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와의 만남
?으아악!!?
거대한 대청. 루드웨어는 다시 공중에서 떨어지며 땅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젠장, 보내주려면 곱게 보내줄 것이지.?
우악스럽게 자신을 보낸 라스타를 욕하던 루드웨어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 바로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왔냐??
?헉! 로노와르!?
말이 끝나지도 않고 멋있는 로노와르의 발차기는 구차한 변명을 하려는 루드웨어의 턱을 강
타했다.
?왜 때려!?
루드웨어의 반항.
?어디서 말대답이야!?
로노와르의 옆차기.
?큭큭큭.?
그 상황을 왕좌에 앉아서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던 루덴스는 둘의 코믹스러운 행동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뭐야, 루덴스!?
?하하하하, 정말 어떤 의미로 멋진 커플이라 할 수 있겠군.?
?커플이라니! 난 남자야! 남성 드래곤!!?
로노와르가 루덴스의 말에 화를 내며 남자라고 못을 박자 루덴스는 그 말이 더 우습다는 듯
이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어차피 여성체가 될 거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의 말에 흠짓하는 로노와르였다.
?그만 웃어라, 루덴스. 열받는다.?
턱을 만지작거리며 루드웨어가 일어나자 더 웃으면 마법이라도 난사할 것 같은지라 루덴스
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래, 라스타님을 뵌 소감이 어떤가??
?감동이 철철 넘치더군.?
?그럴 테지. 빌어먹을 천하가 돼버린 마계의 지배자로 계시는데… 뭐, 원래 풍채 좋은 분이
기도 하지만. 안 그래??
?과연 대리자다운 발언이군, 루덴스.?
?자네 역시 대리자가 아니었던가??
그의 말에 놀란 로노와르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루드웨어에게 물었다.
?대리자라니? 무슨 말이야??
?헛소리.?
?장난치지 말고.?
?장난이야. 루덴스가 나에게 장난친 거라고.?
끝까지 부인하는 루드웨어였지만 로노와르는 루덴스가 장난 같은 것을 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날 속이는군.?
로노와르가 얼굴이 굳어지며 말하자 루드웨어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참, 그래, 속인 것은 미안한데 아직은 알 때가 아니야. 언젠가 기회가 오면 가르쳐 줄
게.?
루드웨어가 미안한 얼굴을 하면서 이렇게 말하자 로노와르는 언젠간 그가 말해 주리라 생각
하며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상황을 보며 즐기고 있던 루덴스는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그래, 자칭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 놀러 왔다고 뻥은 쳤을 테지만 뭘 가르쳐 줄까? 원하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하나? 얻고자 하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하나??
?둘 다.?
루드웨어가 말하자 루덴스는 편안히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말했다.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하자면 그들은 종족 평준군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
?종족 평준군??
루드웨어가 되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현 대륙을 보면 종족 간의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은 알고 있을 테지? 이런 힘의 균형
이 맞지 않은 종족들을 힘으로써 평준화한다는 것이지. 최하층의 종족들과 최상층의 종족들
간의 균형, 그것이 그들이 바라는 이상이지.?
?가능할 것 같은가??
?글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이상이 맞다고 할 수도, 틀리다고 할 수도 있
지 않은가??
그의 말에 루드웨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틀려.?
?왜??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자연은 원래 약육강식이란 법칙을 따르고 있네. 그것은
자연의 순리지. 이지가 있는 생명도 자연의 일부인데 최상층과 최하층의 동등함이라니, 그
동등함이 도리어 균형을 깨뜨릴 것이라 생각되는군.?
그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던 루덴스는 다시 말을 이었다.
?북극의 대지에 있는 얼음의 성이 그들의 본거지네. 그들을 다스리고 있는 자는 북극령의
왕 크샤스 하르베이드. 현재 북극의 마물들을 다스리고 있지.?
?북극의 마물을??
?그래. 삼십 년 정도 전에 북극령의 마물들의 마령이 이 땅을 차지하기 전에 살고 있다가
북극령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 북극형의 사신이 찾아왔었네. 뭐, 북극령의
마물이야 다루기 힘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우린 북극령 마물에게서 손을 떼고 그에게 권한
을 줬는데, 짧은 시간 안에 고위 마족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더군. 지금은 완전히 마물들
을 장악한 상태지.?
루덴스의 말에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 정도면 됐다.?
루드웨어의 말이 끝나자 루덴스는 미소를 지으며 로노와르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은 얻고자 하는 것을 가르쳐 주지.?
?예??
루덴스가 자신을 보며 말하자 로노와르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극의 대지로 가보게. 수많은 모험에서 살아남으며 원하는 것을 갈구하게. 그러면 성취할
수 있을 것이네.?
?원하는 것을 갈구하라고요??
로노와르가 되묻자 루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강의 생물이여! 창조주가 자네에게 만들어준 육체는 다른 이지가 있는 생명체와는 달리
너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네가 원한다면 그대로 될 것이다.?
조금은 난이도가 높은 말인지라 루덴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로노와르였다.
?시간이 가르쳐 줄 테니 너무 궁금해하지는 말게.?
그런 로노와르를 보며 루덴스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루드웨어를 쳐다보았
다.
?언제 떠날 건가??
?지금.?
?그래? 자네의 길은 마령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그래, 필요한 것은 없겠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해 주도록 하지.?
?십 억 골드.?
?그냥 가라.?
루덴스는 루드웨어의 터무니없는 말에 바로 대답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뒤쪽으로 걸음을 옮
겼다. 루드웨어가 계속 보챌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루덴스!?
?소리쳐도 소용없어. 넌 이미 그 말 한마디로 기회를 상실한 거야.?
?빌어먹을! 있는 놈이 더하다니까.?
있는 놈이 더하다. 물론 말이야 바른 말이기는 하지만 십 억 골드……. 마령 일 년 예산의
반을 달라고 하는데 루덴스가 그런 소리를 하는 미친놈과 상종하려 하겠는가? 철저히 무시
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
?안 가??
루덴스가 사라지자 로노와르는 갈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물었는데 루드웨어는 로노와르의
말에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흐흐, 그냥 갈 것 같냐??
?그냥 안 가면??
?십 억 골드는 안 되지만 어느 정도 성의는 받아가야 될 거 아니야.?
그러나 루드웨어의 그 야망 찬 계획은 이미 들통나 있었다.
대청 회의실에서 약간 벗어난 곳. 루덴스와 그의 오른팔인 사라덴은 커튼 뒤에 숨어서 루드
웨어의 황당한 말을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봤지??
?정말 무서운 놈이군요. 마령 일 년 예산의 반을 달라고 하다니…….?
?휴~ 한 입 가지고 두말 안 하는 나이기는 하지만 저놈은 예상을 뛰어넘는 녀석이라고.?
?들어주겠다는 다짐이라도 했다면… 휴, 다행입니다.?
사라덴은 말을 하면서 정말 끔찍한 일을 겪을 뻔했다는 듯이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사라덴의 모습을 본 루덴스는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는 듯 말했다.
?그렇지? 라스타님의 이름으로 맹세를 하기라도 했다면…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아마 그날로 마령은 부도내고 대륙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새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닦는 사라덴이었다.
?암튼 고생 좀 해야겠네.?
?네! 도둑놈 마법사 녀석에게서 마령의 금고를 목숨을 다해 지키겠습니다.?
?좋은 다짐이다. 마령의 앞날은 자네의 손에 맡기도록 하겠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날 루덴스의 마성은 창성 이래 최고의 마법 방어벽과 경비병들을 배치했으나 약 2
억 골드 가량의 보물을 강탈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그 정도의 액수에 그친 것도 예감이 이상했던 루덴스가 보물 창고로 순시를 나갔기
때문에 준 액수였는데…….
마성의 보물 창고를 지키고 있던 마성 기사단 중 한 명은 루덴스가 보물 창고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 텔레포테이션 게이트로 보물을 퍼 넣고 있는 마법사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루덴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퍼갔을까? 루덴스는 자신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 십 억 골드가 아니라 보물 창고는 텅텅 비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2억 골드 정도에
그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뭐, 루덴스의 보물 창고에서 욕심쟁이 루드웨어는 이날로 로노와르와 있을 결혼 비용을 다
채운 것 같긴 했고, 암암리에 들려오는 소문엔 루덴스의 성을 털 때 막지 않은 로노와르는
후에 둘이 결혼했을 때 결혼 비용을 채운 루드웨어를 엄청 칭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