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7화 (17/247)

16장 봉인된 마신

마계의 마궁.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가 머물던 성으로 거대한 마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현재 그 성의 주인은 크레이져의 뒤를 이은 마신 라스타였다.

거대한 의자에는 보통의 인간보다 몇 배는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는 이가 앉아 있었는데,

강대한 마력을 뿜고 있는 그가 바로 전 마계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신 라스타였다.

마신 라스타 옆에는 그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는 암흑 신관 유리마가 서 있었고, 그 밑으로

여덟 명의 상위 마족들이 양쪽에 시립하고 있었다.

검은색의 카펫 가운데에는 상위 마족으로 보이는 마족 기사가 붉은색의 플레이트 메일을 입

고 라스타에게 예를 표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의 뒤로 검은 안개가 형성되며 한 사람

의 모습이 드러났다.

예를 표시하고 있던 마족은 놀라 검을 뽑고 그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 몸이 마비

되는 것을 느끼며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갑작스런 현상에 놀란 그들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뭐지??

?하베드 장군, 그는 라스타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던 분입니다.?

당황하는 하베드 장군에게 그 정체를 가르쳐 준 사람은 바로 암흑 신관 유리마였다.

유리마는 성안으로 난입한 불청객이 마신 라스타가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하베드라 불리는 상위 마족의 몸을 순식간에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상위 마족인 자신을 눈 깜짝할 새에 마비시킨 유리마를 보며 하베드는 두려움을 느껴야 했

다. 광대한 마력을 가진 상위 마족을 마법으로 마비시킨다는 것은 웬만한 능력이 어니고서

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유리마가 마법을 풀자 마비에서 풀려난 하베드는 라스타에게 예를 표한 후 옆으로 가 시립

했다.

검은 안개에서 나온 인물은 라스타에게 가 정중하게 예를 표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사이온

항구에 출현한 트롤을 보며 한탄을 내뱉던 루드웨어였다.

?마계의 지배자이신 라스타님께 인사드립니다.?

루드웨어의 인사를 가벼운 손짓으로 받은 라스타는 그를 보며 말했다.

?마계에는 그다지 오고 싶지 않았을 텐데??

?물론입니다. 인간의 몸으로 살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곳이니까요.?

?그래, 무슨 일로 왔는가??

?아시리라 믿습니다.?

루드웨어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는데 그것을 보고 있던 유리마가 입을 열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다. 계속 시간을 보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도는 루드웨어, 너 역시 잘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마계의 군대를 직접 보내는 것보다는 무리하지 않다고 본다, 유리마. 그 일을 루덴

스에게 맡기지 못했던가??

루드웨어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라스타님의 대리자 신분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한때 인간이었던 자. 냉혹해지지

못한 그로서는 무리한 일이다. 이미 크샤스는 파멸의 문을 열고 있다.?

?파멸의 문…….?

?인간계가 파멸한다면 인간은 물론 마족 역시 그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네 녀석이 아닌가. 가뜩이나 신성한 기운에 오염당한 마계는 조금씩 멸망해 가고 있다.

이제 마족들이 살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인간계뿐인데 어떻게 크샤스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말에 루드웨어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크샤스란 자의 야망 때문에 무의미하

게 사람이 죽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한 달의 시간을 저에게 주신다면 크샤스가 하려는 일을 막아보겠습니다.?

루드웨어는 라스타에게 정중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것이 실패했을 때의 결과를 잘 알지 않느냐. 넌 네가 살리려 하는

자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가? 마족의 생도 중요하지만 지상계의 인

간조차 아끼는 것은 라스타님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이 없는 지상계는 더 이상 지상계로서

존재할 수 없으니까. 이것은 인간들을 위한 전쟁이기도 하다.?

?너의 말이 틀리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마계의 대군이 몰려와 크샤스의 야망을 막는다면

마족은 더 이상 지상계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세계를 구하기 위함이지만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한 나라를 파멸시킨 마족을 인간들이 받아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마 그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마령을 공격하게

되겠지. 유리마, 넌 이것을 바라는가??

?마족의 군대가 크샤스의 야망을 막지 않고 네 녀석이 일을 잘 처리한다 해도, 네가 말하

는 일은 마령이 존재하는 한 생겨날 것이다. 우린 잠시의 시간이라도 더 늘려야 하기에 이

런 일을 벌이는 것이다. 지금의 크샤스를 막지 않으면 네가 말하는 죽음의 시간은 더욱 빨

리 다가올 것이다.?

루드웨어가 반박하려고 하자 라스타는 더 이상의 설전을 듣고 싶지 않은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마신 라스타는 날카로운 눈으로 루드웨어를 노려보며 말했다.

?인간이여! 자네에게 묻겠다. 그 손으로 크샤스의 음모를 막을 수 있는가??

?인간의 일은 인간의 손으로 해결해야 할 일. 마족의 힘으로 그것을 막는다고 해도 세계의

멸망은 멈추지 않으리라 봅니다.?

루드웨어의 말에 라스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네가 말한 대로 한 달의 시간을 주겠다. 하지만 자네의 손으로 크샤스의 음모를 막

지 못했을 때는 크샤스의 음모가 아닌 마계의 마족들에 의해 지상계는 소멸할 수밖에 없음

을 명심해라.?

?감사합니다.?

그 말과 함께 루덴스의 몸은 다시 검은 안개에 감싸여 사라져 갔다.

유리마는 라스타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라스타는 그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다. 인간들의 일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라스타의 결정은 숭고한 것. 마족의 일 인으로서 라스타의 결정에 더 이상의 불만을 품을

순 없었다.

쪹 쪹 쪹

사이온 항구의 도시는 트롤 군대에 의해 파괴되고 있었다. 마계에서 파견된 트롤은 지상계

의 트롤보다 몇 배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싸움다운 싸움을 해보지 못한 사이온 항구의

경비대들은 간신히 트롤의 군대와 대적을 하고 있을 뿐 수백 마리의 트롤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롤들은 파괴 행위를 계속하며 사이온 항을 파괴해 나갔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십여

일 내에 왕궁까지 밀고 들어올 기세였다.

아이샤는 트롤들의 파괴 행위를 막으며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있었고, 로노와르는 한 떼의

무리에게 브레스를 내뿜고 있었지만 다크 엘프의 마법으로 거의 무산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저희들을 방해한다면 루드웨어님의 일행이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다크 엘프는 로노와르가 뿜고 있는 브레스를 실드로 막으며 말했다.

?더 이상의 파괴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 다크 엘프여, 물러나라.?

?흥! 고작해야 헤츨링의 힘으로 저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브레스의 기운이 사라지자 다크 엘프는 실드를 없애고는 수십 개의 파이어 볼을 만들어내어

로노와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몇 개의 파이어 볼은 피할 수 있었지만 연이어 날아오는 것은 피하지 못하고 적중당해 로노

와르는 불길과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본 아이샤는 급히 정화력을 사용하여 불길을 꺼뜨린 후, 큰 상처를 입은 로노와르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사라져 주셔야겠습니다. 더 이상의 방해는 용서할 수 없으니까요.?

그 말과 함께 다크 엘프는 로노와르들을 향해 다시 파이어 볼 주문을 외웠다.

마력이 형성되며 수십 개의 파이어 볼이 만들어지더니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급히 사이야

가 실드를 형성시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다크 엘프의 파이어 볼을 막기에는 불가능하게

보였다.

?제길!?

아이샤는 죽음을 느끼고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엄청난 빛의 보호막이 그들의 몸

을 감싸더니 다크 엘프의 파이어 볼을 튕겨냈다.

?누구냐!?

자신의 파이어 볼을 튕겨낸 자가 만만치 않은 자임을 느낀 다크 엘프는 보호막이 만들어진

마력의 근원지 쪽을 보며 소리쳤다.

?라스타님의 허락을 받아냈다. 다크 엘프여, 마계로 돌아가라!?

다크 엘프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아이샤들을 보호한 실드가 바로 루드웨어의

것임을 안 다크 엘프는 일이 틀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루드웨어는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한 달의 시간을 받았다. 돌아가라.?

그 말에 다크 엘프는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루드웨어님이 거짓말을 하실 리는 없고… 라스타님께서 그런 결정을 하실 줄은 몰랐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말한 다크 엘프가 휘파람을 불자 트롤들이 파괴 행위를 멈추더니 모여들기 시작했

다.

?일종의 경고 정도로 이곳을 파괴하려고 했더니 그것마저 막는군요. 그럼 한 달 뒤에 보도

록 할까요??

그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하고는 주문을 외워 검은 안개로 트롤 군대를 감싸더니, 순식간

에 수백 마리의 트롤들이 사이온 항구에서 사라졌다.

사이야의 치료 주문으로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문 로노와르는 사이야와 함께 루드웨어에게 다

가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라스타에게 허락을 받았다는 건 뭐고 한 달의 시간이란 건 또 뭐

야??

루드웨어는 로노와르와 아이샤의 표정을 보고 말해 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좋아, 얘기해 주지. 장소를 옮길까??

루드웨어는 텔레포트 주문을 외워 도시의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차피 너희들의 도움도 필요해. 로노와르, 내가 왜 너를 이런 곳들로 데리고 다니는지 알

겠니? 헤츨링을 밖으로 데리고 다니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야.?

?그야… 잘 모르겠어. 맨 처음에는 성체가 된 나와 진짜 결혼하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

지. 하지만 겨우 2, 3년 정도만 기다리면 되는데 왜 굳이 이렇게 서두르나 하고 이상하게 생

각했을 뿐이야.?

그 말에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네 녀석이 성체가 되는 것뿐이라면 2, 3년 정도를 기다려도 상관이 없지.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더군. 내가 로아냐드 황성의 궁정 마법사라는 편안한 자리를

버리고 너에게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야.?

?나의 힘??

?현재 크샤스는 드래곤 하트를 모으고 있어. 그 때문에 네가 아는 것처럼 아크라시마를 죽

인 거지. 아마 그 후에도 여러 드래곤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었을 거야.?

?뭐?!?

로노와르는 루드웨어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크샤스는 자신의 생각을 세계에 펼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지. 힘이 모자랐던 거야. 그 때

문에 그는 강대한 힘을 필요로 했고, 그런 생각으로 절대로 손을 대지 말아야 할 힘에 손을

대고 말았다.?

그의 말에 가만히 있던 아이샤가 입을 열었다.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의 힘 말입니까??

아이샤는 루드웨어가 말하려고 있는 바를 짐작하고 있었다.

?사실 제가 신전에서 나온 것도 엄청난 어둠의 힘을 누군가 개방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

이죠. 대신관님은 그것을 확인하라고 여행을 보냈고, 그 와중에 전 당신을 만난 겁니다. 당

신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그런 낌새를 알아챘다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당신을 따라다니

고 있었던 거죠.?

?그래. 크샤스는 드래곤 하트로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를 깨우려 하고 있지. 아니, 깨운다기

보다 그 힘만을 얻으려 하고 있어.?

?궁극의 마신을 깨우지 않고 힘만을 얻으려 한다고??

로노와르의 말에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궁극의 마신의 힘은 천신 레이뮤의 힘에 버금간다. 그것은 절대 인간이 가

질 수 있는 힘이 아니며, 또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아니야. 그리고 성공했다 해도 문제가

생기는데 그것은 크샤스가 궁극의 마신의 힘을 얻는다면 그것은 절대악을 지닌 마족의 각성

을 뜻한다.?

?절대악을 지닌 마족의 각성??

?그래. 과거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가 봉인당하기 전 마계의 마족들은 철저한 파괴 본능만

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족들을 두려워했고 마족들을 없애기 위해 천

신에게 동조한 것이지. 하지만 크레이져가 봉인당한 후 그 철저한 파괴 본능은 사라졌고 마

족들은 인간들과 어울려 살 수 있게 되었지. 만약 크레이져의 힘이 되살아난다면 마족들은

다시 철저한 파괴 본능이 되살아나 인간계에서 대살육을 벌이게 된다.?

그의 말에 아이샤와 로노와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단순한 트롤 군대만으로도 그 무서움

을 느낄 수 있었던 그들이었기에 마족의 군대가 인간들을 살육한다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도 다른 한 가지의 이유는 세계의 균형에 있다.?

?세계의 균형??

?신마전쟁 당시 천신 레이뮤와 마신 크레이져의 힘은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대로 진행되

었다면 수십만 년 간 두 신은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오크 족 중 한 명인 콜리드

에 의해 무너지면서 레이뮤는 크레이져를 봉인할 수 있었지. 내가 말하는 문제는 여기에 있

다. 봉인의 과정에서 천신 레이뮤가 소멸되었다는 것에 말이야.?

아이샤는 그 말을 듣고는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루드웨어가 말하고 있는 것은 현재

지상계에는 알려지지 않는 천계의 비화였기 때문이다.

?천신 레이뮤님의 강림이 수백 년 동안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소멸당하신 거지. 이때 크레이져가 봉인에서 풀려난다면 그것은 두 세계의 힘의 천칭이

기울어지고 말아. 바로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지. 신계는 물론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

상계까지 말이야.?

?그런 일이!?

?현재의 마신 라스타는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마계는 천신 레이뮤의 힘에 멸망의 기로

에 다가서고 있다. 오로지 그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지상계뿐이지. 하지만 이런 이유들로 파

괴 본능이 되살아나 인간계를 파괴한다면 마족들은 영원히 살 수 있는 땅을 잃게 되지. 물

론 그전에 인간들은 마족에 의해 멸망한 후겠지만.?

?그럴 수가…….?

?또 크샤스가 온전히 크레이져의 힘을 컨트롤한다고 해도 절대악의 힘은 크샤스 역시 절대

악의 존재로 바꾸어놓는다. 절대악의 존재는 천신의 힘과 상반된 존재. 그는 인간은 물론 신

계까지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 하겠지. 이것은 그가 꿈꾸고 있는 사상과는 반대가 되는 일

이다.?

아이샤는 아직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얼굴을 하면서 루드웨어에게 물었다.

?마신이 보낸 군대를 거부하는 이유는 뭐야??

?북극의 땅은 크레이져의 봉인 지역이다. 이곳에 마계의 마족들마저 통솔할 수 없는 마족

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크레이져의 봉인지에서 흐르는 마의 기운 때문이지.

만약 이곳에서의 마족들이 대량으로 인간들을 살육한다면 그 한과 파괴 본능은 모두 크레이

져에게 흡수된다. 그만큼 봉인 해제의 힘이 늘어난다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은 마족들

의 힘이 아닌 인간들의 힘으로써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야.?

?왜 크샤스는 자신이 마인이 될 것을 감수하고 크레이져의 힘을 얻으려 하는 거지??

아이샤의 말에 루드웨어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힘에 눈이 멀었다고나 할까? 그의 과거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현 세

계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마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겠지.?

루드웨어의 이야기를 한참을 듣고 있던 로노와르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머리를 잠시 두들기

고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왜 나의 힘이 필요한 거야??

?아! 말해 주지. 로노와르, 너의 힘이 필요한 건 봉인 해제의 힘의 흡수에 있다.?

?힘의 흡수??

?그래. 봉인에 쓰이는 강력한 마나의 원천이 되는 매개체의 힘을 네가 흡수해야 한다는 거

지. 보통의 성체 드래곤으로서는 불가능하지만 헤츨링은 아직 불완전의 존재. 모든 드래곤

중에서 너만이 봉인 해제에 쓰이는 힘을 흡수할 수 있다. 이해되니??

?조금. 그런데 그 힘이 뭔데??

로노와르의 물음에 루드웨어는 잠시 말을 끊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말해 줄 수 없지만 언제가는 말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 주라.?

쪹 쪹 쪹

시스 일행은 자신들을 고용한 북극령의 왕 크샤스가 한 의뢰대로 드래곤을 잡고 있었다.

로나냐드 북부의 산맥 카이도스의 중턱에 위치한 레어에 사는 실버 드래곤 아키라스는 침입

자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레어 밖의 마법 트랩으로 충분히 처리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들 중에 꽤 고서클의 마도사가 있었는지 마법 트랩은 모두 해제되었고,

근처에 있던 마물들도 순식간에 당해 버렸던 것이다.

그들이 레어 안으로 들어오자 상대하기 만만찮은 인물들이 찾아왔다는 것을 느낀 아키라스

의 얼굴은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힘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그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리석은 인간들! 감히 나의 레어에 침입하다니!!?

?헹! 어리석은 인간이라… 그런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목이 달아나는 네 녀석들은 도대체

뭐냐??

아키라스는 그의 말에 퍼뜩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고 있는 다른 드래곤들이 생각났다.

?설마 요즘에 일족이 사라진 것은 모두 너희들이 짓이었냐!?

?하하하! 역시 혼자 사는 녀석들답게 소식이 조금 늦군.?

?이 녀석들!?

아키라스는 자신을 비웃는 그들을 보며 노기를 치솟아올라 자신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브레스를 뿜었다.

?매직 실드!?

라디안은 그사이에 조금 더 실력이 늘었는지 자신있게 준비해 둔 것을 실행했다. 실버 드래

곤의 브레스를 순식간에 실드로 막은 라디안은 시스에게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브레스가 약해졌다! 파르가! 크레이드!?

시스의 외침과 함께 파르가와 크레이드가 뛰어나가 실버 드래곤의 다리를 공격했다. 이미

많은 드래곤들을 상대해 왔던 두 사람은 시스의 지시를 정확하게 따르며 실버 드래곤 아키

라스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었다.

?쿠아악!?

다리를 베여 움직임이 봉쇄되어 버린 아키라스는 마지막 이동 수단인 날개를 이용하여 강풍

을 만들어 그들을 단숨에 날려 버리려고 했지만, 그사이에 이미 시스의 몸은 날아올라 실버

드래곤의 머리 위에 나타나 있었다.

?마지막이다!?

시스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할버드를 내려쳤고, 실버 드래곤 아키라스는 외마디 비명도 지

르지 못한 채 목이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휴…….?

그제야 라디안은 실드를 해제하고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것도 하다 보니까 좀 느는군. 시안, 뭐 해!?

파르가의 말에 시안이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알았어, 알았다고. 어디 좋은 아이템이라도 없나??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는 시안의 뒤를 크레이드는 언제나 그랬듯이 살금살금 쫓아갔는데, 역

시 얼마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크레이드의 볼이 붉어져 나타났다.

?진전이 없구나, 진전이.?

?아! 시안은 언제쯤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인가!?

한탄하던 크레이드는 드래곤의 머리 위에 올라가 앉았다.

?그나저나 크샤스 폐하는 왜 드래곤을 잡아오라는 거지? 벌써 일곱 마리째잖아.?

?모르지. 주군의 마음을 이 어리석은 신하들이 알기나 하겠냐??

크레이드의 중얼거림에 파르가는 한 방 쏘아주고는 라디안을 보며 물었다.

?라디안, 넌 뭐 좀 알겠냐? 아무래도 본 드래곤 군대라도 만들 모양이지??

?설마요? 본 드래곤을 만들려면 실력있는 네크로멘서 수십 명은 필요한데, 네크로멘서는

그 자체가 길드 조약 위반이기 때문에 본 드래곤이 나타나면 대륙 마법 길드를 적으로 돌려

버리는 일이 되는 거라고요. 또 그게 아니더라도 대륙에는 네크로멘서가 수십 명이나 있지

도 않다고요. 많아야 열 명 내외라고 보고 있거든요.?

?그렇지. 또 본 드래곤을 만들었다가 드래곤들의 군대에 습격당하기나 하겠지. 우리가 사냥

하는 것은 무시한다고는 해도 본 드래곤이라면 사정이 다를 거야. 용들은 죽으면 정령계로

간다고 믿는데, 본 드래곤이 되는 것은 그것을 방해하는 일. 아마 동족의 죽음에 신경 안 쓰

는 녀석들이라고 해도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니 가만히 있진 않겠지.?

?그렇죠. 죽으면 정령의 문으로 간다고 믿고 있는데 본 드래곤은 그런 드래곤의 안식을 파

괴하는 거니까요.?

?그럼 뭐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잖아.?

?글쎄요. 드래곤 본이나 비늘을 이용하여 드래곤 슬레이어나 갑옷을 만드는 것도 아니라면

아마 무슨 제의 의식을 행할 것 같은데요??

?제의 의식??

?예. 드래곤 하트는 강대한 마력을 저장하고 있는 저장고와 같은 것이라서요. 봉인되어진

고대의 존재를 깨우려면 드래곤 하트 정도의 힘이 필요하죠.?

라디안의 말에 시스가 다가와 물었다.

?봉인되어진 고대의 존재? 세상에 그런 존재가 있기나 하냐??

?글쎄요. 저 역시 봉인되어진 존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지만요, 몇 개 정도는 알고 있

죠.?

?몇 개??

?예. 불, 바람, 물, 대지의 4원소의 신검 역시 봉인되어진 존재이고, 더 무시무시한 존재 중

에는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가 있죠.?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라… 그들 중에서 여러 개의 드래곤 하트로 풀 수 있는 봉인 존재는

어떤 게 있을까??

그들의 말에 궁금증을 느낀 시안이 와서 묻자 라디안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4원소의 신검이야 선택된 자가 아니면 풀 수 없고, 또 그 장소도 모르니 드래곤 하트로

풀 수 있는 존재라면, 고대 마도 왕국을 멸망시킨 어둠의 왕이라 불린 헤키도스하고, 역시

고대왕국의 대마법사 시오드라드, 마계의 일급 신인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 정도지요.?

?앞에 두 녀석은 모르겠지만 크레이져를 깨웠다간 인간계가 멸망하는 거 아니야??

?절대악의 존재이니 천신 레이뮤님이 상대해 주시지 않고 확실히 깨우면 멸망한다고 봐야

죠.?

?뭐, 안 좋은 일을 꾸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시안의 말에 시스가 다가와서 말했다.

?새삼 우리가 걱정할 것도 아니야. 크샤스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어머! 주군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도 돼요??

?어때, 듣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우리들은 돈 받고 고용된 놈들 아니겠어? 보아하니 우리

들이 죽는 것도 별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아니지, 죽으며 더 좋아할 것 같

아. 돈 안 줘도 되니까.?

시스의 말에 라디안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크샤스님을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아! 라디안은 오호사의 일원이었지? 떠돌아다니는 용병인 우리와는 조금 다르군. 그건 그

렇고, 오호사들은 어떻게 모인 거냐??

시스의 물음에 라디안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글쎄요. 어느 사이엔가 간부급 다섯 명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저 역시 크샤스님의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는데 마법의 탑에서 엘레이나 누나가 와서 재밌는 일이 있으니

오라고 해서 간 거거든요.?

?재밌는 일??

?예. 사실 그때까지 마법의 탑에서 지루하게 보냈었거든요. 장로님들 시중드는 것도 지겨웠

었는데, 엘레이나 누나가 부르니 그냥 간 거죠.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나 할 거라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생물을 죽인다는 것은 별로 내키는 일이 아니니까요.?

?어쨌든 아는 누나라서 벗어나지도 못하겠구나.?

?엘레이나 누나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친누나처럼 친했던 사람이라 부탁을 거절하기가 조

금 어렵거든요.?

?그나저나 오호사의 힘이 모이면 크레이져의 봉인을 푸는 것도 별문제는 되지 않겠네??

시안의 말에 라디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력 운용에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드래곤 하트가 있다면 문제는 없겠죠.?

라디안의 말을 듣고 시스는 한참을 생각하다 물었다.

?루드웨어란 마법사가 있다면??

?드래곤 하트 정도는 없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10서클의 마도사라면 마력 또한 엄청날

테니까요. 어차피 오호사의 고위 마법사들이 모여 드래곤 하트를 움직인다고 해도 30% 정

도의 힘을 쓴다면 잘 쓴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사람 정도의 능력이라면 드래곤 하트의 힘을

100% 모두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강하냐??

파르가가 놀라며 묻자 라디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해도 마법으로는 9서클 마스터 이상의 힘은 내지 못할 정도니까요.

그 사람은 이미 드래곤의 경지를 넘어선 마법을 지녔다고 할까요.?

?뭐야! 인간이 아니잖아!?

?누나의 말을 듣는다면 자칭 드래곤의 마법사라니까요. 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 드

래곤의 마법사라고 할 수 있겠죠. 그가 마음먹는다면 혼자의 힘으로도 아마 대륙에 이름있

는 왕국 정도는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재밌군. 그건 그렇고 요즘 오호사 소속의 마법사들이 바쁘게 움직인다며??

?예. 칠인회와 직접적으로 마찰이 있었으니까요.?

?칠인회??

?예. 대륙 마법 길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마법 단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대륙 마법 길드

가 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지 않으니 칠인회가 최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에요. 아마 저

희들이 잡은 드래곤의 사체를 처리하는 도중에 마찰이 있었던가 봐요.?

?그래? 오호사도 바쁘겠네??

?최대한 칠인회와의 마찰이 없도록 노력은 하고 있지만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칠인회

측에서는 아마 회주의 지시가 있어서 오호사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하고 있으니까요.?

라디안이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열심히 받아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레어의 문 쪽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시스의 일행들은 박수 소리에 놀라 병기를 손에 들고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어느 사이엔가 박수 소리의 주인은 그들의 뒤쪽으로 와서 말하고 있었다.

?당신들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시스들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빠른 움직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뒤쪽에 나타난 인물은 후드를 둘러쓰고 긴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마법사였는데

로브에는 일곱 개의 무화과 잎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것을 본 라디안은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치, 칠인회??

라디안의 말에 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칠인회의 표식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상당히 능력있는 마법사이

실 테니, 음… 어린 나이에 능력 좋은 마법사라면 오호사의 간부 중 한 사람인 라디안 군이

겠군요??

그의 말에 라디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께 소개하지요. 전 칠인회의 대외 대리인 레드론이라고 합니다.?

?대외 대리인? 설마 당신이 8서클의 마스터라 알려진 사람인가요??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물론 일곱 회주님에 비하면 아직은 약한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대륙에서는 저의 이

름이 조금은 알려져 있더군요.?

?무슨 일이지??

시스가 그의 목에 할버드를 들이대며 묻자 무섭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사방으로 손을 내

저으며 말했다.

?아! 싸우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주님의 지시로 당신들의 작업을 멈추어주었으면

해서 왔지요.?

?작업을 멈추어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시스는 그를 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하지만 할버

드를 목에 대고 있음에도 할 말은 해야 하는지 레드론은 다시 그에게 말했다.

?예. 당신들은 지금 당신들이 하는 작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글쎄, 우리는 위에서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니 알 수는 없지.?

그 말에 그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하하하, 정답이군요.?

그 말과 함께 그는 마법 지팡이를 들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시스는 그것에 놀라 할버

드로 그의 목을 베어버리려고 하자, 그 모습에 놀란 라디안이 그들을 막으며 말했다.

?공격 주문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하는군요.?

라디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드론의 주문이 끝났는지 레어 바닥에서 물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샘 정도의 크기가 된 물은 뿌옇게 흐려지더니 어느 곳의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안개 속에서 보이는 사람 중 한 명은 오호사의 일 인이자 다섯 명 간부 중 한 명인 기데스

였기에 라디안은 놀라 소리쳤다.

기데스는 다른 오호사의 일원들과 십여 명의 마법사들과 함께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

었는데 마법진의 그려진 룬어와 마법 공식을 한참 생각해 보던 라디안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라디안 군, 당신이라면 저 마법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계시겠죠??

?부활의 마법진이군요. 그것도 거대한 존재의 부활의 의식을 행하려는 마법진이요.?

그 말에 레드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오호사들은 지금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라디안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하면

크레이져가 부활하면 천신 레이뮤가 막지 않는 한 세계의 멸망은 피할 수 없다고 들었기 때

문이다.

?말도 안 돼! 크레이져가 봉인에서 풀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오호사의 다른 사

람들도 알고 있을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것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행하게 되는가 봅니

다. 무엇인가를 얻으려 뒤조차 돌아보지 않는 것이 욕망이니까요.?

그 말에 시스 일행은 용병 생활을 하면서 많이 겪어본 일이었기에 동감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디안, 너의 생각은 어떠니??

일행 중에서 정령사인 시안을 제외하고는 마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라디안뿐이었기에 시스

는 라디안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주군의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일. 대륙에 살고 있는 마법사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

으니까요.?

그 말에 듣고 있던 레드론은 라디안의 건전한 생각에 박수를 치며 칭찬해 주었다.

?역시 라디안님은 다르시군요. 아직 젊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저의 말을 들어주시니 감사

할 따름입니다.?

시스는 그런 레드론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외에 우리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아! 예, 루드웨어 공의 일행을 만나보셨겠지요??

?루드웨어 공? 아, 굉장한 마법사 말이군요.?

?예, 굉장하다고 할 수 있지요. 아무튼 그분들을 다시 한 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레드론의 말에 시스가 물었다.

?루드웨어란 사람을 아십니까??

?안다면 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할까요? 뭐랄까, 존경한다

고 해야 하나??

?존경??

?예. 마법사로서 최초로 10서클에 다다르신 분이니까요. 또, 그분에겐 제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요.?

?뭔데요??

시안이 재밌다는 듯이 레드론의 바라보며 묻자 그는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하하하, 어여쁘신 레이디께서 그렇게 물으니 쑥스럽군요. 말씀드리지요. 그분은 현재 대륙

에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마법 조직의 창시자이시니까요.?

?예? 설마……??

라디안이 그 말에 놀라 묻자 그는 자신의 로브에 새겨진 일곱 개의 무화과를 가리키며 말했

다.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을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저희 칠인회의 일곱 회주님은 모두

루드웨어님의 제자 분들이지요. 그러니 칠인회 소속인 제가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

니까??

그 말에 시스 일행은 모두 놀라고 말았다. 비밀 속에 감추어져 있는 거대 마법 조직의 수장

이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한 루드웨어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은 것이다.

?말도 안 돼요. 루드웨어 씨의 모습은 이십 대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분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안 된답니다. 그렇게 보이시긴 하지만 실제 나이는

백 세가 넘으신 분이랍니다.?

마력을 통해 젊음을 유지한다는 말은 들었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라디안은

좀처럼 레드론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말을 마친 레드론은 다시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더니 레어의 입구에서 다시 나타났

다.

?아무튼 루드웨어 공을 만나보시면 알게 될 테니 전 이만 사라지도록 하지요. 아! 라디안

님.?

?예??

?저와 함께 칠인회 중앙 지부로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예? 칠인회 중앙 지부요??

?예. 사실 요즘엔 능력있는 신진 마법사들이 들어오지 않는 형편이거든요. 저만 해도 능력

없는 놈이라고 요즘에 회주님에게 욕을 듣고 있는 처지라서 말입니다.?

?설마요.?

라디안은 그의 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뭐, 여기서 9서클을 넘어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답니다. 물론 회주님 중에서도 9서클을

마스터하신 분은 없으시니까 문제는 없는데, 그게 다 질의 문제라서요.?

?질의 문제요??

?예. 오호사의 일원 중에 라디안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회주님께서 데리고 오라

고 성화라서 루드웨어님의 일도 있고 해서 찾아뵌 겁니다. 앞으로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라도 라디안님의 능력을 조금은 앞당겨서 발전시켜야 한다랄까요.?

?아!?

라디안은 마법의 탑에서 마법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뛰어난 스승이 없었기 때문에 거의 독학

으로 이 정도의 수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칠인회의 회주 정도의 스승이 있다면 현재의 수준보다 더 높은 마법 수준을 가

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라디안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요.?

?그럼 잠시 헤어지도록 하죠.?

라디안이 말하자 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보다 더 능력이 좋은 동료를 갖게 되면 우리도 편리하니 보낼 수밖에 없겠군. 라디안,

잘 배우고 오도록 해라.?

?예.?

레드론과 라디안이 텔레포트를 이용해 사라지자 시스는 시안을 보며 말했다.

?드래곤 사냥은 이제 그만두고 루드웨어란 사람을 찾아야겠군. 다시 북극의 땅으로 갈

까??

?그러지.?

?아! 잠깐! 레어에서 보물을 들고 와야 될 거 아니야. 좀 기다려 줘.?

?거참, 빨리 챙기라고, 시안!?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찾기 위해 레어 안으로 몸을 돌리는 시안의 뒤로 시스의 말이 울려 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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