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80화 (280/373)

00280  Episode 2-11 돈의 왕좌.  =========================================================================

차가 오고가는 지방 은행의 앞.

유라가 통장을 과도한 힘으로 꽉 쥐고 나왔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사람마냐 그녀의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굳어 있었다.

구석에 앉아있던 검은 머리 가발과 모자를 쓴 칸나가 조심스럽게 종종 걸음으로 다가와 유라의 등을 쿡쿡 찔렀다.

"유라야.."

"......"

"유라야..."

"......"

“어때? 독사가 먹을 거 사준다고 했었는데..? 유라야? 부하3호?”

돌이 된 것 같이 굳어있는 그녀의 몸을 몇 번 찔러보던 칸나가 유라의 어깨를 탈탈 흔들었다.

"유라야?"

그때야 정신을 차린 유라가 갑작스럽게 소리쳤다.

“2...25억!!!!!

우린 부자다!! 흡!”

자기가 소리쳐놓고 손으로 입을 막는 유라였다. 그녀가 검지로 저 하늘을 찍으며 말했다.

"밥 먹으로 갑시다!"

***

(음메~~~)

[목장 식당]

수천 평 되는 농장의 한쪽에는 신선한 고기를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존재했다. 유라가 맛있게 먹으면서도 어느정도 괜찮은 가격일거라 생각해 추천한 곳이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 위에 8명 정도가 쓸 수 있는 숯불 화로가 붉게 타올랐다. 그리고 화로의 열기 위에 최고등급의 고기가 올려지며 육즙이 자르르르 흘러나왔다.

냄새만 맡아도 절로 군침이 도는 상황

“흐어...”

“으아...”

고기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유라나 칸나나 별 다를 바 없는 표정을 지었다. 시선이 오로지 고기에 고정되었다. 최고급 한우가 구워지며 흥겨운 냄새가 퍼져나가는데 무슨 다른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하하."

목장갑을 낀 주인장이 직접 고기를 불판에 올려 먹기 좋게 익혀주었다.

고기는 육즙을 간직한 채 알맞게 익어 보기만해도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흐아..~”

“으어어..~”

칸나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못참겠어어어~"

금방이라도 삼켜버리려는 것을 유라가 말렸다.

“더 기다려야 해요 언니~.”

“으아아아아~”

주인장이 고기를 구우며 피식 웃었다.

“으아아아~~”

"하나 드릴까요?"

그가 불판의 위에 있던 육즙이 흘러내리는 고기 한 점을 칸나의 흰 쌀밥 위에 놓아줬다.

“그냥 가는 소금에 한번 찍어 먹어보세요.”

칸나의 젓가락이 고기를 집어 가는 소금에 몇 번 톡톡 찍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한입 베어 물자마자 입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맛이 느껴졌다.

이건 꿈인가.

그녀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어때요 언니~?”

“으아아아아~~~ 더 줘~~~”

주인장이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종업원이 무언가를 더 들고 나왔다.

보글보글 끓는 진한 뚝배기. 칸나와 유라의 앞에 하나씩 내려다 놓은 그녀가 작게 말했다.

“이거는 대게 한우 진한 된장찌개에요. 고기 드시면서 같이 드세요.”

커다란 게와 한우살이 동시에 들어간 된장찌게!

두 여자의 숟가락이 빠르게 진한 국물을 가져갔다.

"으아아아아~ 맛있다~~"

종업원이 웃으며 집게를 집었다.

칸나의 팔 길이 정도 되어 보이는 불판의 위에 버섯과 새우, 마늘과 각종야채가 같이 올라갔다. 은박지에 쌓여 타지 않고 참기름에 맛있게 구어지게 되어있는 마늘을 한 점 집어먹은 칸나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오오..오오오오?”

고기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오오오오!!”

칸나는 왜 아케넨에는 이런 뛰어난 요리가 없나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또 한 번 세계를 정복한다면 고기 구이집을 잔뜩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행복을 나누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맛을 디펜더스에게 전파하겠어!'

그녀가 참기름에 구워진 마늘 연속적으로 집어먹으며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는 주인장을 향해 말했다.

"아저씨~!"

"네 손님."

“모듬 메뉴 20인분 더 주세요~~~~~~!”

칸나의 손톱색갈이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그리고 다시 초록색으로 점차 변해갔다.

***

고기집의 문을 열고 정장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고기 냄새가 침샘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애써 목표물을 발견하고는 외쳤다.

“찾았다!”

검은머리 가발을 쓰고 계속 먹어대고 있는 여자와, 반쯤 염색이 풀린 학생. 천장을 뚫을 듯이 쌓여있는 접시들.

선글라스를 벗은 그녀가 빠르게 테이블로 다가가 소리쳤다.

“이봐요!!”

최고급 고기에 심취해 테이블 만을 바라보고 있던 두 여자의 얼굴이 돌아갔다. 유라가 먼저 인사를 했다.

“어? 고아라 언니 어떻게 여길?”

"그러니까 당신들이야 말로 지금..!"

"잠깐!"

무언가 말을 하려는 고아라의 손목을 잡아. 칸나가 의자에 앉혔다.

"지금 중요한게 그게 아니야."

얼떨결에 의자에 앉혀진 그녀가 벙찐 표정을 했다.

"네?"

사건들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고아라가 칸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거 엄청 맛있어!”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주는 칸나의 행위에 고아라가 휘청였다.

할 말 많은데 이럴 때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칸나가 고아라의 입 속으로 고기를 넣어버렸다.

“이럴 때.. 음? 헐?”

전류가 짜릿하게 발끝에서 부터 올라왔다.

천상의 맛.

잠시 천국에 발을 들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고아라가 원래의 목적을 약간 수정하며 말했다.

“조..조금만 먹으면서 말할까요.”

“하하하하하하. 어때! 맛있지!!?”

지글지글 고기의 파티 향연에서

칸나의 손톱이 점차 파란색으로 변해갔다.

***

폭주족들은 성실히 고기를 날랐다.

대박 고기집의 주방장은 별일이라는 듯이 그들을 바라봤다. 여자 종업원이 그에게 와서 조용히 말했다.

“의외로 사고 안치고 잘 하는데요?”

“그러게.. 의외네.”

처음에는 안 좋은 인상이었지만 삭발을 하고 다시 나타난 녀석들을 보고는 한번 믿어보자는 생각을 한 주방장이었다. 그가 여 종업원을 손짓으로 불러서 말했다.

“애들 고기 한 접시 해 줄 테니까 쉬는 타이밍에 오라고 해.”

“네~사장님”

기특한 것들. 이라는 생각을 하며. 알바들에게 줄 고기를 따로 정성스럽게 만드는 주방장. 어느 정도 많은 양이 썰리자 잠시 볼일을 보러 가는 그.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안쪽에서 폭주족으로 추정되는 한명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칸나 누나 뉴스에서 나온 그 게임 하고 있다니까,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냐, 도움 받은 게 얼만데, 밀어드려야지. 어, 계좌번호 있어.”

칸나?

세면대에서 물이 졸졸졸 흘러나오며

주방장의 머릿속에 흰 머리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칸나?!”

“헉!”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주방장의 모습을 보며 폭주족이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방장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나도 알려줘.”

“..네..네?”

“계좌번호.”

“..네???”

주방장의 입가에 미소가 진하게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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