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72화 (272/373)

00272  Episode 2-11 돈의 왕좌.  =========================================================================

헬라가 도움을 구할 곳은 오직 그림자의 품과 그녀의 두 눈 뿐이었다.

‘제길....’

숨결이 급격하게 빨라지며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어깨에서 흘러나온 피가 붉은 드레스의 밖으로 퍼져갔다.

‘빚 갚기 치고는 과도한 대출이자인데...’

다시는 정의의 사도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녀가 이를 악문 채 계속해서 뛰었다. 건물의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로 검은 드레스가 잠깐씩 보였다.

막다른 골목에 기대어 앉으며 그녀가 호흡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먼 곳에서 수많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이 곳 경찰들도 이모냥이냐...’

그녀가 눈을 감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도플겡어 씨, 법을 잘 지키고 사셨어야죠.”

도플겡어는 욕지거리를 하며 사람들의 사이에 숨어있었다. 확성기를 댄 경찰의 목소리가 도심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 지역은 전체가 봉쇄되었습니다. 주민여러분은 ...)

수많은 경찰차와 버스들이 일렬로 서며 도시 밖으로 나가는 도로를 자물쇠처럼 잠가버렸다. 도플겡어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는 헬기들이 사람들의 머리위로 라이트를 비치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미친년, 경찰에 제보를 해?’

가면을 더듬던 도플겡어가 멈춰 섰다. 언제든 얼굴을 바꿀 수 있었기에 자유롭게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화상으로 인해 얼굴의 반을 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현재 용의자는 얼굴의 반을 가리는 가면을 쓴 상태이며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도 검거해야 할 것으로... 용의자의 얼굴에는 화상이)

‘쓸데없이 상세하게도 잘 가르쳐줬군요. 헬라 씨.’

도플겡어가 골목의 안으로 숨어들었다.

‘..같이 죽자는...겁니까?’

남은 시간동안 감옥에 같이 있게 된다면 꼴지가 되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나란히 감옥에 가면 당신의 패배입니다. 헬라.’

도플겡어가 좁혀오는 경찰들을 피해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헬라가 아슬아슬하게 경찰의 등 뒤를 지나쳐 갔다.

‘50M 앞에서 23초 뒤에 빈틈.’

사람들의 시선 사이를 또 한 번 정확하게 지나친 그녀가 다시 한 번 경찰의 등 뒤를 지나갔다.

촘촘한 포위의 그물이었지만 헬라는 단 한 번도 시야에 들지 않은 채 탈출로 까지 움직여갔다.

‘도플겡어년아, 가끔 면회 가면 사식은 넣어줄게.’

건물의 그림자에 또 한 번 숨은 그녀가 드레스를 벗고는 인벤토리에서 평상복과 붕대를 꺼냈다. 어께의 통증을 이겨내며 붕대로 총상부위를 지혈하고는 평상복을 힘들게 입었다. 초능력이 발휘된 눈동자에 야산 쪽의 탈출로가 보였지만 그녀는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투명유리로 둘러싸인 전화박스.

천천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전화기 까지 걸어간 그녀가 시야를 이리저리 돌렸다. 수많은 건물들이 투명하게 변하며 사람들의 얼굴이 무수히 많이 지나갔다.

지역 전체를 스캔하고 있는 헬라.

눈동자가 붉어지며 능력이 극도로 치솟았다.

3D화 된 수백 채의 건물을 뛰어넘어, 그녀가 찾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전화기에 넣고는 빠르게 번호 단추를 눌렀다. 수화기를 들고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거기 경찰서죠? 여기 용의자가 어디 있는지 지나가다가 봐서요. 32번 블록 당구장 있는 건물의 옥상 뒤편쪽에서 가면 쓴 여자 봤거든요, 한 20초 전에?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한동안 도플겡어의 위치에 대해 장황한 설명이 끝나고 신고자 이름을 묻는 경찰의 목소리에 수화기가 끊어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공중전화의 수화기가 덜렁거리며 전화기 아래에서 시계추 운동을 했다. 헬라는 어느새 야산 쪽을 향해 뛰어가는 중이었다.

그녀가 도시 쪽을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민중의 지팡이에 한번 쳐 맞아보시죠. 도플겡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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