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8화 (8/247)

7장 루드웨어의 과거

루드웨어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한 로노와르가 어떻게든 정체를 알기 위해 진실의 거울까지

사서 들고 다니기 시작하자 루드웨어는 어쩔 수 없이 더운 날씨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 덥다. 스승님도 무지 더웠을 거야.?

한여름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루드웨어는 새삼 잊혀졌던 스승이 생각났다.

루드웨어의 스승 라지베헤루는 제국에서 유명한 괴짜 마법사로, 실력은 최고였으나 언제나

말썽만을 일으켰기 때문에 제국에서는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던 사람이었다.

그의 제자가 된 것도 모두 괴짜 스승의 행각 때문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마법을 모르고 있던 루드웨어는 어릴 적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떠돌아다니

던, 흔히 있었던 전쟁 고아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인생을 바꾸어 버린 그날도 마을에서 밥도 빌어먹지도 못하고 배고픔에 인적없는 산에

들어가 풀이라도 캐 먹을 요량으로 루드웨어는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늑대나 야생 맹수가 돌아다니는 산이었지만, 어차피 굶어 죽으나 맹수에게 잡혀 죽으나 죽

는 것은 마찬가지란 생각이었기에 어린 루드웨어는 큰마음을 먹고 산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피폐하게 말라 버린 어린 루드웨어는 몇 시간을 산속에서 헤매었지만, 별다른 지식조차 없

던 루드웨어에게 자연의 보고라는 숲도 먹을 것은 안겨주진 못했다. 거의 쓰러질 듯 헤매고

있을 때 푸른빛이 희미하게 태양마저 가려 버리는 숲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먹을 거…….?

인가의 불빛이라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주린 배를 움켜잡고 빛이 비치고 있는 곳으로 향했

다.

?크하하하하! 성공이다.?

붉은색의 로브를 입고 참나무로 만든 로드를 들고 있는 노년의 마법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여러 마물들을 보며 크게 웃고 있었다.

붉은색 로브의 마법사 이름은 라지베헤루. 그 당시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

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였지만, 괴이한 실험들로 인해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한 마법사였다.

라지베헤루가 마물들 앞에서 크게 웃고 있는 이유는 그가 십여 년을 고생하여 해독한 소환

마법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 있는 마물들은 푸른색의 오망성 마법진 위에서 이지를 상실한 눈으로 멍하니 서

있었는데, 아직 완전한 주문을 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한 소절만 외우면 그가 소환한 마물들은 완전한 이지를 찾아 지상계에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데, 그때 예상을 뒤엎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아!?

앳된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울려 나오자 뒤를 돌아본 라지베헤루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거지

꼬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꼬마야, 여긴 위험하니 저리 가거라.?

아직 마지막 주문을 외우지 않아 마물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처음 해보는 소환 마법

이었기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지라 라지베헤루는 소년을 물러서게 하려고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돼지다! 흐읍.?

소년은 멍한 눈으로 마법진에서 소환된 이계의 오크를 보고는 갑자기 돼지라고 소리치고는

입에서 흐르는 군침을 닦기 시작했다.

?돼지…….?

라지베헤루는 소녀의 말에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송곳니가 날카로운 이계

의 오크를 돼지로 보고 있는 소년을 뭐라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와!?

배고픔에 찌든 루드웨어.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이계 오크를 돼지로 생각하고는 주변에 있

던 막대를 들고는 마법진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라지베헤루는 갑작스런 꼬마의 행동에 놀라 막으려고 했는데, 잽싼 꼬마는 벌써 마법진 안

으로 들어가 오크의 머리를 막대로 때리고 있었다.

?꼬마야, 위험하다! 빨리 나오너라!!?

?돼지야! 죽어라!!?

하지만 배고픔에 찌든 루드웨어에게 그런 라지베헤루의 말은 들리지 않았고, 그런 소년을

보며 당황한 라지베헤루는 마나의 공급에 차질을 빚고 말았다.

?쿠악!?

?젠장!?

마나의 공급이 흐트러지자 소환된 마물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본래대로라면 마지막 주

인으로 이지를 찾고, 소환사 라지베헤루에게 절대 복종을 다짐해야 하지만, 소년의 난입으로

인해 여러 가지 상황이 흐트러져 이지만을 되찾고 복종의 마법은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이

계 오크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있는 소년을 보며 괴성을 지르고는 손을 들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꾸에엑!!?

순식간에 이계 오크에게 잡혀 목이 졸려지는 소년은 괴성을 지르며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쳤

지만 그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이런! 어쩔 수 없군.?

라지베헤루는 조용히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가 외우고 있는 주문은 소환 마

법을 되돌리는 역주문으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다시 마물들을 이계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계에서 온 생물이여, 너희들의 시간으로 돌아갈 지어다!?

그의 주문 영창이 끝나자 마법원은 강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고, 마법원 안에 있던 마물들의

몸이 가루가 되듯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마물들은 그 모습을 마법원에서 완전히 감추었고, 라지베헤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이군. 꼬마야, 괜찮느… 잉??

마물 소환을 끝낸 라지베헤루는 이계 오크에게 죽을 뻔한 소년을 찾았는데, 소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천천히 생각해 본 라지베헤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이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하! 역소환에 실려가 버린 거군. 별거 아닌 것으로 고심하다니… 내가 조금 멍청해졌

나? 우하하하하!?

하지만 그는 소년이 사라진 이유만을 생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소환 마법진을 대충 정리하고 자리를 뜨려고 하던 라지베헤루는 무엇인가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가 이상한데? 무얼 빼먹었나??

한참을 고민에 잠긴 라지베헤루. 드디어 그는 무엇을 빼먹었는지 알 수 있었다.

?헉!!?

거지 소년이 자신의 역소환 마법으로 이계로 사라져 버린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젠장!!?

꼬마가 갑작스럽게 난입하여 벌어진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계에서 죽임을 당할 꼬마를 생각

하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가 조금 괴팍한 마법사이기는 하지만 사람 됨됨이가 사악

한 마법사는 아니기에, 꼬마를 구출해 내야 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한편 이계 오크에게 목이 졸린 채로 이계로 떨어진 루드웨어는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이 생

전 처음 와보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왕! 여긴 어디야.?

배고픈 데다가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루드웨어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더 이상 참

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두려움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앞에 이상한 열매를 맺고 있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먹는 건가??

주황색의 주먹만한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 열매는 탐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아무거나 먹었다

가는 위험하기 때문에 조금 고민에 빠진 루드웨어였다.

하지만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는 옛 성인의 말을 생각해 내고는 힘겹게 나무 위로 올

라가 주황색의 열매를 따서 입으로 가져갔다.

주황색의 열매는 조금 쓰기는 했지만 그 알맹이는 달콤하기 그지없었기에 눈이 휘둥그레진

루드웨어는 허겁지겁 나무 열매를 따먹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한번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는 루드웨어는 이런 맛있는 열매를 맛보게 되자 눈

이 돌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들이 다 그렇듯이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루드웨어는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

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들어온 곳은 그가 잘 알고 있는 숲이었지만 지금 있는 곳은 생전 처

음 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그대로 이곳에 남아 사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보모가 죽은 후 몇

년은 고아로 살아온 그이기에 이곳에 있다고 구해줄 사람도 없었고,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나 뻐근했기 때문에 루드웨어는 이곳을 돌아다니기로 결심했다.

다 찢어져 가는 윗도리를 벗어 주황색 열매를 한가득 따서 보따리를 싼 루드웨어는 손바닥

에 침을 뱉고는 신의 나침반을 사용하여 방향을 확인하고 그쪽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갔다.

그 후 한 달 간은 어린 루드웨어에게는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그가 떨어진 곳은 다름 아닌

마계의 숲. 그곳은 잔인한 마수들과 야수들이 끊임없는 출몰하는 위험 지역이었던 것이다.

아무런 힘도 없는 루드웨어는 마수와 야수들의 공격에서 도망치며, 어떤 때는 그들을 잡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등, 온갖 고난을 겪게 된 것이다.

이 한 달의 시간 동안 괴짜이긴 했지만 심성이 악하지 않았던 라지베헤루는 불쌍한 아이를

구하기 위하여 마계로 내려갈 준비를 했고, 한 달 만에 마계로 떠나기 위한 의식을 마치고

마계에 도착했지만, 급한 준비 때문에 마나가 흩어져 버린 그는 기력을 잃어버려 자신조차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마수에게 잡아먹힐 뻔한 아이를 발견했다.

?젠장!?

아이를 구하기 위해 마계까지 내려오기는 했지만, 설마 그 와중에 마나가 흩어질 줄은 예상

도 하지 못했다.

마계와 지상계의 마나는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구조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는 마계의 마수 중 약한 축에 속하는 레븐타이거가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기 시

작했다. 평상시에는 간단한 마법 한 방으로 끝낼 녀석이었지만 현재의 라지베헤루는 그런

녀석도 상대할 힘이 없었던 것이다.

?아, 대마법사 라지베헤루의 일생이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며 두 눈을 감은 라지베헤루는 마수의 이빨이 자신의 목을 단번에 끊

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마수의 이빨의 고통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응??

마수가 덤벼들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한 라지베헤루는 눈을 떠 마수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는

데다.

그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눈 앞에서 벌어져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신 공격하려던 레븐타이거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덩굴에 목이 걸려서는 나무 위에 걸

려 발버둥치며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레븐타이거의 목을 걸어 나무 위로 올려 버린 덩굴은 사람의 손에 다듬어진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븐타이거의 숨이 끊어지자 덩굴이 걸리 나뭇가지 위로 한 사람이 모습

을 드러났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가죽 옷을 입고 있는 작은 소년이었다. 소년은 덩굴을 풀어 레븐타이거

를 땅에 내던진 후 나무에서 내려왔다.

?고맙구나.?

라지베헤루는 자신을 구해준 소년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 그 순간 아이는 그의 목소

리에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라? 할아버지, 이곳의 사람이 아니네요??

?응, 이 할아비는 지상계에서 왔단다.?

?그렇군요. 어쩐지 제국어를 사용한다 했어요.?

제국의 언어를 알고 있는 아이를 자세히 살펴본 라지베헤루는 이계에서도 제국어가 통용되

는구나 생각하고 있다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제국의 사람이 이계로 찾아왔었다 해도 언어가 이렇게 같을 리는 없지 않은가??

이상한 생각에 꼬마 아이를 보고 있던 라지베헤루는 문뜩 무슨 생각이 들었다.

?혹시 꼬마야… 혹시 너 한 달 전에 제국에서 살지 않았니??

?어! 어떻게 아세요? 배고파서 숲은 돌아다니다가 잠깐 잤는데, 일어나 보니 이곳에 있었

어요.?

?아! 다행이구나!!?

라지베헤루는 자신이 구해내고자 했던 아이가 눈앞에 나타났고, 거기다 자신을 구해주기까

지 할 정도로 마계에 적응한 모습에 안도감과 반가움으로 아이를 부둥켜 안고는 기쁨의 눈

물을 흘렸다.

그 후 라지베헤루는 흩어진 마나를 회복하는 데까지는 일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루드

웨어는 움직이기조차 힘든 라지베헤루를 부양하느라 마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바로 현재 마령을 관장하는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에게 마성의 포션을 전해준 암흑 신관 유리마였다.

우연히 마계의 숲을 지나다 보게 된 유리마는 마왕 라스타에게서 직접 수업을 받는 암흑 신

관이였다.

마계에서 마신의 수업을 받는다고 해도 어린아이였기에, 같은 또래의 친구가 없었던 터라,

그는 마계로 떨어진 지상 소년 루드웨어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루드웨어는 유리마에게서

마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도로 암흑 마법을 배우게 된다.

라지베헤루가 다시 지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선 안전한 장소가 필요

했었기에, 친구 유리마는 그들 두 사람에게 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었고, 루드웨어는

지상으로 귀환할 때까지 마계에서 라지베헤루에게 마법을 익히게 되었다.

?아! 스승님은 하늘에서 신들이랑 잘 놀고 있겠지.?

스승이 죽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워낙 강했던 스승이었기에 저승에서도 잘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루드웨어는 미소를 띠면서 신계에서 신을 괴롭히고 살고 있을 라지베헤루를 잠시 생

각했다.

후드를 뒤집어쓴 탓에 땀으로 범벅된 머리를 손으로 한번 닦아주던 루드웨어는 로노와르가

뻔히 쳐다보고 있자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야??

?별거 아니고, 니가 갑자기 진지해지길래 이상해서 한번 봤지.?

?음…….?

새삼 자신이 진지한 남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루드웨어였다.

?이제부터 어딜 간다냐??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마계에서 만난 친구 유리마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한 사람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아! 내가 왜 그 녀석을 생각하지 못했지??

?뭔데??

로노와르가 궁금해서 물어보자 그는 로노와르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밀어 넣으며 말

했다.

?놀러 갈 곳이 생겼다! 내가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나와 버금가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잖아. 물론 지금은 인간이라 부르기엔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루드웨어의 말에 로노와르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설마…….?

?설마라니. 왜??

?왜라니. 마령으로 가겠다는 얘기 아니야? 너, 루덴스가 누군지 알고 말하는 거야??

여기서 로노와르의 할 말을 간단히 설명식으로 말하면, 최강의 종족이라는 드래곤 일족도

인간 중에서 로드의 결정으로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이 다섯 명 있다.

첫 번째는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라고 알려져 있는 루드웨어. 드래곤들의 세계에선 그를 건

드리느니 차라리 레어의 보물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두 번째는 대륙 마법 길드의 길드장 크리우스. 아미타르로 그와 싸우겠다는 것은 대륙의 모

든 마법사를 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세 번째는 로아냐드 황성 기사단의 단장 크리우스 벤. 인간계 최고의 검사라 불리는 그는

황성 기사단의 비기인 ?토네이도 블레이드?, 검가의 최고봉이라는 벤가의 비기인 ?파이

어 크래쉬?를 익히고 있어 보통의 드래곤 일족들은 그 한 사람을 상대하기도 힘들다. 여기

서 비기는 일종의 스페셜 기술로 유명한 기사나 검사들에게 필수인 기술 중의 하나이다.

네 번째는 모험가 페블 하이드로 그 역시 검을 다루고 있지만 그 검 자체가 7서클의 마법검

인 데다가 그가 지니고 있는 장비 중에 마법 아이템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비기

로 썬더 블레이드를 지니고 있다.

이 네 명과 함께 드래곤 로드에 의해 접촉을 금지한 인물이 바로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로

검술 자체도 크리우스와 버금갈 뿐만 아니라 마신의 대리자이기 때문에 마신의 힘을 바탕으

로 한 암흑 마법 역시 엄청나 그 한 명이 일인군단이라 불리고 있을 정도였다.

?이제 이유를 알겠지??

?근데 네가 한 설명에는 나도 들어 있잖아. 그러니 우리는 동급이 아닐까??

?너 같은 어리숙한 마법사하고 루덴스를 같이 취급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

?흥! 날 우습게 아는군. 후회 안 해??

?후회 안 한다면!!?

?좋아.?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을 무시하는 그린 드래곤 헤츨링을 잠시 흘겨본 루드웨어는 갑자기 주

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주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결코 선하지 않게 느껴진 로노와르는 당

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무슨 짓이야!?

?로노와르, 넌 너무 오랫동안 날 괴롭혔어. 마누라고 뭐고 이제 필요없다.?

?루, 루드웨어… 왜 그러는 거야!?

로노와르는 루드웨어의 공포스러운 표정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너에게 지옥이 뭔지 가르쳐 주지.?

?왜, 왜 그래, 루드웨어. 무섭잖아.?

무서워하는 로노와르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이 루드웨어는 암흑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

작했다.

?어둠의 지배자이며 죽음의 담당자인 마계의 지배라 마신 라스타의 도움을 바라나니, 당신

과의 계약에 의해서 나에게 내려진 그 암흑과 죽음의 힘을 이곳에 내리소서.?

주문을 마친 루드웨어는 로노와르를 보며 비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헤츨링이여, 각오해라. 네 녀석이 가장 두려워하며 가장 공포스러워할 곳으로 안

내하지.?

?루드웨어!!?

?가라! 디멘전 패스!!?

루드웨어가 발동어를 외친 순간 그들의 주변에는 검은 구름이 모이며 스파크를 일으키기 시

작했다.

?안 돼!!?

로노와르는 마지막 외침을 질렀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구름은 두 사람의 모습을 감추더니 어둠의 섬광과 함께 그곳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북의 마성. 아크라시마가 죽은 덕에 현재 마성은 번잡하기 그지없었다.

하글 산맥의 방어선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산맥 근처의 있는 마령의 성으로 군

대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쿡쿡, 라흐나 성에 보내야 할 서류는 쿡쿡, 어디 있는 거야!?

?꾸룩꾸룩, 등신아! 벌써 보냈잖아! 꾸룩꾸룩, 누가 오크 아니랄까 봐 멍청하기는.?

?쿡쿡, 머리도 작은 오우거가 쿡쿡, 뭘 안다고 난리야!?

?꾸룩꾸룩, 이 자식이!!?

?쿡쿡, 힘만 세면 다냐!?

?꾸룩꾸룩, 떼로 안 다니면 좇도 아닌 주제에!!?

?쿡쿡, 너 죽고 나 죽자!!?

오크와 고블린이 막 싸울 분위기이자 옆에 있던 코볼트 서류 담당 아가씨가 한숨을 쉬며 말

했다.

?두 분 이제 그만 하세요. 부장님 오셔서 일처리가 다 안 될 걸 알고 목을 물면 어떻게 하

려고요.?

우편 서류 당담 부서의 부장은 뱀파이어인 하운드 부장이기에 둘은 싸움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꾸룩꾸룩, 두고 보자.?

?쿡쿡, 두고 보자는 오우거치고 무서운 놈 없더라.?

?꾸룩꾸룩, 우~ 열받아.?

?계속 열이나 받아라. 쿡쿡쿡.?

어쨌든 싸움이 멈추자 안심한 코볼트 아가씨 세다린은 열심히 다른 성에 가게 될 군의 이동

허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밤새도 모자랄 이 시간 그녀에게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아악!!?

?악!!?

천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구름이 모이는가 싶더니 두 명의 남자가 서류 더미 위로

떨어지며 세다린이 정리한 모든 서류를 흩트러뜨리며 바닥에 나둥그러졌다.

?꺄악~!!?

너무나 놀란 세다린은 비명을 질렀다.

?아! 시끄러워! 뭐야!! 갑자기 왜 소리는 지르고 야단이야!!?

서류 더미 위로 쓰러진 남자 중의 한 명이 세다린의 비명에 질린다는 듯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는 도리어 소리를 질렀는데 그는 바로 루드웨어였다.

?이 빌어먹을 인간이!!?

순간 코볼트 아가씨의 거센 주먹이 루드웨어의 안면에 작렬했고, 루드웨어는 엄청난 충격으

로 기절하고 말았다.

?쿡쿡, 뭐냐??

?꾸룩꾸룩, 인간들 아냐!!?

오크와 고블린은 서류 작업 중에 큰 소리와 함께 소란이 일자 급히 달려왔는데, 그곳에서

한 명의 남자가 세다린의 주먹에 맞아 기절해 있고 다른 남자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있자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쿡쿡, 어디서 들어왔지??

?꾸룩꾸룩, 그러게. 우리는 계속 문 쪽에 있었는데??

간신히 몸을 일으킨 남자 로노와르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무슨 탓인지 책상 근처의 의자에

다가가 앉으며 생각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기절한 루드웨어를 발로 밟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보

는 세다린과 나머지 두 사람은 더욱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미친 자식이 오려면 그냥 올 것이지 왜 겁을 주는 거야! 그리고 멀쩡한 텔레포테이션

은 두고 왜 익숙치도 않은 암흑 마법을 써서 이 고생이야!!?

로노와르의 준 드래곤급 킥에 맞으며 피를 쏟는 루드웨어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재밌잖아… 스릴감있고……. 으악!?

급기야 로노와르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근처에서 놓여 있는 책상을 번쩍 들어 루드웨어

에게 집어 던지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말이나 못하면 중간이나 가지!!?

?루드웨어 살려!?

루드웨어는 충격을 조금이라도 반감시키려고 로브를 둘러쓰며 몸을 움츠렸지만 분노한 로노

와르의 킥의 파워는 여과없이 그의 내장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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