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1화 (11/247)
  • 10장 폭력 여신관 아이샤

    분노하는 루덴스의 포효를 뒤로한 채 루드웨어 일행은 북극령의 대지로 가기 위해 대륙 북

    단의 항구 도시인 야센시티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루덴스의 마령에 속해 있는 곳이긴 하지만 다른 도시와는 달리 매달 정기적인 세

    금만을 낼 뿐 실질적으로는 자치 도시와 같은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는 대륙 북단과 서 대륙의 왕국 리트아니아와의 무역으로 상당한 부를

    모으고 있었고 겉보기에도 마령의 중심지인 루덴스의 흑의 마성에 있는 곳보다 더욱 번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와! 정말 번화한 곳이네!?

    루덴스의 마성을 제외하고는 큰 도시를 본 적이 없었던 로노와르는 시끌벅적한 도시의 모습

    을 눈을 부릅뜨고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뭐, 나라와 나라의 무역을 담당하는 곳이니 번화할 수밖에. 루덴스의 성에서 돈 좀 벌었겠

    다 오늘은 비싼 거나 먹으러 갈까??

    ?비싼 거??

    ?응. 먹으면 몸에 좋은 거.?

    로노와르는 드래곤이었다.

    레어에서의 그의 주식은 오크. 뭐, 드래곤이 못 먹을 거 먹다 죽었다는 소리는 없었기 때문

    에 루드웨어와가 여행에서 희한한 것을 주고 먹으라고 해도 별로 탓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루드웨어는 무서운 놈이었다.

    ?이게 뭐야!?

    로노와르는 먹을 걸 가지고 다투는 것은 치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

    건 해도해도 너무한 처사였기에 음식 때문에 루드웨어와 싸울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몸에 좋은 거라니까.?

    ?이게!!?

    루드웨어와 로노와르가 앉아 있는 식탁에는 정말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했다.

    구더기 데침, 파리 눈알 초무침, 지렁이 국수(물론 가공은 안 했습니다) 등등.

    음식들을 보며, 잠시 로노와르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먹어야 되나?'

    미식가 드래곤에게서 이런, 저런 음식이 있다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건 그 놈 하나뿐이였

    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가장 완벽한 생명체로서 유통기한도 무시할 수 있는 튼튼한 위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더기나 파리 눈알 같은 것을 먹겠는가? 이건 튼튼한 위를 떠나서 비위의 문제였

    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와중에도 로노와르 비위를 건들지 않는 음식이 있었다.

    오크 생뇌골. 특수 처리하여 오크 특유의 독을 없앴기에 날로 먹는 음식이며, 다 파먹은 후

    진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는 고가의 음식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대륙에서 최고라는 음식

    이다.

    정말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루드웨어를 보며 로노와르는 오

    크 골을 파먹으면서 연신 중얼댔다.

    ?저놈은 인간이 아니다.?

    사실 이 식당에선 인간이 먹으라고 내놓은 음식이었지만 드래곤도 사양하는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루드웨어의 식생활에 회의를 품으며 열심히 오크 골을 파먹고 있을 때 식당에선 소란이 일

    기 시작했다.

    도시의 불량배인 듯한 장정 다섯의 식탁 옆에는 여자 신관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스물세 살 정도로 보이는 갈색 머리의 여신관은 꽤 미인이었고, 그것을 보고 혹한 그들이

    신관의 옆에서 히히덕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여신관 옆에 앉아서 신관이 듣기에 거북한 상스러운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며 그녀가

    도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내가 말이야, 리트아니아에 간 적이 있었거든. 자네들도 알다시피 리트아니아가 창녀촌으

    로 유명한 나라 아닌가. 이 몸이 그런 곳을 지나칠 수는 없는지라 가까운 곳의 창녀촌에 갔

    지. 그런데 그곳엔 다른 나라의 창녀촌에는 없는 특별 방이 있더라고.?

    ?특별 방??

    ?그래. 엘프나 동방의 여자 같은 대륙에서 보기 힘들거나 찾기 힘든 창녀들을 모아둔 방이

    지. 여러 종류에게 서비스를 받아보았는데, 그들 중에 가장 서비스가 좋은 것들이 누군지 아

    는가??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누군데??

    ?바로 아이네스 여신관들이지. 아이네스에 대한 신앙을 남자들에게 바치더군. 그년들의 뽀

    얀 살결…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신전에서는 피부 관리법도 가르쳐 주나 보지??

    ?하하하하!?

    불량배들이 크게 웃으며 창녀가 된 여신관의 이야기를 하자 그 여신관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년의 속살을 다시 한 번 더듬고 싶다니까.?

    ?과연.?

    ?입 닥쳐라!?

    더 이상 참지 못한 여신관이 먹던 것을 멈추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불량배들을 향해 소리쳤

    고, 그런 그녀의 말에 불량배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

    ?응??

    ?뭐야!?

    여신관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입 닥치라고 했다.?

    가냘픈 여신관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장정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짓을 주고받으며 그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우습군.?

    ?이년이 죽고 싶은가 보지??

    ?잡아서 속살이나 맛보자고.?

    ?아이네스의 여신관? 창녀 같은 집단 주제에 어디서.?

    질서의 주재자라 일컬어지는 아이네스 여신을 숭배하는 신전의 신관은 거의 90퍼센트가 여

    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여신을 숭배하는 신관으로 여성이 더 알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본의 아니게 이

    때문에 대륙의 작은 신전들은 노예 상인들이나 불량배 집단들의 공격을 많이 받았다.

    아이네스 여신의 신전은 특히 로아냐드 제국에 많이 있었는데, 대륙의 국가를 보면 동쪽에

    있는 로아냐드와 남서쪽의 왕국 리트아니와는 대립의 위치에 있었고, 루덴스의 영지가 그

    사이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마령을 침공하여 영토를 가로지르지 않는 한 직접적인 전쟁은

    불가능했다.

    그 탓에 노예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리트아니아에서는 남방 해적들을 고용하여 아이네스의

    여신전을 공격, 여신관들을 노예로 잡아가기 일쑤였다. 치료 마법에만 치우쳐 있는 아이네스

    의 신관들이었기에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대륙 이곳저곳에 노예로 팔려 나갔다.

    이러한 여러 사항들은 두 강국의 정치적인 문제가 끼어 있기에 리트아니아에서 잡혀간 신관

    들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현재에는 신전에서 여신관을 보호하기

    위해 몽크나 남자 신관들의 수를 늘렸고, 또한 여신관들에게 의무적으로 무술을 익히게 하

    고 있었다.

    물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아이네스 출신의 여신관들은 리트아니아 사람들에게

    있어 최고의 노리개가 되고 있었다.

    이런 일이 몇십 년 동안 이어진 지금 아이네스 출신의 여신관들에게 가장 큰 수치로 다가오

    는 것은 바로 창녀란 욕이었다.

    창녀 집단이란 말이 나오자 여신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지 스푼을 내려놓고 자리에

    서 일어났다.

    ?해보겠다는 건가??

    이들의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로노와르는 잠시 거리의 불량배들에게 잡혀가는 것을

    용사가 구해주었다는 흔한 로망스의 레퍼토리를 생각하며 루드웨어를 향해 물었다.

    ?안 도와주는 거야? 로망스에선 이럴 때 용사가 여신관을 도와주던데? 넌 자칭 정의의 사

    자라는 대륙 최강의 마법사잖아.?

    하지만 이상하게 루드웨어는 평소와는 다르게 이런 좋은 남자의 로망을 터뜨려 보일 수 있

    는 자리를 시큰둥한 얼굴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게 현실과 로망의 차이지. 난 도와줄 놈을 보고 도와준다.?

    ?도와줄 놈? 왜? 꽤 미인이잖아??

    그 말에 루드웨어는 먹고 있던 수프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제정신을 차린 루드웨어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로노와르를 보며 따지듯이 말했다.

    ?내가 미인만 도와주는 줄 알아!!?

    ?응.?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허망해진 루드웨어는 진지한 얼굴을 보였다.

    ?미안하지만 정의의 사자는 위험에 처한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준다고.?

    ?그럼 저 여신관은??

    ?도와줄 필요가 없으니까.?

    ?도와줄 필요가 없어??

    로노와르의 물음에 루드웨어는 고개를 돌려 앞에 놓여 있는 지렁이 국수를 포크로 말면서

    말했다.

    ?리트아니아에서 계속 아이네스의 여신관들을 노예로 팔기 위해 해적들을 동원해서 잡아가

    자 사태의 심각함을 느낀 대신전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지.?

    ?그건 알아. 그래서 몽크나 남자 신관들을 많이 모집하고 아이네스 교를 믿는 중소국을 이

    용하여 남방 해적들에게 강경하게 나서며 움직이잖아??

    ?그래. 하지만 그거 외에 내부에서 하고 있는 한 가지 사항이 더 있어.?

    ?뭔데??

    루드웨어는 잠시 지렁이 국수를 후루룩 한 입에 훌훌 집어넣어 씹으며 말했다.

    ?냠냠… 그게… 냠냠… 대륙의 긴급 상황에서만 허용하던 사항을 추가한 것이지. 즉, 상위

    신관에게만 허용되던 신성 계열의 공격 마법을 중위 신관까지 허용한 거야.?

    ?신성 마법??

    그 말에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요즘 사람들이야 자비와 정의의 교리를 전파하는 신전의 신성 마법이 치료 마법뿐

    인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하지만 실제로 신성 마법은 엄청난 거야. 세계를 만들 신들

    의 힘을 빌리는 마법이 약할 리가 없잖아. 세간에 신성 마법에 대한 평가가 치료 마법뿐인

    것이 아닌 이유는 공격 능력의 신성 마법을 마족들 외에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별로 드러

    나지 않는 거야. 공격 능력이 있는 신성 마법들은 보통의 마법사들이 펼치는 마나를 이용한

    서클 마법보다 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마법들이 존재한다고.?

    ?그래? 그러고 보니 아직 신성 마법은 본 적이 없어.?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 상위 신관급들 정도 되면 신전에 틀어박혀 있거나, 여러 신관들에

    게 둘러싸여 있어서 신전이 무너지거나 하지 않으면 좀처럼 얼굴을 보이지 않을 테니까. 옛

    날에 누구더라? 아! 그래, 무슨 일을 하다가 시야스라는 아이네스의 대신관이 오해를 산 적

    이 있었지. 나의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용서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한 번 붙은

    적이 있었어.?

    그 말에 로노와르는 궁금한 표정이 되어서 물었다.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내가 이겼지. 하지만 그 당시에는 나도 신성 마법의 위력을 자세하게 몰랐기

    때문에 방심하다 녀석이 쓴 중급 정도의 신성 마법에 오른쪽 팔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

    뭐.?

    ?지금 있는 팔은??

    ?열받아서 녀석의 팔을 뜯어다 붙인 거야.?

    ?너답다.?

    로노와르는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며 골을 파먹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물었다.

    ?그럼 저 여자는 뭐가 있는 거야??

    ?응. 신들을 모시는 신관들은 등급에 대한 표식이 법의에 붙어 있지. 이를테면 아라시아 성

    교 같으면 모자에 있는 태양의 표식의 금속에 따라, 대지모신을 모시는 안트라네 교 경우에

    는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의 문양에 따라 등급을 표시하고 있다고. 아이네스 교의 경우를

    설명하자면, 그들은 법의 가슴에 붙어 있는 표식으로 등급을 나누지. 그런데 저 여자의 흰색

    의 법의에 붙어 있는 황금 표식은 중위급의 신관들에게만 주어지는 표식이야. 또 싸우려고

    일어선 신관의 다리가 대각선으로 약 30센티미터 정도 벌어져 있는 것이 보이지? 저건 아이

    네스 교의 몽크들이 익히는 권술의 기본 자세라고. 저 정도의 자세를 보면 상당한 무술 수

    련을 받은 것이 드러나 보인다고.?

    ?무술은 몽크나 하는 거잖아??

    ?무슨 소리야. 시기가 시기인만큼 여신관들에게도 무술을 수련시키지.?

    루드웨어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관이 있던 쪽은 소란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불량배

    들과 여신관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불량배들 중 한 명이 몸집이 작은 신관의 어깨를 붙잡으려고 뛰어들었으나, 그녀는 가볍게

    그의 손을 피하고는 오른손으로 자신을 공격한 사내의 팔을 잡고는 가볍게 비틀어 던졌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사내는 식당의 한쪽 벽을 부서뜨리고는 자빠졌다.

    ?거봐.?

    루드웨어는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지렁이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근데 무섭다.?

    로노와르는 흥미로운 격투 경기를 보기라도 하는 듯 근처에 놓여 있던 메뚜기 튀김을 무릎

    에 올려놓고는 고소한 튀김을 먹으며 신관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명의 동료가 나가떨어지자 신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불량배들은 근처에

    있던 의자를 벽에 부서뜨려 의자 다리를 몽둥이 삼아 천천히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몽크의 권술을 익힌 신관은 네 명의 불량배가 몽둥이를 들고 사방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그리 긴장하지는 않은 듯했다.

    ?우와!?

    불량배 중 한 명이 몽둥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뛰어 들어오자 그녀는 그가 몽둥이를

    휘두를 시간도 주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접근하여 순식간에 그의 코밑에 다다랐다.

    ?헉!!?

    신관이 빠른 속도로 자신의 정면으로 뛰어 들어오자 몽둥이를 휘두를 타이밍을 놓친 그는

    당황했으나 익숙한 싸움꾼인 듯 그녀의 어깨를 향해 팔꿈치를 찍었다.

    하지만 그의 팔꿈치보다 그녀의 주먹이 더 빨랐다. 그녀의 주먹은 정확히 자신의 앞에 있는

    불량배의 명치를 가격했고, 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년이!!?

    ?죽어라!!?

    그것을 보고 있던 불량배 두 명이 그녀의 옆에서 몽둥이를 휘둘렀고, 로노와르는 그녀가 위

    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알고 소리를 질렀다.

    ?조심!?

    하지만 로노와르의 걱정은 필요없는 것이었다.

    양쪽에서 공격해 오는 불량배들을 보며 여신관은 오른쪽에서 공격해 오는 녀석을 무시하고

    는 왼쪽의 상대에게 다가가 장타를 사용하여 상대의 턱을 가격했다.

    턱을 맞은 녀석은 뒤로 자빠져 쓰러졌고, 그가 쓰러지기 전에 여신관은 빠르게 자세를 낮추

    고는 회전하며 그 원심력을 사용하여 오른쪽의 상대의 다리를 발로 가격하여 쓰러뜨리고는

    공중에 뛰어올라 그의 복부를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이 연속적인 기술은 권투사들이나 쓸 법한 고난도의 기술이었기에 로노와르는 놀라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런!?

    순식간에 자신의 동료들이 희롱이나 해보려던 여신관의 권술에 당해 쓰러지자, 남은 한 사

    람은 조금씩 뒷걸음질치려고 했지만, 한번 화가 난 그녀는 도망치는 녀석조차 봐주려 하지

    않았다.

    ?네 녀석도 덤비시지.?

    여신관은 우습다는 식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그를 도발했다. 그녀의 도발에 넘어간 그는

    큰소리를 내며 몽둥이를 들고 덤벼들었지만역시 여신관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가 덤벼드는 것을 보며 공중으로 뛰어오른 그녀는 회전을 하며 오른쪽 발꿈치로 그의 관

    자놀이를 정확하게 가격하여 쓰러뜨린 것이다.

    ?우와!!?

    로노와르는 그녀의 놀라운 실력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아직 그녀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쓰러진 녀석들을 봐줄 생각은 없다는 듯이 주위를 돌아다니며 쓰러진 녀석들을

    발로 짓밟으며 폭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맞으려나??

    결국 이러한 모습은 구경하고 있던 로노와르도 질릴 정도였다. 그들이 모두 쓰러진 후 여신

    관은 거의 십 분 동안이나 돌아다니면서 불량배들을 발로 가격하고 있었다.

    순백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여신관에게 저렇게 잔인한 면이 있을까 하는 정도로.

    ?살려줘요.?

    ?그러게 누가 덤비래!?

    봐주는 것도 없다. 로노와르는 불량배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단칼에 거부하는 그녀를 보며

    신관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꽤 맞은 후 피투성이가 된 다섯 명의 불량배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신관을 피해 식당을 빠져

    나가려고 하는데, 여신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딜 가??

    ?살려주세요.?

    ?아니, 식당 수리비는 주고 가야 할 것 아니야.?

    ?아! 예예!?

    여신관의 말에 놀라며 떨리는 손으로 급히 돈주머니를 풀어 식탁 위에 올려놓은 그들은 발

    바닥에 불이 나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후후.?

    여신관은 그들이 놓고 간 돈주머니를 보며 잠시 만족의 웃음을 짓더니 주인을 불렀다.

    ?예예.?

    주인은 여신관에게 질렸다는 듯이 겁에 질린 모습으로 다가왔고, 그런 주인장을 보며 여신

    관은 아까와는 달리 자비스러운 미소 어택을 날리며 말했다.

    ?수리비가 얼마죠??

    ?그게… 식탁 두 개와 의자 다섯 개에 무너진 벽까지 수리하려면 적어도 10골드 정돈…

    ….?

    그 말에 여신관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10골드를 꺼내 주인에게 건넸다.

    ?자요.?

    ?예예, 감사합니다.?

    주인이 도망치듯 들어가자 여신관은 미소를 지으며 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더니 세기 시작

    했다.

    ?후후, 녀석들, 꽤 돈이 많았잖아? 235골드나 벌었네??

    그것을 보고 있던 로노와르는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신관이 돈을 밝힐 줄이야.

    ?어이, 루드웨어. 신관이 저래도 괜찮은 거야??

    ?뭐, 정의를 주재한다고는 하지만 요즘 들어 상황이 안 좋아져서 아이네스의 신관의 율법

    은 조금 완화되어 있지. 살생은 자제하고, 도둑질은 하지 말아야 하며, 간음하지 말라. 정도

    외엔 금하는 것이 많지 않게 변했으니 지금의 행동도 죄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강도 같잖아??

    ?생각하기 나름이지. 신을 모시는 성스러운 몸을 움직이게 했으니 신전에 기부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 생각하며 돈을 받았다는 식이 아닐까??

    여신관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먹다만 식사를 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로노와르의 일행을

    보게 되었다.

    ?어? 루드웨어 아니야??

    여신관은 루드웨어를 보자 아는 체를 하며 다가왔다. 루드웨어는 자신은 저 여신관을 모른

    다는 표정으로 꿋꿋이 지렁이 국수를 먹었지만 여신관은 그런 그를 가만히 냅두지 않았다.

    ?어이, 루드웨어. 야센시티에는 무슨 일이야??

    ?아이샤, 가라.?

    ?어이, 삐친 거야? 저번에 돈 좀 얼마 갖고 갔다고 그러냐??

    그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변한 루드웨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안색이 시퍼레지면서 소리

    쳤다.

    ?정확히 2만 6천 3백 4골드다! 그게 조금이라면 이 나라 사람들은 다 부자가 아니면 왕이

    겠다!?

    그 말에 로노와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돈은 단 한 푼이라도 쓰지 않으려고 평

    소에도 떼를 쓰는 루드웨어가 앞에 있는 여신관에게 엄청난 액수의 돈을 뺏겼다는 것은 좀

    처럼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너도 대신전에서 50만 골드 정도 대신관님에게 우려냈잖아.?

    ?흥! 그건 치료비였다.?

    ?그거나그거나. 그렇게 말한다면 난 위자료를 받았을 뿐이야.?

    ?무슨 위자료!?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그 순간 아이샤라 불리는 여신관은 왼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가린 후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정말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멀쩡한 처녀의 몸에 상처를 내놓고는 어떻게 그런 말을.?

    그 말에 루드웨어는 더 이상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한숨

    을 내뱉으며 말했다.

    ?말할 필요도 없군. 로노와르, 나가자.?

    ?나 어떻게 하라고.?

    아이샤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잠시 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루

    드웨어는 입에서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어쩔 수 없군. 날 따라와.?

    ?응??

    설마 루드웨어가 자신에게 따라오라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아이샤는 어안이 벙벙해진 얼

    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 줄 모른다며? 내가 책임지지. 따라와.?

    ?어딜 가는데??

    ?북극의 대륙.?

    그 순간 아이샤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여행을 다니고 있던 아이샤였기 때문에 북극령

    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6개월 간 밤과 낮이 이상하게 교차되어 처음 가는 사람은 불면증으로 죽기 딱 알맞으며, 함

    부로 나돌아다니다가는 정체 모를 마물의 밥이 될지도 모르는 불모의 대지. 아무리 여행을

    하고 있는 아이샤라곤 해도 그녀는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알고 있었다.

    ?아, 나 갑자기 일이 생긴 것 같아.?

    ?응? 그럼 이만 육천삼백사 골드는 주고 가야 하지 않을까??

    ?왜??

    ?책임질 필요도 없다는데 왜 위자료는 갖고 갔지??

    여행을 다니면서 여신관은 자신에게 추근대거나 납치하려는 자들을 조금 패고 약간의 성금

    을 받아 주머니가 두둑한 그녀이긴 하지만, 이만 골드 이상의 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

    욱이 그런 돈이 있다고 해도 루드웨어 같은 자에게 되돌려 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 그녀였는

    데, 어떻게 빠져나가려고 해도 루드웨어의 말발을 잘 아는지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

    을 알게 된 아이샤는 한숨을 쉬었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영락없이 끌려가는군.?

    ?새삼 왜 그래? 돈은 다 받아놓고.?

    ?알았어, 알았다구.?

    로노와르는 그 둘이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평탄치 않을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어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새삼 아이샤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봉변을 당할까??

    어쨌든 로노와르는 엉성한 자신들에게서 조금은 쓸 만한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로망

    스에 흔히 나타나는 정식의 파티가 돼가고 있어 조금은 여행다운 여행을 하게 될 것이라 생

    각한 로노와르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치고 있었다.

    엘프나 드워프들은 언제 잡아올까? 루드웨어의 로망스 찬양론이라면 생전 단 한 번도 보지

    못할 종족이라도 충분히 파티의 일원으로 끌고 올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이 엉성한 파티에

    들어오는 게 얼마나 엉성한 엘프와 드워프일까란 생각을 했다. 그들의 엉성함은 아마 루드

    웨어가 얼마나 일을 저질렀는가에 따라 판가름될 듯하다고 생각하는 로노와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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