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9화 (9/247)

8장 마신과의 만남

?앙! 난 어떡해!!?

갑작스럽게 터진 세다린의 서글픈 울음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행동을 멈추고 코볼트

아가씨를 볼 수밖에 없었다.

?꾸룩꾸룩, 왜 그러는데??

?쿡쿡, 무슨 일 있는 거야??

평소 세다린에게 관심이 있던 오크와 오우거는 그녀가 울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안 좋

은 생각이 퍼뜩 들었는지 울고 있는 세다린을 멍청히 보고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기 시작했

다.

?꾸룩꾸룩, 설마 이 녀석들이!!?

?쿡쿡, 불쌍한 세다린에게 무슨 짓을… 설마 XX도 하고 XX도 하고 XX도 한 거 아니

야??

오크와 오우거의 섣부른 추리에 당황한 두 사람은 연신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둘은 심증을

굳히고 행동으로 나서려고 하고 있었다.

?쿡쿡, 손도 못 잡아본 세다린에게 무슨 짓을! 쿡쿡.?

불쌍한 오크의 눈에는 비통함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옆에 있던 오우거 역시 다르

지 않았다. 오우거는 널찍한 코에 콧물을 질질 흘리며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꾸룩꾸룩, 네 녀석들이 무슨 권리가 있다고 한 코볼트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거지! 말해

봐!!?

눈물을 흘리며 다그치고 있는 두 녀석에게 말을 들으며, 한순간에 코볼트의 인생을 망쳐 버

린 범죄자가 돼버린 루드웨어와 로노와르는 멍한 얼굴이 되어, 한마디 반박도 제대로 못하

고 있었다.

?어떻게 하냐??

루드웨어는 이 상황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손으로 입을 막고는

로노와르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무래도 튀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천하의 드래곤과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라고 해도 루덴스의 성에서 그의 부하들을 공

격할 수는 없는 일이라 도망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루드웨어는 옆에 있는 로노와르에게 조용히 말했다.

?셋, 세면 도망가는 거다.?

로노와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드웨어는 숫자를 셌다.

?셋!! 튀어라!!?

?이 빌어먹을 자식이!!?

혼자 재빨리 도망가는 루드웨어를 욕하던 로노와르를 보며 눈치를 챈 둘은 그의 뒷덜미를

잡았다.

?꾸룩꾸룩, 어딜 도망가!!?

?쿡쿡, 세다린을 이렇게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야!!?

둘의 주먹이 로노와르를 향해 뻗어오는데 드래곤이 식량이 되는 오크나 오우거의 주먹을 맞

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지라 그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젠장!!?

로노와르는 날아오는 두 개의 주먹을 양손으로 잡으며 막았다.

?그냥 가려고 했더니 이게 누구한테 주먹을 휘두르는 거야!!?

역시 로노와르는 루드웨어에게 없는 그 무엇인가가 바로 자존심이 있었다. 로노와르가 가볍

게 힘을 주자 둘은 손목이 꺾이며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내가 나이가 어리고 폴리모프를 하고 있다고 해도 드래곤의 일족. 네 녀석들이 우

습게 볼 만큼의 인물이 아니란 걸 알아야지!!?

로노와르의 분노 어린 말에도 둘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제길, 죽여라!!?

?드래곤 일족이 평범한 코볼트 아가씨를 능욕하다니, 이 지저분한 드래곤아!!?

그 말에 로노와르는 다시 멍청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것들이 누가 코볼트를 범했다는 거야!!?

?그럼 세다린이 왜 우는데!!?

?그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임마!!?

두 사람의 어거지에 반항을 하고 있던 로노와르는 순간 자신의 앞에 누군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이 빌어먹을 자식이 드래곤 일족이면 다야!!?

멋진 세다린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작렬하자 로노와르는 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새서 정리한 서류를 흩뜨려 놓다니! 잉잉! 난 어떡해! 부장님 오시면 나 온몸에 피를 빨

려 죽을 거야!?

새삼 집에서 앓고 계시는 어머니가 생각나는 세다린이었다.

?흑흑, 아마 난 죽겠지? 부장님의 이빨에 가녀린 목을 물리고는 쭈글쭈글해진 피부를 드러

내며 죽게 될 거야. 내 피부가 망가지는 것은 싫은데. 엄마! 어떡해!! 급한 서류들인데!?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는 그녀의 말에서 다행히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

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오크와 오우거는 안도의 한숨을 잠시 뱉고는 굵직한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입에 한껏 미소를 띠곤 큰 소리로 세다린에게 소리쳤다.

?쿡쿡, 제가 다 도와드리져!?

?꾸룩꾸룩, 까짓거 오우거가 힘쓰면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다린 양의 일이라면

이 몸이 쓰러질 때까지 해야죠!!?

오크와 오우거는 급히 떨어진 서류들을 주워 올리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한없이 느려 터

져 먹은 오크와 오우거 일족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속도는 어느 잽싼 마족에 못

지 않은 속도였다.

?두 사람, 고마워요.?

?쿡쿡, 별말씀을!!?

?꾸룩꾸룩, 세다린 양은 잠시 쉬고 있어요!?

세다른을 안심시켜 주기 위해 한 말이 끝나자 둘의 시선은 세다린의 스트레이트를 맞고 뻗

어 있다가 일어서는 로노와르에게 향했다.

?뭐야??

두 사람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 탓에 조금 움찔해진 로노와르가 말하자 그들은 밑에 떨어

진 서류들을 보라는 듯이 눈짓을 했다.

?알았다구!?

허망해진 로노와르는 이리하여 두 마물과 함께 코볼트 세다린 양의 서류 작업을 도와주게

되었다는 평범한 이야기가 북의 마성에서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

로노와르를 버리고 비겁하게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루드웨어는 세상의 모든 마법사에게 있

을 수 없는, 아니, 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에 빠졌으니, 그건 평범한 성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앗! 던젼이다!!?

한심한 루드웨어였다. 남들은 쉽게쉽게 돌아다니는 길을 루드웨어는 던젼으로 착각할 정도

였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루드웨어. 그에게 이곳

을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은 없단 말인가? 혹자들은 이런 그를 보며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

가 아닐 것이라는 가벼운 추론을 내뱉고 있지만, 당시 루드웨어가 길을 찾지 못한 것을 이

야기하는 사람들 중 가장 근접한 가설은 그가 던젼을 빠져나가는 마법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루덴스의 성은 엄연히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던젼이 아니었지만 현재 루드웨어에겐

어느 던젼보다 더 복잡해 보였다. 신들의 미궁마저 돌아다니며 보물을 찾는 그가 성에서 길

을 잃어버리다니… 로노와르를 버린 벌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까 싶다.

다행히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뻗치고 있었으니…….

?멍청한 자식아! 앞으로 가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

자신의 머리를 울리는 듯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당황한 루드웨어였다.

?누구야!!?

?이런 빌어먹을 자식이! 내 목소리도 잊어먹었냐? 유리마다!?

?아! 유리마, 알았어.?

유리마가 말한 대로 길을 가려고 했는데 순간 루드웨어는 부르르 떨며 걸음을 멈추고 말았

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는데.

?뭐야??

?하하하하하.?

뭐가 그리 우스운지 갑자기 큰 소리로 웃던 루드웨어는 한참을 더 웃다가 입을 열었다.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랬지??

쿵! 하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얼마 후 다시 소리가 들렸다.

?나이를 먹더니 머리도 둔해지는구나. 오른쪽이다.?

?오케이!!?

방향을 확인한 루드웨어는 걸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눈을 감더니 주문을 외우

기 시작했다.

?뭐야??

유리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루드웨어는 말했다.

?길 찾기 힘들까 봐 니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확인하고 디멘전 패스로 가려고!?

?이 멍청아! 안 돼!!?

?디멘전 패스!!?

쿵!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 한참을 떨어지며 우당탕― 하는 소리를 내던 물체는 다름 아닌

유리마의 목소리를 따라 디멘전 패스를 실행시킨 루드웨어였다.

?어? 여기가 어디냐??

한참을 구르다 멈춘 루드웨어는 정신을 차리고는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온통 어둠으로 감싸

져 있는 이곳은 인간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앞을 보자 몸집이 십 미터

도 더 될 것 같은 사람이 고통으로 부르르 떨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 앞에는 루드웨어의 절친한 친구인 유리마가 사색이 된 채 어쩔 줄 모르며 그를 보고 있

었으니…

?아, 유리마! 오랜만이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루드웨어는 방긋 웃으며 유리마에게 반갑게 인사했는데 그 순간 유리

마의 눈이 날카로워지더니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루덴스의 성에서 길을 잃어버렸기에 불쌍해서 가르쳐 줬더니 왜 이

쪽으로 날아오는데! 여기가 어딘지 알아!!?

?어딘데??

?현 마계의 지배자이신 마신 라스타님의 성이다!!?

?헉!!?

그 말이 끝나자 루드웨어는 사태의 심각성에 잠시 멍해져 있다가 놀란 목소리를 간신히 진

정시키며 조용히 말했다.

?그럼 머리를 부여잡고 계시는 저분은…….?

루드웨어의 조심스러운 말에 그는 한심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

?그래, 라스타님이시다!?

?꽥!?

괜히 로노와르를 버리고 도망갔다가 더 큰 위기에 봉착한 루드웨어였다. 루드웨어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라스타 위로 떨어져 이런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이 빌어먹은 인간 자식을!!?

분노한 마신의 눈초리는 정말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낀 루드웨어였다. 하지만 루드웨어가

누구인가. 그는 두 손을 비비며 라스타를 향해 간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헤헤헤헤, 죄송합니다. 맨날 위대하신 라스타님을 뵙고 싶다, 뵙고 싶다 생각하다 보니 이

렇게 된 것 같군요.?

간사한 아부의 말로 상황을 빠져나가려 한 루드웨어. 하지만 그렇게 빠져나갈 수 있는 자리

가 아니었다. 마신 라스타는 간사한 미소를 띠며 말하고 있는 녀석을 보자 머리의 통증이

더 심해진 것을 느꼈지만 죽일 수는 없는지라 떨리는 주먹을 간신히 진정시키고는 그를 주

시했다.

루드웨어는 아직도 두 손을 비비며 아부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런 루드웨어를 보게 되

자 할 말이 없어진 라스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따위 녀석이었다니… 당장 꺼져라!?

라스타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검은 섬광이 뻗어나와 루드웨어의 몸을 감싸고는 사라졌다.

?라스타님, 괜찮으십니까??

유리마가 고개를 숙이며 묻자 라스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다. 거참, 머리 하나는 단단하더구나. 마신의 머리가 아플 정도라니.?

아직도 가시지 않는 통증에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라스타였다.

?아깝습니다.?

?그렇군. 덤벙거리는 것만 빼면 인간계의 나의 대리자로서는 적합한 인물인 것을.?

?하지만 신들이란 녀석이 그 딴 수작을 부리다니…….?

유리마는 분노가 일었는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님이 천신 레이뮤에 의해 봉인되어진 이때에 약해진 마계가 무슨 힘

이 있겠느냐. 천신 녀석들의 수작을 보고 있을 수밖에.?

라스타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마령의 상황은 어떠한가??

?아무래도 인간계 황제라는 녀석이 사실을 알아챈다면 마령을 침범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루드웨어란 녀석이 잘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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