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336화 (336/373)

00336  Episode 2-14 추락(墜落)  =========================================================================

캔버스 위에 붓이 움직이며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갔다. 글러브를 들어 올린 칸나의 모습과 하늘을 날고 있는 김철수의 모습. 술을 들이 키고 있는 이그네스의 모습들이 그려져 갔다. 우울한 숲속에 앉아 시현은 계속 붓을 움직였다.

날이 저물어가도 그는 그저 앉아서 계속 그림을 그렸다. 완성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칸나의 웃는 입술의 끝을 마지막으로 시현이 붓을 캔버스에서 땠다.

멍했던 그의 눈동자가 그림의 이곳저곳을 훑었다.

조금은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붓을 인벤토리에 넣은 그가 그림을 소중하게 나무기둥에 기대어 놓은 채 낙엽에 엎드렸다.

해 저문 우울한 잿빛 하늘이 그를 내려다봤다.

시현은 눈을 감았다. 플레이어들은 어차피 방벽의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나와서 먼저 공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직은, 기다리자.’

축축한 바람이 그를 감쌌다.

불안한 마음에도 그는 잠들려고 노력했다. 긴장감이 그를 감쌀 땐 잠시 눈을 떠서 나무에 기대어져 있는 그림을 바라봤다. 약간의 안도감이 생겼다. 몇 번인가 그림을 보고 난 후에야 그는 잠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새벽의 찬 공기를 느끼며 피리아가 눈을 떴다. 침대같은 곳에서의 수면이 아닌 어제 쓰러진 그 마을 바닥이었다. 머리카락에 붙어있는 먼지를 대충 털어낸 그녀가 손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푹 잤네. 알람 마법진에 걸린 것도 없고.”

허공에 손짓하며 알람 마법진을 풀었다.

아직도 뻗어서 잠에 취해있는 초록머리 여자를 힐끗 바라 본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진짜...들어온 헌터 좀비한테 맞아 죽었나?”

그야말로 미스테리.

마을은 낮은 지대에 있었기에 헌터가 얼마든지 정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새벽쯤에 습격을 오거나 트리 오브 이터니티에 무슨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해서 알람마법진을 꼼꼼하게 설치해놨는데......

정말.

너무나도 깔끔하게.

‘...아무 일도 없네?’

뭔가 찜찜한 마음이 그녀의 곁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음.”

메모라이즈 된 마법을 아껴야 했지만 무언가 불안한 그녀였다.

서로 목숨 걸고 죽이는 처지인데 헌터가 아무 행동도 안했을 리가 없었다.

"초대형 파괴 마법진이라도 만들고 있는 거 아냐?"

신경이 쓰였다.

“[밤 부엉이]”

결국 그녀는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색 투명한 부엉이가 그녀의 어깨위에 소환되어 푸드득 거렸다.

“[시야 링크]”

부엉이의 넓은 시야가 피리아와 공유되어 세상을 다르게 보이게 했다. 소환이 시끄러웠는지 초록머리 여자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으...삭신이야...뭐해요? 피리아씨?”

“...아무 움직임이 없는 헌터가 수상합니다.”

끼익끼익 거리는 몸을 풀며 초록머리 여자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좀비한테 쳐 맞고 죽은 거라니까요.”

좀비 최강론.

“...몸 위에 머리가 달려있는 헌터라면 분명 우리의 상황을 파악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너무 수상합니다.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드득 거리며 부엉이가 새벽하늘을 날았다.

“좀비한테 쳐 맞고 죽은 게 아니라고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정찰에 걸리는 곳에 있을까요?”

“...음.”

허공으로 떠오른 부엉이가 지상을 훑었다. 수천마리의 좀비가 쉴 새 없이 마을 주변의 나무뿌리를 긁어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피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천 마리는 넘어 보이는데요.”

“...네?”

“4일차에 밀고 들어 올 좀비 숫자요.”

“미리 무덤 두 개 파 놓을까요?”

“......”

초록머리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좌우로 스트레칭 했다.

“부엉이 그만 내리고 마을 방어벽이나 만드는 게 어때요. 피리아씨. 바보가 아닌 이상 오픈되어있는 곳에서는 못 찾아요. 헌터가 애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걸로 찾을 수 있을리가......”

“...찾은 거 같은데요?”

“...예?”

너무나도 편안한 포즈로 언덕위에서 쿨쿨 잠을 자고 있는 시현의 모습이 부엉이의 시야에 잡혀있었다.

“...예????? 어디인데요?”

“...어, 서쪽 언덕 낙엽 사이에서.”

칫. 혀를 찬 초록머리 여자가 검을 집어 들었다.

"벌써 고지대를 점령한 거예요?"

"...그러니까."

“장거리 공격인가요? 아니면 저주계열의 마법? 술법?”

이미 위치를 파악 당했다면 헌터는 새벽 내내 뭔가를 계획했을 것이 분명했다.

“좀비들한테 쳐 맞아 죽기를 기도하고 있었더니만... 그래서 헌터는 뭘 준비하고 있나요? 바로 우리가 선빵 쳐야 하는거죠?”

긴장한 채 부산을 떠는 그녀와 달리 피리아는 자기가 본 것이 맞는지 재차 확인하는 중이었다. 몇 번이나 헌터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자고 있네요.”

“...네?”

“낙엽을 이불 삼아. 아주 잘 주무시고 계시네요."

"...하?"

몸에 힘 빠지는 소리에 초록머리 여자는 튀어나가는 포즈 그대로 넘어질뻔 하다가 힘겹게 자세를 되잡았다.

"헌터님 옆에는 취미생활인지 뭔지 모를 그림도 하나 놓여 있고요...아마도 우리 좀비랑 싸울 때 동안 언덕에 앉아서 그림 그리고 있었나본데요?”

“....네? 무슨 헌터가 그래요?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아요?”

“...아, 지금 추운지 돌아눕네요.”

“......”

뭔가 힘이 빠졌지만 피리아는 할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초록머리 여자에게 눈빛을 보냈다.

"좀 힘빠지긴 하지만 우리가 먼저 치죠.”

“...그게 좋겠네요. 어디의 뭐 하는 헌터인지는 모르지만 고맙죠 뭐.”

“남은 원거리 공격 있어요?”

“4분이면 충분해요.”

그녀가 지팡이의 끝으로 땅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먼 거리라 어느 정도 오차는 있겠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그 지역을 태워 버릴만한 마법을 날리면 되니까.

“태초의 언약이여...”

그녀의 팔에 그려져 있는 문양들이 마법진과 함께 붉은 색으로 빛났다.

"자연을 아우르는 만물의 왕이여..."

그녀가 마력을 더 개방하려는 순간,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띠링.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반 좀비 외에 ‘거미 기계 다리 좀비’ 가 같이 등장합니다.

“....뭐?”

피리아의 눈동자가 왼쪽 언덕과 마을 정면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봤다.

“피리아씨!”

초록머리 여자가 벗어놨던 갑옷을 입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기괴한 울림이 땅을 타고 전해졌다.

"...뭐야 저거?"

상반신은 좀비고 하반신은 거미와 같은 기계다리를 부착한 몇몇 좀비들이 나무 벽을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고대 엘프족과의 계약에 따라. 그대의...”

넘어오는 좀비들을 바라보던 피리아가 분홍색 입술을 깨물며 팔을 내려놨다. 지금 헌터에게 마력을 사용하면 당장 몰려오는 좀비들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력을 아껴야 해.’

드드드드드. 금속 다리가 대지를 밟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언 홀리 소드!]”

초록머리 여자가 신호 가호를 받으며 땅을 박차고 뛰어갔다.

"뒈져버려!"

그녀가 신성력이 스며들어 있는 검신을 다가오는 거미좀비를 향해 휘둘렀다.

부웅. 검신이 허공을 갈랐다. 그녀의 눈썹이 움찔거리며 좀비를 바라봤다.

“...피했어?”

그녀가 또 한번 검을 휘둘렀다.

우연이 아니었다. 또 한번 그녀의 검신이 허공을 갈랐다.

좀비의 하반신에 부착된 기계다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의 검격을 피하고 있었다.

“이거 반칙 아니야?”

나무의 방벽을 넘어 몇몇 거미좀비들이 더 넘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칫. 하고 혀를 찬 그녀가 뒷걸음질 치며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핫!”

짧은 기합성과 함께 그녀가 피한 자세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신성력이 담긴 검이 좀비의 상반신을 두 동강내며 척추를 뚫고 지나갔다.

이동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 공격하는 순간 카운터 치면 그만이었다.

“여전이 공격력은 형편들 없으시구만 그래!”

바닥에 덩그러니 남겨진 거미다리가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 설마..?”

휘둘러오는 또 하나의 공격을 피하며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좀비의 어깻죽지부터 반대쪽 허리까지 대각으로 베어지며 잘린부분이 검은 재가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좀비의 아래쪽에 결합된 거미다리를 바라봤다. 마치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 기계 다리가 좀비와의 결합을 풀고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포스 오브 네이쳐!]”

바닥에서 올라온 나무 가시들이 좀비들의 상반신을 붙잡았다.

“피리아씨! 이 것들...!”

“다리가 도망 못 가게 붙잡으세요! 밖에 있는 좀비들을 벽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어요!”

피리아는 허공에 있는 부엉이의 눈을 통해 지금 상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기계로 된 거미다리들은 벽 너머에 있는 좀비들의 하반신에 결합되어 그들을 벽 안으로 옮기거나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것이었다.

벽을 넘어오는 좀비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었다. 밀려온 좀비들에 의해 형태만 유지하고 있던 나무집들이 무너져갔다. 정면에서 측면에서 후면에서. 좀비들이 계속해서 넘어왔다.

“피리아씨! 어떻게 좀 해봐요!”

신성력도 바닥이었다.

"피리아씨!"

초록머리 여자의 검이 연신 빈 허공을 베었다. 거미다리는 돌격을 해 들어가려고 하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후면을 노렸다. 이를 악문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성가셔!”

뒤쪽에서 공격해오던 좀비의 팔이 허공에 날아갔다. 그녀가 이윽고 기계다리마저 부수기 위해 아래쪽으로 크게 휘둘렀지만 그곳에는 이미 분리되어 버려진 좀비의 상반신만이 존재했다.

“..헉...헉...헉..”

어제는 한 방향이여서 그나마 간신히 버틸 수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좀비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거기에 그녀들이 좀비를 처리하는 속도도 어제보다 매우 늦어져 있었다.

“이대로면 우리 못 버텨요! 죽는다고요! 피리아씨!”

외침소리를 들으면서도 피리아는 마법진을 그리거나 영창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거미 좀비들의 공격을 피하는 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헉. 헉. 헉. 그녀의 로브가 호흡에 따라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본 초록머리 여자가 검을 휘두르며 억지로 좀비들을 뚫고 지나갔다.

“기다려요! 제가 갈 테니까!”

시스템 음성은 그녀들만이 아니라 시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그는 저격총의 스코프를 통해 마을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녀들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었다. 시현은 그녀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직감했다.

아무 죄책감도 없이 헌터가 될 수 있는 기회.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스테이지를 끝낼 수 있다는 안도감이 그를 감쌌다.

기계거미다리가 계속해서 좀비들을 나무 벽의 안으로 나르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 후면 그녀들의 몸은 좀비들에게 뜯어 먹혀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었다.

스코프에서 눈을 땐 그가 멍한 표정으로 마을을 바라봤다.

그녀들의 마지막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뜯어 먹힐 거면 차라리.’

시현이 다시 저격자세를 잡았다. 총신이 조금씩 움직이며 목표를 잡아갔다.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 짧은 마법을 연사하는 피리아의 머리가 조준점의 가운데로 들어왔다.

“...차라리 내가.”

시현은 뒤에서 악마가 속삭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도 어차피 죽을 사람들을 고통 없이 보내주는 작업.

누가 봐도 그를 비난할 수 없는 상황. 오히려 박수를 쳐 줄수도 있는 상황.

쏴. 시현.

그가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고는 심호흡을 했다.

‘칸나...’

조준점이 피리아의 머리에서 흔들렸다.

쏴. 시현.

그가 이를 악 물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조준점의 앞으로 피리아가 아닌 초록머리 여자의 상반신이 들어왔다.

어느새 좀비 무리를 뚫고 온 초록머리 여자가 피리아와 등을 맞대고 버티기 시작한 것이었다.

피리아씨는 내가 지킨다 이 자식들아! 라는 여자의 외침이 저격사제를 잡고 있는 시현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곧 죽을 터인데. 검을 휘두르는 초록머리 여자는 웃고 있었다. 무엇이 즐거운지 피리아도 웃었다.

방아쇠를 쥔 손가락이 떨렸다.

시현은 그들이 왜 웃는지 알았다.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죽을 수 있다는 기쁨.

동료.

그녀들은 진정한 동료였다.

시현의 입이 벌어졌다.

그녀들의 모습에 디펜더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피리아씨! 우리 죽을 것 같은데요!”

잘도 그녀는 그렇게 지껄이며 검을 휘둘렀다.

“아, 그렇게 됐네요. [프레임 오브 네이쳐] !”

그녀들의 주변에서 불길이 올라오며 좀비들을 삼켜갔다.

“헉..헉..이제 마나 없어요!”

피리아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헉..헉..당신이라도 도망쳐요.”

“헉...가긴 어딜 가요...어차피 여기 못 지키면..헉..헉.. 끝인데.”

피리아에게 다가서는 좀비를 베어낸 초록머리 여자가 검을 땅에 꼽았다.

“헉...헉...저도 이제...더 이상은...”

몇 무리의 좀비가 더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검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버티던 그녀의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헉..헉..비장의 한수...헉..그런 거 없어요 피리아씨?”

“하아...하아.. 비장의 할말은...헉 있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하...하..하아...저도요.”

거미 다리를 장착한 좀비 하나가 빠르게 접근해왔다. 주저앉은 피리아가 그 모습을 바라봤다. 공격을 피할 힘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침을 삼킨 그녀가 눈을 감았다.

꽤나,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좀비의 날카로운 이빨이 그녀의 목을 물려는 순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로 좀비의 피와 살이 쏟아졌다.

이빨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탕. 탕. 탕.

피리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탕. 탕. 탕. 탕.

뛰어오던 좀비들의 몸이 터져나가며 계속해서 쓰러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초록머리 여자와 피리아가 서로를 바라봤다.

죽음의 입구에 다다랐던 그녀들을 누군가가 돕고 있었다.

시현이 장전손잡이를 당기자 저격 총에서 탄피가 튀어나와 낙엽위에 떨어졌다.

후우. 후우.

그가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죽일 수 없었다.

그녀들을 죽게 놔둘 수 없었다.

탕.

탕.

탕.

헌터 교육을 받은 이성은 그에게 계속해서 명령했다.

그녀들을 죽여 시현.

저격 총으로부터 발사된 탄환이 기계다리를 부수고 지나가 흙바닥에 박혔다.

그녀들을 죽여야 해 시현.

머릿속으로 울려오는 명령에도 그는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들을 죽게 내버려 둬 시현.

왜인지 시현은 눈물이 난다고 느꼈다.

탕.

연속적인 사격에 총신이 과열되어갔다.

“[인벤토리 오픈.]”

또 하나의 저격 총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탕.

탕.

탕.

그들을 죽게 내버려 두라고 시현.

시현의 눈으로부터 흐른 눈물이 총신을 타고 낙엽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난 못해.”

한발의 총알이 날아갈 때마다 하나의 기계 다리가 고철로 변했다.

“그들을 고작 여기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시현에게 있어서

그녀들은 또 하나의 디펜더스였다.

피리아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한 표정으로 쓰러지고 있는 좀비들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이 총성을 따라 움직였다.

“...설마.”

그녀와 동화되어있던 부엉이가 쓰러지는 좀비들을 지나쳐 하늘로 날았다.

탕.

서쪽언덕에서 저격을 반복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말도 안 돼.”

죽이려고 했던 헌터가. 그녀들을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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