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73화 (273/373)

00273  Episode 2-11 돈의 왕좌.  =========================================================================

숨바꼭질은 도망 다니는 자의 패배로 끝났다.

대박고기집의 텔레비전에서 폭파사건의 진범이 잡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주방장 썰던 고기를 내려놓고는 귀를 기울였다. 단정한 흰색 옷을 입은 아나운서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폭파사건의 범인은 40세의 남성으로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확인이 되었으며... 어제 있었던 도시 포위작전의 총 책임자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써 검찰은 이들에 강력한 구형을 내릴 예정이며 속칭 ‘죽음의 게임’으로 살인을 방관한 자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주방장이 고기와 식칼을 그대로 두고는 옆에 있는 간이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홀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 저 범죄자들 다 감옥에 쳐 넣어야 되는데, 그 하얀 머리 아가씨도 휘말렸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경찰에 먼저 신고를 했어야지, 다 나쁜 년 나쁜 놈들이라고)

(어떻게 도심에서 저렇게 치고 박고 싸울 생각을 하죠? 미친 거 같아요.)

(야, 재내는 목숨 걸고 왜 저런 짓을 한다냐, 그냥 집에서 따뜻한 먹는 게 최곤데 왜 저러고...)

의자에 앉아있던 주방장이 서빙 하는 직원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주희야.”

한참 고기접시를 나르던 아르바이트생이 갑작스러운 호출에 놀란 눈을 했다.

“네?”

“들어오는 손님들한테 영업 끝났다고 해라.”

“아직 낮인데요?”

“오늘 영업 안한다고 해. 그리고 저거.”

그의 손가락이 오늘 팔려고 썰어놓았던 쌓여있는 고기들을 가리켰다.

“알바 애들이랑 친구들 불러서 먹고 싶으면 먹어라. 더 꺼내 먹어도 돼.”

“네???”

“난 오늘 힘들어서 쉬러간다. 그럼 정리하고.”

간의 의자에서 일어나 말없이 뒷정리를 하기 시작한 그였다.

***

추리닝 차림의 헬라가 등산코스에 있는 나무 의자에 누워서 중얼거렸다. 햇살이 따갑게 그녀의 눈으로 내리쬈다.

“와나.. 미치겠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았다. 흔들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에 그녀가 긴 모자를 눌러썼다.

“왜 나까지 수배가 되냐고...”

억울한 마음에 머릿속에 여태까지의 일들이 재생되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냥, 복권으로 장난 좀 치다가.. 도플 년 때문에 싸움에 휘말려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것 밖에 없는데.. 왜 나까지 수배가 되냐고오오!!’

지나가는 어르신들의 DMB를 멀리서 훔쳐보다가 접하게 된 뉴스였다.

후우. 후우.

넘치는 분노를 애써 추스르며 그녀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동할 시간이었다.

순찰하는 경찰들의 틈이 생겼기 때문에 돌로 된 계단을 밟고 이동수단인 택시 승강장 쪽으로 내려갔다.

한참을 신경 쓰며 내리막길을 걸을 때, 휴식용으로 만들어놓은 정자에서 아주머니들이 뉴스를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폭파사건의 범인은 40세의 남성으로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확인이 되었으며... 어제 있었던 도시 포위작전의 총 책임자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써 검찰은 이들에 강력한 구형을......)

뉴스를 본 헬라의 머리 위에서 물음표가 한없이 생겨났다.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년 잡혀갔는데 왜 그년에 관한 보도가 하나도 없어..?”

누군가가 계단 아래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황급히 모자를 눌러썼다. 추리닝에 손을 넣은 채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의문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다.

‘그년... 분명히 잡혀 갔을 텐데..?’

***

취조실에는 작은 책상이 하나 놓여있었고 벽면에 커다란 거울이 걸려있었다. 도플겡어는 어제부터 계속해서 이 방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갇혀있기만 할 뿐이었다.

“......”

그녀는 책상에 위에 놓여 있는 깎아진 과일들을 몇 개 주워먹었다.

“......”

법의 심판을 받던 사형구형을 받던 그녀는 적당히 기회를 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지만...

‘이 건 뭐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취조도 없고.. 뭐하는...’

그녀가 표정이 짜증으로 가득 찰 때쯤. 철문의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도플겡어가 인벤토리 안에 있는 무기들을 확인했다.

문이 열리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파일박스를 들고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가 정장의 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꺼내 열었다.

“국가정보원의 이 원식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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