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88화 (288/373)

00288  Episode 2-11 돈의 왕좌.  =========================================================================

(전 병력. 정지! 정지!)

방패를 든 병력들이 칸나가 있는 층의 계단을 빼곡히 막았다.

여러가지 명령들이 무전기를 통해 쏟아졌다.

(진압 들어가!)

(기다려! 기다리라고!)

총 책임자가 잡혀간 덕에 명령체계가 혼란스러웠다.

“돌입할까요?!”

대답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오지 마! 잠시! 오지 말라니까!)

칸나에게 잡혀있는 원식이 필사적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명령권 우선자가 돌격을 막는 희한한 상황.

“......”

기묘한 대치가 끝없이 이어졌다.

원식이 바닥에 고이 모셔 내려져 있었다.

헬라가 양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이..어..그러니까.”

이런 경우 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국경선의 일반적인 전투를 하다가 갑자기 적 2차 대전의 적 총 사령관을 잡아온 느낌이었다.

"......"

원식은 멱살이 잡힌 채 빌딩 벽면을 수직으로 이동하여 53층까지 올라온 기묘한 체험을 한 후로 혼이 나간 듯 먼 하늘을 바라보는 상태였다.

“음? 그냥 다시 버리고 올까?”

“아..아니요. 당황스러워서. 이봐요!”

"네..옙."

간신히 정신을 차린 원식이 고개를 흔들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헬라가 도플겡어의 머리 위쪽을 주먹으로 콩 때리며 말을 이었다.

“이 여자는 우리가 데려가겠어요.”

원식이 호흡을 애써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할 말은 해야했다.

“아..안됩니다.”

“이 여자는 풀려나는 순간 또 다른 사람들을 죽이려고 움직일 겁니다.”

대답은 도플겡어로부터 터져나왔다.

“아..안그럴게요!”

콩. 헬라의 주먹이 도플겡어의 머리를 또 한 번 내려쳤다.

“시끄러.”

헬라가 한숨을 쉬었다.

“이봐요, 경찰 씨."

"네, 네."

"저기 저 분이 마음먹고 경찰하고 싸우기 시작하면 아마 도시가 반쪽으로 쪼개질 수도 있어요.”

긴 손가락의 끝이 칸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응? 나? 음... 아마 다 날아갈 수도 있을걸?"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칸나를 보며 원식이 기겁했다.

진짜 날아간다.

본능이 그에게 소리쳤다.

“저희 요구는 크지 않아요.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대충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그냥 지명수배만 풀어주시고 우리를 잡으려고 하지마세요. 어차피 모든 플레이어는 일주일 후면 이 공간에서 사라지니까요.”

먼 하늘의 우주를 바라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던 원식이 뭥미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후면 모든 플레이어가 사라진다니 그게 무슨...”

“아 진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린 헬라가 말을 이었다.

“저랑 여기 도플, 그리고 이분을 포함해서 모든 플레이어는 일주일.. 아니 이제 5일 남았나요. 다른 공간으로 떠나게 돼요. 그러니 아무 일도 없이 서로 지나가는 편이 양쪽에게 좋은 일 일거라고요. 어차피 저 년을 잡으면서 우리끼리의 전투는 끝났으니까요.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던 원식이 물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도플 양은 한달 뒤에 있는 저희 작전에 참가하기로..”

헬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주먹을 들어 도플겡어의 머리를 내리쳤다.

“어디서 거짓말이여 이뇬이. 아주 그냥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네.”

계속해서 머리를 맞자 혹이 조금씩 올라왔다. 도플겡어가 소리쳤다.

“그만 때려요!”

“시끄러! 넌 맞아도 싸!”

콩.

왜 이 여자에게 계속해서 머리통을 맞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도플겡어의 눈에서 서러움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뇬아 빨리 말해. 우리 떠나 안떠나?”

콩.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며 도플겡어가 말했다.

“며칠 후면...여기 떠납니다.”

그녀의 말에 원식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작전에는 애초에 참가할 생각이 없었군요.”

“......”

"원래 이런 애니까 별로 믿지 마세요."

칸나가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했다.

"근데."

"네?"

“슬슬 배고픈데 우리 이제 밥먹으러 가자.”

“......”

당황한 원식이 칸나를 향해 물었다.

“전화 한 통화만 해도 되겠습니까.”

그녀가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두 통 해도 돼!”

“...감사합니다.”

한숨을 푹 쉰 원식이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아 현수냐.”

(대장님! 무사 하십니까?)

“나도 그게 걱정이다. 용의자들과 협상이 끝났다.”

(네? 하지만 지금 병력이)

"야. 우리 상대 안되니까 병력 빼라고 해."

(네..? 네!)

"협상 사항 말하니 전달해."

(네! 어떤 사항들입니까.)

“경찰에 연락해서 칸나 씨하고 헬라 씨 수배명단에서 명단에서 빼라고 해.”

(하지만..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

한숨을 또 한번 내쉰 그가 도플겡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플 양 계좌에서 자금 다시 회수해라. 비수 작전 중지하고.”

“앗!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콩.

헬라의 꿀밤이 또 한 번 도플겡어의 머리에 작렬했다.

“안되긴 뭐가 안 돼 이뇬아.”

"그럼 우리 간다~"

떠나려는 칸나를 향해 원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응?"

"우리 조직에서 일해볼 생각 없으십니까?”

“먹을 거 많이 주면 생각해 볼게. 아, 근데 나 6일 후면 떠나야 해”

“아.”

헬라가 깜짝 놀라 칸나를 제지했다.

“칸나 씨! 약속 같은 거 함부로 하면!”

“먹을 거 준다는 데 뭐.

“......”

원식이 칸나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제 전화기를 드릴테니..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 6일만이라도 힘을 좀 보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배는 모두 풀렸으니 자유롭게 돌아다니실 수 있을겁니다.”

헬라의 표정이 환해졌다.

모든일이 잘 풀린 것이다.

헬라의 가슴이 두근 두근 했다. 언제 이런 플레이어와 또 한번 모험을 해볼 것인가.

칸나가 그녀를 보며 진하게 웃으며 도플겡어를 한 손으로 잡아 들어올렸다.

“그럼 얘는 내가 데리고 갈께! 안녕!”

“잠..”

남은 한 손이 헬라의 등을 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저기 잠시 마음의 준.."

칸나가 빌딩의 아래로 뛰어내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 여자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메웠다.

폭풍이 지나간 것일까.

혼자남은 원식이 허망한 표정으로 뻥 뚫린 빌딩의 하늘을 바라봤다.

“......”

***

독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돌머리의 머리를 만졌다.

“선금먼저 받고 법적인건 나중에 하기로 했습니다. 형님.”

“그래, 우리가 도와줘야지 누가 도와주겠냐.”

마이크는 양복차림으로 도심 속을 뛰고 있었다.

그의 귀에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띠링.

-D-5 일차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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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128억 1603만원. -칸나       미란시

2위. 1억 3420만원. -도플겡어     미란시

3위. 1억 2229만원.  -마이크       미란시

4위. 6030만원.      -아론         동구

5위. 0원            -헬라         미란시

6위. 0원.           -남호         동구

7위. -9950만원.     -인섭         미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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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리에 멈춰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눈을 비빔 전광판을 다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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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128억 1603만원. -칸나       미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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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D-5일.

칸나의 자본금이 플레이어들을 압도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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