콜이라 불리는데 이것은 그의 비기인 ?토네이도 블레

이드?에서 나온 것이야. 또 페블하이드는 골드 썬더로, 비기 썬더 블레이드에서 따온 별명

이고, 브레스보다 검이 더 강하다는 골드 드래곤 이라시안은 윈드 브레이크, 비기 윈드 크래

쉬에서 따온 별명이지. /대충 이 정도만 하고 루덴스의 별명을 말하자면 110년 전 루덴스의

닉네임은 비기의 이름과 같은 화이트 그리터, 백색의 하얀 섬광과 같은 검기가 그의 미스릴

갑옷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나온 닉네임이지. 물론 그때는 제국의 충실한 신하였

기 때문에 꽤 괜찮은 닉네임이었지만, 그로부터 20년 후 루덴스의 닉네임은 두 개가 되어버

렸지. 바로 어둠의 종과 혼돈의 검. 앞의 것은 인간으로서 마신의 졸개가 돼버린 루덴스를

욕하는 것이지만 뒤에 것은 변한 루덴스의 검을 말해 주고 있는 닉네임이지.?

?혼돈의 검??

?물론 지금의 비기는 이것도 아니야. 내가 한번은 루덴스에게 조금 까불다가 검을 맞은 적

이 있었는데, 그때 당한 것이 화이트 그리터를 암흑 투기로 바꾸어 사용한 것으로 결과는

더블 실드와 다섯 개의 매직 베리어를 가동했음에도 하반신이 가루가 됐지.?

로노와르는 루드웨어가 말하는 루덴스의 실력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루드웨어의

더블 실드는 웬만해선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실드였고, 거기다가 다섯 개의 매직 베리어까지

가동했는데 그의 비기를 막지 못하고 하반신을 잃었다는 말 때문이었다.

?라므란 녀석, 뛰어난 기사이긴 하지만 루덴스에 비하면 아직 모자르지. 루덴스가 모든 힘

을 개방하면 여기에 있는 사람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단 세 명. 루덴스 본인과 불사

의 몸을 가진 나, 그리고 뒤에서 놀고 있는 암흑 신관 유리마뿐이지. 우리 셋을 제외하고는

아마 다 죽을 거야.?

?그런 건 대충 넘어가고, 도대체 루덴스의 화이트 그리터 다음 20년 후의 비기는 도대체

뭐야!?

드래곤인 자신을 너무 얕보고 있는 루드웨어에게 짜증을 부리며 말하는 로노와르. 그런 로

노와르가 귀여운지 볼을 살짝 잡아당긴 루드웨어는 말했다.

?혼돈의 검이었을 때의 비기는 카오스 오브 스페이스. 암흑 투기를 사용하여 적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대단위 공격 방법이지. 그 당시에는 1,000명의 적을 묶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고

하지. 그것이 발전하여 현재의 비기는 46년 전에 내가 맞은 녀석의 다크 그리터와 카오스

오브 스페이스가 합쳐진 기술로 아직 루덴스에게 직접 당해본 나 외에는 알지 못하는 녀석

의 비기는 소멸의 검으로 녀석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리는 검술이지.?

?소멸의 검…….?

로노와르는 루드웨어의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의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죽어도 좋으니 소멸

의 검이라는 것을 한번 봤으면 하는 그런 호기심 말이다.

아무튼 스포츠 해설가도 아니고 루드웨어의 열띤 설명은 루덴스와 라므는 물론 뒤에서 그들

의 싸움을 지켜보려고 하는 모든 이에게 똑똑히 들렸다.

검을 들고 있던 루덴스는 말 많은 루드웨어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고, 그의 앞에 서 있던

라므는 무언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소멸의 검…….?

검술가가 눈앞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검술의 비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허영심 많

은 여인이 고액의 다이아몬드를 보는 것과 같은 유혹이었다. 라므의 머리에는 루드웨어가

말한 루덴스의 발전된 비기 소멸의 검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 소멸의 검이란 것을 사용해 줄 수 있겠습니까??

라므는 루덴스에게 검을 겨누며 정중하게 물었고 루덴스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

했다.

?내가 지금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네에겐 큰 모욕이겠지. 자네의 검기에 대한 보답

으로 내 처음 그것을 보여주도록 하지. 자네는 자네가 가지고 있는 최강의 비기로 상대하게

나.?

?처지는 실력이지만 정식으로 상대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저의 비기인 데스 호크를 사용

하도록 하지요.?

라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검에 가지고 있던 모든 마나를 집중시키기 시작했고 얼마

안 있어 그의 검은 푸르스름한 검기를 내뿜으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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