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350화 (350/373)

00350  Episode 2-16 개전(開戰)  =========================================================================

-띠링.

[헌터 72103명 실체화 합니다.]

김철수의 브레스가 허공에 떠있는 수많은 검은 점을 집어삼켰다. 붉게 변한 하늘의 사이로 수천문의 대공포가 불을 뿜었다. 화약 냄새가 사라드 전체를 감쌌다. 하늘전체가 터져나갈 포격들. 지휘실에서 오퍼레이터를 바라보던 데릴이 다급하게 중앙컴퓨터인 마더를 다급하게 불렀다.

“마더! 적 피해상황!”

(상공의 적 병력. 초능력 연계 장비를 이용. 다중 이능 방어막인 폴트레트 디펜스 전개 중. 상대 추정 피해 5%)

생각보다 적은 피해.

“제길!”

하늘 전체를 덮는 거대한 마법진이 눈에 들어왔다. 폴트레트 디펜스. 모든 이능을 막는 방어벽. 설마설마 또 있을까 했지만 역시나였다. 저 방어벽이 걷어지지 않으면 모든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었다.

“마더, 칸나님은?”

(잠시 후 적 상공으로 들어갑니다. 312명의 능력자가 그녀를 호위 중입니다.)

사라드 전체가 보이는 지위실 창문 너머로 대기를 찢고 솟아오르는 드래곤이 보였다. 데릴이 질끈 눈을 감았다. 김철수. 칸나. 디펜더스.

오퍼레이터들이 마음을 졸이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실패하면 안됩니다. 칸나님.’

데릴이 주먹을 쥔 손을 계속해서 떨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아군의 견제사격을 타고 하늘을 오르는 용의 모습이 보였다.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드래곤의 등에서 칸나가 케이시를 껴안았다.

“꺄아아아아악!”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케이시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그녀가 마지막 초콜렛을 입에 가져다댔다.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김철수의 옆으로 수 백 명의 아군 순간이동 능력자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칸나의 흰색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펄럭거렸다. 케이시의 귀에 꼽혀있는 이어폰에서 작전 지시사항이 흘러나왔다.

(지상의 전 빔 포대. 디펜더스를 호위. 대공포와 마법병단은 낙하하는 헌터들을 요격.)

케이시가 지상을 내려다봤다. 사라드 전역에서 수천 개의 빔포대가 하늘의 모든 곳을 포격해갔다.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연속해서 하늘을 때렸다. 김철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비행속도를 더 빠르게 증가시켰다.

(엄호 사격 고맙군!)

칸나가 이리저리 펄럭거리는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버린 채 점점 가까워지는 마법진의 중앙을 바라봤다.

폴트레트 디펜스가 눈앞에 보였다.

헌터들이 정비를 마치지 못한 지금.

“갈께!”

하늘에 새겨진 거대한 마법진의 한 가운데. 칸나가 김철수의 머리를 밟고 수직으로 뛰어올랐다.

“꺄아아아악! 언니!”

케이시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칸나가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단 한방.

마법진의 중앙부분이 보였다.

헌터들의 진형이 정비되지 않은 유일한 기회.

단 한방의 물리력으로 폴트레트 디펜스를 부셔버리면 그 다음은 에스퍼의 능력이 모든 헌터들을 덮칠 것이었다.

수천방의 빔이 칸나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상황을 눈치 챈 수 백 명의 헌터들이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과 허공에서 교전을 시작했다. 수 백 명의 순간이동 능력자와 수 백 명의 순간이동을 사용하는 헌터들이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기관총을 난사해댔다.

단 한방이면.

하늘 전체가 끊임없이 폭발했다. 수 천 명의 플레이어들의 능력과 끝도 없이 깔려있는 대공무기들이 쉴새없이 불을 뿜었다. 이에 질세라 사라드로 하강하고 있는 수만 명의 헌터들이 방어아이템을 뽑아들었다.

지휘실의 데릴이 쉴새없이 명령을 전달했다.

“칸나님은? 미사일 대기 사항은? 헌터들 접근상황? 아군피해?”

(디펜더스의 칸나. 폴트레트 디펜스 중앙부에 접근!)

(핵미사일 3천문 대기 중!)

(헌터들이 수십만 개의 방어 아이템을 뿌리고 있습니다! 곧 사라드로 하강 중! 아군 초능력자들이 요격하고 있습니다!)

(아군 피해 1%! 적군 숫자 아군의 10배! 헌터들이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해야 합니다!)

데릴이 주먹 쥔 손으로 브리핑 책상을 내리쳤다. 쾅.

“헌터 새끼들 많이들 불어나셨군. 그래.”

사람을 배신하고 인류를 배신하고 자신의 목숨만을 위해 남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사람들. 사라드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적.

“어디 어느 쪽이 전멸하나 해보자.”

그들을 용서 할 수 없었다.

(칸나님 격돌 5초전!)

“핵미사일 발사대 개방!”

(핵미사일 수직발사대 3천 개 전부 개방합니다!)

폴트레트 디펜스의 중앙부.

칸나가 한방으로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듯, 솟아오르는 속력 그대로 주먹을 들어올렸다.

하아아아아아아.

그동안 먹었던 열량을 한 번에 토해내려는 듯 글러브 낀 손이 앞으로 솟아나갔다.

손을 뻗는 그녀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긴 회색머리의 여자가 칸나 쪽으로 떨어지며 주먹을 뻗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폴트레트 디펜스의 앞.

수직으로 떨어지는 여자가 주먹을 내질렀다.

칸나와 정면으로 주먹대결을 하려는 듯한 무모함.

칸나가 비웃으며 폴트레트 디펜스와 그녀를 한 번에 뚫어버리겠다는 듯이 주먹을 내질렀다.

“시현이 찾으러 가는 펀------------------치!!!!!!!!!!!!!”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칸나와 회색머리 여자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주먹 대 주먹.

그녀들로부터 시작된 진공파가 하늘 전체를 밀어냈다.

거대한 폭음이 사라드 전역을 때렸다.

두 명의 여자에서 시작된 후속 충격파가 주변 수백 미터에 있는 헌터와 플레이어들을 휘감았다. 헌터들의 귀에서 붉은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쿵.

하늘을 뒤덮은 초록색 마법진에 금이 가고 있었다.

김철수가 따라오는 헌터를 꼬리치기로 날려버린채 선회하며 칸나의 모습을 찾았다.

“칸나!! 칸나!!”

“칸나! 언니!!! 꺄아아악!!”

쏟아지는 기관총 세례에 김철수가 급하게 날개를 접어 케이시를 보호했다. 용의 비늘에 흠집이 나며 그의 몸이 빙글빙글 돌았다.

“오빠!! 떨어지잖아요!!!”

“꽉 잡아!!!”

“꺄아아아아아아악!!”

끊임없이 쏟아지는 총탄의 사이로

칸나와 회색머리 여자가 서로의 몸을 잡은 채 마구 두들겨대며 지상으로 추락해가고 있었다.

칸나의 이마에서 피가 나며 핏방울이 허공으로 계속해서 비산했다. 회색머리의 여자의 킥이 칸나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칸나가 양손을 들어 올려 머리 부분을 가드했지만 그녀의 킥이 거짓말처럼 휘어지며 허리를 때렸다. 큭. 칸나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성을 냈다.

회색머리의 여자가 칸나의 목을 손으로 움켜쥐며 웃고는 말했다.

“아직 존스 아저씨의 무술 연마서를 다 못 익히셨군요.”

“..너 아케넨인?”

“흥.”

칸나가 잡힌 목을 풀어내고는 연속적으로 주먹을 쏟아냈다. 회색머리의 여자가 공격을 피해내며 그림자처럼 휘어지는 킥을 쏟아냈다.

지상으로 추락하며 두 명의 여자가 끊임없이 공방을 이어갔다.

(폴트레트 디펜스 파괴율. 70%)

지휘실 전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데릴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방어막이 깨지지 않았다. 젠장. 그녀가 짧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마더의 계산이 잘못될 리는 없었다. 무언가가 칸나를 방해했을 거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쿵. 지휘실 전체가 흔들렸다. 무언가가 방어벽을 뚫고 사라드로 떨어지고 있었다. 쿵. 지휘실 전체가 또 한번 흔들렸다. 데릴이 중심을 잡기 위해 벽을 붙잡았다. 오퍼레이터 몇 명이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녀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마더! 핵미사일 발사 가능해?”

칸나가 실패한 이상 지금이라도 핵미사일을 발사해야 했다.

(핵미사일은 30% 출력의 폴트레트 디펜스를 뚫을 수 없습니다.)

쿵. 또 한 번 지휘실이 흔들렸다.

“남은 30퍼센트 뚫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능력자는?!”

(능력자 검색 중. 10%..20%...)

지상으로 낙하하는 수 만 명의 헌터가 동시다발적으로 무기를 뽑아들었다. 헌터들이 진형을 갖추기 시작한 것을 보고 아군 순간이동 능력자들이 연속적으로 순간이동을 사용하며 사라드 상공 안으로 도망쳐갔다. 그것을 놓칠세라 수천 명의 이동능력헌터들이 그들을 따라 이동해왔다.

압도적인 비율의 능력자 숫자. 좌절어린 표정으로 순간이동을 반복하던 아군의 뒤에서 거대한 푸른 벽이 밀려들어오며 사라드 전체에서 헌터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에이프릴의 초능력.

모든 헌터들이 사라드 안으로 한발자국도 들어올 수 없게 하는 능력.

곰돌이를 껴안은 소녀의 능력이 헌터들을 당황하게 했다.

“미친. 이거 뭐야!”

수 천 명의 헌터들이 강제로 사라드 외곽으로 떠밀려졌다.

“이거나 먹어라!!”

허공에 끝도 없이 수놓아져 있는 헌터들이 인벤토리를 열어 폭탄들을 무한대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헌터들이 구름이 되어 폭탄의 폭우가 사라드 위로 계속해서 휘몰아쳤다.

(적 군! 사라드를 향해 약 320만발의 폭약 투척 중!)

(아군 마법 병단 보호마법을 펼칩니다! 예상 방어 가능 시간 30초!)

(헌터들 사이에서 떨어지는 핵미사일 감지! 1200발 상당으로 추정됩니다!)

지진이 지나간듯 엉망이 되어있는 지휘실에서

데릴이 숨도 쉬지 않고 명령을 쏟아냈다.

“전 병력 모든 방어 아이템 투하!”

(전 병력 모든 방어 아이템 투하합니다!)

(42311개의 아이템 동시다발적으로 작동!)

(에이프릴님의 방어벽 안으로 폭탄 투하됩니다!)

(모든 미사일 요격 불가능! 지원이 필요합니다!)

“제길! 마더?! 검색은?!”

(80%.. 90%.. 100% 능력자 검색 완료. 디펜더스의 김현식.)

(90초 후 핵미사일 낙하!)

데릴이 수화기를 들고는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현식입니다.)

“지금 즉시 발진하셔야합니다! 핵미사일 1200발이 사라드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라드 외곽에 있는 사막이 반으로 갈라졌다. 모래가 바닥으로 빨려 들어가며 거대한 발사 플랫폼이 사막의 위로 솟아올라왔다. 대악마와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전함의 모습이 보였다. 배의 측면에 새겨진 세종대왕. 이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현식이 전함의 내부에서 사라드 상공을 바라봤다.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이 함 내부에서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가 새로 합류한 오퍼레이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신 이지스 시스템 가동. 목표 상공의 핵미사일 다수.”

(신 이지스 시스템 가동. 신의 방패 개방. 상공의 목표를 추적합니다.)

(1200발의 핵미사일 포착. 전 군에게 위치 전송. 모든 수직 포대 개방.)

김현식이 대한민국이라고 쓰여 있는 해군 겉옷을 걸치고는 입을 열었다.

“우주전함 세종대왕 함. 현 시간부로 작전 시작.”

(우주전함 세종대왕 함. 현 시간부로 작전 시작합니다. 컴퓨터 마더 프로그램 이식 완료.)

함 내부에 설치된 홀로그램에서 수천 개의 미사일을 동시에 포착하고 있는 시스템의 모습이 보였다.

(신 이지스 시스템. 사라드 전체의 시스템과 동기화 완료.)

사라드에 존재하는 모든 포대가 세종대왕함의 신 이지스 시스템과 동기화 되며 정확한 좌표를 잡아갔다.

(사라드 방어 시스템. 세종대왕함의 방어 체계와 동기화 완료. 핵미사일 포착률 100%. 요격확률 99.9% 요격을 시작합니다.)

지상에 있던 수천의 플레이어들이 허공에 방어 아이템을 집어던졌다. 동시에 지상으로 낙하하는 수만의 헌터들이 공격 아이템들을 흩뿌렸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

사라드 전역에 있는 수직 발사대가 열리며 수천개의 요격 미사일이 하늘로 쏘아져 올라갔다.

(모든 요격 미사일. 세종대왕 시스템의 좌표 보정을 받습니다. 요격 확률 99.999999%)

공중의 헌터와 지상의 플레이어. 그 사이에서 수천발의 미사일이 서로 부딪혔다. 연속적인 폭발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세상을 두 개로 나누었다.

핵폭발에 휩쓸리면서도 헌터들이 아이템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질세라 플레이어들이 방어 아이템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

끝 도 없이 울리는 경고음을 무시한 채 초당 수 십 만개의 아이템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핵 방사능 적군 폴트레트 디펜스와 아이템에 의해 안정화. 적군 피해 30% 아군 피해 20%)

오랜 세월 한을 품어왔던 플레이어들과

위선자들이라며 플레이어들은 비난했던 헌터들의 분노가 하늘 전체를 계속해서 불태웠다.

누구에게 정당성이 있는가?

승자가 모든 역사를 새로 쓸 것이었다.

눈으로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다발적인 폭발.

사라드의 상공을 보고 있던 현식이 해군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명령을 내렸다.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지켜야 할 시간이었다.

“세종대왕함. 부상.”

(우주 전함 세종대왕함. 부상합니다. 역중력 엔진 가동.)

대천사와 대악마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사라드의 신형 우주 전함.

세종대왕함이 사막의 모래를 밀어내며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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