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4화 (4/247)
  • 3장 헤츨링과 괴짜 마법사가 만나다

    루드웨어의 반협박 어린 말에 다시 쫓겨 들어온 로노와르는 역시 덜 자란 드래곤답게 미숙

    하게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로노와르는 여간 기분이 언짢은 것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최초의 헤츨링을 구경하며 웃고 있는 오크들은 제외하더라

    도 가고린이며 고블린, 오우거, 심지어는 슬라임마저 비웃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자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분노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인간 녀석에게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 거지??

    새삼 로노와르는 자신이 헤츨링인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물론 그것은 다른 드래

    곤들 역시 루드웨어와 같이 있으면 똑같이 생각하는 문제이다).

    ?덜 자란 드래곤, 아직 밥 안 됐냐??

    ?기다려!! 이 씹어 먹어 버릴 인간 놈아!?

    루드웨어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던 로노와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식

    제조에 도전했고, 드디어 장장 세 시간 만에 음식이란 것을 만들기까지는 성공했다.

    ?뭐야!!?

    로노와르가 만들어놓은 음식을 본 루드웨어의 벌어진 입은 더 이상 다물어지지 않았다. 음

    식이라는 것이 물론 겉모양이 맛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지만, 로노와르가 만들어놓은 음식

    은 겉모양에서 먹으면 넌 죽는다라는 의문의 감정을 소록소록 내뱉고 있을 정도의 모양새였

    기 때문이다.

    ?흥! 생전 음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내가 그 정도면 잘한 거지. 안 그런가, 루드웨

    어??

    자신이 만든 음식이 엉망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처음 음식을 만든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맛은 어떨까 궁금하던 차였기에 로노와르는 루드웨어가 음식을 먹을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

    다. 똘망똘망한 눈에 기대감이 가득 찬 얼굴, 그런 로노와르를 쳐다보던 그는 위기감을 느끼

    며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이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닐 게야… 그런 게지…….?

    하지만 차마 로노와르의 기대에 찬 눈망울을 거부할 수 없었던 루드웨어는 어쩔 수 없이 수

    프라고 만들어놓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미한 색깔을 띠고 있는, 멀건 물에 스푼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아! 나, 루드웨어의 일대기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로노와르에게 음식을 만들라고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는 루드웨어. 그러나 그는 용감한 드

    래곤의 마법사였다.

    과감한 동작과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이 교차하며 수프를 입에 넣는 루드웨어.

    ?맛이 어때??

    맛의 평가를 부탁하는 로노와르의 순진 어린 물음. 그러나 루드웨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장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전율적인 느낌. 그로서는 음식의 재료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로, 로노와… 로노와르… 여기다 대체 뭘 넣었지??

    ?뭐, 별로 넣은 것은 없어. 수프에 고기 좀 넣고, 레어 밖에서 자생하는 전골 해먹느라고

    채집해 놓은 버섯하고, 옛날에 어머니 헤이샤가 여행하면서 우연히 얻었다던 파리브레라는

    향신료 좀 넣었는데? 왜??

    음식의 재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로노와르. 그 말을 들은 루드웨어는 무식한 헤츨링의 행

    태 때문인지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앞에 있는 빌어먹을 헤츨링은 식용이란 말은 고사하고 유통 기한이란 말도 모르는 놈이었

    기 때문이다.

    ?고기 종류는…….?

    ?오크 한 마리 잡아서 넣었지.?

    참고로 오크는 인간이 먹을 수 없는 종류다. 대륙에 산재해 있는 마물의 종류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있고 없는 종류가 있는데, 오크의 경우 체내의 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 분만 먹어도 저 멀리 하늘 나라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독이 포함되어 있었다.

    뭐, 그 정도쯤이야 다른 이들에게 리치가 아닐까 생각되는 루드웨어였기에 오크 고기쯤은

    독이 있어도 먹을 수 있어 이 정도로는 아직 목숨은 부지할 만했다. 하지만 뱃속에서 울리

    고 있는 이 백만 볼트의 전류와 같은 느낌은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기에, 다른 것도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버섯은 어떻게 생겼었냐??

    ?레어 밖에 널려 있는 붉은 색깔의 예쁜 버섯이었는데??

    바보 헤츨링은 버섯은 다 먹는 것인 줄 안다. 물론 드래곤이 독이 든 버섯을 조금 먹어봤자

    아침 뒷간에 건더기로 나올 뿐이다. 로노와르가 사용한 붉은 우산 버섯은 인간이 먹기에는

    불가능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괴물 마법사 루드웨어가 먹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는

    정도의 버섯이었다. 단, 환각 성분이 다소 포함되어 있는 버섯이기에 어느 정도의 환영은 루

    드웨어로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예상되는 바이다. 보통 인간이 섭취했을 때는 환각에

    시달리며 헛소리를 하게 되는 무서운 버섯이다.

    ?니 어머니인 헤이샤가 마지막으로 꿈을 꾸었을 때는??

    ?글쎄, 그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레어를 벗어난 적이 없었으니까. 음… 한 이백 년 정

    도 전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

    ?향신료와 야채들의 보관 장소는……??

    물어보나 마나다. 보통 드래곤들은 레어의 깊숙한 곳에 물건들은 넣어놓기 때문에 보관 장

    소는 산속의 동굴이 다 그렇듯이 그늘지고 습기 찬 장소라고 해야 할 것이 맞기 때문이다.

    물론 보물들에 한해서는 통풍 마법도 걸어놓는다.

    더 이상 물어보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았지만 루드웨어는 폭탄 소리를 내는 아랫배를 간신히

    힐링 마법으로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하도 오래되고 쓸모도 없었던 것 같아서 레어 깊숙하게 박아놓긴 했는데, 나 똑똑하지 않

    냐? 그렇게 오래된 일인데도 알잖아.?

    ?니미… 차라리 잊어먹기나 하지.?

    자신의 사정도 모르는 채 자신의 기억력 좋음을 자랑하는 로노와르를 향하여 속으로 욕하는

    루드웨어였다.

    ?그거 맛은 봤냐??

    ?헤츨링이 맛을 봐야 뭘 알겠냐? 그래서 대충 갖고 왔는데??

    ?밖에 있는 오크한테 한 스푼만 줘봐.?

    루드웨어의 힘없는 명령에 로노와르는 왜 그러느냐는 표정으로 레어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

    보고 있던 불쌍한 오크들 중 한 명을 반협박 어린 눈으로 쏘아보며 오라고 지시했다.

    ?왜 칙칙, 부르냐. 칙칙.?

    ?반말하지 말고 먹어봐.?

    로노와르가 수프를 뜬 스푼을 건네자 오크는 갑자기 음식을 주는 로노와르를 이상한 놈 보

    듯 쳐다보고는 수프를 먹었는데 얼마 안 있어 오크는 목을 부여잡으며 안타까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캑캑… 캑캑… 캑캑…….?

    ?왜??

    수프를 먹은 오크가 말도 못하고 캑캑거리자 로노와르는 의아한 얼굴을 하며 물어보았지만

    계속 캑캑거리자 열이 받기 시작했다.

    ?캑캑… 캑캑… 캑캑…….?

    ?말을 하란 말이야!!?

    한 큐에 불쌍한 오크를 날려 버린 로노와르. 오크는 아무 말도 없이 날아가 레어의 벽에 부

    딪쳐 쓰러지더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루드웨어는 수프 땜에 죽은 걸까, 벽에 부딪쳐서 죽은 걸까라는 두

    가지 의문에 사로잡힌 채 레어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디 가냐??

    로노와르의 아무런 거리낌 없는 물음. 그러나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모

    습이었다.

    허리를 숙이며 배를 움켜잡고 무릎은 안쪽으로 휜 채 약간 구부리며 아랫배의 개방을 간신

    히 참아내고 있는 고난이도의 자세. 보통의 인간들은 단 10분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

    에 처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그런 자세를 잡고 있는 루드웨어였다.

    ?으으… 헤츨링만 아니었으면 그냥……. 근데 뭔 놈의 배탈이 힐링은 물론 큐어로도 치료

    가 안 되냐!!?

    대륙 곳곳을 돌아다닌 루드웨어는 보통 마법사들에게 조금 어렵게 인식되어 있는 치료 마법

    에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다리가 잘려 나간 것조차 이을 수 있는 치

    료 마법을 구사할 수 있었는데, 이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 루드웨어조차 악마 같은 수프의

    10서클 설사 마법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고난이도의 자세를 유지하며 사라진 루드웨어. 얼마 후 레어 밖의 한쪽 숲은 무슨 이유인지

    나무와 풀이 빠른 속도로 시들어가기 시작했으며, 그곳에 살고 있는 독에 면역이 있는 수많

    은 몬스터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최악의 독지로 변하고 말았다.

    시들어가는 풀에 스치기만 해도 의문의 독이 온몸에 퍼지는 이 대지는, 적어도 천 년 이상

    은 회생 불능 판정을 받을 정도의 대지로 변해갔기에, 몇 년 후 신들의 회의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대지의 모신 안트라네가 로노와르 레어 밖 반경 10미터의 좁은 장소를 신이 거부한

    대지로 명명하기 이르렀다.

    거의 리치에 가까운 마법사 루드웨어는 암암리에 수프를 텔레포트시켜 지저 세계로 날려 버

    린 후 근처에서 놀고 있던 오크 한 마리를 불렀다.

    지금은 단순하게 음식물 쓰레기를 한적한 곳에 불법으로 버린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사

    건 이후 지저 세계에 사는 마물의 10%에 가까운 수가 중독사했고, 20%가 원인 모를 피부

    병에 시달리며 죽어갔다고 한다.

    ?배고프다.?

    ?칙칙, 나보고 칙칙, 어떻게 칙칙, 하라고. 칙칙, 인간 놈아!!?

    ?팔 하나만 줘라.?

    잠시간의 비명 소리 후 루드웨는 레어의 한구석에서 오크 날갯죽지 고기를 먹으며 수프로

    인해 제로화된 위장을 채워 나갈 수 있었다.

    ?황제가 무서워서 도망칠 놈은 아니잖아??

    레어의 보물 창고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루드웨어를 보며 찡그린

    얼굴로 로노와르가 물었다.

    ?황제야 뭐 지명 수배를 하든 말든 나야 상관없지.?

    ?근데 왜 쫓겨왔는데??

    ?쫓겨오다니, 무슨 소리야! 나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 루드웨어를 뭘로 보고 그러는 거야.?

    당당하게 가슴을 치며 얘기하고 있는 루드웨어. 하지만 조금 둔한 로노와르에게도 그가 무

    엇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루드웨어.?

    ?왜??

    ?보인다.?

    ?응??

    ?도대체 뭔 일을 저지르고 다녔던 거지??

    루드웨어는 갑자기 언제나 무식하리라 여겼던 밥인 로노와르가 갑자기 똑똑해져 버리자 조

    금 당혹감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로노와르, 너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갑자기 똑똑해진 걸보니 성체로 변할 날이 얼마 안 남은 거 아니야.?

    말을 돌려 버리는 루드웨어를 보며 로노와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관둬라. 어차피 당해야 하는 건데…….?

    앞으로 다가올 고난을 생각하며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발을 돌리는 로

    노와르였는데 그것조차 루드웨어는 가만히 두질 않았다.

    ?로노와르.?

    루드웨어가 팔을 잡고 갑자기 진지하게 묻자 로노와르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갑자기…….?

    ?솔직히 말해 줘.?

    다분히 진지한 감이 있는 루드웨어의 얼굴을 보며 분위기에 약한 로노와르는 진실밖에 말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어봐.?

    두려움에 가득 찬 로노와르는 과연 녀석이 무엇을 물어볼 것이기에 이렇듯 진지해질 수 있

    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 여자될 거냐, 남자될 거냐? 아, 아니다. 암컷이냐, 수컷이냐??

    드래곤은 성체로 되면서 본체가 원하는 성으로 바뀌게 되는데, 남자의 몸을 가지고 있는 로

    노와르도 성체가 되면서 여자가 될 수도, 남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루드웨어의 속셈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될 수 있으면 여자가 되는 거야! 헤크노소스의 로망스에 있는 드래곤의 기사처럼 나도 쓸

    만한 드래곤 마누라 한 명 얻어서 영웅이 되는 거지!! 그렇기 위해선 로노와르, 네 녀석이

    여성체가 되어야 한단 말이야. 어때??

    한순간에 로노와르가 여성체가 되는 것은 이젠 틀림이 없다는 투로 사실을 인식해 버린 얼

    굴의 루드웨어. 뭐, 평소에도 보기만 하면 느껴지는 감정이긴 하지만 다시 로노와르는 분노

    가 차 오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녀석이!! 내가 네놈의 장난감인 줄 아냐!!?

    헤츨링의 포효라고 보기에는 분노의 강도가 거의 에이션트 드래곤 급에 버금갈 정도의 드래

    곤 피어가 레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뭐 어때? 인간과 드래곤이 결혼하지 말란 법도 없고 말이야. 수명의 차이야 까짓거 리치

    화하면 별문제도 없는데.?

    우리의 당당한 루드웨어는 자신의 완벽한 생각에 만족해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그만

    의 상상 속으로 빠져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쳤다고 리치랑 결혼하냐!! 그 죽지도 못하고 안달하는 언데드 말종 녀석들하고 말이

    야!?

    ?사랑은 다 그런 거야. 짜식, 좋아서 소리칠 때는 언제고.?

    뻔뻔한 루드웨어는 말도 안 되는 일에 터뜨린 로노와르의 분노의 포효를 정말 멋있게 해석

    하고 있었다.

    "근데 성체가 성을 바꾸는 것에 잘 아는 사람이 누굴까? 가만히 냅둬도 여성체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긴 하지만, 만사에 신중해야 하니. 음… 프로란스? 물론 프로란스라면야 다 알고

    있겠지만 물어보기에는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말이야. 음…….?

    비비꼬며 쑥스럽다는 듯한 행동을 하는 루드웨어를 보며 로노와르는 반은 맛이 간 상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엉뚱함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란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좋아! 로노와르, 여행이다. 여자 성체가 되기 위한 여행이지.?

    잠깐 생각해 보라. 대륙의 어느 헤츨링이 성체가 되기 위해 여행을 간단 말인가? 또 대대로

    내려져 오는 드래곤 법규에는 헤츨링은 성체가 되기 전까지 레어 안에 처박혀 있어야 한다

    고 쓰여 있다.

    ?안 가!!?

    당연한 반응이었다. 단호하게 루드웨어의 요청을 거부하는 로노와르. 물론 드래곤의 법규를

    따진다면 정답은 못 가는 거다.

    그러나 로노와르의 거부의 목소리를 한쪽 귀로 흘려 버린 루드웨어는 여행 갈 준비를 위해

    자신의 집이라도 되는 양 레어 안의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불의 마법검은 로노와르가 쓰고, 어? 다이아몬드 스틱? 팔아먹고 여비로나 쓸까? 침낭도

    찾았고. 음…….?

    무대포식의 루드웨어의 행동을 보며 모든 상황이 여행 쪽으로 돌아가자 로노와르는 자포자

    기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제길,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로노와르는 루드웨어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쩔 수 없는 여

    행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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