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5화 (5/247)
  • 4장 의문의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등장

    ?어리석은 인간들!! 허약한 인간들이 감히 나, 화이트 드래곤 아크라시마의 레어까지 들어

    오다니 용서할 수 없다!!?

    드래곤 피어. 거의 모든 생물체에게 극한의 두려움을 안겨주는 드래곤 피어는 듣는 이로 하

    여금 견딜 수 없는 좌절감과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북부 산맥인 하글 산맥의 절대적 지배자라 불리는 화이트 드래곤 아크라시마의 레어

    안에 들어온 일단의 사람들은 드래곤 피어 따위에는 아무런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용기와 전투의 여신 히루안님의 신력이 하늘을 펼치니, 용사의 용맹함은 꺾이지 않을 지

    리다.?

    전투의 여신 히루안의 신관들이 부르는 절대 용기의 노래, 그것은 드래곤 피어에도 두려움

    을 느끼지 않을 만큼 사람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었다.

    ?존재하며 또한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허상의 존재감이 그대의 몸을 감쌀 터이니. 그대여!

    어둠의 안개 속으로 자신의 몸을 숨겨라!! 다크 클라우드!?

    안개의 지배자 마신 라드라의 다크 클라우드 소환 주문. 흑마술사의 주문이 끝나자 레어 안

    에는 검은빛을 띤 안개가 자욱히 깔리며 화이트 드래곤 아크라시마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

    다.

    ?흥!!?

    드래곤의 브레스. 최강의 생물체라는 드래곤의 대표적인 무기 중 하나인 브레스는 그 속성

    마다 각각의 힘을 지니고 있다. 화이트 드래곤의 브레스는 절대 영도의 힘을 지니며 존재하

    는 모든 사물을 순식간에 얼려 버리며 그 생명을 앗아간다.

    아크라시마의 브레스가 밀려오자 레어 안은 산맥의 추위에서도 자라고 있던 북부의 자생초

    마저 간접의 냉기에 의해 얼려 버리고, 잠깐의 바람에도 그 형체를 산산이 부서뜨려 나갔다.

    이러한 절대 영도의 브레스는 레어 안에서 아크라시마와 대적하던 몇몇의 인간들에게도 예

    외가 아니었는데, 그들 중 그레이토스의 신관복을 입은 중년의 신관이 순식간에 얼음 덩어

    리가 된 후 브레스의 압력에 날려 레어의 벽에 부딪치며 부서져 내렸고, 그 옆에서 안개의

    주문을 외우던 흑마술사는 절대 영도의 냉기를 간신히 마법의 힘으로 막아서고 있었으나,

    그 힘에 대항하지 못하고 약해 빠진 마법사의 체력으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듯이 힘

    없는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는 얼음의 상이 되어버렸다.

    ?파이어 웨이브!!?

    그때 성령의 방어장이라는 홀리배리어로 절대 영도의 브레스의 기운을 간신히 막고 있는 파

    라딘의 뒤쪽에는 한 사람이 숨어 있었다.

    갈색 머리의 예쁘장하게 생긴 미소년 마법사는 계속 브레스의 기운이 밀어닥친다면 파라딘

    역시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긴급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더니 얼음의 극성인

    불의 마법 파이어 웨이브로 간신히 브레스의 냉기를 약간 축소시켰다.

    꼬마 마법사의 파이어 웨이브로 인하여 견딜 수 없게 밀어닥치던 냉기가 조금씩 약해지자

    파라딘의 옆에서 투 핸디드 소드를 들고 있던 거대한 몸집의 전사 한 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래곤 피어 따위에 숨어 있더니 중요한 때 한 방 하는군. 그렇다면 나도 움직여야겠

    지!?

    다그침인지 칭찬이지 알 수 없는 말을 날린 전사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파이어 웨이브로

    약해진 브레스의 기운을 뚫고 드래곤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녀석!!?

    마법의 생물체이기도 한 드래곤은 용언으로 순식간에 아이스 볼의 서클을 완성시키고는 달

    려오는 전사를 향해 내쏘았다.

    만약 보통의 전사라면 자신의 눈 앞에 마법이 날아오는 것에 놀라 옆으로 피하든지 뒤로 물

    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을 상실하기라도 한 듯, 엄청난 마력 탓에 인간의 다섯 배 이상이나 되

    는 크기를 지닌 아이스 볼을 가볍게 수직으로 휘둘러 간단히 반 조각을 내어 버렸다.

    자신의 아이스 볼을 간단히 두 동강 내어버리는 전사를 보며 아크라시마는 다소 놀란 듯 뒷

    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기세의 제압, 뒤로 물러서는 드래곤의 움직임을 이미 파악한 듯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두를 때의 회전력을 사용하여 가볍게 점프해서는 드래곤의 얼굴까지 뛰어올랐다.

    ?하하하하! 드래곤 따위가 나, 파르가를 우습게 보느냐!!?

    최강의 존재 드래곤을 우습게 보는 발언을 하면서 그의 투 핸디드 소드는 강렬한 마법의 열

    기로 휩싸여지더니 드래곤의 입을 수직으로 베어버렸다.

    ?크아악!!?

    칼이 자신의 입을 베어버리자 아크라시마는 고통의 포효를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실로 놀라운 실력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절대의 방어력을 지닌 드래곤의 비늘이 잘려 버리

    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자신의 키와 비슷할 정도의 상처를 파르가란 전사는 너무나 쉽게 내

    버린 것이다.

    브레스에 이은 자신의 마법 공격을 파해하며 너무나 쉽게 자신의 몸을 베어버린 인간을 보

    며 아크라시마는 조금씩 두려움에 싸이기 시작했다.

    기세를 잃어버린 아크라시마는 물러서야 함을 깨닫고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공격 마법을 쏟

    아 부으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자신이 지상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이라고는 하지만 상대하는 인간들이 너무나도 강했기에

    도망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파르가란 전사의 공격에 의해 입은 상처로 정신력으로 밀린 드래곤의 마법은

    그 힘이 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마법에 의한 공격의 여파가 약해지자 다른 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죽여야 하는 드래곤이라도 조금 불쌍하군. 코를 베이니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

    군. 쯧쯧.?

    어느 순간에 파르가의 뒤로 다가온 할버드를 든 중년의 전사는 혀를 차며 중얼거리다가 빠

    른 움직임으로 마법을 피해 움직이자 그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어느 순간인지

    도 모르게 그의 몸은 뒷걸음질치는 아크라시마의 뒤쪽에서 나타났다.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적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던 아크라시마는 사라진 전사를 찾으려

    했지만 어느 순간인지 모르게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체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등 뒤를 공격당할 것이라 생각하며 거대한 몸을 돌리려 했으나, 이미 전사가 휘두르는 할버

    드는 아크라시마의 목 앞에 와 있었다.

    ?크아악!!?

    고통스러운 아크라시마의 포효가 레어 안을 잠시 울리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소리를 내며 드래곤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쯧쯧, 조심하지.?

    전사는 땅에 뒹굴고 있는 드래곤의 거대한 머리에 침을 뱉더니, 피가 묻어 있는 할버드를

    한 번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피를 털어낸 할버드의 날을 살펴보며 흠집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동료들의 곁

    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시스, 드래곤의 머리가 더러워졌잖아.?

    파르가는 땅으로 떨어진 머리를 보며 우스갯소리처럼 시스에게 한마디하며 자신의 애검인

    거대한 투 핸디드 소드를 등 뒤의 검집에 꽂았다.

    자신들이 해치운 거대한 덩치의 드래곤을 잠시 바라보며 만족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그는

    파라딘의 뒤쪽에서 브레스를 약하게 만든 파이어 웨이브를 쓴 소년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어린 마법사는 아직도 드래곤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는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다.

    ?라디안, 적당히 해라.?

    파르가의 차가운 시선이 닿자 라디안이라는 소년 마법사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무서웠단 말이야.?

    라디안의 무섭다는 말을 들은 파르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마법 하나는 기똥차게 잘 쓰는 놈이 겁은 무지 많구나. 자자, 내가 성에 가서 장난감이라

    도 하나 사줄 테니까 그쳐라.?

    ?정말??

    장난감을 사준다는 말에 언제 울었냐는 듯이 라디안은 환한 미소를 짓고는 바지에 묻은 흙

    을 털며 파르가를 보며 말했다.

    ?근데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호른과 세트론이 죽었는데 어떡하지??

    ?거참, 실력이 모자라서 죽은 놈이 뭐가 걱정이냐??

    할버드를 들고 있던 시스는 흑마술사 세트론의 얼어붙어 있는 시체를 할버드로 산산이 부숴

    버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스! 뭐 하는거야!?

    시체를 부숴 버리는 행동에 놀란 라디안이 소리치자 시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부서진

    얼음 조각을 발로 부서뜨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시체는 들고 가줘야 되는데, 이렇게 조각내면 들고 가기 편하잖아.?

    그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지라 라디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용병의 생리가 다

    그렇듯이 한시라도 전쟁이 없는 시기가 없는 대륙에선 용병들의 시체는 죽은 그 자리에 버

    려두거나 조금 친분이 있다면 그 자리에 묻어주는 것이 보통이기에, 라디안으로서도 시체를

    부숴뜨리는 행동은 전쟁에 있는 일상생활에 지나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쁘게 보

    이지 않는다 해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렇지만, 이왕이면 온전하게 넘겨야 되지 않을까??

    ?살아 있었다면 온전하게 넘기기는 했겠지.?

    라디안의 말을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시스는 레어 안에 있는 바위에

    앉고는 자신의 할버드를 다듬으며 말했다.

    ?아크라시마를 처리했으니 성에 연락이나 해라. 용 한 마리 잡았다고.?

    ?응.?

    시스의 말에 라디안은 품에서 구슬을 꺼내더니 정신을 집중했다.

    그때 레어 안으로 활을 든 한 명의 여인이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왔다. 갈색의 피부에 푸른

    색 머리칼, 풍만한 몸매의 다크 엘프인 그녀는 쓰러진 용의 시체를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 벌써 끝났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안색을 찌푸리며 파르가가 말했다.

    ?어디 처박혀 있다가 지금 나타나냐??

    ?어머, 그런 건 숙녀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야.?

    숙녀에게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아니라… 도대체 그런 거란 뭘까? 그녀가 어디 처박혀 있었

    을까를 한참 생각하던 파르가는 뭔가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싸러 갔구나.?

    ?흥!?

    그녀는 말도 하기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어 안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시안, 어디 가냐??

    ?성에서 오기 전에 비싼 보석은 챙겨둬야 할 거 아니야.?

    시안이라 불리는 여인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보석이 생각나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다크 엘프가 욕심은 많아가지고… 좋은 무기 있으면 나한테도 말해라.?

    보석을 챙기겠다는 말에 자신의 몫에 대해 그가 말하자 그녀는 혀를 내밀고는 레어 안으로

    사라졌다.

    ?싸울 때는 빠져 있다가 보물이나 챙길 때는 꼭 나타나는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투에서 빠져 있다 일이 끝난 후에 나타난 그녀에게 심통이 가득한 얼

    굴을 하며 파르가가 말하자 시스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뭐 어때. 일은 잘 처리됐고, 그녀는 그녀대로 일은 한다고.?

    ?무슨 일!?

    그의 말에 파르가가 못 믿겠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의 얼굴 표정이 웃긴지 시스

    는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심통이 또 터졌군. 저 녀석이 하는 일? 그건 우리 몫까지 챙기는 일이지 뭐.?

    그 말에 파르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도둑 출신의 다크 엘프 시안이 오기 전에는 산적의 산채나 유적에서 찾은 보물들을 거

    의 성에 에누리없이 바쳐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성에서 드래곤을 잡으라고 하는 거지??

    파르가의 물음에 시스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몰라. 뭐 쓸 데가 있나 보지. 우리가 알고 일을 하겠냐? 시키는 일이니까 하는 거지.?

    그때 레어 안 깊숙한 곳에서 여인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파르가가 놀라 돌아보자 시스는 웃으며 말했다.

    ?크레이드가 또 보물 창고를 뒤지고 있는 시안에게 덤빈 거겠지.?

    ?거참, 파라딘이라는 놈은 왜 그러는 거야??

    ?여색은 여색대로 욕심은 욕심대로. 아마 시안은 얼마 안 가 크레이드의 수집품 중 하나가

    되겠지.?

    시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락은 마친 라디안이 걸어오며 말했다.

    ?그렇지는 않을걸요.?

    라디안의 말에 파르가가 의문 어린 얼굴로 보이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크레이드의 눈이 멍들어서 나올 테니까 보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그들에게 다가오는 파라딘 크레이드는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하하하, 꼴 좋군 그래. 멍이 멋지게 들었는걸? 시안의 가슴이라도 만졌냐??

    시스의 농담에 크레이드는 아깝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안 좋아…….?

    ?뭐가??

    ?아무래도 올해가 끝나기 전에는 시안을 안아보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말에 라디안은 크게 웃더니 말했다.

    ?보석이라도 선물해 보라니까요.?

    그 말에 크레이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이 라디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기껏 모은 보석을 저 선머슴에게 바치라는 거냐!?

    ?그 선머슴이 좋다고 끈덕지게 따라다니는 놈은 누군데??

    파르가는 그런 그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고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어디 가??

    라디안이 밖으로 나가는 그를 보며 묻자 그는 배를 쓰다듬더니 말했다.

    ?용 고기는 먹으면 체할 것 같아. 나가서 사슴이나 한 마리 잡으려고.?

    ?정말? 같이 가. 라디안도 사슴 고기 좋아해!?

    파르가와 라디안이 나가자 시스 역시 레어에는 별일이 없었기에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섰

    다. 혼자 남은 크레이드는 시안에게 맞아 멍든 한쪽 눈을 쓰다듬다가 부서진 동료의 시체를

    발견했다.

    얼음 조각이 되어 부서진 두 사람의 시체는 이제 조금씩 녹아들기 시작하여 레어를 피로 적

    셔가고 있었다.

    ?불쌍한 녀석들. 태양신 아라시아님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안식이 있으라.?

    크레이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얼음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시체는 신성의 빛에 휘감

    기더니 연기가 되어 기화되었다.

    ?고맙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크레이드는 목소리의 주인이 시스라는 것을 알고 있

    었다. 시스 역시 동료가 드래곤에게 죽어간 것을 조금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하

    지만 용병인 그들은 절대 전장에서 동료의 죽음에 슬퍼해서는 안 된다. 잠시의 슬픔은 죽음

    과도 연결될 수 있다. 전장터에서 마음이 흐트러진다는 것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이다.

    로노와르의 레어 안에서 여행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다 챙기고 자리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

    던 루드웨어는 고개를 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조금 전만 해도 여행을 떠나는 것에 들떠 레어 안을 뒤집고 있던 루드웨어가 어쩐 일인지

    생각에 잠겨 찌푸리고 있었다. 궁금한 로노와르가 묻자 그는 양 손을 내저으며 안타까운 표

    정을 짓고는 말했다.

    ?장비는 다 준비했는데 생각해 봤더니 말이 없잖아.?

    그것도 그럴 것이 보통의 사람이라면 말이 있을 법도 하지만 루드웨어는 여기저기 널려 있

    는 용의 레어 안에 있는 영구 마법진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녔고, 정 마법원이 없으면 비행

    마법으로 날아다녔기 때문에 말은 별 필요가 없었다. 또 로노와르의 경우에는 헤츨링이라도

    용이었기 때문에 말 같은 것은 기르지 않았다.

    ?들고 다니자니 무게가 장난이 아닌 게 엄청 힘들 것 같고… 어쩌지??

    루드웨어는 한참을 생각하며 이 물건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가 무슨 생각이 들

    었는지 갑자기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아! 그 수가 있었지!!?

    ?그래? 뭔데??

    ?화이트 드래곤 아크라시마의 레어로 가는 거야. 마법원도 있겠다, 산을 내려가면 마을도

    꽤 가까이 있잖아.?

    하글 산맥의 절대적 지배자라고 불리는 아크라시마였지만, 보통의 드래곤들과는 달리 노골

    적으로 인간들의 배척하지는 않았다. 생각 외로 인간들을 싫어하지는 않아서 근처에서 조용

    히 살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인간의 마을이 들어선다 해도 두고 보기만 할 뿐 간섭하는 법

    이 없었기 때문에 하글 산맥의 주위에는 마을이 꽤 있었다.

    하지만 로노와르는 루드웨어의 생각을 듣고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맨 처음부터 마법원을 이용하면 됐잖아.?

    그 말에 루드웨어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는 듯이 로노와르를 이상한 눈초리로 흘겨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씀! 다른 드래곤의 레어를 돌아다니면 헤츨링을 데리고 다닌다고 욕 먹을

    테고, 또 내 마누라가 될 녀석과 로망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멋진 여행을 해야 하는데 마

    법원으로만 다니면 낭만이 없잖아. 로노와르, 넌 남자의 로망도 모른단 말이냐!!?

    ?흥! 그깟 남자의 로망!! 그럼 아크라시마는! 그 녀석도 드래곤이잖아!?

    ?어허! 드래곤도 드래곤 나름. 그놈은 드래곤 종족 사회에서도 내놓은 탈선 드래곤이라 괜

    찮아. 인간도 조금 기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라고 욕하잖아. 그 녀석

    도 그런 것에 속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연한 듯이 하고 있는 그의 말에 이젠 화를 낼 힘도 없다는 듯이 한

    숨을 내쉬며 로노와르는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니 맘대로 해라.?

    루드웨어는 결정이 된 것에 만족해하면서 여기저기 내던져 있던 배낭을 마법으로 부유시키

    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가 외우고 있는 주문은 장소 이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텔레포트 마법이었다. 원래

    텔레포트는 이동 지점의 좌표 값 문제 때문에 먼 곳의 임의의 장소로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드래곤 레어 안에 있는 마법원의 좌표를 외우고 있는 루드웨어에게

    는 대륙에 존재하는 레어가 목표라면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었다.

    루드웨어는 다른 일에는 멍청하면서 마법 하나만큼은 뛰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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