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7화 (7/247)
  • 6장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

    철이 들었을 때 난 내가 존재하며 살아왔던 이곳이 내가 살아야 했던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강렬한 햇살이 나의 눈을 자극해 왔을 때 난 살아오면서

    가장 화려한 것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피부로 느껴오는 따스함이 내가 눈으로 느꼈던 그것이란 것을 알았을 때 난 그것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있었던 곳은 내가 있으면 안 되는 곳이었다는 것을…….

    분노가 나를 사로잡으며 난 내가 잃은 것을 찾아내리라는 심정으로 최초의 살인을 저질렀

    고, 시간이 지났을 때 난 주위에 있는 모든 생물체에게서 그 흐름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생명으로써의 순간을 잃었고 난 빛을 잃었다.

    ―크샤스의 자서전 중에서.

    ?종족 평준군??

    백색의 갑옷을 입은 이십 대 중반의 젊은 귀족은 탐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긴 머리를 늘어뜨

    리며 자신의 앞에서 부복하고 있는 한 남자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검은빛의 안개가 사방에 옅게 끼어 있는 탓에 주변의 흰 대리석조차 회색 빛으로 물들어 버

    리는 거대한 대청. 그곳에서 근엄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젊은 기사의 이름은 크리사리드 루

    덴스란 자다.

    루덴스가 있는 이곳은 북의 마성이라 불리며 대륙의 거의 모든 인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으로, 마신의 대리자인 암흑의 황태자라는 루덴스가 그가 다스리는 마령을 마

    족들이 유일하게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영토로 만든, 마령의 모든 지시가 내려지고 있는 중

    추적인 성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암흑의 황태자라고 불리면 성 전체가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루덴스의 성을 보지 않는 사람들의 헛소문이었고 사실

    루덴스의 성은 북부를 뒤덮는 눈과 같이 하얀색의 성이었다.

    루덴스가 인간이었을 때 불렸던 순백의 기사의 취향은 사라지지 않아, 그가 라스타의 대리

    자가 돼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흔히들 마족이나 마물들은 어둠을 사랑하고 피를 즐긴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들

    역시 인간과 같이 빛을 사랑하고 피를 혐오하기도 한다. 인간들은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뱀파이어나 몇몇의 잔인한 지능이 낮은 마물들에게 현혹되어 모든 마족을 괴물 취급하고 있

    는 것이다.

    그런 선입견을 없애려는 듯 루덴스는 접견실로 오는 모든 마족에게 흰옷을 입으라고 지시했

    다.

    루덴스의 앞에 부복하고 있는 하얀색의 정장을 입은 하프 뱀파이어인 사라덴은 뱀파이어 일

    족의 여자와 인간의 남자가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였다.

    과거에는 사람의 피를 빨 수밖에 없는, 인간도 마족도 아닌 처지가 되어 수십 년을 인간에

    게 쫓기며 살아가던 자였지만, 도망 다니던 중 산속에 은거하고 있던 한 노인에게 검술과

    학문을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대륙을 종횡하다가 그의 뛰어난 검술과 지략이 루

    덴스에게 발견되어 현재는 북의 마성에서 루덴스의 총애하는 최측근의 한 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예. 종족 간의 균형을 맞추어 모든 종족에게 평화를 주겠다고 부르짖고 있는 자들입니

    다.?

    ?현재 세력은 어느 정도인가??

    ?북극령의 수도인 얼음의 성이 그들이 본거지로 나타났으며, 그 외에는 남방 해상 세력의

    하나인 크로노스 섬을 중심으로 한 해적단과 알렌하비스트 왕국의 마법 탑 중에서도 그의

    휘하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루덴스는 사라덴의 보고를 들은 후 북극령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극령은 루덴스의 영토인 마령보다 더 북쪽에 존재하고 있는 거대한 섬으로 일 년의 반을

    낮으로 반을 밤으로 이상한 낮과 밤을 가진 곳이기도 했다.

    영토로써의 가치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얼음성 자체의 방어도와 근처에 서식하고 있

    는 마물들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병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괜찮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루덴스 자신이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는 데다 북극의 마물들은 다루기도 어렵기 때

    문에 점점 강대해진 세력을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현재에 와서는 자신의 영토까지 노릴 정

    도로 그 세력이 강대해지고 남방의 해상 세력과 연계, 대대적인 해상 무역을 하자 재정 역

    시 루덴스의 마령과 버금갈 정도로 발전해 있는 상태로 변한 것이다.

    ?건드리려면 우리나 건드릴 것이지, 하필 건드릴 것이 없어 드래곤을 건드리다니…….?

    마신의 대리자인 루덴스가 드래곤을 두려워할 것은 없으나 그들 일족과 친분을 파괴할 필요

    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령의 입장에서 드래곤이란 종족 그 자체가 최강의 종족으로

    중요한 하나의 방벽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들이 보통 마족보다 드래곤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제국과 마

    찰을 가지고 있는 마령도 국경의 산맥을 지키고 있는 드래곤을 방패 삼아 전쟁을 멈추고 있

    었다. 하지만 종족 평준군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가진 그들이 아크라시마를 죽이자 국경

    의 방패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 녀석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 것 같은가??

    루덴스가 묻자 사라덴은 옆에 있던 시종에게 지시해 지도를 펼치게 했다.

    ?북극령의 세력이 남방에 해적들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적이란 것이 전쟁을 일으킬

    만큼 강한 세력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주력은 북극에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종족 평준을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말하는 종족의 평준화를 방해

    하는 가장 큰 세력인 제국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는데, 종족 평준군의 주 세력이 위치하고

    있는 북극령은 진군 루트가 저희 마령의 영토에 막혀 있어 진군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음… 대륙 진출이 목적이라면 아마 제국과 마령의 전면전을 조장한 후 나중에 약해진 두

    세력을 한꺼번에 삼켜 버리겠다는 뜻인가 보군.?

    ?예,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라덴의 설명을 듣던 루덴스는 화가 났는지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 무얼한 건가!! 모든 대륙 국가의 변동 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고 보고하라 했는데,

    도대체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이거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버린 것이

    아닌가!!?

    ?군대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용병들을 고용하여 여행자처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정보 입

    수가 용이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루덴스는 두 세력의 가운데 끼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얼음의 성의 세력을 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시기를 보아 제국이 침공

    을 한다면 방비할 도리가 없을 테고 제국 역시 똑같은 이유로 공격해 들어갈 수 없는 노릇

    이었다.

    ?아직까지는 제국 측으로 아크라시마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는 않지만 얼음성 측이

    소문을 조장할 것은 당연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야 했지만 루덴스로는 좀처럼 현 상황을 타파할 마땅한 전략이 생각

    나질 않았다.

    ?폐하, 드래곤 일족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말도 안 돼! 그 멍청한 드래곤들은 일족이 죽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한때 드래곤 슬레이어가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드래곤들의 성격 때문으로 그들은

    자신의 일족이 죽었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성질 급한 레드 드래곤의 경우에는 약

    해 빠진 녀석이 죽었다고 박수를 칠지도 모르는 성격이라 아크라시마가 죽은 것을 핑계로

    드래곤들에게 얼음의 성을 공격하는 것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헤츨링이라면 경우가 다르지 않습니까??

    ?헤츨링??

    ?예.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헤츨링인 로노와르가 루드웨어라는 마법사와 함께 하글 산맥

    주위에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루덴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사라덴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 생각은 마령에서 얼음 성의 세력으로 위장하고 헤츨링을 공격함으로써 분노한 드래곤

    일족을 끌어들이겠다는 거냐??

    ?예.?

    사라덴이 말이 끝나자마자 루덴스는 자신의 옆에 있던 책을 사라덴에게 집어 던져 버렸다.

    책을 맞은 사라덴은 아픔보다는 두려움이 앞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땅에 머리를 박

    고 말았는데, 이는 평소에는 온화한 성격인 루덴스였지만, 분노가 치솟아올랐을 땐 산맥 하

    나를 날려 버릴 정도의 힘을 구사하는 루덴스였기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사라덴.?

    ?예, 페하!?

    ?내가 누구인가??

    ?마족의 지배자이며 마계를 다스리는 위대한 마신 라스타님의 대리자로 세상에 오신 암흑

    의 황태자 루덴스님이십니다!?

    ?그런 나에게 그런 삼류 잡배들이나 쓰는 책략을 쓰라는 거냐??

    ?죄송합니다.?

    사라덴이 벌벌 떨며 사죄하자 그제야 조금 화가 풀린다는 듯이 루덴스는 그에게 일어서라

    지시하며 왕좌에 몸을 맡기고는 말했다.

    ?네 녀석의 생각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그런 사기꾼 같은 책략은 라스타

    님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짓이다.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마족을 욕한다 하더라도 우리 마족

    은 정당해야 한다. 둘째, 자칫 책략이 드래곤들에게 밝혀졌을 때엔 우린 얼음 성이나 제국

    같은 세력이 아닌 더 강한 세력과 싸워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얼음 성이나 제

    국의 공격이야 마령을 멸망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강의 생물인 드래곤의 경우는 마령 자체가

    소멸될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예.?

    사라덴이 간신히 대답하자 루덴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라덴, 마지막 세 번째 이유가 뭔지 아는가??

    ?그게…….?

    사라덴의 얼굴에서 모르겠다는 표정이 나오자 루덴스는 크게 웃더니 말했다.

    ?하하하, 그럴 테지. 네 녀석이 루드웨어란 놈을 잘 안다면 그런 계략은 짜지 못할 테니

    까.?

    ?예??

    사라덴이 자신의 말을 알 수 없는 듯한 행동을 하자 왕좌에서 일어난 루덴스는 사라덴의 앞

    으로 다가가 자신이 분노해서 던진 책자에 맞아 붉게 변한 사라덴의 이마를 마나를 사용해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드래곤 일족에게 유일하게 보호를 받는 인간이자,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 루드웨어는 네

    녀석이 생각한 만큼 쉬운 인물이 아니다.?

    하글 산맥에 있는 제국과 마령을 잇는 대로에 위치한 하븐 마을은 두 국가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군사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지만, 화이트 드래곤 아크라시

    마가 둥지를 틀고 있는 덕택에 이곳에서의 전쟁은 없었다.

    그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이 길을 지나다닐 수 없었지만 마령과 제국을 오가는 밀수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지라 하븐 마을은 그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런 이유로 마령이 건국할 당시에는 주민이 100명도 채 되지 않던 마을이 이제는 상당히

    번성한 마을이 되었고 근처에 있는 여느 도시보다 물자가 풍부한 곳이기도 했다.

    하븐 마을의 잡화점인 ?마족의 친구?는 이곳을 지나가는 마족과 인간들이 많이 들르는 곳

    으로 상당히 큰 상점이었다.

    밀수꾼들에 의해 대륙의 거의 모든 물건이 보급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든 물건들

    도 살 수 있는 곳이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삼 천 골드밖에 안 된다는 거야!?

    루드웨어는 마족 친구의 주인과 한참 싸우고 있었다.

    문제는 레어 안에 있던 금화들이 워낙 오래되어 현실에서 화폐로 쓰일 수 없고 거의 유물화

    되다시피 해서 아크라시마의 레어에서 가져온 보석을 팔려고 온 것인데, 주인이 너무 터무

    니없이 보석 가격을 낮게 부르자 우리들의 알뜰 주부 루드웨어가 열받은 것이었다.

    ?거참, 원래 이곳은 각종 물품이 모이는 곳이라서 물가가 싼 곳이라니까.?

    ?흥! 그래도 삼 천 골드는 너무 터무니없이 가격을 낮추는 거라고!! 제국의 도성에서는 이

    정도의 보석이면 족히 오 천 골드는 받을 수 있단 말이야!! 열받게 하지 말고 높여!?

    루드웨어가 눈을 부릅뜨며 말하지만 젊은 마법사로 보이는 루드웨어를 우습게 보는지 주인

    은 턱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삼 천 이상은 안 돼!?

    ?젠장! 이 사기꾼 같은 주인장아!!?

    ?사기꾼이라도 해도 삼 천 골드 이상은 안 돼!?

    뻣뻣한 주인에게 조금은 지쳤고, 이곳에서 보석을 팔지 못하면 마시장에서 말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루드웨어도 반은 포기 상태로 변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귀여운 드래곤인 로노와르가

    구원을 해준 것이다.

    로노와르는 한쪽에서 희귀한 아이템을 구경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자신은 보석을 팔려고 갖

    은 악을 다 쓰는데 로노와르는 태평하자 화가 난 루드웨어가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드래곤아! 누구는 이렇게 고생하며 보석 팔려고 노력하는데 네놈은 놀고만

    있냐!?

    ?신기한 걸 어떡해. 와! 주인, 이 브로치 얼마나 하지??

    루드웨어의 거리낌없는 말. 하지만 대화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는 별일이 아니었지만 듣는

    주인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드, 드래곤이요??

    ?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로노와르의 말에 주인은 장난치는 거겠지 하며 넘기려고 하는데 문제

    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별의별 아이템이 다 있는 상점이라 진실의 거울 같은 아이템도 있었는데 거울은 폴리모프한

    로노와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던 것이었다.

    ?어! 진실의 거울 아냐??

    겁을 먹고 있는 주인을 눈치 챈 루드웨어는 역전의 한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진실의 거울이 뭔데??

    로노와르의 물음에 루드웨어는 그것도 모르느냔 듯이 엄숙하게 말했다.

    ?참나, 그것도 모른단 말이야. 그건 진실의 형상을 보여주는 거울인데, 이를테면 폴리모프

    한 자의 본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

    ?그래??

    루드웨어의 말에 거울을 뺏어 보자 자신의 멋진 그린 드래곤 얼굴이 보이는지라 로노와르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정말이네. 와~ 신기하다.?

    ?신기할 테지. 네놈 같은 어린 녀석이 그런 걸 구경이나 했겠냐.?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루드웨어는 주인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 천 골드. 그 이하는 나도 양보 못해. 그 정도에 보석을 사주지 않으면 아마 내 동료인

    드래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뭐, 싫으면 말고.?

    친구를 팔아먹는 루드웨어의 협박에 꼬리를 내린 주인은 어쩔 수 없이 보석을 사 천 골드에

    살 수밖에 없었다.

    ?헤헤헤, 제가 무슨 불만이라도 있겠습니까? 사 천 골드라면 사 천 골드에 사야지요.?

    ?거참, 삼 천 골드도 상관이 없긴 하지만 그렇게 준다면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루드웨어는 주인이 내주는 금화 주머니와 보석을 교환했다. 루

    드웨어가 뒤로 돌아 로노와르와 함께 나가려 하자 주인은 분통함에 위가 아려오기 시작했는

    데, 로노와르가 다시 진실의 거울을 가져오더니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아, 나 이거 가져간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천 골드짜리 물건을 그냥 공짜로 줘버린 주인장은 로노와르가 나가

    자 위통에 기절하고 말았다.

    ?루드웨어.?

    ?왜??

    갑자기 다가온 로노와르를 보며 그는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갑자기 로노와르가 거울을 들이

    대자 놀라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뭐야?!?

    ?솔직히 말해. 인간이 아니지.?

    ?무슨 소리야??

    로노와르는 놀라 뒷걸음질치는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럼 왜 도망가? 진실의 거울에 드러나는 모습이 두려운가 보지??

    ?무슨 소리야! 난 진짜로 인간이라고!?

    ?그럼 왜 진실의 거울에 비춰지는 걸 두려워하는데??

    ?그건… 젠장, 당장 그 거울 안 치워!!?

    ?치우지 뭐. 거울이야 멀리서도 비추면 보이는 걸 뭐.?

    그 말에 놀란 루드웨어는 급히 로브의 후드를 뒤집어써 자신의 모습을 감춰 버렸다.

    ?뭐야??

    ?흥! 망각의 주문을 건 로브다. 진실의 거울로 백 번을 비춰봐라. 뭐가 보이나!?

    ?뭐야, 로브 좀 내려봐.?

    ?짜증나게 왜 그러는 거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인간이라니까!?

    ?아니야. 뭔가가 이상해. 아님, 그렇게 가릴 필요는 없잖아. 또 인간이 백 년 이상이나 살았

    는데 본 모습 그대로라는 것도 이상해. 뭘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루드웨어는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난 뛰어난 마법사이기 땜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그래? 그럼 전설의 마법사 사르프는 왜 늙었는데??

    ?그거야 사르프가 나보다 약했기 때문이겠지.?

    ?말도 안 돼. 조금만 보여줘.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싫어.?

    ?정말 이러기야!!?

    ?로노와르, 적당히 해라. 가뜩이나 신경 쓰여 죽겠는데.?

    왜 루드웨어는 진실의 거울에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는 걸까? 궁금하기 그지없는 로노와르였

    다. 조금씩 밝혀지려 하는 루드웨어의 본모습, 과연 그 모습을 확인하고도 로노와르는 여성

    체가 되어서 루드웨어에게 시집을 갈 것인가?

    로노와르는 한참을 생각하며 몇 가지 가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추측1. 루드웨는 리치다→진실의 거울에는 해골만 비쳐지니까 보지 않는 거다.

    추측2. 루드웨어는 인간이 아니다→진실의 거울에 다른 모습이 비추어진다면?

    추측3. 진짜 얼굴이 아니다→루드웨어는 추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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