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20화 (20/247)
  • 19장 라디안의 칠인회 이야기 (3)

    루로드란스 섬, 알렌하비스트 왕국 남쪽에 위치한 이 섬은 있는 것이라곤 딸랑 야자수 하나.

    사방이 모두 모래로 되어 있어 말 그대로 무인도였다.

    이 무인도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그 사람 중에 한 명이 바로 2회

    주인 헤른드 라비에타였다.

    오늘 헤른드 라비에타는 컨트롤 웨더만을 가지고도 회주 직에 올랐다는 그 어이없는 마법사

    와 대결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다.

    ?도대체 총회주께서는 뭐가 뛰어나다고 이런 녀석을 회주 직에 올린 거지??

    헤른드는 생각만 해도 열이 뻗쳤다. 그 자신은 어릴 때부터 수십 년을 고되게 훈련하여 8서

    클 마스터에 올라 간신히 칠인회의 회주 직에 올랐는데 이 건방진 녀석은 중년의 나이에 마

    법을 배워놓고선 컨트롤 웨더 하나만으로 회주 직에 올랐으니 얼마나 고깝겠는가?

    ?반쪽도 되지 못하는 녀석이 회주 직에 올랐다니, 어디 한번 그 실력을 보여보게. 그 엉터

    리 마법 실력 한번 보고 싶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런 헤른드의 도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웨더리우스는 가만히 하늘을 주시하고 있

    다가 고개를 내리고는 헤른드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 같은 실력없는 마법사가 무슨 이유로 회주 직에 뽑혔는진 모르지만 2회주님께서 그렇

    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지요.?

    그렇게 말한 웨더리우스는 조용히 눈을 감고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생각 외로 웨더리

    우스의 마나량의 많은 것에 잠시 당황하던 헤른드였지만, 어차피 웨더리우스가 쓸 수 있는

    마법은 컨트롤 웨더뿐이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그의 마법이 실행되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들의 위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무인도를 어둠으로 덮

    어갔다.

    ?크하하하하! 그래, 그렇게 오랜 시간 외웠던 주문이 먹구름 모으는 거였나? 크하하하하!?

    헤른드의 비웃음을 한참 동안 듣고 있던 웨더리우스는 그의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조

    용히 말했다.

    ?자연의 힘을 무시하신 것을 후회하게 해드리지요.?

    순간 마나의 흐름이 강렬하게 변하는 것을 느낀 헤른드는 자신도 모르게 실드를 써버리고

    말았다. 오랜 시간 동안 마법을 익혀왔던 헤른드는 이미 위험스러운 순간에 자동적으로 실

    드가 실행되기 때문이었고, 그런 헤른드의 예감은 적중했다.

    쿠구궁― 쾅쾅!

    먹구름에서 내리치는 번개는 헤른드의 머리 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보통 인간이 낼 수 있

    는 전격계 주문 중 최고라고 알려져 있던 썬더버드에 버금갈 정도의 파워는 헤른드가 친 8

    서클 급의 실드에 금이 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황한 헤른드는 급히 8서클 해제 주문을 사용하려 했지만 번개는 마법 자체가 아니었다.

    마법에 의한 부산물일 뿐인 번개는 웨더리우스가 만들어낸 먹구름을 없애야만 사라지기 때

    문이다.

    ?텔레포트!?

    텔레포트로 몸을 피한 헤른드는 야자수 위로 올라가 번개를 피하곤 웨더리우스를 향해 파이

    어 볼을 던지려 했는데 그 순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며 헤른드의 파이어 볼을 흩트려 버리

    고 이어 어른 주먹만한 우박이 하늘에서 쏟아지며 헤른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야자나무에서 내려와 우박 덩어리를 피한 헤른드는 윈드 커터를 사용하려 했지만 거대한 우

    박이 윈드 커터를 막으며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우박의 파편을 피한 헤른드는 급히 웨더리우스를 찾았는데 그는 야자수 근처에 자신의 몸을

    묶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냐!?

    싸움을 포기한 듯한 웨더리우스의 행동에 헤른드는 노기가 치솟아올라 소리쳤는데 그것을

    보고 있던 웨더리우스는 헤른드의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 오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뒤를 한번 보시지요.?

    그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본 헤른드는 한순간 말을 잊고 말았다.

    그가 보고 있는 바다에서 엄청난 물의 벽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해일이었다. 헤른드

    는 놀라 주문을 외우려 했지만 그 엄청난 자연의 기세를 누를 만한 마법은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멍해져 버린 채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헤른드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바로 웨더리우스였다. 헤른드의 머리 위에 폭우를 쏟아버린 웨더리우스가 소리친

    것이다.

    ?2회주님, 빨리 이리로 오시란 말입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헤른드는 급히 웨더리우스가 있는 야자나무 쪽으로 달려갔고 웨더리우

    스는 힘주어 헤른드를 안았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엄청난 해일이 내리꽂혀 버렸다.

    헤른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디안은 해일이 덮쳐 내렸단 말까지 이어지자 입을 다물 수

    가 없었다. 8서클 마스터의 스승인 헤른드, 그는 정말 어이없게도 패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해일이 지나간 후 정신 차리고 보니 웨더리우스는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나를 붙잡

    은 채 야자수를 잡고 바다에 표류하고 있었단다. 할 말이 없었지. 난 나의 자만심을 자책하

    고 웨더리우스에게 나의 패배를 말한 후 사과했지.?

    ?와… 해일은 웨더리우스님께서 만드신 건가요??

    ?그렇지. 바다라는 것이 자연의 한 흐름인 거지. 처음 녀석이 그렇게 오랜 시간 외웠던 주

    문은 폭풍을 조종하여 한쪽에 엄청난 폭우를 형성시킴으로써 바다 한쪽의 수면을 터무니없

    이 높여 버린 거지. 그리고 그 영향은 해일이 되어 우리를 덮친 거고 말이다. 참, 지금 생각

    해도 웨더리우스의 컨트롤 웨더의 연계 공격은 장관이었지. 번개에 우박에 폭우… 이 때문

    에 난 웨더리우스를 내가 인정하는 마법사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단다. 라디안, 잘 듣거라.

    이 스승이 세 가지 마나의 처리 방법을 사용하여 9서클의 능력에 도전하고 있다면, 웨더리

    우스는 컨트롤 웨더를 통해 9서클의 벽에 도전하고 있단다. 컨트롤 웨더는 세상에 존재하는

    4원소를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웨더리우스는 그런 것을 이용한 것이지. 그는 9서클은 바로

    자연이란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인간이 만든 엄청난 마법도 자연 앞에선 초라하기 그지없

    다는 것이지.?

    라디안은 헤른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칠인회에 대한 경외감이 다시 한 번 들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의 힘과 지식을 가지고 하나의 거대한 산맥을 이루고 있는 자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자, 5회주 웨더리우스는 이야기했으니, 4회주를 말해야겠지? 4회주의 이름은 소리안드. 그

    는 8서클 마스터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뛰어난 하프 실력을 가지고 있지. 칠인회의

    모든 축제와 파티를 담당하며, 그와 함께 죄인을 심문하는 책임을 겸하고 있지. 그가 한번

    마음먹고 하프를 켜면 세이렌의 노래보다 더 큰 유혹을 뿌릴 수 있다고 한단다. 3회주 고딘

    은 8서클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칠인회 연금술 발전회 회장을 겸하고 있지.

    칠인회의 아티팩트에 쓰이는 금속은 물론 흔한 로브의 헝겊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치게 되

    지. 그리고 2회주는 나. 마지막 1회주인 칼라디안스는 현재 0서클의 마법 실력을 가지고 계

    시지.?

    ?잠시만요, 0서클이요??

    ?그래, 0서클. 한마디로 1회주는… 얼굴마담이다…….?

    ?헉!?

    ?1회주는 하이 엘프로 현재 1,354세의 정말 노인이시지. 할 줄 아는 건 한때 자신의 연인이

    었던 드래곤에게 받았다는 팔찌로 하는 폴리모프뿐. 하지만 그는 그 폴리모프의 팔찌로 대

    륙을 휘저으며 각 대륙의 정상급 정치가의 딸을 꼬시며 칠인회 발전 기금을 모으고 있단다.

    개중에는 대륙 마법 길드의 길드장 손녀도 있다고 하지.?

    1회주… 라디안은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자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의 환상은 여

    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어찌한단 말인가. 마법사들의 집단 칠인회는 어쩔 수 없이 많

    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집단, 그런 집단에 대륙의 모든 나라에서 자금을 대게 하는 1회주

    칼라디안스의 위치는 정말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칠인회에서 들리는 공공연한 이야기

    중 하나는 만약 그가 회주 자리를 그만두고 사라진다면 칠인회는 딱 3년만 가고 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근거는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는 속담을 근거로 삼고 실제로 부

    자를 망하게 한 후 얼마나 버티고 사는지 몇 명의 마법사가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거의 2

    년하고 7개월 만에 죽음으로써 3년을 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칠인회의 회주 이야기를 들으면서 라디안은 황당한 면도 있었지만 느낀 것도 많았다. 마법

    이란 것은 많이 알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게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란 것이다.

    한 가지 마법으로도 충분히 8서클 마스터를 넘어설 수 있으며, 수많은 마법 공식을 안다고

    해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면 평생 낮은 서클로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법의 길은 정말

    수없이 많은 길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린 라디안은 대륙 마법 길드에서 단순히 노마법사들이 가르쳐 주는 마법을 배우기만 했지

    만, 이곳에 온 라디안은 반드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마법사는 아무리 높은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도태되기 때

    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라디안을 알고 있는지, 헤른드는 만족한 웃음을 띠며 라디안의 머리

    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은 네가 가야 할 길이 떠오르지 않겠지만 그 길은 원래 보이지 않는 것이란다. 많은

    시련과 많은 고통을 거친 후에 자신의 길을 돌아본다면 아마 넌 너만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

    을 알게 될 거란다.?

    ?예, 스승님.?

    라디안은 헤른드가 한 말을 가슴에 새기며 반드시 자신의 길을 찾고야 말겠다는 것을 다짐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기는 하지만 라디안은 헤른드가 말한 무한의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을 지녔다고 한다.

    그는 평생 동안 마법을 통한 영생을 연구했는데, 그가 죽었을 때의 나이는 643살. 그것도 외

    적의 습격으로 사무처가 무너져 과도한 업무를 처리하다 과로로 불치병을 얻어 죽었을 뿐이

    지, 천수에 의해 죽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대의 기린아라 이름을 날린 대마법사 라디안의

    죽음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이라 했다고 한다. 뭐, 이것은 앞으로 600년 정

    도 후의 이야기이니 넘어가기로 하자.

    헤른드는 라디안에게 자신이 바늘을 만들었던 쇳덩어리를 건네주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잠시 묵으며 아까 이 스승이 했던 바늘 만들기에 한번

    도전해 보거라. 바늘 만들기는 아까 내가 말했던 세 가지 사항인 숙련도, 집중도, 그리고 정

    확한 사용을 어느 정도 익히게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내

    가 사용한 마법 외에 다른 마법을 사용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늘 만들기에 사용될

    마법은 많이 존재하니 말이다.?

    ?예, 사부님.?

    ?그래. 그럼 나가보거라. 아마 비서실에서 레드론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 게다.?

    ?예, 사부님. 그럼 내일 문안 인사드리며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오늘 하루는 편히 쉬도록 하거라.?

    라디안은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왔다. 텔레포트로 들어온 비서실에서는 세 명의 비서들에게

    시달리는 레드론의 모습이 보였다.

    레드론은 세 여자의 수다에 지쳤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라디안이 나오자 잽싸게 그

    들의 사이를 빠져나왔다.

    ?이제야 끝났니??

    ?예,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지. 헤른드님이 조금 주책이긴 하지만 실력 하나만은 칠인회 회주님 중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계시니까. 그럼 네가 묵을 숙소에 가보도록 하자꾸나.?

    하지만 레드론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홀드×3!!?

    세 명의 비서는 잽싸게 홀드 마법으로 레드론을 묶어버리곤 사일런스 마법을 펼쳐 스펠도

    못 외우게 했다. 아무리 8서클의 마스터 레드론이라고는 하지만 세 여비서들의 실력도 만만

    치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풀려면 적어도 10분은 필요했다. 이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레드론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라디안이었다. 자

    신이 이곳에 묶여 있는 사이에 세 명의 여비서들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라디안을 생

    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해 줄 유일한 사람인 레드론이 세 명의 여인에게 당하자 라디안은 이제

    부터 자신에게 올 재난이 두려워졌다.

    다가오는 세 여자를 피해가며 스승이 내준 쇳덩어리까지 던졌지만 천 년 묵은 구미호 같은

    세 여자 마법사들은 그런 라디안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고선 라디안을 둘러쌌다.

    ?왜, 왜 그러세요.?

    두려움에 가득 찬 라디안은 세 여자에게 말했지만 그런 말은 세 여자들의 본능을 더욱 용솟

    음치게 하는 것이었다.

    미소년의 가녀린 한마디가 쇼타콘의 추종자인 그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겠는가.

    ?호호호호, 목소리가 곱기도 하지.?

    ?아까 보니 속살도 부드러울 것 같았는데… 호호!?

    ?아! 만져 보고 싶다.?

    정말 변태 같은 소리를 하며 다가오는 세 여자의 모습에 라디안은 칠인회의 무서움을 처음

    으로 알 수 있었고, 처음 레드론이 이 미녀 삼총사를 보며 한 레드론의 노총각론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에 와서는 소용없는 한탄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들의 손은

    무자비하게도 라디안의 몸에 닿아버린 것이다.

    ?아악!!?

    라디안의 피 맺힌 절규 같은 비명 소리. 이럴 때 로망스에서는 가끔 백마 탄 기사 같은 이

    들이 등장하곤 했지만, 현실은 결코 로망스처럼 달콤한 이야기가 아닌지라 그런 백마 탄 기

    사 같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서서히 몸을 쓰다듬어 가는 그녀들의 손길… 참을 수 없었다.

    라디안은 여자 마법사들에게 당하면서 헤른드가 한 말이 생각났다.

    ?적재적소의 마법! 그래!!?

    소름을 돋게 하는 손길 속에서도 라디안은 조용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녀들의 손길

    이 정말 중요한 곳에 닿으려 할 때 마법을 시행하면서 소리쳤다.

    ?으악! 쥐다, 쥐!!?

    ?꺄악!?

    쇼타콘 증후군의 여자도 여자는 여자였다. 쥐라는 말에 라디안을 더듬던 손길을 멈춘 여자

    들은 자신들의 주위에 모여 있는 쥐 떼를 본 순간 미칠 지경이었다.

    ?끼야악!!?

    쥐 떼를 피해 책상 위로 올라간 여자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그제야 세 여자가 시전한

    마법을 푼 레드론은 잘했다는 듯이 라디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적재적소의 멋진 기술이었다.?

    ?감사합니다.?

    라디안이 외운 주문은 일루젼이었다. 라디안을 쓰다듬는 데 정신이 팔린 여자들은 일루젼

    주문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고, 라디안은 그런 그녀들을 향해 일루젼을 펼친 것이다. 여자

    들의 마법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법의 천재 축에 속하는 라디안보단 못하

    기 때문에 마법조차 해제하지 못하고 일루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뭐, 마법사인 그녀들도 자신의 발 밑에서 놀고 있는 것이 라디안이 만들어놓은 일루젼이라

    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감히 내려설 수가 없었다.

    ?자, 이젠 안심하고 숙소로 갈 수 있겠구나.?

    ?네, 레드론님.?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던 라디안이었다.

    레드론에게 안내되어 자신의 방에 도착한 라디안은 새로운 스승이 된 헤른드가 건네준 쇳덩

    어리를 보며 고민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말이야 편하게 쉬라는 거지 이런 과제를 내주면서 편히 쉬라니 할 말이 없었다. 스승이 하

    는 방법은 보긴 했지만, 도대체 바늘을 어떻게 만들란 말인가?

    라디안이 한참 고민에 잠겨 있을 때 라디안의 방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바로 레드론이

    었다. 레드론은 라디안이 배가 고플까 봐 약간의 음식을 들고 와 멍하니 쇳덩어리를 바라보

    고 있는 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네 녀석도 바늘 만들기 과제를 받았나 보구나.?

    ?예. 그런데 도저히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라디안이 한숨을 쉬며 고민하는 것을 본 레드론은 쇳덩어리를 건네받고는 조용히 주문을 읊

    조리기 시작했다.

    ?잘 봐둬라. 레비테이션 아더.?

    레드론은 부유 주문으로 쇳덩어리를 공중에 띄우고는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윈드 커터.?

    레드론이 만드는 바늘은 스승이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헤른드가 쇳

    덩어리의 일부분을 녹여 새롭게 바늘의 모양을 만들었다면, 레드론은 조각하듯이 윈드 커터

    를 사용하여 쇳덩어리를 잘라내고는 바늘 모양으로 다듬어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의 침이 만들어졌다.

    침 모양이 만들어지자 레드론은 바늘귀를 만들기 위해 한참을 정신을 집중하더니 바늘귀를

    윈드 커터로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바늘귀라고 하는 것이 커봤자 깨 알맹이보다 작은 크기였기에 상당한 정신력이 소모되는 작

    업이었지만, 십 분 정도가 지나자 바늘귀가 뚫리고 모든 작업이 완성되었다.

    ?봐라, 만들었잖아.?

    ?와!?

    라디안은 레드론이 바늘을 쉽게 만들자 탄성을 내질렀다.

    ?라디안, 헤른드님께서 너에게 바늘 만들기 과제를 내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꼭 성공하

    라는 것은 아니었단다. 모든 일에는 실패도 성공도 있는 법. 너는 그 일에 꼭 성공만을 바래

    서는 안 되는 거란다.?

    ?예? 하지만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바늘 만들기는 수십 년을 마법에만 생을 바친 자들도 힘겨워하는 작업이다. 상당히 세밀

    한 작업과 함께 고도의 정신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 더블스펠은 물론 심지어는 쓰리스

    펠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마법 능력이 떨어지는 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작업

    이란다. 지금 네가 할 일은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닌 노력하는 거란다. 노력하는 자만이 발

    전할 수 있고, 백 번의 실패가 있을지라도 마지막에는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거지. 알겠니??

    ?예, 레드론님.?

    ?허허, 레드론님이라니… 다음부터 나를 만날 때는 형이라고 불러주라고. 조금 나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네 녀석에게는 형이라고 불리고 싶구나.?

    ?예??

    ?나도 젊은 엉아가 되고 싶단 말이야. 네 녀석이 형이라고 불러주면 조금 젊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레드론의 유아 발상을 들으며 잠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 라디안이었지만, 뭐 어떤가. 죽

    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이니 들어줄 수밖에. 또, 레드론과 친하게 지내면

    외지에 있는 시스들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생각하고 좀 친해지기로 마음먹은 라디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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