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75화 (275/373)

00275  Episode 2-11 돈의 왕좌.  =========================================================================

택시에서 내린 헬라가 기차역의 승강장에 섰다. 기차역 특유의 쇠가 타는 냄새와 안내방송이 그녀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걸리면 안 되는데..’

주머니에 있는 기자표를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시선이 기차역 전체를 훑었다. 시선을 따라 이곳저곳을 순찰중인 군 병력이 보였다. 뒤숭숭한 사건들 때문인지 검문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띵동뎅동 하는 멜로디와 함께 열차가 들어온다는 음성에 사람들이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모자를 눌러쓰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가 내는 브레이크 소리에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기차가 멈춰서고 그녀가 철로 된 좁은 계단을 올랐다. 비싼 기차권을 구하지 못한 탓에 낑겨서 가야할 쳐지였다. 기차의 복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주춤주춤 길을 비켜줬다. 통로를 지나 의자의 위쪽 번호를 확인한 그녀가 이미 앉아있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의자에 앉았다.

후우.

모자를 더 깊숙하게 누른 그녀의 눈꺼플이 무겁게 내려왔다. 도플겡어와의 사건으로 잠을 자지 못한 시간이 길어져 있었다.

‘돈을 어떻게 벌지...’

지명수배는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애초에 세나를 지방으로 내려보낸 것은 방어가 용의한 것도 있지만 도박장에서 큰돈을 따야 했기 때문이다.

‘도박장.. 들어갈 수나 있으려나..’

복권을 사기위해 도심을 걷는 것도 부담스러운 지금이었다.

기차가 덜컹거리며 운행을 시작했다.

뒤늦게 자리를 찾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악기가 좀 커서요. 죄송합니다. 좀 비켜주세요.)

목소리가 헬라의 자리와 가까워짐에 따라 헬라의 고개는 점점 숙여졌다. 기타가방을 멘 금발머리의 여자가 힘들다는 듯이 심호흡 했다. 기타를 앞으로 내려놓고는 헬라의 옆자리에 앉았다.

“후. 오늘 사람 많네요.”

친하다는 듯이 건네져오는 말을 애써 무시하는 헬라였다. 눈을 감은 헬라를 힐끗 쳐다보던 그녀가 의자에 기대어 앉다가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헉.’하는 소리를 냈다. 헬라의 등골이 찌르르하고 울렸다.

‘수배 명단을 본 사람인가. 젠장!’

헬라가 감았던 눈을 뜨고 금발머리 여자를 째려봤다. 무언가 소리를 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조용하...”

두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갔다.

헬라는 어디선가 그 여자를 봤음을 깨달았다. 기억이 비디오테이프를 거꾸로 감는 것처럼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갔다.

도플겡어와의 야간 전투.

별장에서의 싸움.

인섭과의 싸움.

도박장에서의 일.

그것보다 더 전.

게임 소개.

두 여자는 입을 벌린 채 서로를 쳐다봤다.

“절 쫒아온 건...”

“절 찾아온 건...”

두 명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한마디 말이 끝나자. 그녀들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우연이라는 것을.

“......”

“......”

어색한 침묵이 서로를 감쌌다. 창밖의 풍경이 계속해서 변해가던 어느 순간 금발머리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론이라고 합니다. 당황스럽지만 기차 안에서 무기 꺼내거나 그러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헬라가 손으로 모자를 감싸 쥐며 조용하게 대꾸했다.

“헬라입니다. 전 싸움 싫어하는 여자에요.”

“......”

“......”

아론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의 등이 식은땀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플레이어들 피해서 지방에만 잘 짱박혀 있으면 되는 상황인데.. 왜 하필 지방 내려가다가..! 갑자기 공격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기차 안인데? 아나 이......’

헬라도 어색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아, 씨. 이 여자 내려서 경찰에 신고하는 거 아냐? 미치겠네 탄환도 다 썼는데, 혹시 전투계라 나 쫒아온 건 아니겠지? 잡아놔야 하는데, 아니면 내가 도망가야하나? 이동계 능력자면 어떻게 하지?......’

헬라와 아론의 눈이 다시한번 마주치고 어색한 두 여자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호호호...”

“하하하...”

두 여인의 식은땀과 함께

기차가 즐겁게 평원을 질주했다.

============================ 작품 후기 ============================

아론.

악기를 든 금발머리 플레이어.

지방으로 도망가서 잠수타는 작전을 세웠으나

기차에서 헬라와 우연히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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