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89화 (289/373)

00289  Episode 2-11 돈의 왕좌.  =========================================================================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귀를 가득 메웠다.

도심의 한 가운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이리저리 전화를 하던 마이크가 몸을 움찔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기 때문이다.

"뭡니.."

“찾았다~!”

고개를 돌리자

긴 흰머리의 여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

'젠장.'

그는 금세 그녀가 누군 지 알 수 있었다. 뉴스에도 나왔던 여자.

빵빵.

자동차들이 시끄럽게 울었다.

“......”

도심 한 가운데서 싸우지는 않겠지.

마이크가 통화를 끊으며 물었다.

“어쩐 일이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칸나는 양팔을 흔들었다.

"찾았어~ 헬라~ 내가 찾았어~"

'헬라?'

"같이 좀..! 같이 좀..!"

사람들의 무리를 뚫고 헉헉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드레스의 여자. 그 뒤에 불안함과 긴장감을 한 가득을 품은 얼굴로 끌려오는 도플겡어.

칸나가 검지를 들어 마이크의 얼굴을 가리켰다.

“이 사람 맞지!”

"헉..헉.. 맞아요. 처음에 봤던 그 사람..헉..헉..이네요."

마이크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3명다 플레이어?'

갑자기 3:1 이 되어버린 상황에 마이크의 마음이 약간 철렁했다.

“헉...헉...그나저나 칸나 씨 천천히 좀...”

도플겡어가 헬라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얹었다.

“헉..헉.. 저는 이만.. 가.. 보면..헉..헉.. 안될까요?”

흘겨보는 헬라.

“헉..헉.. 어딜가 이뇬아. 니가 젤 요주의 인물이여.”

허리를 숙인 채 호흡을 몰아쉬는 두 명의 여자를 보며 마이크는 긴장감이 풀리며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애써. 호흡을 가다듬은 헬라가 입을 열었다.

“2위 마이크 맞죠?”

“...알고 오신 것 같습니다만.”

마이크는 인벤토리에 무기가 얼마나 있는지 머릿속으로 체크해갔다.

“하하. 용건만 말할게요.”

“......”

숨을 크게 들이마신 헬라가 말을 연속적으로 내뱉었다.

“살려 줄 테니 돈 좀 줘요. 우리 능력으로 당신 살려 줄 수 있으니까. 대신 이 분 먹을 거 사게.”

속사포처럼 터져 나온 그녀의 말에 마이크가 잘 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네?”

***

덜컹 덜컹.

기차가 레일을 밟으며 조금씩 흔들렸다.

2명 2명이 짝지어 서로를 바라보게 되어있는 기차의 비즈니스 석.

그 안에서,

쓰담 쓰담.

칸나의 손길이 도플겡어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

오돌오돌 떨고 있는 도플겡어.

‘저 년은 필히 칸나 양 옆 자리에 앉혀야 합니다! 기차 안에서 총질할 년입니다!’

라고 주장하는 헬라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칸나의 사정거리-옆자리 에 얌전히 자리 잡았던 것이다.

"우와 너 아무거나 변할 수 있어?"

"아..네,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제가 여자이다 보니 여성체 쪽으로만.."

땀을 삐질 삐질 흘리는 도플겡어.

"그럼 생선머리나 먹을 거로도 변할 수 있어?"

"아니..그.. 사람 쪽으로만.."

칸나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식은땀이 증가되었다.

이건 뭐랄까..

고양이 앞의 쥐.

울트라 앞의 노업 저글링.

홍진호 앞의 3연벙.

같은 상황이었다.

“넌 몇 살이야?”

“저..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칸나가 물었다.

도플겡어의 대답을 들은 헬라가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뿜을 뻔 했다.

“7살이요.”

켁. 켁.

애써 목을 진정시키며 헬라가 눈을 흘겼다.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이뇬아! 근데 왜 그렇게 나이 많은 여자 모습으로 있었어!”

“우리 종족은 원래 나이같은 거 신경 안 쓴단 말이에요!”

콩.

테이블을 지난 헬라의 주먹이 도플겡어의 머리를 강타했다.

“왜 맨날 같은 데만 때려요!”

도플겡어의 눈에서 눈물이 추적추적 흘러내렸다.

“아오 진짜 나이도 어린 게 못된 거만 배워가지고, 부모님 데려와 인마.”

“돌아가셨는데..”

“아.. 미안.”

마이크는 그녀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창밖을 응시했다.

‘같이 살 수 있다라...’

뜻밖의 제안이었다.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능력...'

그의 위치를 확인한 이 여자들은 즉각 공격이 아닌 협상 카드를 내밀었다. ‘내가 당신들을 어떻게 믿지?’ 라고 말하는 그를 설득시킨 것은 의외로 칸나의 대답이었다. ‘그럼 귀찮은데 그냥 싸울까?’

마이크는 3명의 플레이어를 바라봤었다.

칸나의 간단한 제한.

싫으면 3:1로 뜨던가.

지켜주는 법은 없고 눈앞의 주먹만 있는 상황.

어...

따라올래? 3:1로 다굴 맞을래?

뭔가 단순하지만 엄청난 설득력이었다.

“......”

결과적으로 같이 기차에 탄 마이크였지만, 나쁜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라...'

기차 밖의 풍경이 계속해서 지나갔다.

마이크는 왜 돈을 벌 생각만 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동안 너무 길들여 진 건가. 순위를 정하고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일까...’

환경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일까. 그의 시선이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향했다.

자리에 앉은 헬라가 옆에 있는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

“어차피 돈 이라던가 이쪽 물건은 앵간한 거는 다 인벤토리에 안 들어가니까. 마이크 씨 돈의 절반은 칸나 씨 주세요. 전부까지는 안 바라요. 당신도 우리를 완전히 믿지는 못 할 테니까.”

잠시 생각을 정리한 마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좋습니다. 일단은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는 않으니.”

협상인가 협박인가.

마이크는 잠시 협상인 듯 협박같은 이 사람들의 말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럼, 그건 그렇게 하고, 또......"

여러 가지 복잡한 이야기가 지나고

칸나가 도플겡어의 머리카락을 땋으며 장난치다가 물었다.

"작전 다 짰어?"

"네, 일단 다 끝났어요."

“그럼 남은 날짜 동안은 뭐 해?”

헬라가 음... 하고 말을 끌고는 물었다.

“모처럼 여유 시간이니, 관광이라도 할까요?”

쭈그린 채로 칸나의 눈치를 보고 있던 도플겡어가 입을 열었다.

“그..그럼 저는 이만 가 봐도 될까요? 다..다른 곳 좀 평소에 가보고 싶은 데가 있어서.”

"어디가게?"

"관광하다가 위험한 사람들하고 마주칠 수도 있고.”

그녀의 말을 칼처럼 잘라버리는 헬라.

“니가 젤 위험인물이여 이뇬아.”

주먹을 들어 올리는 헬라와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 쥐는 도플겡어.

마이크가 크게 한숨을 쉬며 그녀들을 바라봤다.

"같이 다니는 게 좋을 듯합니다."

회의 종료.

칸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할 일도 다 했으니,

먹을 거 먹으러 가자! 소 말고 또 맛있는 거 있어?!”

***

독사가 담배를 피며 불안한 듯 책상을 두드렸다.

커피를 내오던 돌머리가 그런 독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솔직히 100억 송금한 거는 조~금 쫄려 하시는 거 같았습니다. 형님.”

독사의 머릿속에 100억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계속해서 떠다녔다.

돌머리가 그를 도발했다.

“좀 쫄리시지 말입니다.”

“시끄러!“

재떨이를 들어 올린 독사의 모습에 돌머리가 재빨리 줄행랑쳤다.

***

D-5일.

플레이어들의 전투는 끝났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처음부터 무력이 아닌 대화를 통해 사건을 풀어나갔다면

피해를 최소화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스스로를 위해 쓸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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