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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86화 (286/373)

00286  Episode 2-11 돈의 왕좌.  =========================================================================

도플겡어가 여행가방을 끌고 도심 속을 달렸다.

그녀의 몸통이 쓰레기통을 박고 광고판을 치고 지나갔다.

경호원이 그녀의 뒤에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진정하세요!”

헉, 헉, 헉.

“지금 말할 시간 없어요!”

도심 속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경호원들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미 요원들이 도시 전체에 깔렸습니다! 진정하세요.”

팍. 하고 뿌리치며 도플겡어가 계속해서 달렸다.

“죽기 싫으시면 따라와요! 택시!”

손을 드는 도플겡어

끼이이익. 하면서 반대편에 있던 택시가 멈춰 섰다.

그녀가 허겁지겁 여행가방을 트렁크에 넣었다.

***

국정원의 지하 벙커에서

원식이 보고를 받고 있었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모든 도로를 봉쇄했습니다.”

“그녀는?”

“혼자라도 도망치겠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모든 교통수단이 봉쇄중이라 우리의 시야 안에 있습니다.”

탁. 탁.

원식이 품에서 라이터를 꺼내 담뱃불을 붙였다.

"어차피 도로가 봉쇄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면 우리 요원이 있는 빌딩쪽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후우.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경찰과 요원들은?”

“마취탄으로 무장한 저격수들과 지역 전체 경찰, 그리고 방위군에서 협력 작전 중입니다.”

원식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좋아. 어떻게든 도플겡어를 살려야한다. 그녀가 없어지면 비수 작전도 종료된다.”

“알겠습니다.”

후우.

보고를 하고 돌아가는 직원의 모습에 원식이 담배를 내려놨다.

'비수 작전을 성공시켜야 해.'

그가 아는 바로는 도플겡어 역시 동시에 수십명 상대가 가능한 실력자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플레이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한지. 어디 한번 펼쳐 보이시지.’

그의 몸이 소파에 깊숙이 뉘어졌다.

덜컹.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대장님! 적 트럭이 도시입구로 진입합니다!”

“왔나!”

원식이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

텅 빈 트럭을 운전하며 지방으로 내려가는 운전수의 입에 웃음이 가득했다.

팁을 잔뜩 받았던 것이다.

“엄청 통 큰 여자들이구만!”

어깨춤을 추며 운전수가 25톤 트럭을 다시 집으로 몰았다.

트럭의 트레일러에는 빈 상자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무언가가 도로변을 휙하고 지나갔다.

"바람인가?"

바람빠진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던 운전자 한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칸나는 질풍이 되어있었다.

“꽉 잡아~”

“꺄아아악!!”

헬라가 칸나에게 업힌 채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죽을힘을 다해 양팔로 칸나를 끌어안았다.

바람이 끊임없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변 배경이 흐리게 보였다.

'이렇게 빠르다는 이야기는 안했잖아!!"

손이 풀리면 떨어져 죽는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칸나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어~ 누구 있다!”

헬라가 간신히 실눈을 뜨며 앞을 바라봤다.

300M 정도 앞 검문소에 군인들이 대기한 모습이 보였다.

“주변 야산 쪽으로 피하세요. 오른쪽으로 가면..”

“귀찮아! 돌격!!”

칸나가 밟고 지나는 대지를 따라 일자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꺄아아악!”

헬라의 동공이 한없이 커져갔다.

검문소의 군인들의 모습이 급속도로 커졌다.

(정지! 정지! 더 이상 다가오면 발포하겠다!!)

진입금지 표시가 펼쳐진 검문소에서 군인 몇 명이 앉아 쏴 자세를 한 채 확성기에 소리쳤다.

일제히 겨누어지는 소총.

200M

(정지!!)

(미친! 뭐야!)

40M

(발포해!!)

발포 명령과 동시에

칸나의 발이 지면을 박찼다.

(발.. 어?)

군인들의 총구가 칸나의 몸을 따라 하늘로 이어지다.

우당탕탕 하고 군인들이 뒤로 넘어졌다.

“...저럴 수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칸나는 검문소를 뛰어넘었다.

군인들이 눈을 비볐다. 그녀는 시야 바깥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

툭.

하사관이 들고있던 확성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검문소! 어떻게 되었나! 검문소!)

굳어있던 하사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무전기를 들어올렸다.

“아, 네. 적! 검문소를 통과하여 도주 중!”

(무슨 소리야 이 미친 새끼야! 4초 전에 교전 준비 중이라며!)

“아! 그러니까...!”

하사가 칸나가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시야에는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그러니까 말입니다.”

헬라가 비명을 참기위해 이를 꽉 물었다.

두 여자의 눈에 도시가 작게 내려다보였다.

“꺄아아아악!!”

300M 상공에서의 번지점프.

급격하게 떨어지는 중력에 비명을 참기위한 헬라의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아아아아악악악악!!”

쿵.

칸나가 착지한 도로면을 따라 커다란 금이 퍼져갔다.

흰색의 머릿결이 공기와 함께 출렁였다.

도로에 금이 퍼진다고 보인 순간

칸나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신난다아~!"

"꺄아아아악!!!!"

(적, 1검문소 통과! 2검문소 통과! 3검문소 통과! 4... 도저히 저지할 수가 없습니다!)

원식의 손에서 땀이 계속해서 베어 나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 저격수! 저격수들 모조리 불러 모아!!”

칸나의 발이 도시의 입구를 밟았다.

단 한순간의 틈.

옥상빌딩에서 그 한순간만을 노리고 있던 저격수가 이를 악 물었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망원렌즈에 한순간 칸나의 얼굴이 잡혔다.

마침 칸나가 도약을 하는 타이밍.

'공중에서는 방향을 바꿀 수 없어!'

저격수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잡았다.’

그가 호흡을 멈추며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을 끌어당겼다.

탕!

뇌관이 작동하며 총알이 긴 총신을 통과해 칸나를 향해 날아갔다.

회전력으로 바람의 저항을 찢어버리는 탄환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탄환과 칸나의 얼굴이 닿을듯 가까운 순간.

‘잡았어.’

칸나는 빌딩의 벽면을 밟으며 중력을 무시한 채 가로로 뛰고 있었다.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언가 날아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길 놔두고!! 벽으로 다녀요!! 꺄아아악!"

헬라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칸나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 안으로 날아오는 저격총의 탄환이 들어왔다.

다음 순간 그녀가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고는 손을 폈다.

쨍그랑.

저격총의 망원렌즈가 깨져나가며 저격수가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칸나가 쏘아진 탄환을 잡아 그대로 되돌려 던졌던 것이다.

“미친 이게 말이 돼?”

(저격수들 역 저격당하고 있습니다!!)

(무슨 개 같은 소리야!)

(6,7,8 방어선 붕괴! 9방어선 접근 중!)

(도시 병력 모두 모아! 전부 다 끌어 모아서 머릿수로 막으라고!)

“그 다음 어디야?!”

칸나의 물음에 헬라의 눈동자색이 변해갔다.

그녀의 투시능력이 극에 달해갔다.

“이번 건물 지나서 오른쪽 사거리까지 직진이요!”

“알았으~”

헬라의 눈이 도시의 모든 상황을 꿰뚫었다.

누구도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정면을 조준하고 있던 병사들의 등 뒤로 질풍이 지나갔다.

“헉!”

(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적이 시야에 보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병력이 칸나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400M 앞 병원에서 공원 쪽으로 꺾으세요!”

“알았으!!”

헬라의 미소가 짙어졌다.

아무도 볼 수 없지만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접근해 감에 따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도플겡어의 표정을 말이다.

어느새 공원을 지나고 있었다.

“직선 도로 앞 빌딩의 32층이에요!”

“좋아!”

직선도로에 다다른 칸나가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도로변에 있던 건물들이 순식간에 작아졌다.

"꽉 잡아~!"

수백 미터 위로 뛰어오른 그녀의 몸이

빌딩의 창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빌딩의 객실 안.

칸나가 한 손을 바닥에 댄 채.

앞에 서있는 여자를 올려다봤다.

유리파편이 칸나의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릴때,

칸나가 여자를 향해 말을 건넸다.

“안녕?”

여자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어떻게..어떻게 여길...”

의자에서 일어나있는 도플겡어가

부서진 유리파편들 사이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칸나를 바라봤다.

그녀가 다리를 후들후들 떨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떻게..어떻게.."

업혀있던 헬라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방금전 칸나가 말했던 톤을 흉내내며 말했다.

“나도 안녕? 도플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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