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9화 (19/247)
  • 18장 라디안의 칠인회 이야기(2)

    세 여자들의 극성에 간신히 벗어난 라디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레드론을 따라 다음

    마법진으로 갔다.

    이 비서실에서는 유일하게 한곳으로만 가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출발지를 지날

    필요가 없었다.

    잠시 후 라디안이 도착한 곳은 칠인회 2회주 헤른드 라비에타의 직무실, 직무실이라고 하기

    보다 그의 개인 연재실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이곳에 도착한 라디안은 안에 있는 화려한 장

    식품들을 보며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힘들여 만든 장인의 손때가 묻어 있는 장식품들. 라

    디안은 레드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여기가 2회주님의 직무실이 맞나요??

    라디안이 본 2회주의 직무실. 그곳은 차라리 어린 소녀의 방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여기저기 걸려 있는 수예 작품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미술 작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전시

    되어 있었다. 통곡할 정도의 넓은 곳임에도 티끌 하나 없을 만큼 깨끗한 곳이다.

    ?휴… 이것이 다 수련의 결과라고 하면 믿겠니??

    ?수련이요??

    ?보면 알게 될 거다.?

    레드론은 라디안을 데리고 방문 앞에 서서는 문을 두들겼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레드론은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방 안에는 70대의 노마법사가 강철 덩어리 하나를 마

    법으로 들어 올리고는 노려보고 있었다.

    레드론은 손가락을 들어 라디안에게 조용히 있으라는 손짓을 한 후 강철을 가리키며 보고

    있으란 지시를 했다.

    라디안은 노마법사의 행동을 유심하게 관찰하며 보기 시작했다.

    강철을 한참 동안 노려보듯이 바라보던 노마법사가 그것에 오른손을 갖다 대더니,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불의 원소 계통의 마법을 사용했는지 강철 덩어리의 한 부분이 붉게 물

    들어지며 녹아 들어가 순식간에 액체화되었다.

    액체는 다시 노마법사의 마법에 의해 적은 양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가더니 천천히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노마법사는 그것을 한쪽에 놓여 있는 숯과 물에 담그며 마법을 통해 담금질을 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러기를 계속 반복하는 마법사의 행동은 처음에는 조금 느린 듯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속도는 빨라져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어느 정도 완성된 작품을 본 라디안은 그것이 일종의 침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얼마나 마법으로 두들기고 담금질했는지 모를 정도로 그 작업을 반복한 노마법사는

    정신을 집중하더니 침 형태의 쇠 끝 부분에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애로우.?

    보통의 파이어 애로우 굵기가 어른 손가락 3개 정도의 굵기라면 노마법사가 쓴 파이어 애로

    우는 바늘보다 더 얇은 파이어 애로우였지만 상당한 고온의 열을 지니고 있는 듯했기에, 파

    이어 애로우는 가볍게 쇠 끝 부분을 관통하더니 공중에서 소멸되었다.

    ?윈드 커터!?

    파이어 애로우로 관통되어진 쇠 끝 부분이 높은 온도의 불로 구멍이 났기 때문에 조금 지저

    분한 구멍 주위를 세밀한 윈드 커터로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완성되자 노마법사는 휴~ 하며 숨을 한번 내쉬더니 침을 들어 눈앞으로

    가져갔다.

    노마법사의 정성이 담겨져 있는 물건, 그것은 다름 아닌 바늘이었다.

    ?후하하하! 궁극의 천 번 담금질한 바늘이 완성됐군!!?

    자신의 바늘에 만족한 웃음을 터뜨린 마법사는 실을 방금 만들어 뚫어놓은 바늘 구멍에 끼

    워 넣더니 뒤쪽에 있던 천을 들어 수를 놓으려 했다. 하지만 레드론과 라디안이 있다는 것

    을 눈치 채고 그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라? 레드론 군 아닌가. 그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가??

    ?예. 요전에 회주님께서 부탁하신 일 때문에 이 소년을 데리고 왔습니다.?

    ?오호, 그럼 이놈이 나의 제자가 될 놈이란 말인가??

    자수를 놓으려던 물건을 옆에 살며시 내려놓고 라디안에게 가까이 다가온 노마법사는 라디

    안의 얼굴과 몸을 쭉 살펴보더니 손을 들어 라디안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마나를 살펴보았

    다. 그 모든 것을 마친 노마법사는 조금 얼굴이 찌푸려 뜨리고는 원망 어린 표정으로 레드

    론에게 말했다.

    ?너무하는군. 아무리 내가 뛰어난 놈을 데리고 와달라고 했어도 이건 너무 뛰어난 녀석이

    아닌가. 아직 스물도 안 된 놈이 보통 마흔 넘은 녀석들보다 더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리고 가장 문제인 것은 말이야.?

    그렇게 말한 노마법사는 라디안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비서 녀석들이 좋아할 미소년이잖아. 자네, 나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었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뜩이나 비서 녀석들이 미소년 한 명만 들이자고 조르는 것 때문에 귀찮아 죽겠는데, 왜

    이런 녀석을 데리고 왔나. 이 정도면 이 아이에게 마법을 가르치기는커녕 비서들에게 눌려

    죽겠네.?

    레드론도 세 비서들의 쇼타콘 증세를 이미 직접 보았는지라 노마법사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 라디안이 보통 천재인가. 레드론은 노마법사의 다그침에 꼼짝도 안 하면서 미

    소를 지으며 튕겼다.

    ?그렇습니까? 그럼 로우나 회주님에게 데리고 가지요. 로우나님도 제자를 찾으신 지 오래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시면 아마 회주님께 갈 제자는 한 3년 정도는 기다

    리셔야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레드론은 라디안을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갑자기 노마법사의 표정이 조금 비

    굴하게 바뀌면서 레드론의 손에서 잽싸게 라디안을 뺏으며 말했다.

    ?거참, 성급하기도 하군. 내가 이 녀석이 싫다고 했나? 조금 힘들 거란 얘기지.?

    ?아, 그렇습니까? 그럼 더 더욱 안 되지요. 어떻게 2회주님을 힘들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내가 힘들다고 했나? 농담일세, 농담. 어? 자네 뭐 하는가? 제자를 데려다 줬으면

    빨리 나가봐야지.?

    그 말에 레드론은 웃음을 참는 표정을 하다가 라디안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분이 앞으로 너의 스승님이 되실 분인 칠인회의 2회주이신 헤른드 라비에타님이시다.

    잘 배우도록 하고, 나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마.?

    그렇게 말한 레드론은 헤른드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갔다. 라디안은 레드론

    이 나가자 공손하게 헤른드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소개를 했다.

    ?라디안 이그델리아라고 합니다. 미숙한 저이지만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열심히 수련하

    도록 하겠습니다.?

    라디안의 부드럽고 정중한 인사에 헤른드는 너털웃음을 짓더니 만족한다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칠인회의 2회주 헤른드 라비에…….?

    하지만 헤른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누군가 문을 발로 박차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멍한 헤른드와 라디안은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불청객의 모습은 30대

    초반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자 마법사였다.

    그 여자 마법사는 일그러진 얼굴로 들어와서는 무엇이 그리 화가 나는지 헤른드를 살기 어

    린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헤른드님… 아무리 칠인회에서 저보다 직급이 조금, 아주 조금 높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

    무한 것 아닙니까??

    그녀의 말에 헤른드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무, 무슨 소린가??

    ?무슨 소리냐니요! 분명 제자 신청은 제가 먼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 아이가

    헤른드님께 먼저 돌아갔지요? 소문을 들어보니 레드론에게 7서클 급 아티펙트를 뇌물로 주

    고 순서를 바꾸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허허허, 그게 말이 되는가. 어찌 칠인회의 회주 되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하겠는가? 아마 자

    네의 제자 신청이 조금 늦게 접수됐나 보지.?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제자 신청은 칠인회 특별 접수처 한곳에서만 접수가 되는데요! 제가

    이번에 제자를 받을 수 있나 없나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알기나 하십니까??

    그렇게 말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원래는 자신의 제자가 될 라디안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그 순간 일그러진 얼굴은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능력은 둘째 치고 라디안의 모습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이 된 그녀는 다

    시 헤드론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애를 저에게 주세요!?

    그 말에 헤른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슨 소린가! 이미 나의 제자로 들어와 정식 절차가 끝난 상태의 아이를 달라니, 절대 그

    럴 수 없네!?

    하지만 그녀는 그 정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라디안의 손목을 잡은 그녀가 라디안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헤른드는 자신도 잽싸게 라디안의 손목을 잡고 끌어 움직이지 않게 했

    다.

    ?자네 칠인회의 직급을 무시하겠다는건가! 6회주 로우나, 정말 건방지군!?

    그제야 라디안은 2회주인 헤른드보다 조금, 아주 조금 직급이 낮은 여인이 칠인회의 일곱

    회주 중 여섯 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로우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절대로 라디안을 뺏길 수 없는 헤른드는 직급을 사용하여 그녀를 협박하려고 했지만

    역시 레벨이 비슷했는지 그런 짓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흥! 이렇게 나가신다면 정식 사정 회의를 신청하겠어요!?

    정식 사정 회의. 라디안은 나중에 안 것이지만, 정식 사정 회의는 칠인회 안에서 비리 등이

    발생했을 때 하는 회의로, 이 사정 회의는 간식 사정 회의와 정식 사정 회의로 나눌 수 있

    었다.

    간식 사정 회의는 회에 소속된 일반 마법사들이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칠인회의 사정 전담

    실에서 임의로 선출한 일곱 명의 배심원 마법사들만 있으면 행해질 수 있지만, 정식 사정

    회의는 회주 이상만이 소집 가능하며, 사정 전담실에서 선출한 이십 명의 마법사들이 있어

    야 가능하다.

    헤른드는 정식 사정 회의를 신청한다는 말에 안색이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했고, 그에 반면

    로우나의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정식 사정 회의에서 헤른드가 레드론에게 아티팩트를 뇌물로 준 사실이 밝혀진다면 총회주

    가 만든 법규에 따라 일 년 간 연구비 중지에서부터 심하면 2회주 자리까지 박탈당할 수 있

    기 때문이다.

    뭐, 회주 자리야 그냥 내쳐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되면 헤른드는 회주만이 받을 수 있는 고

    액의 연구비를 지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제자가 중요하긴 하나 조금 늦긴 하지만 언제든 구할 수 있는 제자보다 회주의 직위에서 나

    오는 연구비가 조금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협박은 소용없다는 것을 안 헤른드는

    라디안의 손을 놓은 뒤 다른 작전에 돌입했다. 라디안의 손을 놓음과 동시에 노년의 몸을

    지탱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쓰러져 버린 헤른드였다.

    라디안은 그것을 보며 깜짝 놀라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로우나의 팔을 뿌리친 후 힘없이

    앉아 있는 노마법사를 부축했다.

    어렸을 때부터 마법의 탑에서 원로원의 늙은 마법사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그들에게서 사랑

    을 받고 큰 라디안은 노인 공경 의식이 가득한 착한 소년이었기 때문에 힘없이 쓰러진 헤른

    드를 보며 뛰어간 것이다.

    ?괜찮으세요??

    라디안은 쓰러진 헤른드를 부축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헤른드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헤른드는 자신을 부축하려고 하는 라디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힘이 빠진 목소리

    로 로우나에게 말했다.

    ?데리고 가도록 하게나…….?

    ?흠.?

    로우나는 안면에 미소를 지으며 라디안을 데려가며 다시 한 번 회심의 미소를 헤른드에게

    먹여주려고 하다가 갑자기 몸이 멈칫하고 말았다.

    노년의 마법사의 안면에서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른드는 축 늘어진 어깨를 하며 힘겹게 일어서 방에 있는 의자에 앉고는 혼잣말인 양 조용

    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늘그막에 무슨 복이 있겠누……. 페크야, 오늘은 네가 정말 보고 싶구나. 흑흑흑.?

    로우나는 헤른드가 말하고 있는 페크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페크. 그는 바로 헤른드

    의 손자가 되는 사람으로 한때 칠인회 소속의 마법사였으나 실험실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

    은 비운의 마법사였다.

    그때 당시 아직 로우나는 회주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상태의 젊은 마법사였지만, 손자인 페

    크의 장례식에서 눈물 흘리며 오열하는 헤른드의 얼굴을 보며 함께 울어주었던 것이 생각나

    는지라 마음이 조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헤른드는 조용히 책상으로 걸어가더니 팔찌 하나를 들고 와서는 라디안의 오른쪽 손목에 채

    워주며 말했다.

    ?로우나 회주에게 열심히 배우도록 하거라. 이것은 내 손자 페크에게… 페크에게 선물하려

    고 만들었던 아티펙트지만… 이젠 세상에… 세상에 없는 사람……. 어쩐지 이것을 너에게

    주고 싶구나.?

    헤른드는 눈물을 흘리는 얼굴로 라디안에게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끼워주더니 자신

    의 자리로 돌아가 힘없는 모습으로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로우나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돌아서려 했지만,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마음이 편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던 로우나는 차마 라디안을 그냥 데리고 가지 못하곤 한

    숨을 쉬며 말했다.

    ?후, 어쩔 수 없군요. 이번엔 제가 양보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다음번에는 절대 용서없을

    줄 아세요.?

    그렇게 말한 로우나는 라디안의 손을 놓고 밖으로 나갔다. 로우나 회주가 마법진을 통해서

    자신의 직무실을 벗어나자 갑자기 상황이 엄청나게 돌변하고 말았다. 헤른드는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헤헤헤헤! 네년이 감히 회주께서도 넘어가신 노안의 눈물 작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크헤헤헤헤!?

    헤른드는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이 크게 웃으며 라디안에게 가더니 그에게 주었던 팔지를

    잽싸게 빼았으며 말했다.

    ?아직 네 녀석이 차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아티펙트이니, 나중에 실력이 있으면 주도록

    하지. 쿠헤헤헤헤!?

    헤른드의 모습을 보고 있던 라디안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신을 제자로 삼

    기 위해 그는 눈물까지 보이며 철저한 방법으로 로우나 회주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사, 사부님…….?

    라디안의 그런 헤른드를 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 사람이 이렇게 추하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이었다. 슬프게 눈물 흘리기 마법 스펠을 아직까지도 외우고 있다니… 크크, 유나토

    스테이토라는 나라의 레이곤이란 왕은 그렇게 똑똑하다가 폐위한 뒤 알츠하이머병으로 멍청

    해졌다고 하지만, 이 몸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똑똑해지는 것 같군. 자자, 라디안, 멍하

    니 있지 말고 이쪽으로 오도록 해라.?

    ?사, 사부님… 너무… 추했어요.?

    라디안의 솔직한 발언에 잠시 헤른드는 얼음이 되고 말았다. 실수였다. 헤른드는 잠시 라디

    안을 보통의 마법사로 봤다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순진한 녀석에게 내가 좀 충격을 준 것 같군.?

    원래 마법사란 것이 머리로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기에 관해서는 통달한 사람이 많

    았다. 한데 라디안의 경우에는 거의 대륙 마법 길드의 마법의 탑에서 지내다가 오호사에 가

    입했을 때에도 능력있고 믿음직한 동료와 같이 지냈기 때문에 사기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기에, 헤른드의 이런 고도의 사기술은 적응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흠흠, 늙은이가 욕심이 많아 네 녀석에게 못 볼 것을 보여준 것 같구나.?

    그렇게 말한 헤른드는 라디안을 보며 말했다.

    ?라디안, 네가 보기에 이 스승의 실력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것 같으냐??

    뭐, 겉보기로 말하자면 실력없는 스승 같았지만 레드론을 생각하면서 조심히 입을 열었다.

    ?대외 대리인이신 레드론님이 8서클 마스터이시니 9서클 정도 되시지 않나요??

    그 말에 헤른드는 고개를 저었다.

    ?이 스승은 현재 8서클 마스터란다.?

    ?예??

    라디안의 놀라는 말에 헤른드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첫 번째 수업을 시작했다.

    ?보통 마법은 드래곤에 의해서 전파되었다고 하지. 즉, 마법의 원조는 드래곤이란 거다. 하

    지만 드래곤의 경우에는 드래곤 하트라고 해서 마나의 결집체가 몸에 존재하고 있지. 이것

    은 자연계의 마나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매개체로 드래곤은 드래곤 하트 때문에 거의 자

    연과 같은 몸을 지니고 있지.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드래곤 하트 같은 마나의 결집체가

    없기 때문에 보통 마법사들은 심장에 마나를 모으게 된다. 심장이 인간의 피를 만들어주는

    곳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그것은 미루어보면 인간의 장기 중에서 가장 마나가 활발하

    게 모이고 움직이는 곳이란 것이지. 하지만 이러한 심장도 많은 마나를 모으게 되면 자연의

    흐름에 순화되어 그 흐름이 멈추게 된다. 이것은 몰모트 생체 실험에서 나온 것으로 몰모트

    에게 시간마다 마나를 계속 주입하여 심장이 받지 못할 정도의 마나를 주었더니 얼마 지나

    지 않아 마나 처리가 불가능해져 심장 마비로 죽게 된 것에서 유추한 것이다. 마나를 과다

    하게 받아들이게 되어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하지만 인간의 경우는 몰모트와는 조

    금 다르다. 몰모트 실험이 끝난 후 인간을 이용한 생체 실험에 들어갔는데, 인간은 과도한

    마나가 심장에 들어오게 되면 그 이전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몸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게 되더구나. 이것을 자세히 설명하면, 심장이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 8서클을

    넘어서는 마나가 모이면 피와 함께 마나를 방출시키게 된다. 즉, 피를 토하게 되는 것이지.

    또 한 번 과다 마나에 몸이 이상 상태를 겪은지라 피를 토한 마법사는 그 순간에 몸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몸에서 흐르는 마나의 통로가 막히는 현상을 겪게 되지. 미지의 대륙이라

    는 동양의 고서에서는 이것을 주화입마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조절하면 피를 토

    하며 주화입마에 빠지는 것을 막고, 피를 타고 몸에 흐른 마나를 체내 분비물과 함께 밖으

    로 흩어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전과 같이 넘쳐 나는 마나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8서클 이상의 마나를 모을 수가 없다는 결론

    이 나왔지. 뭐, 개중에는 백만 명당 한 명 꼴로 무제한으로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가

    있긴 하지. 바로 총회주님의 스승이신 라지베헤루님이 그런 신체를 가졌다고 들었단다. 총회

    주는 무한 마나 신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뭐라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

    자. 아무튼 어디 그런 신체가 흔하기나 하겠느냐. 있다 해도 마법을 배우지 않는 경우가 태

    반이니 아마 전 대륙에서 그런 자가 마법사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이런저런

    이유로 마법사들은 많은 고심을 하게 됐지. 어떻게 하면 인간은 9서클을 넘어서는가 하고

    말이야. 이런 마법사 중에는 인간의 한계를 8서클로 보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이 스승이 바로 그 같은 경우에 속한단다.?

    헤른드는 바늘을 만들던 강철을 들어 보이고는 라디안에게 말했다.

    ?난 어떻게 하면 마법을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다가 인간의 정신력이 더 강해

    진다면 강한 마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지. 라디안, 만약 3서클 마스터의 파이

    어 애로우와 8서클 마스터의 파이어 애로우를 같은 힘으로 사용한다면 어떤 것이 더 강할

    것 같으냐??

    ?8서클 마스터가 아닌가요??

    ?왜지??

    ?8서클 마스터가 만든 파이어 애로우는 마나 원소가 서클을 이루어 형태를 이룰 때 마나가

    방출되는 것을 효율적으로 해서 쓸데없이 빠져나가는 마나를 더욱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헤른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 그것이 바로 첫 번째 네가 익혀야 할 마나의 숙련도라고 하겠다. 자, 그럼 두 번째

    것을 말하기 전에 한 가지를 보여주마. 강철을 잘 보거라.?

    헤른드는 잠시 눈을 감더니 두 개의 파이어 애로우를 만들어냈는데 한 개의 파이어 애로우

    는 굵기가 굵은 반면 다른 하나는 실처럼 얇은 파이어 애로우였다. 라디안은 두 개의 파이

    어 애로우를 살펴보면서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두 개의 파이어 애로우에서 느

    껴지는 마나의 양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굵은 파이어 애로우의 열기는 보통과 다르지 않지

    만 실 같은 파이어 애로우의 경우는 강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헤른드는 두 개의 파이어 애로우를 손에 들고 있던 강철을 향해 쏘았는데 굵은 파이어 애로

    우는 쇠를 약간 녹인 후 꺼진 반면, 실 같은 파이어 애로우는 강철을 뚫고 나가다 소멸되었

    다.

    ?어떠니. 이 스승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겠니??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마나의 집중도를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요??

    ?오호, 그래. 이유를 말해 보거라.?

    ?첫 번째 파이어 애로우의 경우에는 보통 일반 마법사들이 쓰는 정도로 공기 중의 불의 기

    운을 뭉쳤지만, 두 번째의 경우에는 불의 기운이 강한 응집력을 보이고 있었거든요. 아마 스

    승님께서 두 번째의 경우는 서클의 공식을 바꾸어 마나 배열의 간격을 더욱 근접시켜 같은

    양의 마나를 더욱 응집시켰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서클 공식을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나 배열 공식의 간격을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과연 레드론이 칭찬할 만한 녀석이로구나. 그래, 그것이 네 두 번째 배울 마나의 집중도라

    고 하는 것이다. 또, 레드론과 같이 왔을 때 내가 바늘을 만드는 것을 보았겠지??

    ?예.?

    ?적재적소에 어떤 마법을 사용하느냐. 그것이 바로 세 번째 배워야 할 것이다. 만약 바늘구

    멍을 뚫는데 쓸데없이 파이어 스톰 같은 것을 쓰면, 녀석은 정말 어떤 때에 어떤 마법을 써

    야 하는지 모르는 녀석이라 할 수 있지. 이 스승은 보통 사람들보다 자질이 조금 떨어졌지

    만, 이 세 가지를 단련시켜 이렇게 칠인회의 회주 직에 오를 수 있었지.?

    헤른드의 말을 들으면서 라디안은 9서클은 자신이 오를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8서

    클만으로도 충분히 9서클에 버금가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

    다.

    ?처음이니 배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대충 알아두어야 할 것을

    말해 주마. 먼저 우리 칠인회 회주에 대해서 말해 주도록 하마. 나의 제자가 되었으면 다른

    여섯 명의 회주들과 만날 기회가 많을 테니 이름 정도는 알아두어야 하겠지??

    ?예.?

    ?방금 네 녀석을 데려가려 한 여자 마법사는 6회주 로우나라고 한단다. 8서클 마스터의 실

    력을 지니고 있고 주특기는 통신 마법과 도청 마법으로 칠인회의 정보부와 첩보부를 담당하

    고 있단다. 7회주는 가이스터라고 하며 바람 원소의 마법이 주특기지. 담당은 운송부이고. 5

    회주는 웨더리우스. 오직 할 수 있는 마법은 컨트롤 웨더뿐으로 담당은 칠인회 식량부.?

    ?잠깐만요, 스승님.?

    5회주의 설명에 라디안은 이상한 것을 깨닫고 헤른드를 불렀다.

    ?5회주인 웨더리우스님이 할 수 있는 마법이 컨트롤 웨더뿐이라니요??

    그 말에 헤른드는 라디안의 궁금증을 이해하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5회주가 할 수 있는 마법은 컨트롤 웨더뿐이란다. 그를 잠시 설명하자면, 원래는 농부였는

    데 가뭄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거지로 살다가 우연히 떠돌이 마법사(물론 예상은 하겠지만

    이 떠돌이 마법사는 루드웨어다)에게 마나를 모으는 법과 컨트롤 웨더를 배워 마법사가 된

    사람이지. 그는 컨트롤 웨더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해 천신의 환생이라는 별명도 얻은 적이

    있단다. 천하의 근본은 농자라는 가훈을 가지고 있는 그이기에 그는 다른 마법은 버려두고

    오직 컨트롤 웨더만을 익혔단다.?

    ?그런데 어떻게 컨트롤 웨더만을 익힌 사람이 칠인회의 회주가 될 수 있었던 거지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긴 하지만 웨더리우스는 컨트롤 웨더만으로도 충분히 회주

    에 오를 만한 사람이지. 그는 내가 만들어낸 세 가지 방법과 같이 하나의 연구를 밀고 나간

    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잠시 그에 대해 이야기해 주도록 하지. 옛날에 이 사부와 웨더리

    우스는 사이가 별로 안 좋았기 때문에 한번 대판 싸운 적이 있었단다. 컨트롤 웨더밖에 모

    르는 웨더리우스를 비웃으며 마음껏 공격하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컨트롤 웨더에 호

    되게 당한 적이 있었지.?

    ?컨트롤 웨더에요? 그건 단순히 날씨만 변형시키는 마법이잖아요??

    라디안은 좀처럼 헤른드가 컨트롤 웨더에 호되게 당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세

    상에 컨트롤 웨더만을 익힌 마법사에게 8서클 마스터의 실력을 지닌 자가 당했다는 이야기

    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헤른드의 말을 들으면서 라디안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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