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344화 (344/373)

00344  균열(龜裂)  =========================================================================

사라드의 내부 도크 안.

김현식이 팔짱을 낀 채 마법진이 도색되어 가는 세종대왕함을 바라보았다. 그가 팔짱 낀 손가락을 계속해서 두드렸다. 일이 마음에 잡히지 않았다. 한나로부터의 연락이 오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한나...'

툭. 툭. 계속해서 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후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라드 지휘부에게도 보이면 연락해달라고 전해둔 참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면 마법진 완료했습니다. 다음은...)

세종대왕함의 이곳저곳에 붙은 기술자들이 세피아의 명령에 따라 이런저런 문양을 그려대고 있었다. 현식이 이마를 매만졌다.

“함장님.”

사라드의 관계자 한명이 다가왔다. 현식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기다리던 연락책이 온 것이었다.

그가 파일을 하나 건넸다. 영상을 즉석에서 재생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찾은 것인가?"

“현재 위치는 알 수 없지만, 따님의 행적이 사라드 CCTV에 기록되어 있어서 담아왔습니다.”

빠르게 팔짱을 푼 김현식이 파일을 받아들었다. 파일에 떠올라있는 글자가 보였다.

(재생하시겠습니까?)

문서에서 나온 홀로그램이 허공에 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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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 김철수가 도로변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언쟁을 벌이던 김철수가 지나치려는 한나의 손목을 잡았다.

(안됩니다. 한나.)

(이거 놔요.)

그녀가 손목을 빼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당신은 너무 흥분했습니다. 한나. 잠시 제 말을.....)

(이거 놓으세요.)

(이대로 칸나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우리 전부가 죽게 될 겁니다. 한나. 제발.)

챙.

한나가 나이프를 빼드는 모습이 보였다.

(김철수.)

(...한나 씨.)

(이 손 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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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가 한나의 손목을 부러뜨릴 듯 잡고 무력을 사용하는 장면들.

금방이라도 능력을 개방해 서로를 죽이려는 모습이 서늘하게 다가왔다.

영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김철수와 한나의 무력다툼. 멍든 한나의 손목이 화면에 지나갔다.

김현식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파일 재생 완료)

관계자가 품에 안겨있던 파일 하나를 더 건넸다.

“이건 그녀가 사라지기 전의 모습입니다.”

파일을 재생시키자.

한나와 김철수, 그리고 철림이 카페에 앉아서 말다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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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사과하시죠. 한나 씨.)

(왜요. 정곡이라도 찔리셨나 보죠?)

김철수가 날선 눈동자로 한나를 쳐다봤다.

(...역시 어제 끝장을 볼 걸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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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림이 김철수와 한나의 어깨에 손을 집었고. 그들 모두가 사라졌다.

(영상이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재생 하시겠습니까?)

파일을 쥔 김현식의 손이 떨렸다.

관계자가 그에게 보고사항을 전했다.

“이 이후는 사라드 내부 검색에서 잡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추방자의 마을이나 사라드 외각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도움 감사드립니다.”

김현식은 이번 전쟁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이정도 호의는 얼마든지 베풀 것이었다.

“별 말씀을요.”

“이 파일은 제가 잠시 가지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함장님.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관계자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현식이 고맙다는 듯 모자를 벗고 답례 인사를 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함장님."

그가 할 일을 끝냈다는 듯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모자를 다시 머리에 쓴 현식이 파일을 들어 다시 재생시켰다.

(김철수.)

(...한나 씨.)

(이 손 놔.)

김철수와 한나가 싸우는 장면부터 계속해서 돌려보는 그였다.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본 그가 파일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세종대왕함을 잠시 바라본 그가 계단을 밟고 도크의 다른 층으로 이동해갔다. 연구자들이 도면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곳. 흰색문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똑똑똑. 하고 현식이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연구자 여러 명이 회의실 구석에서 새우모양으로 쪽잠 자는 모습이 보였다. 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가 아직도 책상위에 도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다가갔다.

“고생들 하십니다.”

“아닙니다. 함장 님.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개조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점이라도?”

“아, 그런 부분 때문에 찾아 온 것은 아닙니다. 단지 며칠 동안 제가 자리를 비울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온 것입니다.”

그의 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김현식이었다. 별 일이 아니라면 도크에 붙잡아두고 싶은 것이 그들 심정이었다.

“어쩐 일로...”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함을 잘 부탁드립니다.”

심상치 않은 현식의 분위기에 잠시 머뭇거리던 연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듯 미소 지었다.

“걱정 마십시오. 함장님. 일생의 걸작을 만들려고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연구자들을 바라보던 그가 고맙다는 듯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딸깍.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가 도크에서 개조되고 있는 세종대왕함을 잠시 바라봤다. 계단을 밟아 내려가며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사라드 관계자를 찾아 지상으로 향하는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무슨 일인가 있는지.

마침 사라드 관계자가 그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현식이 그를 향해 먼저 입을 열려고 했다.

“저기...”

그보다 앞서 관계자가 현식에게 소리쳤다.

“함장님! 동료 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동료?'

현식의 눈이 관계자의 뒤쪽으로 움직여갔다. 김철수가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작게 한숨을 쉰 현식이 모자를 눌러썼다.

“함장님.”

관계자와 김철수가 김현식의 앞에 멈춰 섰다. 모자를 눌러 쓴 현식이 김철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김철수 씨. 일은 잘 풀렸습니까?”

사라드 관계자가 편하게 이야기 나누라는 듯 멀찌감치 떨어져갔다. 김철수가 멀어지는 관계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말문을 열었다.

“그게, 한나 양이랑 좀 다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김철수가 눈썹을 손으로 긁적였다.

“저희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만나서 말로 다투었는데, 그녀가 칸나 양에게 무조건 알려야 한다고 주장해서 좀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칸나에게 알려지면 작전이 힘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철림씨도 설득하려고 같이 갔었는데 한나양이 우리 뜻이 잘못되었다면서 디펜더스 배지를 반납하고 사라졌습니다.”

미안하다는 표정의 김철수.

“그렇군요.”

“아무쪼록, 죄송합니다. 함장님. 제가 더 설득을 잘 했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김철수 씨. 제 딸아이가 고집스러운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현식이 손을 들어 모자를 매만졌다.

“그런데... 딸아이하고 말로만 싸운 것이겠죠? 같은 동료끼리 무력으로 누르거나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김철수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아주 약간의 시간의 공백이 생겼다. 흠. 흠. 김철수가 그 시간을 메우려는 듯 헛기침을 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제가 사실 한나양이 칸나에게 바로 가려고 해서 손목을 좀 잡은 건 있었지만, 뭐 크게 물리적으로 싸우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동료잖습니까.”

“하긴 동료인 김철수 씨가 그럴 리가 없겠죠.”

김현식이 세종대왕함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럼 별일 없겠군요. 세종대왕함도 재정비가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이번 전투 잘 해봅시다. 김철수 씨.”

김철수가 당연하다는 듯 하하 웃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최대한 많은 전략을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김현식이 세종대왕함을 보며 다른 내용을 물었다.

“아, 그런데 그 카페에서 한나랑 헤어질 때, 한나가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는지 알고 싶습니다. 좀 전부터 연락이 없습니다.”

“아, 그 어... 사라드 외각방향 쪽으로 가는 듯 했습니다.”

김철수가 현식을 따라 완성되어가는 세종대왕함을 바라봤다.

“수리 되니 좋겠습니다. 함장님.”

“네. 하하. 이번전투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투가 끝나면...

“하하. 그렇군요.”

“이번 전투가 끝나면......”

현식이 모자를 눌러쓴 채 김철수를 바라봤다. 무언가 서늘한 기분이 김철수의 가슴을 지나쳐갔다. 현식이 인벤토리를 열어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딸깍. 딸깍. 라이터의 불이 담배에 붙으며 매캐한 담배연기가 풍겨 나왔다.

처음 보는 김현식의 담배 피는 모습에 김철수가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김현식은 별 말을 하지 않고 담배를 태우며 세종대왕함을 바라봤다. 김철수가 침을 꿀꺽 삼킨 채 시선을 세종대왕함으로 돌렸다.

나란히 서서 세종대왕함을 바라보는 김철수와 현식.

후우. 하고 담배연기를 뿜어낸 김현식이

해군 제복 상의에 붙어있는 디펜더스 마크를 때냈다.

물끄러미 마크를 바라보던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저는 디펜더스에서 탈퇴하겠습니다. 김철수 씨.”

“...함장님?”

그가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았다. 빨간 불이 올라오며 담배의 길이가 줄어들어갔다. 오랜 기간 끊었던 담배였다. 김현식의 표정이 담배를 한번 빨수록 점점 더 무표정으로 변해갔다.

그가 디펜더스 배지를 김철수에게 건넸다. 김철수가 손사래 치며 그를 만류했다.

“함장님. 안됩니다. 당신이 없으면 디펜더스는...”

“제 딸 어디 있습니까.”

김철수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여갔다. 갑작스런 현식의 물음.

무언가 잘못 되었다. 김철수의 시선이 빠르게 이곳저곳을 훑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는 순식간에 판단을 해냈다.

‘김현식이 뭔가를 이미 알고 있어.’

현식이 인벤토리를 열고 파일을 두 개 꺼내어 김철수에게 내밀었다.

"방금 전에 받은 것입니다. 김철수 씨.”

'아침에 받은 파일?'

(재생하시겠습니까?)

현식이 재생버튼을 누르고는 김철수 쪽으로 문서를 돌려놓았다. 김철수가 억지로 한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모습과 대거를 든 한나와 인벤토리를 연 채 전투를 대기하는 김철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있었다.

김철수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두 번째 파일이 열렸다.

카페에서 헤어졌다는 김철수의 말과 달리 철림, 김철수와 함께 강제 순간이동 해서 사라지는  한나의 모습이 보였다.

(영상이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재생 하시겠습니까?)

김철수는 목이 탄다고 느꼈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변명을 해야 했다.

“함장님... 이건.”

현식이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한나 어디 있습니까.”

처음으로 보는 김현식의 싸늘한 모습에 김철수가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잘 해보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나.”

“...처..철림 아저씨가 안전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딥니까.”

“추방자의 마을. 부근입니다.”

현식이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불씨를 발로 비벼 껐다.

“감사합니다. 김철수 씨.”

그가 지나쳐가며 자신에게서 떼어낸 디펜더스 배지를

김철수의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차가운 목소리로 그가 자신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만에 하나 한나가 잘못된다면, 다음에는 세종대왕함과 적으로 만나게 될 겁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김철수를 놔둔 채. 김현식이 계속해서 멀어져갔다.

도크에 남아있는 세종대왕함이

덩그러니 남겨진 김철수를 쏘아보고 있었다.

황량한 대지의 끝에서 쿠조와 한나는 악수를 한 채 서로를 바라봤다. 한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허나 왜. 그가 왜 이곳에서 케이나와 함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공격해야하나?'

한손은 이미 잡혀있었다.

2:2

또는 2:1

이 자리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은 불리했다.

‘...일단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가 억지웃음을 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쿠조 씨. 케이나를 도와주고 계셨군요.”

“아아~ 나도 반가워~ 케이나 예전 동료인가 보네~ 예쁘게 생긴 처자구만~”

그의 눈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한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하.”

에스퍼가 한나를 훑어보던 눈빛을 거두고는 쿠조에게 말했다.

“마스터. 한명 더 따라 붙었습니다.”

“그래~ 이 아가씨 친구인가~?”

따라붙었다고?

그의 말에 한나가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철림의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동시에 밀려들어왔다.

'철림 아저씨.'

무언가가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전투를 개시해도 승산이 생긴 것이었다.

철림이 도와준다면 2:2 또는 2:3

'순간이동과 분신술, 상대방은...미정. 변수는...'

문제는 변수인 케이나였다. 그녀가 어느 편에 붙을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싸워야 하나?'

회색방에서 전투를 시작한다는 것은 한쪽의 죽음을 의미했다. 판단은 금방 내려졌다.

‘아직은...’

에스퍼가 인벤토리에서 긴 창을 꺼내서 철림을 겨누었다.

“누구냐.”

양 손을 든 철림이 무언가를 대답하려다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의 시선이 케이나를 향해있었다.

“거기, 케이시?”

“아. 철림 아저씨.”

케이나의 대답을 에스퍼가 자르고 들어왔다.

“케이시가 아니라 케이나인데, 잘 못 본 듯하군.”

철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가 한나와 케이나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봤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한동안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철림이 한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케이나입니까?”

“네. 케이나입니다.”

에스퍼의 긴 창이 철림에게 겨누어졌다.

“누구냐고 물었다.”

그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치며 대답했다.

“잠시 의견차이 때문에 다툰 팀원을 데리러 왔습니다. 하하."

철림이 사라드를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그렇죠. 한나 양? 그만 갑시다.”

한나의 눈이 쿠조와 에스퍼를 훑었다. 이곳은 위험했다. 철림의 말에 맞장구 쳐서라도 빠져나가야 했다.

"그..."

무언가 말을 하려던 그녀의 시선이 케이나의 앞에 멈춰 섰다. 한나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 이야기는 끝났을 텐데요.”

“한나 양. 동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힐끗 한나가 케이나를 바라봤다. 하아. 그녀의 앞에서 싸우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철림을 따라 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호의의 끝에는 김철수가 있을 테니까.

대치를 바라보고 있던 쿠조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었다.

“뭐~ 문제가 있나봐~? 정 그쪽 팀에 문제가 있으면~ 우리 팀이라도 오는 게 어때~?”

쿠조의 말에 철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다른팀에 한나가 들어간다고?

“한나 양. 갑시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고 이 곳을 탈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이었다.

한나 혼자였다면.

잠시 철림의 손을 바라보던 한나가 케이나를 슬쩍 보고는 다시 철림을 바라봤다. 저 손을 잡으면 한명이 위험해진다. 손을 잡지 않으면 내가 위험해진다.

“장기 말이 필요한 겁니까?”

“한나 양. 제발 그러지 말게.”

그녀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철림이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전 이 팀 들어가겠습니다. 철림 씨. 김철수 씨랑 잘난 전쟁 잘 해보시죠.”

“한나!”

“돌아가세요. 동료로써의 애정은 아까 강제 순간이동 당할 때 모두 갚았으니까요.”

“......”

인상을 찡그린 철림이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가 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김현식 씨에게는...”

한나가 손을 휘휘 저었다.

“아버님에게는 제가 따로 편지하겠습니다.”

“...알겠네. 하지만 당분간은 주변에 있을 테니 마음이 변하면 부르게나.”

차가운 목소리로 한나가 마지막 축객 령을 내렸다.

“네. 감사합니다. 디펜더스의 철림 씨.”

마치 아무런 사이도 아닌 것 처럼.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디펜더스의 철림 씨.

한나의 뒤에 서 있던 쿠조. 그의 입이 희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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