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2화 (12/247)
  • 11장 상처를 받은 여신관의 사연

    선착장의 매표소에서 루드웨어와 아이샤 두 사람은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돈 내라.?

    ?내가 왜??

    ?아까 강탈한 235골드 있잖아. 어차피 우리 중에 돈이 있는 녀석은 너뿐이니까.?

    ?설마.?

    아이샤가 돈이 없다는 루드웨어의 말을 못 믿겠다는 투로 말했다. 돈을 잘 쓰지 않는 루드

    웨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여행 자금마저 안 가지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루드웨어는 그런 아이샤의 생각을 간파했는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보였다.

    ?봐.?

    털었을 때 정말 먼지만 나는 주머니. 과연 루드웨어에게 돈이 없었을까. 그것은 아니었다.

    아이샤는 루드웨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치사한 녀석! 아까 화장실 간다고 하더니 텔레포테이션 게이트로 돈을 숨겼구나.?

    루드웨어의 일격에 아이샤는 당했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일단은 자신의 수중에 돈이 있는 것

    을 보였기 때문에 눈물을 삼키며 선원에게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아, 좋다~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은데. 하하하하하!?

    아이샤에게 멋진 일격을 먹인 루드웨어가 크게 웃으며 배 갑판으로 걸어갔고, 그의 뒤를 이

    어 아이샤는 쓴웃음을 지으며 따라갔다.

    ?휴~?

    이 두 사람의 대결 같지 않은 대결을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로노와르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될 텐데, 그걸 견디는 것도 참 고행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

    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천천히 해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로노와르는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묻기

    로 했다. 배에 오르는 루드웨어에게 뛰어간 로노와르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북극의 대륙에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쪽은 루덴스의 말대로라면 크샤스란 녀석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 텐데??

    ?어떻게든 되겠지.?

    둘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아이샤는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도대체 북극의 대륙엔 왜 가는 거야??

    뭐 이런 질문이라면 로망스 추종자 루드웨어에게 나오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는 아이샤

    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가가는 여행.?

    ?응??

    루드웨어의 엉뚱한 발언에 아이샤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

    게 알려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이 녀석이 누군지는 눈치 챘겠지??

    ?응. 느낌을 보니 마나조차 감추지 못하는 어리석은 드래곤이거나 아직 못 배운 순진한 헤

    츨링이 아닐까 하는데… 설마??

    ?설마가 아니야. 이 녀석을 여성체로 만든 후 나 드래곤에게 장가들려고.?

    ?말도 안 돼!?

    아이샤는 루드웨어의 허무맹랑한 계획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드래곤과 인간이 결혼한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드래곤이 유희를 즐길 때나 가능한 거지. 인간이 주도해서 용이랑 결혼한 적은 없단

    말이야.?

    ?그런 수동적인 생각을? 혹시 넌 남자가 따라붙기 전까지 결혼 같은 건 꿈도 안 꾸는 히스

    테리 우먼이냐??

    ?미안하지만, 난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아이네스님을 모시는 신관이라고. 희한한 걸로

    비교하지 말란 말이야. 드래곤이랑 결혼?! 나참, 어느 세상에 드래곤과 결혼하려는 인간이

    있겠냐!?

    ?없을까? 뭐, 어때. 그럼 내가 첫 번째가 되면 되지 뭐.?

    ?네 녀석이 괴짜에 허무맹랑한 녀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정신병 말기의

    중증 환자인 것 같구나.?

    ?그래? 그럼 그런가 보지. 나도 가끔은 나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거든. 원래 천재들은 남

    들보다 앞서는 자신의 지식에 미쳐 버리는 수도 있다고 하잖아.?

    아이샤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며 말도 안 되는 것과 부합시키려는 발언을 하는 루드웨어에

    게 더 이상 말을 붙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버렸다.

    루드웨어를 타깃으로 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라 생각한 아이샤는 뒤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로노와르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로노와르라고 했지요? 정말 저 녀석하고 결혼할 거예요??

    그 말에 로노와르가 발끈하더니 소리쳤다. 자신이라고 드래곤 일족의 자존심이 없겠는가?

    일족의 명예가 있지 어떻게 인간과 결혼하려 하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왜 따라다니는데요??

    로노와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지고한 생물체라는 용의 종족이 인간 마법사의 협박 아래 끌려 다닌다고 말할 수 있

    단 말인가.

    ?별로 싫은 기색은 아니군요. 거참, 아직은 남성체인데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말을 조금

    험하기는 하지만 로노와르는 드래곤으로선 실격인 것 같군요. 그래, 인간의 수명에 대해선

    생각해 본 거예요??

    ?인간의 수명??

    ?네. 드래곤이야 몇 천 년, 아니, 몸조리만 잘하면 몇 만 년을 산다고는 하지만 인간은 많

    이 살아야 백 살을 겨우 넘기는데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의 남편인 녀석이 늙어가며

    죽는 것을 보는 것이 편할까요??

    아이샤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엘프들은 간혹가다 인간과 결

    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 한 사람의 엘프도 행복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몇

    십 년 간은 서로를 사랑할진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 기나긴 시간을 홀로 살아

    야 하는 엘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산속으로 은거해 버리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

    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루드웨어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럴 걱정은 없다고.?

    ?왜??

    아이샤가 어리둥절하면서 묻자 루드웨어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면서 말했다.

    ?날 보통의 인간으로 보지 말라고. 아직 내 나이도 모르는 녀석이 아는 체하기는.?

    ?흥! 먹어봤자 한 이십 대 후반이겠지 뭐!?

    ?그것보다는 많지.?

    ?서른 살??

    ?더 많아.?

    ?설마 마흔 살??

    ?더 많아.?

    ?뭐야! 나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자신의 예측한 나이보다 더 많다고 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장난치는 것이라고 생각한 아이

    샤는 화를 내며 소리쳤는데 옆에 있던 로노와르는 고개를 저으며 아이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야. 내가 알고 있는 루드웨어의 나이는 적어도 백이십육 살

    은 넘을걸??

    로노와르의 말에 아이샤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

    다.

    ?말도 안 돼! 백이십육 살이라니!!?

    ?거참, 저 녀석의 나이는 백이십육 살을 넘으면 넘었지 그 밑은 아니라고. 내가 저 녀석을

    처음 만났던 게 75년 전이었고, 프로란스 할머니가 저 녀석을 처음 보게 된 것은 백여 년

    전이니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해.?

    ?리치??

    아이샤는 그러한 나이를 산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알고 오랜 세월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흔한 대상을 말했지만, 그런 그녀의 추측에 로노와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체 불명. 지내오다 보니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하고도 잘 아는 사이 같던데 뭐.?

    ?루덴스!!?

    아이샤는 루덴스라는 말에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신관인 그녀에게 루덴스의 존재는 서로 반대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너, 정체가 뭐냐??

    ?마법사.?

    ?난 아직까지 마법사가 백 년을 넘게 살고서도 젊음을 유지한다고는 들어보지도 못했고,

    또 옛날에 신전에서 보인 솜씨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10서클의 마스터잖아.?

    ?넌 이 자식이 인간으로 보이냐? 아마 인간이 아닌가 보지.?

    로노와르의 말에 루드웨어의 평소 행실과 언변을 분석해 본 결과 결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이샤는 고개를 끄덕이곤 동감을 표시했다.

    ?그럼… 뭘까??

    ?혹시 귀 잘린 엘프는 아닐까??

    ?설마 고귀한 엘프가 저렇게 경망스러운 모습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 말에는 동감이야. 그럼 허리 늘인 드워픈가??

    ?조금 가능성이 있는 말이긴 하네요. 허리 늘인 드워프. 후후.?

    아이샤는 로노와르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며 생각나는 대상을 부정하다가 정말 알고 싶은

    지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천사??

    ?그건 엘프보다 더 말이 안 돼요. 저따위 녀석이 천사라면 아마 신계는 벌써 망하고도 남

    았을 거예요.?

    ?신들에게 버림받은 미친 천사인가 보지 뭐.?

    ?그러고 보니 미친 것 같기는 하네요.?

    아이샤는 확인이라도 하는 양 루드웨어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뭐야??

    그녀의 행동이 귀찮은 루드웨어가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아이샤는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무슨 생각 하는데??

    로노와르가 와서 묻자 아이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인간의 형태로 불사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응? 그런 사람이 있어??

    ?네. 로노와르, 당신도 한 번 만나본 사람이에요.?

    그 말에 로노와르는 그가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

    ?아!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

    ?예. 루덴스는 대리자의 의식을 통해서 마신의 힘을 얻었어요. 흑마도사가 마신의 힘을 빌

    려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지만, 루덴스는 마신 그 자체의 대리자란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지요. 또 인간이라기

    보다 마족 쪽에 가까운 신체로 변했기 때문에 그 수명도 무한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 루드웨어는??

    아이샤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들고 있던 봉을 겨누며 말했다.

    ?마신의 대리자인가??

    같이 잘 놀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돌변한 아이샤의 행동에 어이가 없는지 루드웨어는 크게

    웃으며 로노와르에게 말했다.

    ?하하하하, 로노와르, 내가 쓰는 흑마법이 어느 마신의 마법인 줄 알지??

    ?마신 라스타 아니야??

    ?그래. 어이, 아이샤. 대리자란 게 두 명도 가능한가??

    대리자는 결코 한 신에게 두 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아이샤는 봉을 내리면서

    말했다.

    ?그렇군. 그럼 마신은 아니라는 거네? 천신??

    ?글쎄??

    아이샤는 루드웨어가 발뺌하자 화가 난 듯이 말했다.

    ?그럼 라스타가 아닌 다른 마신 아니야? 마신이 한두 명도 아닌데.?

    ?마신이란 건 한 명 아니야??

    로노와르가 묻자 루드웨어는 허리를 펴더니 로노와르의 무지를 자신의 자비로움으로 타파하

    기 위하여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좋아. 멍청한 너를 위해 설명해 주지. 현재에 있는 마신 라스타는 원래 마계를 지배하고

    있던 신이 아니었지.?

    ?그럼 누구였는데??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

    ?천신 레이뮤님에게 봉인당한 불운의 마신??

    ?그래. 마계는 원래 크레이져가 통괄하고 있었지. 라스타는 크레이져의 세 자식 중 장남으

    로 크레이져가 봉인되자 천신 측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마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마

    신의 의식을 삼 일 만에 해치우고는 마신의 직위에 올랐지.?

    ?아!?

    ?그래서 현재 마계는 과거와는 달리 천계에 밀리는 형국이 되었지만 마신 라스타가 워낙

    뛰어난 수단을 지녔는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너희가 알고 있는 암흑

    의 황태자 루덴스의 경우도 그의 정치 능력이 벌여놓은 하나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 왜

    루덴스가 마신 라스타의 이야기를 할 때 빌어먹을 세상의 마계라고 했는지 생각해 보면 알

    것 아냐.?

    루드웨어의 말이 끝나자 아이샤는 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루드웨어가 이상한 듯이 묻자 그녀는 자리에 앉고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떻게 그리 자세하게 알지? 그건 인간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가 아닐 텐데??

    ?하하하, 날 우습게 보는군. 세계 제일의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이 루드웨어님은 현존하고

    있는 거의 모든 마법을 통달하고 있는 분이란 걸 잊었냐? 신계, 마계는 물론 정령계, 페어리

    계 같은 다른 차원의 공간도 충분히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알겠냐? 이 신앙심 적

    은 엉터리 신관아.?

    ?그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인가??

    그 말에 로노와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마법의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나도 한참 생각에 잠기곤 하지. 내가 인간일까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 대마법사 루드웨어

    는 분명히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먹고 자고, xx도 하고 싶은 인간 남자. 알겠냐??

    아이샤는 저런 허황된 인물의 비밀을 더 이상 캐는 걸 포기했는지 선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

    다.

    ?어디 가??

    ?밥 먹으러요.?

    로노와르가 묻자 루드웨어와의 말에서 짜증이 난 아이샤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실제적으

    로 돈이 없는 루드웨어는 아이샤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무를 생각하고 로노와르를 보며 말했

    다.

    ?좀 배고픈데. 로노와르, 우리도 가자.?

    ?응.?

    여객선의 선실 안 식당은 커다란 배에 비해선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

    ?북의 대륙은 신들이 숨겨놓은 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왕래가 별로 없으니까.?

    루드웨어가 말하자 로노와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많은 사람들이 산다고 하던데??

    ?자신들의 영토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한다고 해야 하나? 이곳의 항구에서 나갈 수 있는 곳

    이라곤 마령의 야센시티와 서부 쪽의 국가들이지. 서부 쪽 대륙은 마령 동부의 나라를 천찬

    민족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북극령의 사람들은 서부 쪽으로 가는 것을 꺼려해. 일단은

    그들도 마령 동부 쪽의 인간들이었으니까. 그러니 갈 곳은 동부뿐인데, 역시 그것도 불가.

    북의 대륙 사람들은 루덴스를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웬만한 무역 상인들을 제외하고

    는 북극령을 벗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마령이 그렇게 무섭나? 루드웨어랑 가봤을 땐 별로 무서운 곳은 아니었는데. 제국에서보

    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오히려 마족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라서 마물들의 습격이 거의 없다

    고 할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잖아??

    ?그렇지. 하지만 북의 대륙 사람들은 원래는 루덴스의 마령에서 살던 사람이야. 루덴스는

    전쟁을 통해 현재의 땅을 차지했다고. 북극령의 사람들은 루덴스에 의해 자신의 땅이 마령

    으로 변하자 마물들에게 죽을 것에 겁을 먹고 북의 대륙으로 떠난 사람들의 자손이 번성한

    곳이니만큼 두려운 감을 느끼고 있지. 언제 마령이 북극의 땅을 침공할지 모르는 그런 두려

    움을 말이야. 또 그들은 마령 안의 마물들과 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지.?

    ?왜? 내가 알고 있는 루덴스는 이미 타국과의 전쟁을 꺼려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또 루

    덴스의 영지가 살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안 돼. 내가 보기엔 제국의 영토보다 나은 것

    같던데??

    ?선입견이라고 할까? 북극령에서도 마물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 북극령의 사람들은 오

    랜 시간 동안 마물들과 싸워 나갔기 때문에 마물들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마령은 더욱더

    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루덴스는 마물과 인간이 화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했기 때문에 현재같이 살기 좋은 곳이 된 거야.?

    그 말에 로노와르는 새삼 루덴스의 능력에 탐복하고 말았다. 건국한 지 백 년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인간들이 마물들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을 그는 아주 멋지게 타파하여 지금 같은

    마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로노와르와 한참 이야기를 하던 루드웨어는 구석진 곳에서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멋

    으로 달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브 사이로 멋진 은빛 레이피어를 허리에 차고 있는 미

    모의 여마법사였다.

    갈색 장발의 긴 머리는 흰색의 로브와 멋진 조화를 이루어 그녀의 미모를 한층 더 살려주고

    있었고, 루드웨어는 그 이상적인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로노와르는 루드웨어가

    정신이 팔려 있자 얼굴을 툭툭 건들며 물었다.

    ?뭘 봐??

    ?미인이다.?

    루드웨어의 멍한 어투에 시선을 쫓아가 로노와르 역시 그 여자를 쳐다볼 수 있었는데, 과연

    자신도 태어나서 처음 볼 정도의 미인이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로노와르는 잠깐 옆에 있는 루드웨어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한참 품에서

    뭘 찾고 있다가 발견하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꺼내고 있었다. 도대체 루드웨어

    가 그런 웃음으로 꺼낼 것이 무엇인가란 의문으로 물건을 살펴본 로노와르는 그것이 한 자

    루의 데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하려고??

    그는 루드웨어가 품에서 꺼낸 데거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아크라시마의 레

    어에서 루드웨어가 기뻐하며 찾은 아이템인 모든 인간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궁극의 아이템 러브즈 데거였다.

    ?뭐 하다니. 고로 여행자들이란 이런 궁극의 장비가 있으면 반드시 써야 되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 아니겠어??

    ?통할까? 5서클의 마법인데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저 여자 꽤 마력이 높은 듯한데??

    ?안 되면 되게 하라. 바로 이 루드웨어의 좌우명이지.?

    루드웨어는 당연히 된다는 듯이 이야기하고는 단검을 오른손에 들고 조용히 눈을 감고는 주

    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이샤는 그런 루드웨어의 모습에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루드

    웨어가 제대로 된 일에 진지해지는 것은 별로 본 적이 없는지라 아이샤는 녀석이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야??

    ?말시키지 마! 정신 흐트러진다.?

    ?10서클의 마스타가 주문 외우는데 말시킨다고 정신이 흐트러질까??

    ?중요한 순간이란 말이야.?

    루드웨어의 말에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루드웨어

    의 주문이 끝났는지 은색의 빛이 데거에 모이기 시작했다.

    로노와르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증폭 마법??

    ?응. 5서클론 조금 모자랄 것 같아서 증폭을 해줬지.?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루드웨어의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졌는데 그 뒤에는 아이샤가

    서 있었다. 아이샤는 녀석이 무슨 일을 저지르기 전에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곤 녀석의 뒤통

    수를 친 것이다.

    ?헉! 동료의 뒤통수를 치다니! 비겁한 녀석!?

    ?한심한 마법사 같으니라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루드웨어는 분노 어린 눈동자로 말했지만, 아이샤는 그렇게 대꾸하곤 자

    리에 앉았다. 하지만 루드웨어는 아이샤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뭘 봐? 한심한 마법사야.?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고나 그러는 거냐??

    ?뭐 하기 뭐 해. 옛날에 신전에서 했던 것처럼 무슨 희한한 일 꾸미고 있는 거겠지. 니가

    진지해지는 일이 그런 거밖에 더 있냐??

    아이샤의 말에 로노와르는 궁금한 듯이 물었다.

    ?옛날 신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녀석이 우리 신전에 와서 위자료 받는다고 한참 설치던 때가 있었거든요. 뭐, 가만히 두면

    제풀에 지친다는 걸 대신관님께서 알고 계셨는지 발광을 해도 가만히 두라고 했는데 저 녀

    석이 위자료 대신 딴 걸 받겠다고 하며 어디론가 사라졌었죠.?

    ?그래서??

    아이샤는 다시 한 번 루드웨어를 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루드웨어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신관이 대신관님께 그 말을 전하자 그 말을 들으신 대신관

    님이 놀라서 전 신전에 비상 대기를 명하셨지요. 저 녀석이 무엇인가 딴 일을 꾸미고 있다

    는 것을 예감하신 거지요. 아니나 다를까, 비상 대기 종을 울렸는데도 신전 공동 목욕탕에

    들어갔던 여신관들이 나오지 않길래 제가 들어가 봤더니, 저 녀석이 최면술을 써서 신전의

    여신관들을 덮치려 하고 있었던 거예요. 다행히 대신관님께 빨리 알려서 사건은 미연에 멈

    추기는 했지요.?

    아이샤는 그 말을 하면서 루드웨어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녀가 살고 있던 곳은 로아냐드 제국 서부의 작은 나라 헤리엔다 왕국이었다.

    헤리엔다 왕국은 건국 때부터 아이네스 신을 건국 신으로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인구 백만

    정도의 작은 왕국에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수의 신전이 전국에 널려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신전은 라트안 산에 위치한 신전으로 아이샤는 그 신전의 견습 신관으로 있었

    다. 아직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었지만 타 신관에 비해 월등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

    기에 신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녀였지만,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신전 생활은 익숙하지

    않아 자주 수업을 빠져나와 근처에 있던 마을 아이들과 어울리곤 했다.

    그날도 아이샤는 신관들 몰래 마을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놀고 있었는데 마을 한구석에

    서 소란이 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적한 시골 마을인지라 그런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궁금증을 느낀 아이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끼어들어 상황을 지켜보았다.

    ?변태 같은 마법사!?

    ?뭐야!?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가운데에서는 청년 마법사 한 명과 마을 아가씨가 말다툼하고 있었는

    데, 여자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마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천재 마법사 루드웨어를 변태로 취급할 수 있단 말이오. 아가

    씨는 눈도 없소이까. 아,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의 앞에 있는 여인에게 아름다움만을 주고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은 주지 않으셨단 말입니까.?

    변태라는 말에 화를 내며 루드웨어는 하늘을 보며 한탄하듯이 말했는데, 그의 입에서 아름

    답다는 말에 순식간에 여자의 얼굴에선 붉은 기운이 도는 듯했다. 하지만 그 후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말에 다시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어떤 여인이 자신을 아름답다고 하는 자에게 차갑게 대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아까

    와는 달리 톤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분을 참지 못했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당신이… 내 엉덩이에 손을 댔잖아요.?

    ?제가 말입니까??

    그녀의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지은 루드웨어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자신

    의 오른손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제가 이 손으로 아름다운 레이디의 엉덩이를 만졌단 말입니까? 아!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신이 파렴치한 짓을 해놓고선 알 수 없는 일이라뇨!?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보통 사람들은 최대한 부정하기 마련이지만, 아이샤의 눈에

    보이는 이 청년 마법사는 애써 부정을 하지 않는 듯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아가씨께서 화를 내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이

    가 자신의 것도 아닌 황금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것처럼, 저 역시 그러한 것을 어찌한

    단 말입니까. 전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며 백 송이의 장미를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다

    가선 것인데, 저의 손이 아름다움을 참지 못하고 아가씨의 몸에 손을 댄 것 같군요. 아름다

    움에 손이 간 것이 죄라면 달게 받아야겠지만, 너무나 아름다우신 레이디, 당신에게도 일말

    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을 부인하신다면 전 아가씨의 눈을 탓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겠지요.?

    루드웨어의 말이 끝나자 그 아가씨는 어느 정도 화가 풀린 것 같았지만 정말 잘못을 저질렀

    다는 비참한 얼굴을 하며 그가 자신의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 가슴에 꽂으려 하자 아가씨는

    놀라 루드웨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고는 하지만 죄를 조금 뉘우치는 것도 같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앙

    하는 소리를 하던 그가 눈앞에서 죽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말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놓으십시오. 아가씨에게 저지른 저의 죄는 죽어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 일로 목숨을 끊으셔야 되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루드웨어는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름다운 꽃에 현혹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이지만, 이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그것을 참

    지 못하고 손을 대었다는 것은 죽어 마땅한 일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저 하나의 것이

    아니니까요. 다만 꽃이 꿀을 찾아 헤매이는 벌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아름다운 레이디께서

    저의 죄를 용서하신다면, 제가 죽는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아름다움에 대한 모독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정녕 저를 용서해 주신다면 당신의 고운 입술로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신다

    말씀해 주십시오.?

    ?호호호, 재밌는 분이네요. 좋아요, 당신의 죄를 용서하지요.?

    자신의 말에 이제는 웃음을 터뜨린 아가씨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그는 정중하게 예의

    를 취하며 말했다.

    ?저의 실례를 보상할 겸 고귀한 레이디에게 어울릴 만한 차를 대접하고 싶은데 저의 청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아무튼 마을에서의 소란은 두 사람이 정답게 찻집으로 가는 것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아이

    샤는 뭔가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에 온몸에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나 조금 느끼한 걸 본 것 같아.?

    ?응, 나도.?

    아이샤와 놀던 아이들도 이 일련의 사태를 관망해 보고는 똑같이 알 수 없는 느끼함을 느끼

    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아이샤는 위자료를 받기 위해 신전으로 찾아온 루드웨어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어이없게도 루드웨어가 받으려고 한 위자료의 정체는 아가씨가 신전의 견습 신관으로 들어

    가려 한다는 소리를 듣고 애인을 빼앗아 가는 신전에게 위자료를 달라며 쳐들어온 것이다.

    물론 루드웨어는 홧김에 신전에 깽판을 부리기 위해 온 것뿐이었다.

    손에 술병을 든 채 신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마법사를 보며 신관들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야이! 빌어먹을 대신관 나와라!!?

    루드웨어는 취한 듯한 목소리로 신전을 향해서 소리 질렀다. 다른 곳이라면 몽크나 패러딘

    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안전한 곳에 위치해 있는 이 신전은 나라에서 직접 병사들

    을 성에 배치하여 긴급한 사태에 투입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 이 아이네스의 신전 안에는

    거의 신관인 여성뿐이었고, 전통적으로 성기사단이 없는 아이네스 신전이었기 때문에 술 취

    한 루드웨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간간이 눈에 띄는 남자 신관들이 그의 팔을 잡아끌고 가려 했지만, 그때마다 마법이 터져

    나왔기 때문에 신관들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지조차 못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일이 오래가

    자 신전에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대신관이 직접 나올 수밖에 없었다.

    라트안 대신전의 대신관은 올해 60세의 힐리안나 대신관으로 젊었을 때는 대륙 곳곳을 돌아

    다니며 아이네스 여신의 교리를 전파한 인망있는 여신관이었다.

    병자와 소외된 자에게 자애의 여신이라 불리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미

    소를 짓는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이 힐리안나였는데, 그녀는 난동을 부리는 젊은 청년을 다

    독거려 주기 위해 나왔다가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인상이 찌푸려지고 말았다.

    ?루, 루드웨어.?

    그녀는 루드웨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주위에서 힐리안나의 얼굴을 본 신관들은 놀

    라움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신전에 부임한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도 미소

    를 짓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부임 처음으로 깽판 부리는 마법사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얼굴

    을 찌푸린 모습을 다른 신관들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신관들의 수군거림을 눈치 챈 힐리안나는 다시 포커 페이스를 통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역시나 루드웨어에겐 통하지 않았다.

    ?어? 이거 힐리안나 아니냐??

    루드웨어는 힐리안나를 보며 아는 척을 했는데, 대신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들은

    다른 신관들의 표정은 불경스러운 모습을 보았기에 우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네. 그런데 신전에는 무슨 일인가, 루드웨어? 내가 알기로 자넨 독한 럼주 몇 통을 마

    셔도 술에 취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힐리안나의 말에 자신의 연극이 들통났다는 것을 들킨 루드웨어는 잘못을 뉘우칠 기색은 하

    지 않고 뻔뻔한 얼굴을 힐리안나의 앞에 들이대며 말했다.

    ?이곳 신전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뺏어갔기에 열받아서 왔다.?

    ?사랑하는 여인? 천하의 바람둥이로 소문이 난 자네에게 그런 여인이 있었던가??

    ?그래! 페르데리아, 그녀를 돌려달란 말이야!?

    힐리안나는 옆에 있는 신관을 불러 물었다.

    ?페르데리아란 아이가 누구인가??

    ?예, 대신관님. 페리데리아는 마을에 사는 아이인데, 똑똑하고 신앙심도 투철하여 그 마을

    의 촌장님이 신전에 견습 신관으로 추천하여 들어오기로 예정된 아이입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우리 신전에 견습 신관이 될 아이로군. 그런데 그녀를 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떻

    게 자네의 사랑하는 여인이 될 수 있는가??

    ?흥! 원래 신이 내려주신 인연은 한 번에 알아보는 거야. 인연이란 실제로 겪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긴 하네만.?

    ?빨리 페르데리아를 돌려달란 말이야!?

    루드웨어는 이젠 땅바닥에서 뒹굴며 어거지를 쓰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보며 잠시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만지작거린 힐리안나는 뒤로 돌아서 근처에 있는 신관을 보며 말했다.

    ?그냥 냅두게. 저 녀석을 옛날부터 알고 있는데, 저렇게 떼 쓸 때는 가만히 냅두면 알아서

    조용해지곤 하더군. 그냥 굴러가는 돌멩이라 생각하고 내버려 두게.?

    ?알겠습니다.?

    힐리안나의 말에 신관은 주위에 모여 있는 신관들을 보며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샤도 지시에 따라 들어가긴 했지만, 마을에서 본 그라면 분명 이렇게 끝내진 않을 것이

    라 생각했다.

    신전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틈을 봐서 빠져나온 아이샤는 마법사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어

    디론가 숨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변태 마법사가 신전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 아이샤는 조용히 그의

    뒤를 밟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여자 신관들이 묵는 숙소였다.

    숙소에 도착한 루드웨어는 주문을 외우며 모습을 숨겼고, 아이샤는 그가 투명 마법을 썼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샤는 그가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자 급히 대신관인 힐리안나에게 알리기 위해 대신관실

    로 뛰어갔다.

    ?대신관님!?

    힐리안나는 자신의 방으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아이샤를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샤, 지금은 취침 시간일 텐데??

    ?큰일 났어요!?

    아이샤는 대신관에게 루드웨어가 숙소 앞에서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췄다는 이야기를 했

    고, 그 이야기를 들은 힐리안나는 크게 놀라며 숙직 신관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신관님.?

    ?당장 비상 대기 종을 치도록 하게.?

    ?예??

    ?빨리하게. 늦는다면 신전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단 말일세.?

    ?예.?

    대신관의 다급한 말에 숙직 신관은 비상 대기 종을 쳤고 힐리안나는 아이샤와 함께 신관들

    의 숙소로 갔다.

    비상 대기 종의 소리를 들으며 많은 신관들이 숙소 밖으로 뛰어나와 있었다.

    ?같은 방이나 옆방에서 나오지 않은 신관이 있는 사람은 말하게!?

    힐리안나의 다급한 말에 신관들은 잠시 없는 동료를 찾다가 말하기 시작했다.

    ?리리아 자매가 안 보입니다.?

    ?셀린느 자매도 없어요!?

    신관들 사이에서 없어진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힐리안나는 당황하며 물었다.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졌는가??

    ?그게… 목욕하러 간다고…….?

    ?아! 셀린느 자매도 목욕하러 나갔는데 아직도 오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에 힐리안나는 공동 목욕탕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힐리안나는 개인 목욕탕을 사

    용하여 공동 목욕탕의 위치를 잘 알지 못했지만, 아이샤가 그곳의 지름길을 알고 있었기 때

    문에 지름길로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 앞에 도착한 아이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엔 대여섯 명의 여신관이

    기절한 채 쓰러져 있었다.

    ?셀린느 언니!?

    아이샤는 근처에 자신이 잘 알고 있던 셀린느 언니가 쓰러져 있자 급하게 뛰어가 그녀를 살

    펴보았는데 다행히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선 약간의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평소 셀린느 언니의 몸에서 이

    런 마나가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샤는 이것이 루드웨어의 짓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쁜 마법사!?

    조용히 눈을 감고 아이샤는 목욕탕에 신성력을 뿌렸다. 루드웨어가 투명 마법을 쓴 것을 알

    고 있는 아이샤는 신성력과 마나가 서로 반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

    하여 루드웨어의 위치를 알아내려 한 것이다.

    ?저기다!?

    한곳에서 유난히 신성력이 퍼져 나가지 못하는 것을 느낀 아이샤는 두 손을 들어 주문을 외

    우기 시작했다.

    ?정의의 주제자이신 성신 아이네스님이시여, 이 미약한 종에게 악한 자를 벌할 수 있는 힘

    을 주소서. 홀리라이데… 꺅!?

    아이샤는 신성계의 공격 주문 중 하나인 홀리라이덴으로 악한 마법사를 벌하려고 했는데,

    주문이 모두 끝나 발동시키려는 순간 목뒤에 충격을 받고 쓰러지고 말았다.

    ?휴, 다행이다. 어리다고 얕보다가 큰일 날 뻔했군. 그런데 이 녀석, 누가 교육시킨 거야?

    목욕탕에서 홀리라이덴을 쓰려 하다니 전부 감전사할 뻔했잖아!?

    루드웨어는 그냥 가만히 숨어 있으려 했는데 꼬마 신관이 홀리라이덴의 주문을 외우는 것을

    알아채고는 급하게 달려와 그녀의 주문을 막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루드웨어!?

    갑자기 날아온 펀치에 루드웨어는 붕 날아 목욕탕에 빠지고 말았다.

    ?푸하! 무슨 짓이야!?

    갑작스런 펀치에 루드웨어가 목욕탕의 물을 한 바가지 먹고는 화를 내며 펀치의 주인을 쳐

    다보았는데, 그곳에는 대신관 힐리안나가 쓰러진 아이샤를 안으며 루드웨어를 보면서 분노

    하고 있었다.

    ?파렴치한 마법사! 어떻게 이런 아이까지 범하려 하는가!!?

    ?헉!?

    순식간에 로리타 변태로 변해 버린 루드웨어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여자 목욕탕에 들어

    온 남자 마법사라는 것은 절대 벗어날 수 없이 그를 변태라는 함정에 빠뜨리고 있었다.

    ?당했다!?

    잠깐의 실수로 대신관 힐리안나의 말발에 패한 것을 알게 된 루드웨어는 그 자리에서 쓰러

    지며 눈물을 흘렸고, 말발의 천재 루드웨어를 침몰시킨 힐리안나의 입에선 가느다란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 사건으로 로리타 변태로 몰린 루드웨어는 신관 법정에까지 끌려가 재판을 받고, 아이샤

    에게 거금의 위자료를 물고는 울면서 신전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샤가 처음 만났을 때 말한 것은 바로 이 사건을 말하는 것인데, 루드웨어로선 탱탱한

    여자 신관을 노리려다 꼬맹이 아가씨에게 덤탱이를 쓰고 만 셈이다.

    아무튼 아이샤가 루드웨어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신전에서 있었던 일

    을 대충 들었던 로노와르는 루드웨어가 그럴 가능성이 다분한 남자라고 생각했기에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루드웨어는 아직도 뒤통수 맞은 것이 분에 안 풀렸는지 씩씩거리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노와르.?

    ?왜??

    ?목표 변경이다.?

    그 말에 로노와르는 루드웨어가 아이샤에게 당하고만 살지 않고, 쫀쫀한 녀석이라면 언제가

    는 복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생각 외로 빨리 일어나는 것 같아서 다

    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할꺼야??

    ?응. 내 돈 다 돌려받고 나의 노예로 만들어주겠다.?

    루드웨어는 러브즈 데거의 마법을 아이샤에게 쓰려고 하는 것이었다.

    ?뭐야??

    영문도 모르는 아이샤는 막연한 느낌으로 루드웨어가 자신에게 무슨 일을 꾸미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냥 당하게 내버려 두기에는 아이샤가 조금 불쌍했던 로노와르는 루드웨어가 꾸미고 있는

    일을 말해 주기로 했다.

    ?아이샤.?

    로노와르가 부르자 아이샤는 루드웨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내가 충고하는데 봉변당하고 싶지 않으면 도망가는 게 좋을 거다.?

    ?왜요??

    ?루드웨어의 저 데거가 뭔지 알아??

    ?뭔데요??

    ?러브즈 데거, 5서클의 기브미 러브 마법이 걸려 있는 공포의 마법 병기.?

    ?어떻게 되는 건데요??

    아이샤가 묻자 로노와르는 안 좋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아마 저 빌어먹은 놈을 사랑하게 되면서 시키는 것은 모두 하게 될 거야. XX도 하라

    면 해야 하고 XX도 하라면 해야 될걸.?

    로노와르의 말이 끝나자 현재의 사태를 알게 된 아이샤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뒤로 물러서

    더니 신성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루드웨어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오호, 신성 방어 주문! 그냥 당할 순 없다는 거지??

    루드웨어는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를 멈추지 않고 아이샤의 방어 주문을 깨기 위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로노와르는 마법 때문에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

    는 생각에 조용히 충고했다.

    ?아서라, 루드웨어. 공격 주문을 여기서 외우다간 배 가라앉는다.?

    ?걱정 마. 신성 방어벽만 깰 테니까.?

    둘이 열심히 놀고 있을 때 뭣도 모르고 위험 지역에 들어선 여객선 식당 종업원은 겁도 없

    이 식탁에다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놓았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응, 고마워. 그나저나 빨리 피하는 게 좋을 텐데??

    ?예??

    점원은 로노와르가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기에, 로노와르는 뒤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둘이 한판 붙을 거거든. 한 명은 신관, 한 명은 마법사. 엉뚱한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되기 싫음 빨리 도망가라고.?

    점원은 그의 말을 듣자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음식을 내려놓고는 휭

    하니 사라졌다.

    음식이 모두 차려지자 로노와르는 빙그레 웃음 지으며 말했다.

    ?열심히 싸워. 난 열심히 먹을 테니. 하하하하.?

    로노와르의 말이 끝나는 것을 기점으로 아이샤의 신성 방어 주문은 완성됐고, 역시 루드웨

    어의 공격 주문도 완성되었다.

    ?빌어먹은 변태 마법사! 내가 당할 줄 알고!?

    ?변태라도 좋다. 이참에 니가 뺏은 돈 다 돌려받고 너의 몸도 마음도 내 것으로 해주마!

    이젠 보아하니 가슴도 빵빵해진 게 다 큰 것 같으니 별문제 없겠지. 후후.?

    ?흥! 내가 예전의 어린 견습 신관인 줄 안다면 큰코다치지!?

    ?대신관이 와도 우스운 이 루드웨어님이 니까짓 신앙심 약한 신관을 두려워할 것 같으

    냐!?

    ?흥! 받아라!!?

    아이샤는 신성 방어 주문과 함께 외우던 신성 공격 주문을 사용했다. 가볍게 앞으로 손을

    뻗자 그녀의 손에서 눈부신 빛이 나오더니 루드웨어에게 뻗어 나갔다.

    큰 굉음과 함께 루드웨어의 주변이 빛으로 둘러싸였으나 다행히 파장은 멀리 나가지 않았

    다. 배가 가라앉을 것을 염려한 루드웨어가 신성 공격 주문의 파장을 마력으로 가둬놓은 것

    이다.

    로노와르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종업원이 설명하기는 했지만 설마 했던 다른 종업원들은 그

    제야 그들의 말이 사실인 것을 깨달았는지 놀라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철저한 직업 정신으로 뭉쳐진 종업원들은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이 벌

    어졌을 때에 배운 방법대로 천천히 손님들을 비상구로 안내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 식당에 인재가 날 것 같으니 손님들은 천천히 비상구로 나와주십시오!?

    간간이 보이는 배의 손님들은 이 예상치 못한 재난에 놀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가 종업

    원들의 침착한 목소리를 들으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이 여객선은 손님들을 침착하게 대피시킨 공로가 인정되어 마령에서 내리는 최

    우수 안전 교육상을 받았다고 한다. 루드웨어로 인해 일어나는 인재는 현재 마령에서 제일

    급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종업원들이 손님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있을 때에도 두 사람의 말싸움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 미친 기집애가 배 가라앉는 것은 생각지도 않나!?

    ?흥! 이깟 배보다 내 몸이 더 중요하다고! 니까짓 변태 마법사에게 몸을 뺏기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죽겠다!?

    그 말에 열심히 음식을 입에 넣고 있던 로노와르는 아이샤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갈 데까지 가자는 말이군. 좋아!?

    이젠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듯 말한 루드웨어가 아이샤를 향해 가볍게 손을 뻗자 허공에

    서 불꽃의 공이 만들어지더니 시뻘건 불길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파이어 웨이브?!?

    아이샤는 신성 방어벽에 부딪치는 불길을 보며 소리쳤다. 파이어 웨이브를 사용한다면 배가

    가라앉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샤의 걱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파이어 웨이브의 불꽃은 나무로 만든 식당

    바닥을 스치고 지나감에도 불이 붙거나 하지 않았다.

    ?나의 마나 제어는 에이션트 드래곤보다 위라는 것을 잊었군. 애석하게도 범위는 너의 방

    어벽만 국한되어 있지! 신앙심 약한 신관의 방어벽이 얼마나 오래가나 보자.?

    ?흥!?

    아이샤는 파이어 웨이브에 의해 붕괴되기 시작하는 방어벽을 강화하기 위해서 신성 주문을

    다시 외우기 시작했다.

    ?오호! 견뎌보겠다구? 어디 견딜 수 있나 보자!?

    네까짓 게 해보라면 해보라는 식으로 소리친 루드웨어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러브즈 데거를

    품속에 집어넣고는 다시 주문을 외우더니 소리쳤다.

    ?자, 오른쪽은 아이스 스톰! 왼쪽은 체인라이트닝! 위쪽은 윈드 블레이드!?

    10서클인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루드웨어는 4개의 고난이도 마법을 사방에서 몰아쳤고

    아이샤의 방어벽은 뒤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서 4가지 공격 마법에 부딪쳤다.

    그녀는 중급 신관의 직위를 가지고 있으나 신성 방어벽은 상급 신관급에 버금갈 정도로 상

    당히 견고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신관급의 신성 방어력이 아니라면 루드웨어의 마법력

    을 버틸 정도가 안 되기 때문에 방어벽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굉음을 내면서 방어벽이 깨지자 루드웨어의 마법도 상대할 것이 없어졌다는

    듯이 거짓말같이 사라져 버렸다.

    방어벽이 루드웨어의 마법으로 소멸되고 신성력을 과도하게 소비한 아이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과도한 신성력의 사용으로 체력마저 떨어지고 만 것이다.

    발끝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그녀는 급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젠장… 헉헉.?

    ?흐흐흐, 지금은 약간 고달프겠지만 한번 마법에 걸리고 몸을 바치면 그것이 좋았다고 느

    낄 테니 걱정 말라고.?

    루드웨어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러브즈 데거를 품에서 꺼내 오른손에 들고는 아이샤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루드웨어가 다가오자 아이샤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신관이 몸을 뺏긴다

    면 순결함이 사라져 여신관으로서의 생명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성력과 체력이 모두 소모된 그녀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두려운 표정만 짓고 있었다. 루드

    웨어에게 몸을 뺏긴다면 신관의 인생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빌

    기 시작했다.

    ?루드웨어… 내가 잘못했어……. 돈… 돈 다 돌려줄 테니까 한 번만 봐줘. 다음부턴 말 잘

    들을 테니까… 제발…….?

    ?응? 왜? 어차피 돈은 돌려받겠다, 거기에다 서비스로 니 몸까지 받을 수 있는데??

    루드웨어가 자신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줄 생각을 하지 않자 이젠 악을 쓰며 대들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이 미친 마법사! 니가 이런 짓을 하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신전에서 널 죽을 때까지

    쫓을 거다!!?

    ?황제가 직접 쫓아와도 태연하게 도망친 내가 그깟 신관들을 무서워할까.?

    루드웨어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아이샤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울어도 소용없어. 아! 울어도 괜찮겠군. 조금 있으면 나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환희의 눈물

    을 흘릴 테니 말이야.?

    루드웨어가 러브즈 데거의 마력을 아이샤를 향해 내쏟으려고 하는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

    께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응??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져 보이자 당황한 루드웨어는 그제야 자신의 몸이 허리 부분에서 두

    동강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야!!?

    ?나.?

    로노와르였다. 로노와르는 식사를 하다가 검을 빼 들고는 루드웨어의 허리를 벤 것이다. 아

    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로노와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롱 소드를 식탁보에 닦고 있었다.

    ?니가 날 죽이다니… 로노와르…….?

    루드웨어의 변태적인 행동에 분노한 로노와르가 루드웨어를 죽인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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