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6화 (16/247)
  • 15장 얼음성의 주인 크샤스

    드래곤이라는 거대 생물의 출현으로 평상시보다 바빠진 얼음성의 병사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밥 한 끼 먹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병사

    들의 한쪽은 드래곤의 시선을 끌고 한쪽은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한 공성병기를 꺼내 가지고

    와 헤츨링 로노와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헤츨링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성체가 다 되어가는 로노와르였기에 보통의 공성병기 정

    도야 로노와르의 강철 같은 피부를 뚫을 수는 없었지만, 때린 데 또 때리는 전통적인 가격

    방법을 계속적으로 사용하여 충격이 쌓인다면 로노와르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

    다.

    로노와르는 인간들을 상대로 지상에서 하는 싸움은 다소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공중으로 올

    라가기 위해 덜 자란 날개를 파리 날갯짓하는 양 젓기 시작했다.

    드래곤이 날개에서 나오는 거대한 광풍은 지상에 있던 사람들을 날려 버릴 정도로 강한 돌

    풍을 일으켰고, 병사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이미 로노와르는 하늘 멀리 사라진 후였다.

    로망스에서 흔히 나오는 드래곤의 전투법에 나와 있듯이, 드래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면 공

    격하는 방법은 몇 가지 없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 한 가지는 거대한 몸을 빠르게 하강시키

    며 일정한 지역에 브레스를 뿜는 방법으로, 경비대장 역시 로노와르가 그런 식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리쳤다.

    ?하늘에서 하강하여 브레스를 내뿜을 것이다! 대궁을 장전하여 하늘을 향해 쏠 준비를 해

    라!?

    드래곤이 사라지자 경비대장은 대궁을 장전케 해서 드래곤의 하강 공격을 대비하기 시작했

    다.

    그러나 똑똑한 경비대장은 루드웨어 일행인 로노와르에 대해서 한참을 착각하고 있었다.

    ?꽤 하지 않냐??

    ?대륙의 소국 정도에 가면 아마 기사단장쯤 되어 있을 사람 같아.?

    루드웨어의 말에 아이샤는 수긍하며 말했다.

    ?근데 한참을 잘못 짚었지.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뻔히 들여다보이는 하강 공격을 하겠

    냐.?

    ?그건 그래.?

    그렇게 말하고 있는 둘의 뒤에는 로노와르가 투덜거리며 앉아 있었다.

    ?뭐야! 아직도 삐친 거야.?

    ?위에서 브레스 몇 번이면 끝날 일인데 왜 그런 거야??

    병사들의 시선을 위쪽으로 돌린 후 로노와르는 폴리모프로 다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성벽에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재밌잖아. 한 십 분 동안 하늘을 보고 있으면 속았다는 것을 깨닫겠지. 자, 이제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자.?

    루드웨어 일행은 거의 모든 경비대의 시선이 드래곤의 하강 공격에 대비해 하늘로 쏠려 있

    는 틈을 타 유유히 얼음성 안으로 들어갔다.

    루드웨어가 그런 것을 보며 그냥 지나가겠는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병사 한 명이 힘든 표정을 지으며 잠시 고개를 내리려 하자 루드웨어가

    그의 등 뒤에서 호통을 치며 말했다.

    ?뭐 하는가! 언제 드래곤이 내려올지 모르는데 고개를 내리려 하다니 말이야!!?

    ?헉! 죄송합니다!!?

    ?계속 하늘을 주시하고 있어라! 앗! 하늘에 검은 점이 보이는 것 같군.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라고.?

    ?예!?

    루드웨어의 말에 활을 들고 위를 쳐다보고 있던 경비병은 상대의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하

    늘만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그런 모습에 루드웨어는 키득키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궁 안에 있던 경비병들은 모두 갑자기 난입한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몰려갔기 때문에 경

    비병들이 없는 궁전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괜찮은 생각이었잖아. 동방에서는 이런 것을 금선탈각의 계라고 하더라구. 동서양의 모든

    서적을 탐독한 천재 마법사. 아! 눈물 나온다.?

    ?할 말이 없군.?

    좋잖아? 편하게 얼음성 안으로 들어오고 말이야.?

    루드웨어는 자신의 계략에 만족했는지 연신 자랑하며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크

    샤스는 역시 루드웨어에게 속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는 그들의 앞에 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사들 중 갈색 머리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자가 루드웨어 일행을 기다렸다고 말하자 그는

    애석하게도 자신의 계략에 속지 않은 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아깝군.?

    루드웨어가 안타까워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께서 오신 것은 이미 항구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성문의 경비대장에게

    여러분들이 오시면 정중하게 안내하라 전해두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엉뚱한 곳으로 들어오

    시는 바람에 큰 실례를 범하게 됐군요.?

    기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헛된 고생에 열이 뻗친 아이샤와 로노와르의 주먹이 루드웨어의

    안면을 가격하고 있었다.

    ?우… 네가 저런 녀석을 믿고 이런 곳에 들어오다니… 씩씩!?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얼빠진 마법사가 됐네요.?

    두 사람의 분노 어린 시선을 받으며 루드웨어는 시작하기도 전에 크샤스에게 일격을 맞았다

    생각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소동 끝에 루드웨어의 일행은 기사들에게 안내되어 얼음성의 주인인 크샤

    스 하르베이드가 있는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집무실은 얼음의 성이라는 이름답게 여기저기 얼음으로 조각되어 있는 장식들이 놓여

    있었고, 그 사이로 깔려진 붉은 카펫의 끝에는 역시 투명한 얼음으로 조각되어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은백색 머리 청년의 모습이 보였

    는데, 루드웨어 일행은 그 은백색 머리의 청년이 바로 크샤스 하르베이드라 짐작할 수 있었

    다.

    ?얼음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가 환영의 말을 던지자 루드웨어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희들이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계셨군요.?

    ?예. 루덴스에게 들렀다면 당연히 저를 찾아오셨겠죠.?

    그 말에 루드웨어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크샤스의 정보망이 생각보다 대단했기 때

    문이다.

    그는 잠시 좌중에 있던 사람을 훑어보고는 로노와르를 향해 말했다.

    ?오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로노와르님을 위해 한말씀 드린다

    면, 로노와르님은 빨리 성체가 되고 싶어하시던데 그런 소원은 들어드리기가 어렵게 때문에

    몇 가지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말씀드리지요. 헤츨링이 성체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

    ?예. 한 가지는 정해진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는 로노와르님의 시간은 3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머지 방법은??

    ?염원이지요.?

    ?염원이요??

    ?예. 일종의 드래곤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성체가 되지 못한 헤츨링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곤 약하디약한 브레스뿐이지요. 진정한 용언의 힘을 쓰기 위해선 헤츨링의 기간인

    500년이 지난 후 로드에게 용언의 권능을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용언은 본래 드래곤들의

    천성적인 능력입니다. 로드의 권능이란 것은 단순히 그 선천적인 능력을 쉽게 쓸 수 있게

    조언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어린 헤츨링이라도 강한 염원이 있다면 신체는 용언

    의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지요. 용언을 얻는 것은 바로 진정한 드래곤 힘을 얻게 되는 것이

    니까요. 물론 아직 로노와르님께서는 그 염원이란 것을 알지 못할 테지만 말입니다.?

    로노와르는 염원이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수백 살이

    란 나이를 먹은 로노와르였지만 헤츨링의 몸으로 레어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그였기

    에 실제의 경험은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자, 루드웨어님 역시 질문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요??

    ?별로. 당신의 모습을 보니 두 번째 질문은 필요가 없겠군요.?

    ?아!?

    ?이미 북극의 대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당신의 충실한 신하로 만든 지금 남은 것은

    한 가지뿐 아닙니까??

    ?알고 계셨군요.?

    ?세이렌을 이용한 세뇌, 생각보다 북극의 마물의 힘을 원활하게 사용하더군요.?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고맙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알고 계신 분을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겠군요.?

    ?예정된 일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요.?

    크샤스가 손짓하자 루드웨어 일행의 주위로 수십 명의 기사들이 검을 들고 뛰어와 둘러싸

    버렸다.

    ?이 정도의 숫자로 저를 공격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되는데요??

    ?물론이지요. 하지만 친위 기사들과 저라면 별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당신은 도망갈 수 있

    을지 모르겠지만 저기 계신 헤츨링 분과 여신관 분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그의 말에 루드웨어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샤스에게서 느껴지고 있는 마력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이미 주위에는 모든 이

    동을 막을 수 있는 차원 프로텍트가 감싸여져 있었고 마력을 흡수하는 흑마석이 여기저기

    박혀 있어 어줍잖은 마법은 여기서는 통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티어라도 한 방 갈길까??

    운석 소환 주문 미티어. 9서클의 주문으로 우주에 있는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뜨리는 광대한

    주문이었다. 현재의 인간들로서는 꿈꿀 수도 없는 주문이었지만, 루드웨어는 10서클의 마스

    터. 미티어는 결코 꿈일 수 없는 주문이었다.

    ?참으십시오. 미티어를 사용한다면 여기 있는 어떤 분도 살아서 나갈 수는 없을 테니까요.

    물론 그것은 당신도 포함됩니다.?

    크샤스가 미티어란 소리에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젓으며 루드웨어에게 그렇게 말하자

    피식 웃음을 터뜨린 루드웨어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군. 타임 스톱!!?

    잠깐의 시간. 9서클의 시간 정지 주문. 이것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물들의 시간을 정

    지시키는 마법으로 9서클 광범위 주문이다. 단, 멈춰져 있는 사물을 움직일 수 없다는 약점

    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타임 스톱이 사라졌을 때는 이미 루드웨어는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라지셨군. 의왼데요? 루드웨어가 당신들을 버리고 떠나실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 빌어먹을 루드웨어 자식!?

    ?휴, 예상은 했지만 진짜 버리고 갔네.?

    로노와르와 아이샤는 루드웨어가 도망가자 한숨을 쉬고 말았다. 그의 본래의 성격대로라면

    충분히 버리고 가기도 남기 때문이다.

    ?그냥 조용히 잡혀주시겠습니까??

    ?무슨 소리!?

    로노와르가 당장이라도 폴리모프를 풀려고 주문을 외우려 하는데, 아이샤가 그의 어깨를 짚

    으며 말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헛된 죽음은 사양하는 게 좋아요. 보아하니 저분도 저희를 죽

    일 마음은 없으신 것 같으니까요. 안 그런가요??

    ?역시 신관답게 사태 파악을 잘하시는군요. 헤츨링을 죽여서 드래곤 일족과 적이 되고 싶

    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얼음성의 특실로 가주신다면 고맙겠는데요.?

    ?그러지요.?

    억울한 로노와르였지만 아이샤의 말대로 여기서 싸운다는 것은 헛된 죽음과 같은 것이었기

    에 로노와르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자 크샤스는 기사들에게 명령해서 그들은 지하 감옥으로 압송해 갔다.

    지하 감옥이라고는 하지만 크샤스의 배려로 생각했던 것―습기가 가득 차고 쥐새끼가 돌아

    다니는―과는 다른, 왕궁에 버금갈 정도로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감옥 안으로 들어갈 수 있

    었다.

    ?도대체 크샤스가 왜 저희를 가둔 걸까요??

    아이샤는 기사들이 사라지자 턱을 짚고는 중얼거렸다.

    ?글쎄??

    그것에 대해서는 로노와르도 알 수 없었다.

    ?가만히 두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가 아닐까??

    어디선가 루드웨어의 목소리가 들리자 로노와르는 놀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루드웨어??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루드웨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

    리는 로노와를 보며 아이샤는 조용히 말했다.

    ?그냥 나와요. 크샤스도 당신이 도망간 것이 아니란 것을 알 테니까요.?

    ?그러지 뭐.?

    순간 로노와르의 몸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다니 빛과 함께 커졌는데, 바로 루드웨어였다.

    ?너, 이 자식! 도대체 뭘로 변한 거야!!?

    자신의 몸에서 루드웨어가 나오자 당황한 로노와르가 소리쳤다.

    ?벼룩. 그 덕에 로노와르의 온몸을 사정없이 살펴볼 수 있었지. 그런데 로노와르…….?

    ?너, 설마…….?

    ?하하하하, 음… 감미로운 육체의 향기. 그런데 말이야, 로노와르, 너 사실 성체로 변할 필

    요도 없었잖아. 미리 말했으면 내가 잽싸게… 후후후.?

    ?너, 이 자식!?

    로노와르가 루드웨어의 말에 흥분하자 아이샤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뭐예요? 저도 가르쳐 줘요.?

    그 말에 루드웨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좀 재밌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무튼 여기서 나가야겠지??

    ?나갈 수 있어? 흑마석도 여기저기 박혀 있고, 보아하니 프로텍트도 있는 것 같은데??

    ?그 정도에? 방금 폴리모프하는 거 봤잖아.?

    ?어차피 나가봤자 경비병들하고 마주치면 또 싸워야 되는데 뭐.?

    ?무슨 말씀. 나에겐 궁극의 이동 마법이 있다는 것을 잊었나 보군.?

    ?설마……??

    ?설마는. 설마 너도 한번 경험해 봤으니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을걸.?

    그 말과 함께 루드웨어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이샤는 반대하고 싶었지만 그것 외에

    는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디멘전 패스!?

    또다시 검은 안개가 그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디멘전 패스를 통해 나온 곳은 전에 왔었던 사이온 항구의 광장이었다.

    ?어? 이번에는 제대로 도착했네??

    ?프로텍트 때문에 필요 이상의 마력을 집중했나 보군.?

    ?응? 그럼 지금까지는??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그러니까 착지가 서툴렀던 거지.?

    그의 말에 아이샤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검은 안개가 그들의 주위에서 생성되

    기 시작했다.

    ?디멘전 패스??

    디멘전 패스는 암흑 마법에 정통하거나 마신을 섬기는 암흑 신관들만이 쓸 수 있는 이동 마

    법이었다. 그 마력의 소모 또한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보통의 흑마술사는 사용하지 않는 것

    이 보통인데 검은 안개의 모습을 보아서는 수백 개의 개체가 이동해 온 것 같았다.

    검은 안개가 사라지면서 모습을 나타낸 그들을 확인한 루드웨어 일행은 놀라지 않을 수 없

    었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수백 마리의 트롤들이었기 때문이다.

    ?트롤… 이들을 지시하는 자가 있을 텐데??

    루드웨어는 지능이 낮은 트롤이 지시하는 인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는

    데 아니나 다를까, 광장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 조각상 위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구냐!?

    루드웨어가 소리치자 그는 크게 웃으며 가볍게 내려오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이시군요.?

    어둠에 가려져 있던 그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은 짙은 갈색의 피부를 보이고 있는 그는 날카로운 눈과 긴 귀를 가지고 있는 엘프의

    반대 속성을 가지고 있는 다크 엘프였다.

    ?다크 엘프였군. 크샤스의 부하인가??

    루드웨어의 말을 들은 그는 상당히 기분이 나빠졌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손을 내저으

    며 말했다.

    ?어떻게 저를 그런 천한 인간의 부하로 볼 수 있습니까. 너무하시는군요.?

    ?그럼 누구지??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고는 제일 앞에 있는 트롤의 어깨 위로 가볍게 뛰어 올라갔다.

    ?이번에 저희가 온 것은 당신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곳의 주인인 크샤스와 연관이 있

    는 일이지요.?

    ?흥! 이 정도의 숫자의 트롤을 이끌고 왔다면 전쟁이라도 할 셈인가??

    ?글쎄요? 하지만 위의 분들은 전쟁을 감수하고 있지요.?

    ?위의 분들??

    ?거기까지.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다크 엘프는 트롤들을 조종해 왕궁 쪽으로 군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드웨어, 저 녀석들이 혹시…….?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크샤스를 무너뜨리려 하는 자들이 있군. 아마 이곳은 저 트롤 군단

    에 의해서 사라지겠지.?

    그 말에 아이샤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루드웨어를 보며 소리쳤다.

    ?그것을 알고도 그들을 그냥 보내줬단 말이야? 이대로 가다간 이곳의 사람들이 죽는단 말

    이야!?

    ?저들을 죽인다고 해도 끝나는 게 아니야. 아마 이번에 온 자들은 그 시작에 불과할 거

    야.?

    ?시작??

    ?그래. 대전쟁의 시작.?

    이윽고 트롤이 사라진 쪽에서 사람들이 비명이 터져 나오고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트롤들의 대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들은 아이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저들을 죽여도 소용없다고 해도 전 사람들의 죽음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아이샤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아이샤를 보고 있던 로노와르는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

    다.

    ?아이샤를 그냥 보낼 거야? 저러다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녀 정도의 실력이라면 죽지는 않을 거야. 로노와르, 넌 폴리모프를 풀고 아이샤를 도와

    라. 난 어디 좀 다녀올 테니.?

    그 말에 로노와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하지만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거야. 빨리 오라고.?

    ?응.?

    로노와르는 폴리모프를 풀고는 아이샤가 사라진 쪽으로 날아갔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루드

    웨어는 하늘을 보며 한탄 같은 말을 내뱉었다.

    ?라스타여, 왜 더 이상 참지 못하는 겁니까.?

    로노와르는 이들이 나타나는 이유를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소리를 내뱉고는 디멘전 패스의

    주문을 외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